작성자 : 우드토파 (woodtopaz@lycos.co.kr) ***** "야!" 어쩐지 아침부터 기분이 뒤숭숭에다 싱숭생숭 하더니 과연 나의 예감은 한 치의 오차도 없 이 들어맞아갔다. "야!" "부르잖아, 임마!" "너 피칠갑 된 꼴 보고싶지 않으니까 언능 대답해!" "......" 그렇게 말하고 단짝친구들은 종종걸음으로 사라져갔다. 아 어떡해, 저런 애들이 친구라 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았지만 안돌아봤다간 정섭이 말대로 정말 피칠갑 될 것 같았기에 하는 수 없이 고개를 힐끔 돌렸다. "시벌새꺄 귀에 딱지 앉았냐? 왜 개무시를 때려? 너 맞을래?" "아니......아니......잘 못......." "누가 너 죽인데? 왜 떨구 지랄이야!" "......미안......" 정말 죽일거면서. "아 배고파 너 돈있냐?" "없......아니 있어......뭐 사주까?" "밥을 안 먹고 왔더니...매 번 미안한데?" "......괜찮아." 미안한 줄 알면 제발 이러지 좀 마. 날 좀 내버려 둬. 부탁이야. 이러다가 말라죽겠다...... °a±¹, 오늘 아침 문제집 살 돈으로 엄마한테서 받았던 만 원은 모조리 녀석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야......야......괜찮냐?" "얘가 괜찮은 걸로 보이니?" "......" oNIAo ¾²°i A£±¸o AдA´U......이 아이들은......진짜 내 친구가 맞는 것일까. 너무너무너무너무 속이 상해서 책상에 엎드려 있으려니 아침에 녀석을 피해 달아났던 정섭 이와 인용이가 슬그머니 내 자리로 다가와 위로라는 놈을 던진다. "장희빈 왜 저래?" "말도 마......오늘 아침에 내가 봤는데......또 최고 새끼한테......" "진짜야? 졸라 불쌍하다..........어쩌다가 그런 꼴통새끼한테 찍혀가지구......" 나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대부분 동정적이다. 그러면서도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어쉰다. 자 신들이 나같은 꼴 당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 안심해 하는거다. 또 한 편으로는 은근히 이 런 상황을 즐기는 거 같다. 자기들만 편안하면 남이야 어떤 짓을 당하건 상관않고 즐기겠다는 고약한 심보. 나쁜 놈들. "어휴 진짜, 최고 새끼 저거 어디 다리 한 군데 콱, 안 부러지냐? "으이......백두산이 복학하기만 하면 그 새끼 꼼짝 못할건데!" 정섭이와 인용이는 친구를 버려두고 간 비겁함을 입으로 떼우고 있다. 그, 그런데? "백두산 새끼가 복학하면 내가 어떻게 된다고?" "!!!!!" "!!!!!" 최......최......최고다 최고! 정섭이 인용이를 비롯한 모든 인간들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아주 매를 벌어요 매를, 숙제 빌리러 왔더니만 좀만한 것들이 뒤에서 다구리 까구 앉았 네......엉?" "......" "......" 갑작스런 최고의 등장에 두 화상은 입도 벙긋 못하고 벌벌 긴다. 최고는 정섭이와 인용이 의 목을 동시에 끌어안으며 나를 내려다 보는 중이다. "야 너희 수학 구도형 맞지? 연습문제 숙제한 거 있음 내놔." "......" "빨랑 안내놔?" "......으, 응......" 가방 속에서 노트를 꺼내드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내가 내민 숙제노트를 빼앗듯이 나 꿔챈 최고는 두 친구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너네 둘 점심시간에 강당 뒷터에서 잠깐만 보자, 응?" "......" "......" 그 날 오전, 3대독자로 곱게 자랐던 정섭이는 지독하고 잔혹하기로 소문이 난 최고의 린치 를 피해 조퇴해버렸다. 그리고 인용이는 최고 패거리 18명에게 돌아가며 돌림빵 당해 장장 일 주일 간이나 학교를 쉬게 되었다. 물론 정섭이를 용서해줄만한 최고가 아니다. 조퇴하고 이튿날 불안에 떨며 학교로 왔던 정섭이는 인용이 두 배는 더 맞고 두 배는 더 오랫동안 학 교를 쉬었다.......숙제를 강탈당한 나는, 단무지(단순무식지랄) 구도형에게 엉덩이 20대를 얻 어터졌다. ***** 내 이름은 장지언, 장지언이다. 열 일곱 살의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고등학생이기도 하다. 책 읽는 것과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낙이던 나의 평범한 일상 도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땡 하고 말았다. 이상한 심미안을 지녔던 변태담임 이상감에게 찍혀 지나칠 정도의 총애를 받아 '장희빈'이란 싫은 별명이 생겨버렸고, 2학기 때 편입한 전 대성중학 짱 최고에게 찍혀 하루하루 피말리는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상감의 총애를 받는 것 까진 참을 수 있었다. 오히려 나라는 일개학생에게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그게 좀 이상한 방향이긴 하지만), 가끔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받을 수 있었다. '저 애가 장희빈이야? 장희빈 같긴 하다 아주 표독스럽게 생긴게.' 아주 어울리지 않냐며 담임은 자신이 내게 하사한 별명에 흡족해했다. 내 외모와 분위기에 딱 어울린다면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좋아라 했다. 하지만 이 별명과 얼굴 때문에 나 는 최고에게 찍히고야 말았으니.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그냥 매일 같이 학교 와서 수업 듣고 점심 먹고 책을 읽으려고 펼 쳐든 순간 교실 분위기가 갑자기 수그러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는 데 그 때 마침 전교를 돌면서 세금수거를 하던 패거리 중 최고의 눈과 번쩍, 마주치고 말 았 다. 그 때 나는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싱글싱글하던 최고의 얼굴 이 갑자기 딱 굳어지더라. 그리고 성큼성큼 그 큰 키로 나한테 다가오는데 그건 죽음보다 더한 공포였다. "씹쉐리야 너 지금 나 야렸냐?" "......아......아니......아니...그게 아니고......" 어디선가 나무아미타불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그 길게 찢어진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날 쳐다보는데 너무 무서워서 머릿 속이 새하얗게 타는 기분이었다. "아니긴 뭐가 아냐, 야 고개 들어." "......" "샹! 고개 들어!" "......" 나는 그 때 소문으로만 듣던 최고의 주먹을 맛보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장지언......" "......" "......장지언? 니가 장희빈이야?" "......" 내 이름표를 툭툭 건드리며 최고가 말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또.......................................................이게 상감이 그렇게 총애한다는 그 장희빈?" "......" ".....크......크......큭...................으하하하하하!" 갑자기 최고가 미치기라도 한 건지, 정말 미친 듯이 웃어제꼈다. 그 손바닥으로 내 머리를 마구 갈기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하는데 남들이 보면 나랑 농담 따먹기 하는 줄 알겠다. 반 애들도, 일진 애들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서로 최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한참을 웃어넘 기던 최고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로 인해...... "씹, 웃기고 있네 이상감. 이게 무슨 장희빈이야? 무수리지!" 나는 '희빈'에서 '무수리'로 격하되고 말았다. 한 순간에, 순식간에, 너무 어처구니 없이...... 그리고 그 때부터 '최고의 무수리'로서의 일상이 시작된 거다...... 단 한 가지 유일한 소망이 있다면 부재중인 우리 학교 짱 '백두산' 선배 징계가 풀려 하 루 빨리 복학하는 것일 뿐. 그리고 백두산 선배에 의해 최고가 좀 어떻게 되었으면 싶은......그 런 작은 소원. 하지만 이런 나의 바람과는 달리 이상한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중간고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그 소문은 그렇잖아도 괴물 같은 최고의 명성에다 '전설'이라는 옵션까지 얹어준 셈이 되었다. "아주 개박살이 났다지?" "우리 누나가 백두산 입원한 병원에서 근무하는데, 인간의 몰골이 아니었다더라..." "근데 최고는 상당히 깨끗하던데?" 대충 이런 소문이었다. 징계도 아직 안 풀린 백두산이, 가당찮게 자기 홈그라운드에서 날뛰 는 애송이를 손봐줄려다가 손 보임을 당했다는. 실낱 같던 희망도 사라지고 지금 나는 최고에게 호출당해 매점에서 녀석을 마주보고 있는 실정이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주변만 텅 비어있고, 또한 상당히 조용하다. 최고는 뭐가 그리도 기분이 나쁜지 뚱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볼 뿐이다. 경험으로 판단컨데 곧 나 는 아주 비참하게 녀석에게 갈굼 당할 거다. 녀석은 한 손으론 자기 턱을 받치고 나머지 손 손 가락으론 득득 테이블만 긁고 있다. 아주 신경질 적으로. "야." "(시작이다)......응?" "너, 들었지?" "...................................응? 뭘...?" "백두산 새끼 나한테 완전 찌그러진거." "...........................................응......" "내가 얼마나 센 지 알겠냐?" "(항상자기자랑으로 시작하지)응." 그리고 끊어진 대화, 이어지는 침묵. "야." "(또 뭐야)......응?" "너 솔직하게 대답해." "으......응." "내가 공부 못하게 생겼냐?" "....................................................................................(난감하다)................." "솔직하게, 니가 느낀 대로 대답해." "......................................................................................(웃지마 무서워)....................." "셋 셀동안 대답해. 하나 둘..." "아..............자......잘 하게 생겼어! 너 공부 무지 잘할 것 같애! 그래!" 너무 거짓말 한 티가 많이 난 걸까. 그 말을 들은 최고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진다. 그리고 주먹에 힘이 들어가더니 쾅 소리와 함께 테이블을 찍어누른다. 멀쩡하던 테이블이 삐걱삐 걱 거린다. 온 매점이 다 조용해진다. 세상이 다 고요하다. "......쉬버럴 백두산 새끼가.........................." "............" "다들 이렇게 말하는데, 감히 날더러 '상고에서 온 꼴통새끼'라 했겠다?" "............." 너가 물으면 다들 그렇게 답할 수 밖에 없잖아. 슬슬 눈치를 보며 움찔거리는데 그 눈이 다 시 나를 향한다. "그, 그래. 너 공부도 잘하잖아. 저번에도 전교 100등 안에도 들었었고...아 보려고 해서 봤 던 게 아니고 게시판에 전교생 석차가 나붙잖아. 그래서......" "......" '전교 100등 안에도 들었었고...'란 표현이 적당하지 않았을까. 그냥 '전교에서 98등도 했 고...' 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는게 더 좋았던 걸까. 아 나는 어쩌자고 함부로 주둥일 놀렸던 걸 까. 누구 앞이라고 들떠서 신나게(아마도 최고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 테지)나불나불거린 건지. 어떡해 저 눈 좀 봐. "아니, 저 그게......넌 싸움도 잘 하고 공부도 잘......" 쾅! 좌중이 숙연해진다. 무서워 죽겠다. 정말 오늘이 내 제삿날인가. "......맨날 전교 5등 안에 드는 놈한테, 전교 100등 안에 드는 것도 공부 잘하는 거냐? "......(드디어 일났다 불똥이 나한테 튄다)......" "응? 말해봐 전교 5등!" "......(이럴 때는 입 닫고 묵묵하게 참고 지내는 수밖에 없다 시간아 어서 흘러가 다오)......" "아까까지 잘도 떠들더니 왜 암 말 없어? 전교 5등!" 내 이름은 장지언이야......제발 정상적으로 좀 불러줘. 그렇게 점심시간이 다 지나갈 때 까지 나는 '전교 98등'에게서 '전교 5등'소리를 무려 197 번 이나 듣고 있었다. 정섭이와 인용이가 다가와 날 일으켜세우지 않았더라면 최고가 아까 벌 써 갔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는 '전교 5등...전교 5등...'환청에 시달 리느라 제대로 집중할 수도 없었다. 간신히 그 충격의 여파를 견뎌갈 때 쯤, 또다시 최고가 내 앞에 나타났다. "야. 너 당장 유성학원 수강증 끊어." "응?" "이 근처에선 유성학원이 제일 잘 가르친다며?" ".....그...그래......" "다음 기말 시험까지 전교 50등 안에 들어갈거야. 니가 책임지고 날 이끌어라." "......................." 할 말 다하고 뚜벅뚜벅 사라져가던 최고가 다시 휙 뒤돌아서서 한 마디 덧붙인다. "학원비 내기 힘들면 내가 니 것까지 댈테니." 돌아가시겠다...... 정섭이와 인용이와 뭇 동급생들의 동정과 연민을 한 몸에 받으며 나는 주저앉고야 말았다. 최고의 장희빈 3. ***** 그 날도 나는 학원까지 가서 최고의 시달림을 받고(결국 내 돈 내고 원치도 않았던 유성학 원 수강증 끊었다), 지친 몸을 이끌어 집에 도착했다. 현관 앞에 낯선 신발이 있는가 싶더 니 거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어......지훈이 형? 지훈이 형 아냐?" "올∼오랜 만이다, 지언아. 잘지냈어?" "어쩐 일이야. 이 시간에......" "아버지 심부름으로 숙모님께 뭐 좀 전해드릴 게 있어서 들른거야." 인사도 안하냐는 엄마의 말은 무시하고 나는 폴짝 지훈이 형에게 매달렸다. 지훈이 형은 우 리 집안에서 유일한 남자사촌으로 어렸을 때부터 무척이나 날 잘 대해줬다. 형이 이사가기 전까지만 해도 자주 만나서 같이 놀러다니고 그랬는데, 대학 들어가면서 큰 집 식구들까지 서울로 상경하는 바람에 요 근래에는 거의 만나볼 수 없었다. "대학은, 재밌어?" "뭐 그저 그렇지. 솔직히 별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에휴 벌써 신검 통지서가 날아왔더라구. 이제 겨우 대학생활 익숙해지나 싶은데......곧 군대 가야할 생각만 하면..." "공부는 잘하고 있겠지? 형 공부 무지 잘했잖아." "......간신히 강의 따라가는 정도랄까? 나도 왠만큼은 한다 자부하고 있었는데......확실히 스 케 일이 틀리더라구." 거실에서 엄마가 깎아다 준 사과를 아삭거리며 형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던 중, 우연찮게, 백두산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근데 백두산, 아직도 학교 다니겠구나. 그 자식 내가 다닐 때만 하더라도 장난 아니었 지......1년 꿇은 걸로 알고 있는데." "......형, 백두산이 그렇게 유명해?" "말도 마. 완전히 인간이 아냐. 뭐라더라 소문에 의하면 진짜 조폭하고 맞짱 뜰 정도로 대 단 한 놈이라던데. 폐공장에서 대성공고 애들이랑 17대 1로 싸운건 거의 전설이야 전설. 너두 들어봤을 텐데. 백두산이 기념으로 어깨에다 '17' 새기고 다닌다는 말." "......" 씹던 사과가 목에 걸리는 바람에, 한참을 켈록거렸다. 괜찮냐는 형의 말은 제대로 들리지도 않고 머릿 속은 온통 백두산을 찌그러뜨린 최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시체처럼 널부러진 백두산의, 17이 새겨진 어깨를 최고가 짓누르면서 잔인하게 웃는 얼굴이 연상되었다. 그리 고 문득 최고의 어깨에 17+1이란 문신이 새겨지는 장면이 상상된다. 그런 무서운 놈에게 나는 찍혀버린 것이다...... 즐거운 토요일이어야 하건만,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오늘이 토요일이어서 최 고 랑 학원 갈 일은 없다는 사실. 최대한 최고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조심 몸을 사리며 행 동 했다. 늘 2교시가 끝나고 나서 우리 교실 까지 찾아오곤 하는 최고를 피해 일부러 도서실 까 지 가서 수업종 칠 때 까지 그 곳에서 개겼다. 교실로 돌아오니 성인용이 얼굴이 시퍼래져 서 한 마디 한다. "......아까 최고가 와서 너 없다고 깽판 부리고 난리가 났었어. 임마 어디 갔었냐?" "......화장실." "왜 말도 안하고 가서 민폐를 끼쳐?" "볼 일 보러 가는 것도 일일이 보고해?" 애써 담담하게 대꾸했지만 사실은 가슴이 떨려 미칠 정도다. 쳐다보면 오금을 못 펼 정도 로 무서워져서 일부러 도망다녔건만, 그게 최고의 성질을 긁어놓는 일이 될 줄이야. 나중에는 겁도 나고 초조해져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 인간, 완전히 애를 잡겠다 잡겠어." 수업이 끝난 후 잽싸게 다가온 정섭이가 걱정되어 죽겠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인용이 는 내 손목을 덥썩 끌어당겨 날 일으켜 세운다. "또 올게 분명하니까 언능 나가자. 나중에 화장실 갔다고 뻥쳐." "......통할까?" "오줌 싸고 싶어서 화장실 갔다는데 지가 뭐라겠어?" "2교시 끝나고 어딜 갔냐고 하면?" "선생님이 불러서 교무실 갔다 그래." "......" 그렇게 하여 도착한 곳은 매점 입구, 정섭이는 빵과 과자를 사러 발 디딜 틈도 없는 매점 안으로 들어섰고 인용이는 자판기에서 뜨뜻한 커피를 뽑아 내게로 내민다. "마셔. 마시고 힘내. 나란 놈이 해줄 수 있는 건 이거 뿐이지........으악?!" "왜 그......" 순간 누군가가 내 귓가로 입김을 불어넣으며 뒤에서부터 내 목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끌어 안은 팔로 힘이 주어진다. 수.....숨막혀 켁! "니가 뛰어봤자 내 손바닥 안이지......어디서 마빡을 함부로 굴리냐 굴리길? 너 일부러 나 도 망다녔지. 죽을래? 정말 한 번 죽어볼래? 엉? 엉? 자꾸 나 엿 먹이면 너 좆되는 수가 있 어......" 최고다. 어흑 최고다. 적당하게 놔줄줄 알았는데 끈덕지게 달라붙어서 놔줄 생각을 않는다. 어지간히 성질 났나부다. 눈 앞의 성인용은 망연자실해져 나와 최고를 바라볼 뿐이다. 인간 아 나 숨막혀서 죽을 거 같애...좀...말려...봐...... "야 그 손 놓지 못해!" 등 뒤의 뒤로 익숙한 음성이 들려온다. 잠깐이지만 최고의 팔에서 힘이 쑥 빠진다. 그 틈을 노려 재빨리 최고의 품에서 벗어났다. 숨을 가다듬으며 인용이 곁으로 물러서는데 최고는 여전히 뒤도 안돌아보고 서있는 상태고, 녀석의 등 너머에는 위풍당당하게 소보루(이건 아 닌데)와 새우깡(정말 이건 아냐)을 손에 든 정섭이가 서있다. "저....이정섭......" "정섭아......" 나와 인용이는 겁에 질려 정섭이와 최고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정섭이는 더 이상 최고의 행패에 못 참겠다는 듯 죽을 각오를 한 것 같다. 최고는 여전히 나와 인용이 쪽으로 시선 을 둔 채 뒤돌아 볼 생각을 않는다. 우.....웃고 있다. 웃고 있어. 비웃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냐, 최고? 장희빈이 니 장난감이냐? 허구헌날 쫓아다니면서 괴롭히 고. 자칭 짱이라는 놈이 할 짓이 그렇게도 없냐? 왜 가만 있는 애를 건드려서 겁을 줘! 넌 눈이 없냐? 똑바로 장희빈 좀 쳐다봐. 너만 보면 무서워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그리고 왜 맨날 장희빈 숙제를 뺏는 거냐? 장희빈은 숙제 하나 할려면 밤새는 거 몰라? 걔가 엄청 고 지식해서 참고서는 베끼지도 않고 지 힘으로 알아서 공부하고 숙제하는 애야. 게다가 속력 은 또 어찌나 느린지 공책 한 바닥 쓰려면 밤 새는 놈이란 말이다!" ......어쩐지 정섭이가 하는 말이 삼천포로 빠지는 듯한 기분이다. 뭔가 아주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하나 둘 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뭔 일이냐? 엇 최고다!' '저거 겁대가리 없네......최고한테 덤비는 거야?' '존나게 터지겠네?' 여기저기서 수근거리기만 할 뿐 큰 소리를 내는 놈은 하나도 없다. "......." 반면에 최고는 너무나 조용하다. 여전히 뒤돌아서지도 않은 채. 힐끔 내게로 눈을 돌린다. 길게 찢어진 외꺼풀의 눈, 정말 무섭다. 그런데 갑자기 최고가 이를 드러내며 소리없이 웃 는 다. 나는 경악하여 나도 모르게 인용이의 마이 자락을 붙잡고 말았다. 그리고- 최고가 휙 뒤돌아선다. 그런데 죽을 각오로 최고에게 덤비던 정섭이의 얼굴이 차츰차츰 회 색을 띠더니 급기야는 새하얗게 질려버린다. 최고는 한 마디의 말도 없었고 한 방의 주먹 질 발길질도 없이 그냥 정섭이에게 다가갈 뿐이다. 최고가 정섭이에게 가까이 가자 정섭이는 서서히 뒷걸음질치며 물러났다. 그렇게 물러나고 물러나고 물러나고 물러나다가 급기야는 매점 건물 벽까지 몰리고 말았다. 여전히 최고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는 없 었 지만, 정섭이의 표정을 보아하니 대충 어떤 모습일 지는 상상이 갔다. 최고는 정섭이의 귀 에 다 대고 몇 마디 속삭인 후 그대로 자리를 뜨고 말았다. 뭔가 대단한 걸 기대한 아이들은 실망하여 하나 둘 그 곳을 떠버렸고 남겨진 사람은 정섭이와 나 그리고 인용이 뿐이다. 나 는 서둘러 정섭이한테 달려갔다. 입을 벌리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정섭이의 눈은, 말라 비틀어진 멸치의 그 것과 흡사했다. "야 무슨 일이야, 최고가 뭐랬는데?" "......" "야 이정섭 정신차려!" "......" 결국 정섭이는 끝까지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가 그 길로 조퇴증을 끊고 집으로 가버렸다. ......최고가 정섭이한테 뭐라고 했길래...... "세상은, 참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야. 안 구래∼?" 최고와의 일이 있은 후 정섭이는 애가 약간 이상해졌다. 뭔가에 달변한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세상의 비밀'이 어쩌구 일장연설을 해대는데 나는 도무지 녀석의 돌변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맛탱이가 약간 간 듯도 한 것이.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녀석을 올려 다 보자 정섭이는 '흐흐'하고 씁쓸한 미소를 띄며 의미불명의 말을 하곤 했다. "......어떤 사랑은 위대하지, 이해할 수 없는 바도 아니야." "미친 놈!" 인용이는 자기 책상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 그런 소리를 하던 정섭이를 확 밀어버렸다. 그 덕에 정섭이는 저만치 나가떨어졌고 그러면서 또 길게 한숨을 내쉰다. "최고가 너한테 뭐랬냐고 끝까지 물어도 입 앙 다물고 암 말 않다니, 뭔 헛소리야?!" "너 같이 꽉 막힌 놈은 내가 말해줘도 이해못할 거야." "아 그러니까 뭔 말을 했냐고?" "비.밀.(찡긋)" 오싹 소름이 돋는다. 정섭이는 일부러 오버하면서 사뿐사뿐 걸어 제자리로 돌아갔다. 인용 이 는 답답해죽겠다는 듯 제 가슴을 쳐대며 씨근거린다. 궁금한 게 생기면 밤잠을 설치는 인 용 이......한 동안 잠 못 이루게 생겼다. 아 물론 답답하고 궁금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가끔 정 섭이를 돌아보면 허공을 쳐다보며 히죽거리기도 하고 나와 시선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이유 를 알 수 없이 '으흐흐'거리는데. 아무래도 최고의 강도 높은 협박을 받은게 틀림이 없다. 불 쌍한 것. 그러게 누가 나서랬나. 아 자꾸 신경이 쓰인다. 물론 어디서 오는 시선인지는 알고 있다. 여기는 유성학원 단과반 203호 교실이다. 대성고 등 학교 애들이 대부분이고 간간히 대성여고 대성상고 학생들도 눈에 뜨인다. 젊은 여선생님 의 열띤 강의가 이어진 가운데 나는 열심히...돈 아까워서라도...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다. 바싹 곁에는 두 손으로 턱을 고인 최고가 당연한 듯 앉아있다. 가끔 수업이 지루한 지 하품을 해 대고 엎드려서 자기도 하고 그러다가 심심하면 나를 구경한다. 왜 쳐다보냐고 그럴 수도 없 고 답답하다. 아주 약간 싫은 얼굴로 돌아보니 최고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뭘 쳐다보고 지랄이야?" "......(지가 먼저 봐놓곤)" "샹 존나게 지루하네." "......(어이 다 들려)" "시벌, 전교 1등 하려고 작정했나. 뭘 그렇게 열심히 써재껴?" "저, 고야. 지금 수업 중이거든?" "그래서?" 한참을 뜸들인 후에 뱉는 말이길래, 알았다고 대꾸할 줄 알았는데 역시 허를 찌르는 뻔뻔 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 아닌가 역시 최고 답다고 해야 할 대꾸인가. 어찌 되었건 최고가 이렇 게 나올 때는 무시하고 계속 나 하던 일만 하면 된다. 녀석하고 어울리면서 나름대로 습득 한 최고대처방법이랄까. 혼자서 발광하게 가만 내버려두면 한동안 승질 부리다가 제풀에 지 쳐 나가 떨어진다. 역시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든 적응하게 마련인가 보다. 세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학원 버스를 기다리는데 원장 선 생님이 아주 미안한 얼굴로 학생들에게 통보한다. "미안하다 얘들아, 버스운행 중에 사고가 났다는 구나. 오늘은 학원버스가 못 오니까 각자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버스비는, 서무실 김양에게 말해둘테니 모두들 받아가도록." "아 귀찮아 죽겠네." "사고 났다고라?" "야 겜방 들렀다 갈까." 최고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버스 타고 집까지 가기가 귀찮은 듯. 최고네 집이 대 영동이랬으니 여기서 집까진 버스로 한 시간...지루하겠다...... "저 그럼, 고야 잘가. 내일 보자......" "......잠깐." "응?" "어디 가는데?" "집에 가야지......시간도 늦었고......" "집이 어딘데?" "수성동......" "......왜 그렇게 먼거야?" "어?" "말귀를 못알아들었냐? 우리 집 하고 완전 반대잖아." "......(그래서)?" "......씹, 두 시간은 걸리겠네......" 한참을 혼자서 중얼중얼 하던 최고는 나를 한 번 돌아보고 '따라와' 한다. 이 시간에 대체 어딜 가자는 거야. 지금 벌써 10시잖아. 나 빨리 집에 가야 한단 말야. 넌 뭘 믿고 그렇게 제멋대로니 응 최고...... "직한이 새끼 바이크를 뺏든가 해야지...중얼중얼..." "(아무튼 최고 입에서 뭘 사야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집은 또 뒈지게 멀어요......씨벌!" "(왜 저렇게 궁시렁 대 더 불안하게시리)......" 학원 뒷 쪽으로 난 길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최고를 따라 가다보니 어쩐지 버스정류장으 로 향하는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결국은 집에 갈 거면서 뭘 그렇게 투덜거리고 성질을 내는 건 지. 또 괜히 나한테 불똥 튈까 몸 사리며 종종종 최고 뒤를 따라가는데. "햐∼이거 간경화라도 걸렸나......좆밥쉐이 어디서 개겨?" "예뻐서 봐줄려고 했드니만 아주 기어오르네 기어올라." "샹노무 새끼 어디서 노려봐? 그 이쁜 눈 뽑히고 싶냐!" 어디선가 들려오는 심상찮은 소리에 귀가 쫑긋 세워진다. 그건 나 뿐만이 아니고 최고도 마 찬가지였는 지 딱 걸음을 멈추고 소리의 발원지를 찾아 이리저리 고개운동을 한다. 그 때 최고와 둘이서 서 있는 장소에서 딱 십 여미터 쯤 전방에 있는 한 무리의 군상들이 떠올랐 다. 세 명의......대성상고 애들이랑......대성중학 교복을 입은 어린이가 하나. 뭐지...삥 뜯는 건 가. 불안한 눈으로 최고를 살펴보니, 의외로 심드렁한 표정이다. 상관 않겠다는 건가? 그럼 다행이지만 서두...... "씨발 나잇살 처먹었으면 나잇값이나 좀 하지 애꿎은 중딩 붙잡고 뭔 개지랄들이야! 내가 누군줄 알고 육값 떠는거야? 븅신들 존 말 할 때 발 닦고 집에 가서 자빠져 자. 개같은 새 끼들아." ......허걱, 저 중학생 깡이 거의 최고 수준이구나. 어쩌지 저렇게 덤벼들다 맞으면 덜 아플까. 진짜루 때릴텐데. 보는 내가 다 심장 떨릴 정도였다. 여전히 무심한 얼굴의 최고는 그저 멀 찍이서 관조만 할 뿐, 아무 감흥이 없는 얼굴이다. "요게......진짜!" "입냄새 나 입 열지마 이 찐빠 새끼야!" ".....안 구해 줄꺼야 최고?" "삐꾸새꺄 나한테 무슨 득 될거 있다고 저 핏덩이를 도와?" "너무해 저러다 맞아죽을거야." "죽든지 말든지." "너......너무해!" 지....진짜 진짜 진짜 상고 애들 주먹이 올라간다. 안돼. 저 어린 애 맞아죽겠다. 그만 해 그 만 해 그마...안..... "그만 해!!!" 나도 모르게,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벼룩이 지려 논 오줌 만큼의 깡도 없는 내가, 다다다 달려가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느닷없는 나의 등장에 깜짝 놀라던 대성상고 패거리들은 곧 이어 피식 웃으며 안심을 한다. 어쩐지 상당히 비참한 기분... "이건 또 어디서 굴러먹던 개뼉다구야?" "새끼 니가 무슨 참견이야!"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군!" 아무 대책없이 달려들었다가, 최고 뺨칠 정도로 살벌하게 생겨먹은 양아치들에게 둘러쌓이 고 말았다. 아니 저 그게......중학생은 괜찮은 가 싶어 쳐다봤더니, 이.....이럴 수가......가까이 서 보니 엄청 이쁘게 생겼다! 그 예쁜 눈으로 나를 지긋이 노려보는데 웬 쓸데없는 참견이 냐고 말하는 듯, 전혀 고마워하는 얼굴이 아니다. 어쩌면 좋아? 최고의 장희빈 5. ***** "거기까지-" 스윽-어느 결에 등 뒤로 다가온 최고가, 뒤에서 내 목을 감으며 말했다. 최고가 어떤 얼굴 이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세 양아치들 갑자기 표정이 백 팔십도로 바뀌어서 쪼그라들었다. 아마도 누구인지 알아보고 있는 듯. 워낙에 유명하기도 유명하지만, 반 년 전까지만 하더라 도 상고 짱이었으니. "내 친구한테 뭔 볼 일 있냐, 니들?" "......아, 아니......아니......" "전혀 전혀! 오......오랜만이다 최고!" "니 친구인지 모르고......." 갑자기 이 세 아이들, 아방하게 변해버렸다. 더듬더듬 말을 더듬으며 횡설수설하는데 극악 의 성깔인 최고를 익히 잘 아는 부류인 듯 싶었다. "셋 셀 동안 안사라지면 아스팔트에 턱 갈릴 줄 알아 씨발쉐이들아. 하나..." "!!!" 그리곤 정말 만화에서 익히 보아왔던 엑스트라들의 줄행랑 그대로 피융∼소리를 내며, 상 고 아이들이 물러가고 말았다. 이 모든 사태는 정확하게 2초 만에 종결지어졌고 얼 빠진 얼굴 로 서있던 나는 최고에 의해 목 조르기를 당한 후 한동안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저......" "뭐야?" "......대성고등학교 최고 맞죠?" "그렇다면 어쩔 건데, 니가?" 저렇게 싸가지 없게 대꾸하다니. 에휴∼ 하긴 니가 그래야 최고지.....안 그렇냐...... "우와∼진짜 짱이다! 딱 세 마디로 그 양아치들 쫓아보내고, 대단해요!!!" "......시꺼! 야 무수리, 가자!" "저, 대성중학교 백연우라고 해요. 정말 고마워요 형!" "나 너같은 동생 둔 적 없어, 가자니까 장희빈!" "백연우에요∼꼭 기억해줘요!!!" "썅 별 그지발싸개 같은게......귀찮게 엉기네......" 최고에게 어깨를 붙잡혀 질질 끌려가면서 뒤돌아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는 예쁜이...... 아니 백연우가 팔짝팔짝 뛰면서 손을 휘젓는다. 꼭 스타 쫓아 다니는 열혈팬 마냥. 아주 좋 아죽을라고 한다. 끝이 최고에 의해 마무리되어 그렇지, 처음엔 내가 구해줄려고 했는데...... "......봐, 봤어? 저 연우라는 애 남자애 치곤 굉장히 예뻤지?" "예쁜 년들 씨가 말랐냐?" "아니.....그게......얼핏 봤을 땐 얼굴이 하얗고 갸름해가지고.....쌍커풀도 예쁘게 져서......속눈 썹 도 디게 길고." "조또.....씨바 드럽게 눈도 좋네. 그 어둔 데서 핏덩이 새끼 면상을 잘도 들여다봤구만." "......가로등, 있었는데?" "무수리 년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나......갑자기 존나 말많네." ......그리곤 대화 같지도 않은 대화는 끝, 이어지는 침묵, 고요한 세상. "저......최고, 이 쪽 방향......너네 집 아니잖아?"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고 나서,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아직까지 내 옆에 붙어있는 최고 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최고는 막 잠이 들려고 했었는 지 눈이 반쯤 잠긴 상태였는데, 갑자기 내가 입을 떼니까 번쩍 눈을 뜨고 입을 실룩거린다. 아 어떡해, 또 쌍소리 나오겠다. "......니가 어떻게 우리 집을 알어?" 잠긴 목소리, 별루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워낙에 좁은 도시이다 보니 이 시간이면 버스 엔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아주 잠긴 최고의 목소리가 버스 안을 울려퍼진다. 맨 뒷좌석 에 앉았는데 사람들 없다구 기사 아저씨는 버스 불도 안켜고 마구 내달리는 중이다. 어둠 속 에 서 보는 길게 찢어진 눈은 가히 엽기다. "......니가 전에 얘기해줬었잖아. 집, 대영동이라고......" "......그래서?" "......(또 나왔다 말도 안되는 물고 늘어지기)......아니 니가 물었잖아....니네 집 어떻게 아느냐 고.....나한테......" "......흠......" "......(뭐야 무시 때리긴가)......" "......" "......" 대화가 안된다. 차라리 벽보구 이야기를 하지......끌...... 엇?! 갑자기 최고의 팔이, 내 어깨를 두른다. 워낙에 많이 당해봐서 익숙하긴 했지만 갑작스레 팔 을 두르니까 난감해진다. "......졸라 심심하군, 갑자기 짱날려구 그래. 재미난 얘기 있음 읊어봐." "재......재미난 얘기?" "잼 없으면 조져버린다." "......" 새하얗게 타버리겠다는 말, 내가 여러 번 언급했었다. 그리고...... "저......근까....'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노래 알지......이거 사오정 버젼 알고 있어? 아 모른 다 구......얘기해 주께....이거 디게 웃겨......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사오정 : 밥 먹는다...... 무슨 바안찬, 사오정 : 밥 먹는다........................아하하 재...재밌지?" "......" 뭐라고 좀 말이라도 해줘 제발 부탁이야. 이 이상 피말렸다간 나 죽을거야..... 한참 후, "......큭." "?" "아∼잘근잘근 밟아죽이고 싶은데......벌벌 떠는게 귀여워서 봐줬다." "......" 난, 사오정 얘기 듣고 뒤집어지는 줄 알았는데. 역시 최고에겐 상식적인 유머조차 통하지 않 는다. 속으로 어서 빨리 집이 있는 동네에만 도착하기를 빌고 또 비는데 뜬금없이 최고가 먼저 말을 붙여온다. "야∼무수리. 넌 왜 그렇게 못되게 생겨먹었냐?" "......" "눈꼬리는 쫙 찢어져갔고 눈은 오죽 커요? 눈썹도 치켜올라갔지 콧날도 디따 날카롭지 입 술 은 또 얍실하게 생겨갖고. 너 어렸을 때 이유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터지고 그런 적, 없 냐?" ".....어 없는데......" "존나 얄밉게 생겼다 이 말씀." "......(또 뭔 시비를 걸려구)......" "근데 그 얼굴에 그런 삐꾸 같은 성격이라니, 고생이 심했겠구나." "......(너만 해도 날 고생시키잖아)......" "진짜 불쌍한 인생이야......츠츠......" "......(혀 차지마)......" "나를 안만났더라면 얼마나 더 고생하고 있었겠냐. 나라는 든든한 빽이 있으니 딴지 거는 새끼들이 하나라도 있길 하냐......적어도 생긴 거 땜에 오해사고 문제 될 일은 없으니, 안그 래?" "......(너가 제일 문제야)......" "어때, 내가 감사하지? 고맙지?" "......(너가 제일 문제라니까)......" "왜 대답이 없어? 죽을래?"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래, 그래야 인간이지?" "......(넌 인간도 아냐)......" ......어떻게 집으로 들어갔는 지 모르겠다. 무슨 심보로 그랬는 지는 모르겠지만 최고는 나 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내일 화학 레포트 있으니 꼭 해가지고 오라는 당부를 덧붙인 후 콧노 래를 부르며 사라져갔다.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 대성통곡을 하니, 엄마가 놀라서 달려나오 며 무슨 일이냐고 다그친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울면서 방으로 돌아가, 화학 레포 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야야 장희빈, 저기, 저기 쫌 봐." "왜?" 10반과의 합동 체육시간, 반대항 축구를 하던 중이었다. 운동장 스탠드에 쭈그리고 앉아 애 들의 더티 플레이를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성인용이 멀찍이서 걸어오는 누군가를 가리켰 다. 그건 부짱 정직한 이었다. 그렇잖아도 살벌한 인상이 구겨지기까지 하니 정말 두려웠다. 애써 못 본 척 안 본 척 고개를 돌려 그 눈길을 피했다. "어......어어......온다 온다!" "!" 슬금슬금 다가온 정직한의 눈에선 불똥이 튀고 있었다. 찢어죽일 것 처럼 노려보는데 최고 와는 색다는 종류의 호러다. 갑자기 솥뚜껑 같은 손이 꽉꽉 어깨를 내리누른다. 한참을 노 려 보던 녀석이 뭔가를 간신히 억누르는 듯한 음성으로 의미불명의 말을 한다. "......뺏겼어......" "으, 응? 뭐......뭘?" "......방학 동안 뼈빠지게 노가다 해서 모은 돈으로 샀는데......" "응?" "......아직 우리 경아랑 시승식도 제대로 못해봤는데......"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흑 나 쫌 내버려 둬. "최고랑 아껴서 잘타라......기스라도 생기면 니가 죽을 줄 알아......" "......" 끝까지 이해못할 말을 남긴 후 정직한은 사라져갔다. 인용이는 최고 때문에 나의 신변이 심 상치 않게 돌아간다며 애석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느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그저 입술만 물어뜯으며 속만 바작바작 태우고 있을 따름이다. 그 날 저녁이 되어서야, 나는 낮에 있었던 정직한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희안하게 도 그 날은 최고가 날더러 먼저 가라고 일렀었다. "머, 먼저 가도 돼?" "어." "진짜야?" "샹, 두 번 입 떼게 하지마!" 나는 간만의 해방에 팔딱팔딱 뛰고 싶었지만 최고 앞인지라 자중해야만 했다. 하지만 너무 기뻐하는 티 냈다간 또 괴팍한 성질 건드릴 것 같았고 하여 자못 아쉬운 듯 양 미간을 살 짝 찌푸리며 물었다. "......저, 무슨 일 있어?" "......"(이 때의 최고는 의외라는 듯 나를 한 번 쳐다봤다) "아니......그, 그냥.......아무 일 없음 됐고......" "........뭘 좀 가지러 가야해."(이상하게 최고는 보기 드물게 웃으며 욕.을. 안했다) 최고에게 안녕을 고하고 뒤돌아설 때의 그 기분이란! 그 삐딱한 최고의 시선을 느끼지 않아 좋았고, 빈정거리는 말로 날 씹어대는 소리를 듣지 않아 좋았고, 무엇보다도 같은 공간에서 같이 숨쉬는 일이 없어서 좋았다! "늘 학원 가는 길이 지옥 같았는데, 그 날 저녁 내 눈에 비친 그 길은 꽃길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내게 왜 그렇게 기분이 좋냐고 묻는다면 난 아마도 그렇게 답했으리라. 최고도 없고 기분도 캡 좋은데 학원 째버릴까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엄마에게서 애 써 타냈던 학원비가 아까워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열심히, 수업(세 시간)을 듣고 난 후 여전히 업 된 기분을 유지하며 학원문을 나서려는데! "야!" 아이들과 섞여 우르르 빠져나오는 찰나 갑자기 어디선가, 아주 불길하고도 사악한 음성이 들려왔다. 울상을 지으며 학원버스가 세워진 정문 쪽으로 시선을 이동하니 그 곳에는, 엄청 나게 눈에 튀는 은색 바이크에 올라탄, 최.고.마.귀.가 버티고 있었다! "야, 타!" 아이들은 버스에 오르다말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최고와 그 번쩍번쩍한 바이크를 번갈아가 며 쳐다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굉장히 중량감 있고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꽤나 고가 일 것 같은 바이크......갑자기, 낮의 정직한이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뺏겼어...... 방학 동안 뼈빠지게 노가다 해서 모은 돈으로 산 건데...... 아직 우리 경아랑 시승식도 제대로 못해봤는데...... 최고랑 아껴서 잘.타.라. 기스라도 생기면 니.가. 나한테 죽.을.줄. 알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눈 앞이 핑그르르 돌아가는 와중에도 최고가 손을 까딱까딱하는게 보 여 비척거리며 녀석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얼굴로 웃으며 외쳤다. "멋있지? 뿅 가지?" "......(너무 어이가 없이 말이 안나왔다 이건 분명히 정직한 바이크임에 틀림이 없다)....." "내 껀 아니구. 직한이 새끼 껀데 잠깐 빌린 거다." "......(그런 일을 강탈이라고 한다 최고야)......" "타 집까지 바래다 줄테니." 필요없어 하구 입을 열었는데 최고가 눈을 번뜩이며 '뭐? 너 방금 뭐라고 씨부렁댔냐?'하 길 래 사색이 되어 얼른 최고 뒤에 올라탔다. 보는 것과 달리 직접 타보니 높이가 장난 아니 었 다. 중량도 상당히 나가는 것이, 조금이라도 잘못 몰았다간 와장창 미끄러져서 그 길로 세 상 에 하직을 고할 것 같다. 최고는 이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한 번만 더 자기 말 거역하면 '최소 사망 최고 죽음'이랬다. 그래놓고는 자기가 한 말에서 일말의 유머를 느꼈는 지 킬킬거리는데......사망이나 죽음이나 그게 그거지...... "저......최고야, 너 이거 몰 줄은 알어?" "말밥이다." "......정말이야?" "금방 직한이 새끼한테 배우고 왔어." "!!!!!!!!!!" "잘 모니까 걱정 붙들어 매, 글케 불안하면 대갈통에 이거라도 써!" 그러면서 헬멧을 푹 씌우는데 그건 생각보다 엄청 무거웠다.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그게 아 니고......뭐라 말을 해서 당장 최고를 멈추게 만들어야 하는데, 입을 여는 순간 최고는 바이 크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최고의 장희빈 7. *****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울지요....... 정말이지 펑펑 울었다. 미친 듯이 소리지르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최고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최고를 더욱 폭주하도록 몰아붙이는 촉매가 되었다. 하지만 그 렇 게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제 정신이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엉엉 울 면서 살려달라고 제발 멈춰 달라고 싹싹 빌었지만 최고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조차 하지 않 았다. 바람이 아주 거셌다. 교복바지를 뚫고 들어온 바람 때문에 허벅지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나중에는 목이 쉬어서 소리도 제대로 지를 수 없었다. 신호도 무시한 채 계속 내달리던 최고가, 뭔 바람이 불었는 지 중앙역 부근에서 서서히 속 력을 줄인다. 사거리 신호등이 보인다. 여기서 좌회전을 해야 우리 집이 있는 토성동으로 향 하게 된다...... "야 무수리, 어때? 조∼∼∼∼∼올라 뿅가지 않냐?" "......훌쩍훌쩍......" "대답 안해?" "......훌쩍......으응......" "아 고만 울어!" "......뚝......" 서럽고 원통하고 억울하고 답답해서 최고 허리만 껴안고 또 울었다. 소리질렀다간 한 대 터 질 것 같아서 이번엔 소리도 없이 그냥 울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학원 안가고 바로 집으로 향하는 건데...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또 하나의 마가 끼어들고 말았으니. 여전히 훌쩍훌쩍 질질 짜고 있었는데, 갑자기 양 옆으로 소위 '뿅카'라는 것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꼭 각본이라도 짜고 미리 맞추기라도 한 것 처럼. 모두 다섯 대의 뿅카 에 각각 올라탄 아이들은 한결 같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이 쪽을 야리던 떡대가 피식 웃으며 최고에게 아는 체를 한다. "어이, 고! 멋진데? 역시 무식하게 힘만 센 놈이라 그런 괴물을 잘도 몰고 다니네!" "......불만있냐?" "그거 완전 레이싱 용이잖아. 이런 길바닥에서 CBR을 굴리다니 너 뭘 알기는 알고 모는거 냐?" "뭐?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씨바알?" "......"(대빵 노랑머리는 잠시 할 말을 잊은 듯 했다) "근데 뒤에는 뭐냐? 니 깔?" "썅 저게 눈이 삐었나, 내 수준이 이거 밖에 안될 거 같아?" "흐......최고 수준이야 뻔하지......" "씹쌔끼 너 자꾸 깝칠래? 지난 번에 성대 나간 걸로는 성이 안풀리나 보지?" "......최고, 너가 진짜 뜨거운 맛을 못봤구나......" "그래 이번엔 어딜 이뻐해 주까? 눈? 귀? 아님 팔 다리?" 상당히 스팀 오른 듯한 대빵 노랑머리, 좌회전 신호가 들어옴과 동시에 오른손 가운데 손 가 락을 들어보이더니 힘차게 '상고 최고 꼴통 새끼' 외치며 달아났다......그리고 그 뒤를 네 대 의 오토바이가 질주하며 뒤쫓는다. ".......조미남 저 개쉐이가......." 최고가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고 혐오하는 말, '상고에서 온 최고 꼴통'. 이 언어적 유희 에 못내 콤플렉스를 느껴오던 최고. 이를 가는 소리가 뒤에까지 다 들려온다. 설마? 설마 하는 사이에 급속하게 출발하기 시작한 고의 '씨비알'. 이미 최고의 눈에는 대빵노랑머리 외에는 암 것두 안비치고, 그 귀에는 대빵노랑머리의 뿅카소리밖에 안들릴 것이다. 묵직하게 내달 리 던 바이크가 차츰 가속한다. 내 심장박동도 차츰 가속한다. 세포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몰아 닥치는 바람에 묻어나갈 것만 같다. 아......고야......최고야.......내 전생에 무슨 업화를 졌기 에...... "야 이 거북이 쉐이들아! 그것도 바이크라고 몰고 다니냐? 느려터졌군 느려터졌어!" 그렇게 말하고 최고는 한 뿅카에 바싹 붙어서 발로 무식하게 뿅카를 밀어붙였다. 어어? 하 면서 흔들흔들 하던 뿅카는 결국 슬립하여 와장창 엎어져서 뒤로, 뒤로 하염없이 물러났다. 미처 말릴 틈도 없이, 도시 한복판에서, 발생한 사건. 최고를 통해 하도 어처구니 없는 일 을 많이 겪었지만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은 없었다. 이건 정말 사람 죽이려고 작정하고 달려드 는 참이니! 그렇게 뒤집어지고 자빠진 뿅카가 모두......넷. 곳곳에서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급격하게 멈추다가 연쇄추돌하고, 사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이 모든 사고의 주연은 불받 은 마귀 최고. 그 마귀 뒤에 매달린 나의 기분이 어떻겠는가. "......최고! 최고야......!" "나 최곤거 아니까 아가리 다물어! 혀 깨물기 전에!" "...그...그게 아니....으아악!" "조미남 너두 한 번 죽어봐라!" 최고의 마지막 말은 바람에 묻혀 자세히 들리지 않았지만, 아마도 '조미남 죽어라' 정도였던 것 같다. 역시 비싸보이는 오토바이 답게 대빵 노랑머리의 뿅카 정도는 수월하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바로 옆까지 따라붙어 최고는 자신의 전매특허 살인미소(말 그대로 한 번 최고 의 미소를 보고 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를 노랑머리 '조미남'에게 날렸다(이건 나의 추 측 이다). 나는 이 한 몸 보신해보겠다고 죽을둥살둥 최고 허리만 붙잡고 고개만 숙이고 있어 자세한 사태파악을 할 수 없었다. 바람결에 최고가 대빵 노랑머리에게 뭐라뭐라 몇 마디를 더 때렸고, 이윽고 조미남은 최고에 의해 앞서 간 무리의 전철을 밟게 되었다...... 혼이 빠져나간 상태로 최고에게 매달려 입만 벌리고 있는데, 속도를 줄인 최고의......아니 엄 밀히 말하자면 정직한의 바이크를, 경찰차가 뒤쫓는다. [거기 앞, 오토바이, 서라!] 설마 공권력을 무시하겠냐 싶어 슬쩍 최고의 옷끝을 잡고 흔들어대는데, 최고는 멈출 생각 은 않고 여전히 슬슬 바이크를 몰기만 했다. [오토바이, 길 한 쪽에 대라!] 최고는 '너야 씨부려라 나는 내 갈 길 갈란다'식으로 경찰들의 말을 개무시 때리고, 묵묵하 게 바이크를 몰았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멈추라고 몇 번이나 최고를 재촉했다. 하지 만 이 인간, 전생에 쇠심줄이었는지 도통 말 들을 생각을 않는다. [길 한 쪽에 대......에엥?] 어느 결에 바이크의 곁까지 다가온 경찰차. 근엄해 뵈는 제복과 제모를 걸친 경찰의 표정 이, 한 순간 딱 굳어진다. 최고는 옆으로 돌아본 후 아주 능글맞게 웃으며 그런 경찰에게 인사 를 건넨다. "헤헤 아저씨, 안녕하세요?" "너......분명 서장님의......최고 아니냐?!" "한 번만 봐주세요. 그 자식들이 날 먼저 건드렸다니깐." "하...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서장님께서 아시면 어쩌려구?!" "그러니까 좀 봐달라구, 인간 하나 골로 보내고 싶지 않음." 웬 일로 실실 쪼개며 정중하게 부탁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 성질에 그런 말투가 언제까지 유지되겠나. 마지막엔 반말 찍찍 까면서 부탁이 아니라 협박을 하는데, 참말로 최고는 인간 이 아니라 금수(ÐØa®)다. "그럼 봐주는 줄 알고 나는 이만 사라질께요. 필승!" "......(뭐가 필승이야 뭐가?)......" "......쫓아왔다간, 더 일벌이는 수가 있어......" "......(아아 너란 인간은)......" 멍해져서 입만 벌리고 있는 경찰들에게(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으면 그 경찰들이 차를 도 로 한 가운데다 멈추고 서있었겠나)마지막까지 허를 찌르고, 최고는 유유하게 그 곳을 떴다. 최 고는 아주 기분이 좋아보였다. 나는 녀석의 의중을 살펴본 후, 없는 힘 간신히 짜내어 애원 했다. 멈춰 달라고. 이제 집이 있는 동네까지 다왔으니까. 더 탔다간 말라죽겠다고. 울먹거 리 면서 하소연했다. 그런데, 울먹거린게 오히려 부작용으로 작용했는지 그 때까지 즐거워하던 최고가 버럭 성질을 내며 다시 바이크의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맘 바꿨다. 집까지만 바래다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온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싶네." "......" "꽉 잡아 새끼야!" "으.....으.....으아아아악!!!!!"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울지요...... 최고의 장희빈 8. ***** "......뭬∼야?!" "큭......큭큭....으하하!" "중저∼언! 중저∼언!!!" "똑같애 똑같애, 안그래?" 지금 최고는 배꼽 잡고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여기가 어딘고 하니 학생들이 화장실보다 자주 애용하는 매점. 내 맞은 편으론 최고가 버티고 앉아서 미친 듯이 웃고 있고, 그 양 사 이드로 황보석, 정덕목, 이강제, 고평수가 앉았다. 최고가 테이블을 쾅쾅 두드리며 바로 곁 에 있던 황보석을 붙잡고 웃기지 않냐고 동의를 구한다. 황보석은 어색하게 웃으며 정말 재밌 어 하고 말한다. ......정말 나의 이 가당치도 않은 '경빈' 연기가 재미있는 걸까. 아마도 그들은 자기들을 붙잡고 늘어지는 인간이 '최고'만 아니었어도 벌써 자리를 박차 고 매점을 뛰쳐나갔을 거다. 아니 그전에 씨알도 안먹힐 '경빈' 흉내 내는 나를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팼을 지도 모른다. 기말고사가 끝났고 성적발표가 있었다. 최고의 등수는 전체 54등. 상위 십퍼센트에 드는 성 적이었다. 편입해 온 후 놀랄만한 성적향상이었건만 이전에 자신이 목표로 했던 50등 안에 못들었다며 나를 추궁했다. 이 말도 안되는 억지에 몰려 나는 내 무덤을 파는 짓을 하고야 말았으니...... "알았어, 알았어. 내 잘못이 커. 미안해!" "흐∼미안한 줄은 아네?" "......그래......" "......진짜 미안하냐?" "......어....응?" "진짜정말사실진실로 미안하냐?" "......(불안하다)......" "왜 대답이 없어!" "응!" "그럼, 경빈 흉내 내!" "......(뭐라?)......" "전부터 생각했는데, 니 이미지가 딱 경빈이야!" ".................." 그리하야 인간들 우르르 몰려 든 점심시간. 매점 한가운데 위치한 테이블 위에서의 쌩쇼 한 판. 처음에는 흥미있어 하며 몰려들던 아이들도, 나중에는 무려 예순 여섯 번이나 '뭬∼야' 와 '중저∼언' 소리를 내는 나에게 동정과 연민의 눈빛을 보냈다. 재수없게 그 때 그 시간, 매 점 으로 들어서던 일진 애들은 마귀 최고에게 붙들려 삽 십분 가까이 장희빈의 '경빈 쇼'를 관 람해야만 했다. '너무 재밌어서 죽을 것 같애' 란 맘에도 없는 맞장구까지 쳐가며. 낯빛은 창 백해져가지고. 처음, 최고에게 찍혔을 때의 이야기- 최고는 나를 무수리로 격하시켰던 그 날부터 매일 매일 우리 교실에 들러 나를 갈구기 시 작 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그 때 정직한을 비롯한 일진 아이들은 이런 현상을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다. 왜냐하면, 짱이나 되는 녀석이 일개 범생이랑 어울려 다니며 시시덕거리는게 그들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명백하게 오해를 한 거다. '어울려 다니며 시시덕거린다'가 아니라 '쫓아다니며 피를 말린다'가 적당한 표현이 다. 일진 아이들은 나중에서야 최고가 나에게 가하는 적나라한 정신적 육체적 괴롭힘을 목도했 다. 그리고 자신들이 잘못 생각했었던 걸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린다. [장희빈......알고 보면 불쌍한 놈] "봤냐 점심 때 매점에서?" "곁에서 지켜보던 내가 다 울고싶어지더라." "장희빈 얼굴이 반쪽이 됐어." 시끄럽다∼너희들이 더 짜증나. 쫑알쫑알 거리지 마. 제발 이 순간만이라도 좀 쉬어보자. 사 람 좀 살자 응? 기진맥진해져 교실 책상에 엎어져 있으려니 정섭이가 기척도 없이 다가와 모를 소리만 한다. ".....많이 힘드냐?" "............................................그래." "......사물만이 아니라, 현상의 진실 또한 왜곡되어 나타날 수 있지." ".............................................?" "예컨데, 우리가 빛을 통해 볼 수 있는 사물은 과연 진정한 사물의 본체일까 라는 문제야. 인간의 안구에 수용되는 빛의 파장은 가시광선 뿐이지. 그 협소한 범위 내에서 또한 아주 제한적인 능력을 지닌 인간의 신경은......" ".........................................절루 가." "내 말 아직 안끝났는데?" "좀 쉬자." "두 눈 크게 뜨고 두 귀 크게 열고 내 말 들어 이 친구야. 니가 깨닫기만 하면, 쉽게 풀릴 수 있는 위장에다 사기극인걸?" "......" 정섭이가, 이렇게나 철학적인 인간이었나? ......이 인간만 봐도 최고의 극악무도함을 익히 알 수 있다. 최고의 협박 한 번으로 명랑건 전 하던 나의 친구가 위와 같이 변하고야 말았다. "최고는, 알고 보면 애야." "......애?" "정신연령으로 따지자면, 미운 7살이지." "허어∼" "솔직하지가 못해. 자신의 감정을 에둘러서 표현하지. 때론 극단적인 방법을 써가면서. 그러 면, 너 같은 둔탱이는 알아먹지를 못해. 그저 무서워하고 두려워하고 혐오하고 싫어할 수밖 에." "그저-라는 말은 좀 빼줘." "......ㅋㅋㅋ 내가 최고를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 방법 하나 가르쳐 줄까? "...........................................................................................................................그, 그게 뭔데?" 과연 그 방법이 통할까. 부쩍부쩍 솟아나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아니 되려 맞아 죽 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치만 모처럼만에 영양가 있는 조언을 들었기에 그냥 흘려넘겨 버릴 수만은 없었다. 학원엘 갔다. 그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 없겠지만, 나는 지금 최고를 기다 리지 않고 혼자서 학원엘 간 거다. 폰도 꺼둔 상태다. 정섭이의 말대로 먼저 일체 최고를 무 시했다. 그 최고의 눈에는 내가 아주 썰어달라고 작정한 것 처럼 보이리라. 하지만 장장 4 개 월이나 녀석에게 시달려 무려 4킬로나 살이 빠진 나로서는, 극약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정말 통할까, 통할까 싶으면서도 내심 불안하고 초조하다. 괜히 맛탱이가 살짝 가버린 정섭 이 말 들었다가 나까지 맛 가버리면 어쩌나 싶어진다. 애써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수업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내가, 수업에 집 중 하지 못할 때가 있었나. 저 최고가 나를 괴롭히는 그 순간에도 수업내용 만큼은 놓치지 않 았던 나였다. 지금 나는 슬쩍 밀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대로 쓰러져버릴 것만 같은 상태다. 나 의 이런 황폐해진 정신, 육체와는 달리 주변은 너무나도 고요하다. 여느 날과 다름 없는 일 상,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더 고요하고 잠잠하다. 폭풍 전의 고요. 갑자기 떠오른 말이다..... 정섭이가 그러지 말라고 간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원문을 나서는 나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잔뜩 겁을 집어먹고 몸을 사리며 사방을 살펴보는데 수업을 같이 듣는 아이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올 정도다. 이렇게 무서워하는 티를 내면 안되는 데......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다행이 최고가 눈에 띄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안도하면 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오늘 하루는 무사히 지나쳐가겠구나, 싶었다. 매도 먼저 맞는 편이 낫 다 는 옛 말이 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 할 수 없다. 애시당초 안 맞고 싶다. 비록 누구누구 마귀씨를 피해 전전긍긍하는 신세일지라도 '매'는 피하고 싶다. 될 수 있으면 이대로 영원히 누구누구를 안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휴......어쨌거나 오늘 하루는 무사히......으악......!" 중얼거리며 학원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뒷덜미를 나꿔채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었다. 정말 부 웅-하고 몸이 공중에 뜨면서 뒤로 끌려갔다. 버스 안에서 바깥 쪽을 내다보는 아이들의 눈 이 경악으로 가득찼다. 몇몇 여자애들은 비명까지 질렀다. 쿵- 세차게 길바닥에 메다꽂혀 대자로 드러누운 나는, 끔찍한 아픔으로 경황 없는 와중에, '살인미소'를 지으며 날 내려다 보 는 최고를 보게 되었다. "......" "......" 1분간의 교착상태에 직면한 후...... 심호흡을 하고 벌떡 일어서...려고 했지만 콘크리트 바닥에 가차없이 부딪힌 등어리가 너무 쓰라려서 곤란을 겪었다. 한동안 버둥대다가 '끄응∼'신음소리와 함께 간신히 몸을 일으켰 다. 하지만 엉덩이 부분은 여전히 못박힌 듯 바닥에서 떨어지지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그대 로 앉아있다가 부들거리는 팔을 지탱하여 일어섰다. 그치만 아직도 메다꽂기의 후유증에서 벗 어나지 못해 잠깐 주춤거리기까지 했다. "무, 무슨 짓이야(앗차 정섭이가 더듬지 말랬는데)!" "......" 여전히 말이 없는 최고, 사정없이 눈을 부라리는데 '니 죄를 니가 알렷다' 분위기다. 허걱 어 떡해. 패죽일 거야. 찢어죽일 거야. 밟아죽일 거야. 뭉개 죽일거야. 하지만 오들오들 떨면서 도 정섭이의 말이 생각나서 똑바로 최고의 눈을 쏘아봤다. 최고는 입을 놀리지 않았다. 단 지 눈으로 말할 뿐이다. '어쭈?'하고. "......무수리, 피박에 멍따에 광박 맞고 북망산 등산 가구 싶니?" "......(무슨 소린진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죽고싶냐는 뜻이리)......" "니미럴 시봉이 시키......감히 날 따돌려? 너 오늘 한 번 죽어봐라! 내 비위에 거슬리면 박살 난다는 교훈을 베풀어주마!" "......(히끅!)......" 최고가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나는 슬금슬금 물러선다. 쪼......쫄면 안돼. 쫄면 안돼. 몇 번이고 마음을 다잡으며 정섭이의 말을 되새긴다. 고개를 도리질 하며 정신집중을 시도 해본다. 하지만 눈 앞에 다가온 공포의 실체는 나약한 내가 견뎌낼 만큼 만만한 성질의 것 이 아니었다. 흐윽! 웅성웅성 주변에서는 말려야 된다 어쩐다 말들만 많고 누구 하나 행동하는 이가 없다. 둘 레 둘레 사람들을 둘러본다. 혹시나, 꼭지까지 돌아버린 최고를 말려줄 사람 없는지. 그러나 곧 부질없는 노릇임을 깨닫는다. 자청해서 피떡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아 이 해 해요 여러분들....잠시나마 타인에게 의지하려 한 스스로를 자책한다. 그리고 장희빈......아니 장지언 일생일대의 각오를 하고 세기의 위장을 해보인다. "아......ㅆ......썅-!!!!!" 나름대로 아주 터푸하게 내뱉는다고 한 것이, 끝의 '썅-'부분에서 삑사리 나고 말았다. 금방 이라도 무릎이 꺾여서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최고마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의 지의 힘으로 간신히 버텼다. "............뭐라?" 나의 발작적인 외마디를 접수한 최고는, 아주 잠깐 나를 '스윽-'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그 렇 게 물어왔다. 이게 미쳤나 싶은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입술을 비죽이 내밀며 아무 말이 없는 내게 되묻는다. "너 지금 뭐라고 시부렁 댔니? 뭐? 샹?" "......(갑자기 최고가 생긋생긋 웃으며 여자애 같은 말투로 물어왔다 진정 두렵다)......" "어머, 웬 일이니 웬 일이야......바른말고운말쓰기위원회위원장 같은 우리 무수리 님이......?" "......(어머 라는 감탄사가 일순 최고에게 잘어울린다는 미친 생각이 든다)......" "......정말 죽여달라고 발버둥을 치는구나......이 @#$&@#$%#$^%*&*&* 쉐-끼야!" "으.....으악!" 아주 돌아버린 최고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이건 꼭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처럼 처량하기 그 지없는 상태다. 잔뜩 흥분한 건 최고만이 아니었다. 최고에게 거칠게 머리칼을 붙잡혔을 때, 순간 내 속에서 알 수 없는 뭔가가 솟구쳤다. 아니 지가 지금까지 나한테 뭘 잘해줬다고...... 뭘 해준게 있다고 패기까지 하냐......그간 쌓이고 쌓였던 스트레스와 분노와 증오가 나도 모 르게 폭발했다. 역시, 사람은 좀 맛이 가야 본래 성질이 드러난다. 내 성질이 원래 드러운 건 아니었지만 그간 최고에게 시달려오면서 좀 변했나. 지금까진 내제되어 있어 나두 알 수 없었던 승질머리가 어떤 기점을 순간으로 드러나버렸다. 까마귀 노는데 백노야 가지마라, 근 묵자흑(ÐIUøiºyU)이니라...내가 요 4개월 간 누구 곁에서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가? ......고로 내가 너무 급작스레 돌변하는 것 같아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니...... "......시발, 놔!" "뭐?!" "시발 색햐! 노으란 말야!" "이게 진짜!" .......놓으란다구 진짜 놓을 줄은 몰랐다. 잡을 때도 거칠더니, 내동댕이 칠 때도 거칠더라. 바 닥에 나자빠져서 씩씩거리고 있는데 문득 최고의 손에 쥐어진 한 뭉텅이의 머리칼을 보게 되 었다. 그렇잖아도 머리숱이 적어서 고민이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정말 눈이 돌아버렸다. "개새캬! 죽어∼∼∼∼!!!!!" "썅-진짜루 미쳤.......으앗!" 이를 빠드득 갈면서 접근하는 최고에게 달려들어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나 같 이 허접한 녀석의 주먹을 순순히 허용할 인간이겠는가, 그 최고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녀 석에게 내지른 나의 주먹은 허무하게도 목표물을 비껴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아주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저 극악무도파렴치한인간금수 최.고.가 당황해하는 것이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다신 볼 수 없었던 최고의 당황한 얼굴! ......그러나 그것두 잠시, 곧 냉정을 되찾은 최고는 얼굴표정을 수습했다. 그리곤 이번엔 정 말 로 대역죄를 저지른 무수리 '뇬'을 응징키 위해 내게로 다가선다. 돌아버렸던 내가 금새 정 신을 차릴 만큼 무시무시한 인상이다. 비로소 막심한 후회가 생긴다. 내가 미쳤지∼내가 미 쳤지∼어쩜 좋아∼안절부절 못하며 쪼그라들었던 나는, 결국. "으......흑......흑......으허어어엉......" "......" 대성통곡했다. 최고는 '쇼하네, 시발'하면서 발로 인정사정 안봐주고 내 무릎을 찼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더 크게 울어제꼈다. 이번엔 최고의 발이 어깨를 짓누른다. 막 힘이 가해지려는 찰나, 나는 고개를 들고 아주 가련하고도 구슬프고 처 량한 목소리로 하소연 했다. 어디서 그런 여우근성이 발휘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이 때의 나 는 오로지 살고싶다!!!는 투철한 생존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다. "쌍년이 어디서 연극이야, 연극을? 면상 깔아! 목줄을 따버릴테니......"(주먹을 높이 쳐든다) "흑......고야......흑.....윽......끅끅......"(자꾸 울다보니 나중엔 진짜 서러워졌다) "뭐......뭐야?"(최고 녀석은 일순 말을 더듬는다) "나......정말...흑.....잘....못했어......잘못한거 아는데......그래두......지금까지.....너가 날 너무 힘들 게 해서.....했잖아.....흑흑......그래서 나두 모르게......흑......눈 뒤집힌 거야......끅끄욱......"(일부러 어 깨를 심하게 들썩인다) 정섭이가, 이렇게 하랬다. 먼저 최고를 도발한 다음 무수한 욕지거리를 내뱉고, 녀석이 불 받아서 덤벼들면 훌쩍이며 연극을 하라고. 그리고, 꼭 빼먹지 말라고 당부하는 대사가 있었다. '지금까지 너가 날 너무 힘들게 했잖아.'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반문하는 내 말을 일축하며 정섭이는 부처 마냥 환하게 웃었다. '만약 효과 없음, 내 아구창 백 대 날려라.' 3대 독자로 곱게 자라온 정섭이가, 그렇게 지지리도 맞기 싫어하는 정섭이가,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아구창을 내걸었다. 그 이정섭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성공할 확률이 아주 희 박 한 것도 아닐 터. ......그래, 어디 한 번 최.고.한.테. 개겨 봐? 위와 같은 사고의 과정을 거친 후...... 그리하야 나는 지금 최고를 상대로 미션 임파서블을 찍고 있는 중이다. 최고의 장희빈 10. ***** 저 얼굴은 기도 안찬다는 뜻인지 어이 없다는 뜻인지 터무니 없다는 뜻인지. 눈물이 앞을 가려 그 심중을 자세히 살필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콧물까지 찍 배어나와 참 비참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을 정도의 몰골이 되었다. 여전히 최고는 주먹을 치켜 든 상태고, 나는 비 굴 하게 그런 최고의 바짓자락에 매달려 엉엉 울부짖고 있다. 도움도 안되는 주변인들은 숨죽 여 이런 연극을 들여다본다. 정말 창피하다...... 이 연극에서 즉흥적으로 드러난 한 가지 효과가 있다면, 그건 바로 최고가 내 어깨에서 자 신의 발을 거두어 간 것. 꾹꾹 밟힌 어깨가 얼얼하고 아까 메다꽂기의 여파가 남아 온 몸 이 욱신거렸지만 지금 그게 문제야? "흐윽......훌쩍훌쩍......" "나, 참!" "훌쩍훌쩍훌쩍......" "야 누가 뒈졌니? 왜 자꾸 질질 짜고 지랄이야!" "훌쩍훌쩍훌쩍......" "니미, 닥쳐-ㅅ!" 그러나 정섭이의 말대로 하자면 여기서 절대 멈출 수 없다. 앞으로 내 인생이 순탄하게 흘 러나가려면 여기서 반드시 최고를 좀 어떻게 해야만 한다. 저 양심에 숭숭 털 난 최고의 만 행을 저지시키려면 여기서 좀 더 진도를 떼야만 한다. 더 이상 최고의 갖은 폭력과 폭언에 부대끼지 않으려면 여기서 좀 더 진행되어야만 한다. 고로 약아보이기는 하지만 별 수 없다. 정섭이의 표현을 빌자면, 이른 바 '땡깡작전'이다. "흑....으흑......맨날 나만 보면 뭐라 하구......때리구 구타하구 욕하구......흐윽......끅끅." "주둥아리 자꾸 놀릴래 무수리?" "(이왕 터진 입)너 땜에 4킬로나 빠졌잖아! 책임 져! 책임 지란 말야!" "시발 이게 어디서 땡깡이야?" 철썩, 하고 최고는 내 머리를 한 대 갈긴다. 그치만 아프지는 않다. 다행이도 손에 힘을 주 고 않은 거 같다. 호오 슬슬 효과가 나는 거 같다. 정섭아 넌 나의 구세주야! "너가 지금까지 나한테 뭐 잘해준 게 있는데∼!!! 말해봐!!!" "어쭈구리, 지랄염병 떠네!" "말해봐! 말해봐!" "조또......씹또......" 아 너무 오버했나. 계속 죽어라고 땡깡피우고 생떼부리고 땍땍거리고 빽빽대니까 어느 순 간 부터 최고가 잠잠해진다. 힐끔 눈치를 살피자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데 저게 과연 사람인가 싶었다. "그.만.해." "......(딸꾹)......" "그만 하라고 했다, 내가." "......(히끅)......" "<정도>라는 말을 모르냐?" "......(히끅 히끅)......" 지나친 약물 과용은 외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니 적정량을 투여하십시오......그렇다. 정섭 이가 일러둔 마지막 말이 생각났다. 적당하게, 적절하게, 알맞게 땡깡 피우기. 도를 넘어섰 다 간 최고 성질에 날 가만두지 않을테니, 눈치봐서 어느 선에서 멈추라고 했었다. 그런데 나 는 분위기에 도취되어 해야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마구 내뱉았던 거다. 평소 얼마나 쌓 인 게 많았으면. 끌끌 그러게 진작 잘하지 최고! ......가 아니고 지금 나 정말 위기상황 아닌가. 일발역전인가 싶었는데, 이건 숫제 되로 주고 말로 받는.....이 아니라 되로 주고 섬으로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엄마 나 어떡해. 하나 뿐 인 아들 골로 가게 생겼어. "일어나." "......" "하나, 둘......" "......(벌떡)......" ***** 최고의 손이 나의 손목을 꽉 붙잡고 나를 어딘가로 질질 끌고간다. 짐짝처럼 바이크에 실 려 서 한참을 달린다 싶었는데, 도착한 곳은 시내에선 꽤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 동네였다. 한 적 하다곤 하지만 여기는 밤이면 호프집이나 레스토랑 나이트 모텔 등이 불야성을 이루는 유 흥 동네(?)다. 신설되어 번쩍번쩍한 외관을 자랑하는 건물들이 좌악 늘어선 가운데 주차장이란 주차장은 온갖 차가 다 구비되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는 지 익히 알 수 있 겠다. 겉보기엔 점잖아 보이는 어떤 건물로, 최고가 발을 들인다. 이 때까지 최고는 아무 말이 없 었다. 얼떨결에 따라오긴 따라왔는데 차츰 겁이 나기 시작했다. 어딜 데리고 가는 거지? 설 마 본격적으로 밟아보려고? 불과 몇 십분 전까지의 그 위세당당하던 '땡깡'은 어디로 사라 지 고, 나는 어느새 벌벌 기는 '무수리'로 되돌아가 있었다. 쭈뼛쭈뼛 뭔가 말은 해야겠는데 입 이 안떨어진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했나. 그 G랄을 피워놓고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 나. 돌이켜 보니 나도 참 즉흥적인 인간인 거 같다. 원래 안 그러던 놈이 발광을 떨고 나서, 다 시 정신 차리고 보면 괜히 더 머쓱해지는 법이다. 붙잡힌 손목이 아프다. 도망방지를 위해선지 모르겠지만 어찌나 억세게 잡고 있는지 손목 이 끊어질 것만 같다. 하지만 아픈 티도 제대로 못 낼 정도로, 지금 최고는 살기만빵이다. 어 설 프게 말이라도 붙였다간, 귀싸대기를 쳐올릴 기세다. 승강기를 탔는데, 어느 결에 6층에 도 달했다. 어두운 복도 저 건너에 희미한 조명이 비친다. VENUS란 형광색 글자가 어둠 속에 서 뚜렷이 떠오른다. 정동이태리풍고품격, 이란 거창한 설명이 붙은 레스토랑이다. 복도바 닥 에는 빨강색 카펫이 깔려있고 벽에는 램프 비스무리한게 붙어있다. 가는 길 마다 희랍시대 신들을 모사한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다. 한 쪽 벽면에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 떡하 니 자리잡고 있다. 물론, 가짜겠지만-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여긴 왜 왔느냐'고 물으려는 순간, 최고는 발로 레스토랑 문을 뻥 차고 들어서버렸다. 바로크 풍 연출이 이 집 오너의 컨셉인지, 상당히 고풍스런 분위기의 점 잖은 레스토랑이다. 몇몇 테이블의 손님들이 무식하게 쳐들어오는 고딩 둘에게 시선을 옮 겼 다. 그러나 곧 눈길을 거두고 '하하'거리며 자신들의 화제로 돌아간다. "어?!" 바다가 내다보이는 창가 쪽 자리로 쿵쿵 걸어간 최고는, 나를 그 자리에 내던져버렸다. 멀 찍 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직원이 도도도 달려온다. 그리고 깜짝 놀란다. 깜짝 놀란 건 그 직 원 만이 아니다. 나도 깜짝 놀랐다. 그럴듯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그 직원이란 사람이, 다 름 아닌 부짱 정직한이었기 때문이다! "고......최고 아냐? 여긴 웬 일이야......장희빈 까지 데리고......" "저기에서 저기까지 있는 술, 몽땅 가지고 와." "뭐....뭐랏?" "썅 나 두 번 입 떼는 거 엄청 싫어하는 거 알지."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이게 무슨 행패야......" "하나, 둘......" 창가 맞은 편에 위치한 벽면은, 비싸기로 소문 난 양주들이 그득그득 채워져 있었다. 브랜 디 니 꼬냑이니 위스키니 보드카니......정직한은 어버버 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당혹스러 운 나는 그런 정직한과 최고를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뭐......맥주 줄까? 하이네켄? 밀러? 듀벤? 아......아님 흑맥주 줄까?" "맥주는 싫어!" "그럼 어쩌자구......" "잔말 말고 저기에서 저기까지 있는 술 쓸어와! 셋 센다, 하나, 둘......" 요지부동이다. 최씨 고집이 어디 가겠냐만은, 그 중에서도 최고 고집은, 전에도 일렀었지만 거의 쇠심줄 수준 아니던가. 최고의 성깔을 익히 알고 있는 정직한은 어쩌지 어쩌지만 연 발 하면서도 발은 이미 양주가 진열된 사이드 보드로 향한다. 술......술은 갑자기 왜? 정직한은 양 팔 가득 술병을 껴안고 주저주저 하면서도 최고의 앞에다 갖다놓는다. 그리곤 잔과 얼음까지 대령해놓는다. Remy Martin이란 상표가 돋보이는 둥글넙적한 빗살무늬 양주 병을 벌컥 열어젖힌 최고는 글라스에 이빠이로 술을 들이부었다. 그리고 내 앞에다 가져다 둔다. 나 못지 않게 창백한 얼굴의 정직한이 나를 힐끔 내려다 본다. '무슨 일이냐'고 눈으 로 묻는다. 그러나 나는,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마셔!" "......." "마시래두?" "최......최고, 나 술 못해." "병 째로 아가리에 쳐넣기 전에 마셔." "......" 안 마셨다간, 레미 어쩌구...하는 술병에 뒷통수를 가격당할 것만 같아서 글라스를 들어 입 으 로 가져갔다. 쟈스민 비슷한 꽃향기가 살짝살짝 감도는 게 그닥 독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듯 싶었다. 그래서 혀 끝을 조금 갖다댔더니 의외로 부드럽고 순했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 억 지 로 마셨던 소주보다 훨씬 나았다. 한 모금을 삼켰는데도 괜찮더라. 허 이거 정말 좋은 술인 가 보네 싶어 또 한 모금 들이켰다. 이번엔 바로 삼키지 않고 입 안에서 뱅글뱅글 돌렸다. 향이 입 안 가득 번진다. 와......마......맛있네 이거? 정직한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주시한다. 최고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저 게 눈 감추듯 한 잔을 다 비우고 나니 다시 잔을 채워줄 뿐이다.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한 기 분이었지만 난생 처음 맛보는 양주의 그윽함에 취해 곧 그런 기분도 싹∼잊어먹고 말았다. 이빠이 채운 글라스로 레미 저쩌구 하는 술을 무려 세 잔이나 마셔버렸다. 홀짝홀짝 마시 다 보니 석 잔이 넉 잔이 되고 넉 잔이 다섯 잔이 되고......정직한은 징하다는 얼굴을 하고 '이 제 고만 마셔'했지만 그 목소리가 어쩐지 동굴에서 울려퍼지는 것 처럼 느껴졌다. "안주 좀 갖고 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의 최고가 정직한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새하얗고 길 쭉 한 병을 개봉한다. 앱솔루트 어쩌구 하는 술이다. 아 이것도 맛있을까? 나는 잔뜩 기대하며 역시나 이빠이로 잔에 쏟아지는 투명한 술줄기(?)를 경이로운 듯 쳐다봤다. 외전~~~최고의 하루 1. ***** 오늘도 최고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등교준비를 무려 세 시간이나 하는 놈이었기에 늘 여유 를 잡고 새벽 4시 쯤에 일어나 설치곤 한다. 그렇다고 최고가 책가방을 챙기거나 하는 일 따위로 그렇게 시간을 잡아먹는 건 아니다. "......이게 나으려나......?" 샤워를 마친 최고는 벌거벗은 채로(--;)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머리를 메만지고 있 다. 머리를 세웠다가 눕혔다가 한참동안 어루만지던 그는, 마침내 건드렸다간 손가락이 다 날아가버릴 것 같은 칼머리를 완성시켰다. 한 터럭도 삐져나오지 않은 perfect한 헤어다. 최 고는 내심 흡족해 하며 미소짓는다. "쌔∼끼! 존나 쌔끈하네!" 거울 속의 자신에게 사랑의 총알을 날리는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는 종자가 바로 최고... 다. 기억 하자. 최고는 왕자병이다. 학교에서나 어디서나 늘 인상을 구기며 나름대로의 칼수 마를 자랑하는 그였지만, 알고 보면 개떡...같은 나르시스트였던 것이다. 지금 시간은 오전 5시 30분. 벌써 머리로만 한 시간 반을 잡아먹었다. 젤도 한 통이나 날렸다. 그런데. 벌컥! s(--*)z ----->최고 \(@o@;;;)/ ----->최고 엄마 백마리 씨 뜬금없이 문이 열리고, 여리여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가냘픈 중년부인이 등장한다. 이 부인 은 다름 없는 최고의 모친, 백마리 씨다. 기억하자 이 이름... "문디 자슥! 니 또 뻘거벗고 뭐하노?" "ㅅ......나가!" "하이고∼요번엔 또 어떤 가스나를 후릴라꼬 그래 뽄을 직이노?" "ㅆ......나가!" "고 아부지, 요 쫌 와가∼ 야 쫌 보쏘!" "......18!" '고 아버지, 이리 좀 오셔서 이 아이 좀 보셔요' 모친의 말에, 그 때까지 벌거벗고 개기던 최고가 화들짝 놀래며 교복 나부랭이를 걸친다. 그런데 바지 발목을 너무 좁게 줄인 탓일 까. 발이 낑겨서 쉬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끙끙대며 간신히 바지를 다 입었을 무렵 아주 근 엄하고 박력있는 외모의 중년남성이 방문 쪽으로 다가온다. 최고의 아버지 최강직 씨다. "신새벽부터 뭔 수선이고, 으이?" "아이고 고 아부지, 쟈가 요새 바람이 들어갖꼬 쌩난리를 피운다 아입니꺼. 아침 일찍 일나 면 책 한자 더 들여다볼 생각은 안하고." "뭔 난리를 피웄는데 그라노?" "말도 마쏘. 빨가벗고 서갔고 오만 지랄을 다하는데......가쓰나가 생깄나......대가리엔 젤인 지 떡인지로 칠갑을 해갔고......내 몬산다!" "시끄릅다! 옆 집 깨긌다. 아직 여시(6시)도 안됐는데......" "뚝." 천하에 두려울게 없었던 최고, 그 최고가 지금 자신을 지긋이 노려보는 저 부친 앞에서 만 큼은 어찌 된 일인지 꼼짝을 못한다. 뻘쭘하게 서있기만 한 게 영 마땅치 않은지, 한동안 부시럭부시럭 대면서 교복 와이셔츠를 걸치던 최고. 여전히 그를 지긋이 노려보기만 하던 최고의 부친 최강직씨가 드디어는 입을 뗀다. "그래, 요새 학교는 댕길 만 하나?" "......네." "또 사고 치고 그라는 거 아이제?" "아닙니다." "......성적이 마이 올랐드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 그래야제. 느그 형들이랑 누나들 봐서라도 잘해야 안되긌나?" "잘 하겠습니다." "오야. 내 니를 믿는다." "네." ......참으로 담백한 부자간의 대화가 아닐 수 없다...... "이기 뭡니꺼? 아 쫌 단속시키라고 불렀드만......" "어허 시끄릅다! 거실에 신문이나 쫌 갖다놔라." "......투덜투덜 투덜덜덜......" "고마 투덜대고 밥이나 해라. 쫌 있음 다 나갈 시간 아이가." "......궁시렁궁시렁궁시렁......" "조용히 하랬제." 부모님이 모두들 퇴장하시고 난 직후, 최고는 입을 비죽이며 다시금 거울을 들여다본다. 아 까 아버지 앞에서 허둥댄 탓인지 머리카락 하나가 흘러내리고 말았다. '시발...' 낮게 중얼거 리며 그는 다시 젤을 꾹 눌러짠다. 손바닥에 슬쩍 비벼서 머리카락을 살살 세운다. 다시 perfect한 칼머리가 완성되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최고. 이제는 교복 단추를 몇 개 풀어놓으면 더 터푸해 보일까 싶은 저차원적인 고민에 빠져든다. ***** 최고의 장희빈 11. ***** "어머머 고!" 부어라 마셔라 먹고 Die하자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여자가 있었다. 20대 후반 쯤 되었을까. 얼굴이 씨디로 가려질 만큼 작다. 와인색 쓰리피스에 요란 한 은제 피어스가 결코 밉지 않은, 엄청 스타일 좋은 미인이다. 위노나 라이더를 좀 닮은 거 같기도 하고 하여간 이뿌다. 뭣 하는 여잔지는 모르겠으나 최고를 보자마자 아주 반가워하 며 녀석의 옆자리를 꿰어찬다. "너무 오랜 만이네 우리 귀여운 고!"(켁 귀엽다고라) "......" "정 군아 뭐하니? 가서 스페샬 안주하고 이것 저것 좀 날라 와라. 참 우리 고 저녁은 먹었 어?" "......" '은쟁반에 옥구슬 흘러가는 소리'란 말이 있다. 여자의 목소리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사기 쟁반에 유리구슬 흘러가는 소리 쯤은 되겠다. 어쨌건 이쁜 것들은 목소리조차 이쁘다. 그러 나 최고는 술잔을 쭈욱-들이키기만 할 뿐 곁에서 알랑거리는 그런 미녀를 개무시 한다. "아이 나 좀 봐, 사람이 말을 하는데 계속 씹기야? 으∼응 고?" "......너 말이야 무수리!" 최고는 싸가지 없게도, 사근사근 말을 붙여오는 미녀를 확-밀치고 갑자기 나에게 손가락질 을 한다. 무안한 얼굴의 미녀가 그제서야 내 쪽을 돌아본다. 미녀와 눈이 마주친다. 그녀의 눈은 이렇게 말한다. '이건 또 웬 핏덩이?' "쌓인 거 있음, 확 풀어버려. 내 오늘 만은 너에게 아량을 베풀어 줄테니." "......그게 아량을 베푸는 고야?" "뭐?" "(우띠 왜 자꾸 혀가 꼬인담)너 지끔 약 주고 병 주는고야? 웅 그런 고야? 히끅!" 눈 앞의 시야가 확장되는 듯 싶으면서도 초점이 흐릿해지는 것이 도통 정신이 하나도 없다. 속이 울렁울렁거리기 시작하고 머리 전체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이 나에게는 엄청나게 생 경한 체험이다.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겠고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상관없다. 온 몸에서 열이 나고 힘이 쫙 빠진다. 나른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기분은 굉장히 가볍다. 마치 에어워크라도 하는 듯한......공중에서 붕붕붕 뜨는 것 처 럼......와하하! "어머머 웬 꼬장? 앗 그러고보니......고! 너 대체 쟤한테 뭘 먹인거야?!" "이거." "......고......어쩜......이렇게 독한 술들로만 골라서......" "홀짝홀짝 잘도 마시길래 그냥 따라줬어." "이 많은 걸 다 마시게 내버려뒀다구?" "그래." 음 둘이서 뭐라고 열심히 잘도 떠들어대는 군. 근데 왜 술은 안주는 거야? 우씨 기다리기 싫어. 그래 내가 따라 마시마. 쳇∼! 어라......어라라......분명히 잔에다 따르고 있는데 어째서 이 아까운 술들이 테이블로만 쏟아지나. 어쩔 수 없군......병째로 마셔야지...... "우왓 장희빈 저 새끼가 돌았나?" 앞에서 길쭉하게 서있던 정직한이가 기겁을 하며 내게서 술병을 빼앗아 간다. 안......안 돼......이 새꺄 내놔......내놔......하려는데 내 입에선 그저 '나나나나' 소리 밖에 안튀어나온다. 의사소통이 안되다 보니 괜히 성질이 난다. 왜 내가 마시는 걸 방해하는 거야. 너 한 번 죽 어볼래. 이제 눈 앞에 그 누구도 뵈는게 없다. 닥치는 데로 테이블에 있던 빈 병 하나를 들 었다. 그리고 두 눈 크게 뜨고 황당한 표정 짓고 있는......음......누구세요......누군 지는 잘 모 르겠지만 아무튼 눈 앞에 서있는 길따란 놈에게 매달렸다. 어쿠 발이 미끄러지네......히히. "취할라면 곱게 취해 새꺄. 왜 나한테 매달리고 지랄이야! "흐음......내......수울......죠......." "어이 고! 사장님! 좀 떼줘요......이 새끼 뭔 힘이 이렇게 세?" "내......수우우울!!!!!" 퍽! 파삭! ......이후 나는, 소위 말하는 필름절단사건을 몸소 겪게 되었다. ***** 삐로롱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익숙한 알람시계벨소리였다. 정신 없이 머리맡으로 손을 더 듬 었다. 근데 너무 세차게 휘저었는지 삼각형 시계모서리에 손이 정통으로 찍히고 말았다. 쓰 읍∼눈물 한 방울이 찔금 나올 정도로 아팠다. 한동안 방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는 데 문득 어젯밤 일이 떠오른다. "아 맞다! 나 어제......" 비척거리며 일어서며 주변을 휘 둘러봤다. 낡은 책상, 책장, 흰 색 커텐, 작은 옷장......벽에 는 안젤리나 졸리의 '툼 레이더' 포스터......분명 이 곳은 내 방이다. 수성동 OOO번지 O통 O 반 의 우리 집에 있는 내 방이다. 어떻게 된 걸까. 나 어제 분명히 최고한테 '비너스'란 데로 끌 려가서 술 한 병 마신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근데 어떻게 집으로 돌아온 거지. "아웃!" 갑자기, 아니 처음부터 그랬지만 자각하지 못했지, 뒷머리가 깨질 것 처럼 아프다. 속도 울 렁거린다. 눈이 아프다.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문 가에 위치한 거울을 바라보니...... 더헉, 저게 뭔 꼴이야...... 눈이 이빠이로 부어 있었다. 정말 개구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흉악하게 부어올랐다. 어쩐 지 시야가 좁게 느껴진다 싶었는데 저렇게 무지막지하게 부었으니 앞이 보일 리가 만무하지. 고작 한 병 마시고 이렇게 심한 숙취&부작용에 시달리다니. 나는 정말 술이 약한가 보다. 맛있다고 꿀꺽꿀꺽 마셨는데 알고보니 독한 술......아니지 비싸보이던 술인데......비싼 술은 뒤 끝도 깨끗하다던데...아아 그건 그렇고 이를 어째 눈 정말 끝장이야! 그렇게 한참 곁길로 새는 생각을 하면서 울부짖고 있을 무렵, 노크 소리와 함께, 엄마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깼니?" "으, 응!" 허둥대며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자못 심각한 표정의 엄마가 나를 바라본다. 움찔해져서 엄 마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엄마가 먼저 입을 연다. "......해장국 끓여놨으니까 밥 먹어라." "......엄......" "밥 먹으면서 얘기 좀 하자." "......" 맨날 생글생글 웃으면서 다정하게 대해주던 엄마가, 저렇게 화 내는 모습은 처음 본다. 아 무 래도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온 거 때문에 성질 난 거 같은데. 나는 안절부절 못하며, 뒤돌 아서서 부엌으로 향하는 엄마의 뒷모습만 쳐다봤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에게서 꾸지람 한 번 안 듣고 커왔던 나로서는 적잖게 큰 일이 벌어진 거다. 우물쭈물 하다가, 무슨 변명 건 덕 지라도 해야될 것 같아서 급하게 세수를 하고 식탁에 가 앉았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명태국과 흰 쌀밥이 눈에 띈다.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자리에 엉덩이를 붙인다. 엄마는 무심하게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식사를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슬 쩍 숟가락을 들어 뜨뜻한 명태국 한 모금을 들이켰다. "......최고라는 아이, 네 친구니?" "......으, 응?" 갑자기 최고 이름이 툭 튀어나오다니, 하마터면 국그릇을 엎지를 뻔 했다. 당황해하는 내 모 습을 지긋이 지켜보던 엄마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저께 엉망으로 취한 널 데려다 준게 그 아이더구나." ".....그, 그저께?" "지언이 너, 너무 취해서 어제는 학교도 못 갔어. 기억 안나니?" "......" 학교를 빼먹다니!!!!! 유치원 때부터 단 하루도 학교를 쉬지 않았던 나였다. 그런데, 술 때문에 학교를 쉬었다니! 너무 놀라서 입만 벌리고 국 속의 무 덩어리만 응시하던 내게, 엄마는, 아주 조금, 아픈 소 리를 해주셨다. 최고의 장희빈 12. ***** "......지언이 너는 어렸을 때부터 단 한 번도 이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았지." "......" "네 아버지가 그렇게 가버린 후에 너는 내 유일한 낙이었어." "......" 엄마의 입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언급되자 가슴 한 켠이 뜨끔해진다. 양 미간 사이를 찌 푸린 채 잠시 숨을 고르던 엄마는 한동안 나를 뚫어져라 쳐다만본다. 이렇게 엄한 모습의 엄마는 처음이었기에 나는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해야할 지 너무나 난감해졌다. "엄마가 모를 줄 알았어?" "......응?" "학원 갔다오면서 늘 최고라는 아이 오토바이 타고 돌아오는 거." "......" "......그저께도 술 취한 너를 뒤에다 태우고 왔더구나......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구 그러는지." "......" '최고'라는 단어에 유난히 가시 돋힌 엑센트를 넣으며 엄마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필름이 끊긴 동안 내가 어떻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 지 알 수 있었다. 대충 상황을 끼워맞춰 보니......최고가 술에 쩔은 나를 그 바이크에 태우고 집까지 데려다줬 다는 내용이 나온다. 최고......정말 위험천만한 인간이다...... "어째서 그런 애랑 어울리는 거야, 응?" "......" "최근엔 네가 늘 뭔가에 시달리는 것 처럼 보이던데, 그 애 때문이냐?" "그럴리가......아니야......" "엄마가 너의 모든 걸 속속들이 알고자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슨 고민이 있으면 적어 도 누군가와 상의를 해서 풀어나가려고 생각해야지. 그렇게 끙끙거리며 속에다 품고만 있으면 무엇보다도 너에게 좋지 않아." "고민이 있는 건......아니야." 애써 엄마의 말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엄마는 믿지 않는 눈치다. 물론 내가 최고에게 늘 괴 롭힘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긴 하지만......그래서 최고가 미워죽겠고 다신 보고 싶지 않을 정 도지만......냉냉한 어조로 최고를 말하는 엄마가 문득 너무 야속해보였다. '그런 애'란 말로 최고를 치부해버리는 엄마가 또한 너무 쌀쌀맞게 느껴졌다. 눈 앞에 있는 낯선 얼굴의 엄 마 가 익숙해지지 않는다. "최고라는 아이와 어울리지 말아." "......" "그렇잖아도, 요 근래에 너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이 떠돌아. 밤만 되면 요란한 오토바이나 타 고 귀가를 하니까 그런 소문이 나돌 법도 하지." "......" "......그리고 될 수 있으면 학원도 그만 나가거라. 정 나가겠다면 차라리 과외를 알아볼테 니." "엄마......" "......그렇게 버릇 없고 막무가내인 애와 어울리다니......네가 대체 어쩌다가." "......" 이마를 짚은 엄마는, 거기까지 말을 마치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길게 한숨을 내쉬며 '빨리 밥 먹고 학교 가거라'하고 말하는 엄마의 얼굴이 그 때까지 굳어있었다. 나는 한동안 젓가 락 으로 반찬을 깨작이다가 다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엄마 말대로 할게." 엄마는 뒤돌아 선 채로 이 쪽은 쳐다보지도 않으며 묵묵히 설거지만 한다. "......최고랑 안 어울릴테니까......그런 얼굴은 하지 마......" 그릇 부딪는 소리와 물 흘러가는 소리만 들려올 뿐 여전히 엄마는 아무 말이 없다. "내가 언제 엄마 말 안 듣는 경우가 있었나......그리고 걔랑 그렇게 친한 것도 아냐......아...... 맞아 나 학원 다닐 필요 없어......혼자서 공부 할테니......과외 구한다는 소리 하지마......" 그제서야 엄마는, 뒤돌아서며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조용히 웃어보이며 '늦겠다 얼른 학교 가야지' 한다. 여느 때의 다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나도 그런 엄마에게 미소를 띄운다. 아 다 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엄마 기분이 풀려서......나는 적잖게 안심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 렇지만 묘하게 가슴 한 켠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 "하이! 하와유?" "암 파인, 땡스 앤 유?" "......" 눈 앞에 왔다리 갔다리 하는 친구 두 마리......녀석들......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히히덕거리며 장난질만 해댄다. 바른 손으로 고개를 받치고 정섭이와 인용이 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잘 놀던 인용이가 갑자기 삐딱한 시선을 나에게로 향한다. 뭐......뭐지? "뭐야 왜 쪼개? 우리가 일케 노는 게 유치하기라도 하냐?" "......(씨익)......" "어쭈구리? 웃었어? 정말로 비웃었어?" "......(에히휴)......" 인용이 녀석......참 사소한 걸로 성질 잘 낸다. 이번엔 '웬 한숨' 하면서 뜬금없이 나를 일으 켜세우더니 초크슬램을 시도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본인이 아니다. 인용이가 내 목을 콱 움켜쥐려는 순간 녀석의 약점인 겨드랑이를 공격했다. 인용이는 '아아악' 비명을 내지르 며 나가떨어져 '우히히' 미친 듯이 웃어제낀다. 저런......또라이 같은...... "......어제 네 핸폰으로 전화를 날렸는데, 어머니께서 받으시대?" "웬 일이냐......네가 내게 전화를 다 때리고......" "너 괴롭히는 낙 없으면, 내가 무슨 재미로 학교를 다니니∼?" "......네가 정녕 찍혀나가고 싶은게로구나∼?" "G랄......어쨌건......어머니가 최고에 대해서 물어보는데......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라서 정 말 고민했단다." "뭐......뭘 물어보던데?" "그냥......최고 학교생활은 어떤지......친우관계가 어떤지......뭐 대충 그런 정도?" "......" "갑자기 최고에게 관심을 보이시다니(^O^)어머니도 참......벌써 백년지객으로 대접하시려나?" "뭐? 무슨 객?" "둔탱아 넌 몰라두 돼." 나뒹구는 인용이를 살짝 즈려 밟고 건너온 정섭이는, 역시 언제나처럼 의미불명의 말을 남 기며 제자리로 돌아가버렸다. 어수선한 아침 풍경이 지나간 후, 여느 때 처럼 수업은 시작 되 었다. 그리고. "어이." "......" 2교시 수업을 마친 직후, 아니나 다를까. 최고가 찾아왔다. 뒤에서부터 목을 끌어안으며 귓 가로 숨을 불어넣는데, 이전 같으면 펄쩍 뛰면서 질색팔색을 벌일테지만(속으로) 이상하게 도 아무 느낌이 없다. "......어제 전화를 날리니까 니네 엄마가 받으시더라? 근데 그 목소리가 장난 아니게 거북했 다 이 말씀." "......" "......내가 무슨 범죄자도 아니고, 왜 그렇게 경계를 하시냐? 시발......아니꼽다 이건가?" "......" "어이 무수리. 왜 암 말이 없어? 너두 양아치 새끼 말은 잘근잘근 씹어먹겠다는 거야?" "......" "ㅆ-ㅣ-ㅇ-ㅑ-ㅇ! 꿀 먹었냐?" "......" "야! 장.희.빈!" "......" 철썩- 최고가 뒷통수를 갈긴다. 알아서 자리를 터주고 정섭이 쪽으로 갔던 인용이가 이 쪽을 구경하다가 흠칫 놀란다. 주 변 에서도 무슨 일인가 싶어 이 쪽을 주시한다. 어쩐 일인지 최고의 심기도 꽤나 불편한 것 같다. 평소 같으면 뒷통수를 갈기는 손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데. 오늘은, 꽤나 아프다. 아프다. 아팠다. "너까지 날 무시하냐? 엉?" "......" 오늘따라 최고는, 유난히 거칠고 난폭하다. 머리칼을 휘어잡고는 고개를 뒤쪽으로 꺾어버린 다. 최고 얼굴 따위 보고싶지 않았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이 마주쳐버린다. 누구와도 타 협할 줄 모르고 자신의 고집만 내세우는 눈. "이게 가만가만 봐주니까 눈에 뵈는게 없나......" "......" "씹 같네 진짜......!" "......" 정말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가 싶었는데, 내 몸은 어느새 최고에 의해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정섭이와 인용이가 벌떡 일어서면서 최고에게로 달려오고, 주변에서는 말려야 된다 어쩐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만 한다. 머릿가죽이 뜯겨나갈 것 같이 아팠지만, 나는 소리 한 번 내지르지 않고 그저 입만 다물고 있었다. 최고의 장희빈 13. ***** '그 일'이 있은지 딱 1개월이 지났다. 그 때 최고는 말리려던 동급생을 구타하고 달려들던 선생님에게 욕을 퍼부었던 일로 정학을 먹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최고는 또 다시 패거리들을 이끌고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한다.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그 악행이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죽일 것 처럼 씨근거리던 최고는, 그러나 아무 말 없이 나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어떻게 생각할 지도 알아......하지만 나......우리 엄마 말은 듣지 않을 수 없어......' '......' '그리고 무엇보다 나......너랑 다니기 너무 힘들어......' '......' 최고는 끝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곧 날아올 최고의 주먹을 예측하고 몸을 동그랗게 움츠리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하지만, '......?' '......' 예상과는 달리 내 어깨를 붙잡아 일으켜세운 최고는, 어딘가 아픈 얼굴을 하고는 마지막으 로 딱 한마디를 남겼다. '......다음부터 내 눈에 띄면 너 죽을 줄 알아......' 그렇게 말한 후 최고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밀쳤다. 엉겁결에 내쳐진 나는 벽에 부 딪쳐 멍하니 그런 최고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엄마 나 설거지 다했어. 빨래 다 마른 것 같은데 갤까?" "아니 놔둬라. 이제 그만 가서 쉬어." "아니 미리 해둘게." "너도 참......" 잠시라도 몸을 놀리고 있으면, 이상하게 잡생각이 많이 일어나서 견딜 수가 없다. 그렇게 생 각의 바다를 허우적대노라면 항상 코 끝이 찡해지고 눈이 따끔해진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 는 건 잡생각의 구십구점구구구...퍼센트가 최고와 관련되는 것이라는 점. 제발 내 눈 앞에 서 사라졌으면 싶을 정도로 미워하고 싫어했던 인물일진데 어째서 자꾸만 생각나고 간절히 보 고싶어지는 걸까. "오늘 오후지?" "......응?" "......응이라니? 지훈이 오늘 오후에 오잖니." "......지훈이 형?" "얘가 정신을 어디다 두는 거야. 그저께 전화 왔었잖니. 놀러 온다고." "아.....맞다." 하얗게 잊고 있었다. 지훈이 형이 온댔지 참. 건조대에서 빨래를 걷다 말고 깜짝 놀라고 말 았다. 지훈이 형 오는 걸 잊어먹고 있었다니. 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 거지. "오늘은 가게 일찍 끝내고 나올테니, 넌 4시 쯤에 지훈이 마중 나가렴." "......응." "......왜 이렇게 시큰둥해? 좋아서 펄쩍펄쩍 뛰어야 할 녀석이......" "......" 억지로 웃어보이긴 했지만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분명 지훈이 형이 놀러온다는 사실은, 그 것도 앞으로 2주간이나 우리 집에 머무른다는 사실은 틀림없이 기쁘고 즐거운 일인데.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나 때문에 어디선가 누군가는 암흑 속을 헤매 이 고 다니는데 나 혼자 희희낙락 거리다니...... 나야 고민을 하건 말건 어쨌든 시간은 무정하게도 흘러갔다. 그리고 오후 4시 15분. "오우! 장지언!" "......형......" "우와 무지 반갑다! 이게 얼마만이지? 1년 만인가?" "......웃기지 마. 2개월 만이잖아." 하얀 입김을 마구 쏟아내며 크게 웃는 이 사람이 바로 사촌형 장지훈이다. 초록색 벨벳 롱 코트에 무릎까지 늘어지는 흰색 머플러. 아무나 소화못할 스타일임엔 틀림이 없다. 다리 길 고 얼굴 작기에 망정이지......그렇지 않음 엄청 추레해 보였을 거다. 역 앞을 지나는 많은 사 람들이 힐끔힐끔 지훈 형을 돌아본다. "그거 뭐야......쪽팔리지 않아? 그런 옷......" "아는 누님이 패디과 다니는데 선물해주더라. 졸업전 작품이었대." "졸업전 작품을 왜 형한테 줘?" "......그 누님이 날 러부 하거든." 그렇다. 지훈이 형은 얌전한 범생 스타일 처럼 생겨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여자들에 게 인기가 좋았다. 얼굴 잘났지 매너 좋지 유머 넘치지 성격 쿨하지 게다가 학벌까지 대한민 국 최상급이니...... "형 아직도 문어다리 걸치고 그래?" "남들이 들으면 착각하겠다. 나 이때껏 누구랑도 사귀어 본 적 없어 임마." "그럼 만났던 여자들은 다 뭐야?" "다 친한 여자애들일 뿐이야. 엇 택시다!" 요란하게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아세운 형은, 나를 짐짝처럼 택시 안으로 밀어넣고 자신은 여유롭게 올라탔다. 그리고 '아저씨 수성 초등학교 앞이요' 한 마디 하고는 곧바로 눈을 감 고 자는 척 한다. 끌......좀 불리해진다 싶으면 곧바로 화제를 전환하는 이 능력......언제 봐 도 대단하다. "형......형......일어나! 다 왔어!" "......?" "아 씨! 장지훈! 안 일어나?" "......으응......" 부시시한 얼굴로 깨어나 기지개까지 멋들어지게 켜고 난 후에야, 지훈이 형은 일어났다. 평 소보다 차가 덜 막혀 10분이나 빨리 동네에 도착했는데 지훈이 형 깨우느라 도로 10분 소 비 해버렸다. "어제 밤이라도 샜어?" "장지훈이를 2주간이나 못 본다니까 추종자들이 가만 내버려두질 않더라고......" "어련하시겠어." "아레? 평소엔 귀여븐 우리 지언이가 오늘따라 왜 이리 삐딱선을 타시나......" "내...내가 언제!" "어허 얼굴에 다 써있어요. 무슨 고민이라도?" "그런 거 없어." "헤에......" 아무튼 눈치 하나는 끝내준다. 여느 땐 침착하고 차분한 얼굴의 형은, 뭔가 껀수를 잡았다 싶으면 바보 처럼 헤헤거리는데 지금 나를 지긋이 쳐다보며 웃음을 흘리는 폼이...... "과일 사갈까?" "......집에 많아." "그럼 음료수라도?" "......어제도 음료수 세트 선물 받았어." "꽃은 어때?" "돈 아까워." "너한테 줄 것도 아니고 숙모님께 드릴 거야." "......내 생각이 곧 우리 엄마 생각이야." ............또 다시 이상한 얼굴로 날 내려다보며 '헤헤'거리는 지훈이 형.............. 결국 지훈이 형의 우격다짐으로 과일이랑 음료수랑 꽃다발 모두 사들고, 집으로 향하게 되 었다. ......모처럼 보게 된 형은 반가웠지만...... 몹시도 암울한 2주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최고의 장희빈 14. ***** 이............씨............ 이잉..................거북하다...... 어째서 내가............ "위하여(촌스러-_-;;)!" "대성학생회 38기 영원하라!" "아자아자아자!!!!!" 우리학교 38기 선배들 술자리에 불려나와야만 하냐고. "정말 오랜만이다 회장새꺄! 어째서 연락 한 번 없었냐. 난 또 네가 어디서 뒈진줄 알았잖 아 장지훈!" "니가 꼴값 떠는 거 싫어서 연락안했다 부회장새꺄!" "아 ㅆ발! 잘났다 개시캬!" "나 잘난 거 이제 알았냐 Ten새꺄!" 어지러이 난무하는 욕만큼은 정말 최고 못지 않다. 구석자리에서 안주로 나온 오뎅탕의 식 은 오뎅만 건져먹고 있는데 38기 규율부 부장이었던 박규 선배가 내게로 손짓을 한다. "......그래 1학년이라고? 이제 2학년 올라가겠네......" "네...네......" "지훈이 사촌동생이랬지? 이름이......?" "장지언 입니다." "그래그래......지언아." "네......" "새꺄 너 머리 꼬라지가 그게 뭐야......앞머리 4센치 이하 몰라? 야 자 갖고 와! 자 내놔!" "......" 한바탕 난리법석이 났었다. 자 내놓으라며 테이블을 뒤집으려던 전 규율부 부장 박규 선배 를, 여러 사람들이 간신히 덮쳐서 진정시켰다. 저거 또 옛날 버릇(?) 나오네 하면서 혀를 차 던 한 선배가 박규 선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많이 놀랐냐? 빠큐 새끼 예전에 유명했어. 오죽하면 규율부 고문선생이 혀를 내두를 정도 였겠니? 저 자식 졸업했기에 망정이지. 학교에 남아있었으면 앞머리 1센치 이상 기르는 놈 들 구경하기 힘들었을 걸?" 재밌으라고 그러는 건지 무서워하라고 그러는 건지. 통 알 수 없는 얼굴로 히히덕거리는 사 람은 학생부 부장 국영수 선배다. 나는 그저 베시시 웃고 네네 하며 과일 찌그러기들을 줏 어먹었다. "야야 들었냐 니들? 백두산 그 개차반 말야...저번에 새파란 핏덩이한테 쪽도 못쓰고 깨졌다 더라? 무서운 세상이지 않냐? 개차반이를 무찌르는 아해도 있다니 나 참..." "뭐야 백두산이 누구한테 깨졌다고?" "아 나 누군지 알아. 최고라고 우리 동네 살아." "최고? 이름 정말 멋지구리하다......" 니놈시키들 이름도 만만치 않아∼지훈 형은 그렇게 말하며 소주 잔을 벌컥 들이킨다. 화제 의 초점이 '최고'로 이어지자 나는 아주 잠깐 우울해졌다. "원래 상고에서 대가리 잡고 있던 새낀데 우리 학교로 편입해와서 판을 치고 있다지?" "언제 우리 학교에서 편입생도 뽑았어?" "아 몰라∼교장 외계인의 음모야 음모!" "음모...ㅋㅋㅋ" "아∼쓰불 변태 새끼 또 이상한 생각하고 있어!" "흠흠 어쨌든......1학년이라던데, 거기 지훈이 사촌! 자네 그 최고라는 아해 잘 알겠군?" "......네?" "같은 1학년이잖아? 몰라?" "아......저 반도 다르고......잘 모릅니다." "어......그래? ㅋㅋㅋ 잘 모른다고라∼?" 최고와 한 동네에 산다는 이는, 부회장이었던 김귀한 선배다. 별명은 희귀한. 아무튼 38기 학생회 선배들은 단합 잘되고 개체(--;;;)하나하나가 개성있기로 유명했었다. 뭐 잡말은 이 쯤에서 각설하고. "음 그 녀석도 한 날림 한다지만, 그 녀석 집안이 또 장난이 아냐!" "그러냐?" "니들 대성여고 짱이었던 최혜라 알지?" "오오∼정말 짱이었지. 얼굴도 성격도 지능도! 나 태어나서 그렇게 잘난 여자는 이때껏 못 봤 다." "최혜라가 최고 누나다." "저......저......정말이야?" "그리고 최혜련이라고, 최고 누나가 하나 더 있는데......경찰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했었다지?" "......" "최씨 가문 장남인 <최신>은 현재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있고 차남 <최상>은 공사 졸업하고 공군소위로 임관 중......" "헉...!" 헉 소리를 지른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초초초 엘리트 가문의 휘황찬란한 타이틀에 침울 해 진 38기 선배들의 외마디 한숨도 섞여있었다. "하......하하......그리고 최씨 가문의 가장이신 최강직씨는 현재 우리 시의 경찰서 서장으로 근 무하고 계시며, 관내 치안유지 및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중......" "ten 새꺄 닥쳐라! 술맛 다 떨어지잖아! 우이씨 어디서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 이야기만 줄 줄이 내뱉고 있어!" "뭐 어때 잼있잖아!" "뭐가 재밌냐! 열만 뻗쳐오는데!" "아 쓰바 시키, 또 시비냐? 누가 시비쟁이 아니랄까봐." "......뭐....뭐 시비쟁이?" "그래 이 XXXXX 새끼야!" 와장창∼ 테이블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시비쟁이 형과 희귀한 선배는 서로 씨근대며 들러 붙 어서 헛주먹을 연발했다.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해 38기 선배들과 알바생과 주인아줌마가 합 세했으며, 다른 테이블에선 싸움구경이라고 소리지르며 환호했다. 나중에는 어디서 자를 찾 아갖고 온 박규 선배가 바닥을 구르는 두 사람에게 달려들어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며 두 발 검사를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으니. "야 가자 지언아." "......혀 형......안 말려도 돼?" "상관 없어." "상관 없다고?" "나 쟤들이랑 별로 안 친해." "별로 안 친하다고?" "응. 그리고 솔직히 저 상판들이 좀 지겨워야지." "......" 지훈이 형은 화사하게 웃으며 내 팔을 끌어당겼다. 나는 억지춘향식으로 형에게 끌려나와 바깥바람을 쐬게 되었다. "우응∼!!! 집에 들어가기엔 좀 이른 시간이고......어디 가서 밥이나 먹으까?" "지금 12시야 형......" "그럼 영화나 한 판 때릴래?" "뭐 볼게 있다고." "극장 싫음 비디오 방 가지." "돈 아까워. 그 돈으로 비디오나 빌려다가 집에서 보자." "허허 참......데이트 한 번 하기가 이리도 까다로워서야 원." "난 형이랑 데이트 하기 싫어." "아니 얘가? 나랑 데이트 하려고 줄 선 여자들이 서울에서 부산까지야." "그럼 그 여자들이랑 해." "너 정말 너무하는구나. 모처럼 만난 이 형의 선심을 무참히도 거절하다니......" "아 몰라! 택시 온다! 택시!" 그렇게 모범택시를 불러세웠고 싫다는 지훈이 형을 강제로 태운 뒤에 집으로 향했다. "어렸을 땐 말도 잘 듣고 착하더니...크니까 왜 이리 밉상이야?" "내가 뭐." "예전엔 정말 귀여웠었는데.....지훈이 형 지훈이 형 하면서......짧은 다리로 뒤뚱거리는게 얼 마나 앙증맞았는데." "......짧은 다리......" "나이가 들면서 히스테리만 늘어가고......머리 숱은 적어지고......키는 컸는데 다리길이는 그 대 로지......눈은 더 찢어지고 입술은 점점 얇아져서 더더욱 얍삽해보이고......왜 그러니 응?" "왜 이래 정말......형 술 취했지?" "아냐......그런데 말야......지훈아......" "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한 기사 아저씨, 룸미러로 힐끔 뒤돌아본다. "지훈아 이 형은 말이지요." "응..." "예전부터 너를......." "?" "너를......우......" "아......안돼 형 안돼 여기선!!!" "우......욱......!" 아......아......암울하다 암울하다 암울한 2주일의 시작이다...... ***** 최고의 장희빈 15. ***** "아 정말 숙모님 해장국 솜씨 정말 끝내줘요. 음 이 감칠맛∼아무나 흉내낼 수 없죠." "어머...지훈이 아부는 언제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단 말야." "아부라뇨. 제가 언제 거짓말 하는 거 봤습니까? 안그래 지언아?" "여기 토란조림도 좀 들렴." 언제 봐도 느끼는 거지만 엄마와 지훈이 형은 참 죽이 잘맞는다. 엄마는 형이 오면 으레 나 보다도 더 저 쪽을 챙기는데...솔직히 좀 소외감 느낀다. 뿐만 아니라 언제나 지훈이 형 앞 에 서 '지훈이 반만 닮아라'하며 비교까지 하는데, 까놓고 말해서 형은 평범한 내가 기를 쓰고 쫓아간대도 따라갈 수 없다. 한 마디로 격이 틀리다는 거지 뭐. "오늘은 둘이서 영화나 보러 가렴. 용돈 줄테니."----->엄마 "하하 저 알바해서 용돈 많이 벌었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지훈이 형 "내가 왜 형이랑 영화 보러 가야 해?"----->나 "너 영화 보고 싶댔잖니. 이 참에 지훈이랑 같이 가." "요즘 뭐하지? 뭐 볼래 지훈아." "남자 둘이서 뭔 재미로......" 꿍얼꿍얼거리고 있으려니 형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남자랑 가는 거 싫으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내가 여장하까?" "우이 씨. 그 말을 농담이라고 하냐......?" 어딘가의 신경을 득득 긁어대는 듯한 형의 말에 괜히 울화가 치밀어 애꿎은 쇠고기 찜만 꾹 꾹 눌러댔다가 엄마의 꾸지람만 톡톡히 얻어먹었다. 에이 씽. 오전 내내 형과 함께 도둑잡기와 알까기로 시간 보내다가 오후 쯤 되어서 외출 채비를 했 다. 대충 차려입고 나서려는데 장지훈이란 인간은 도통 거울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아 뭐해. 다 됐구만 뭘 그리 뚫어져라 쳐다봐." "......자네는 참 성질도 급하네. 가만 좀 있어보아. 앞머리 처진게 맘에 안들어 그러니." "그러게 뭐하러 머리를 길러." "허헛, 이 사람아...언제는 날더러 머리를 기르라 했잖는가." "에이 참......그 처진 머리도 괜찮아. 괜찮고 멋있으니까 빨랑 나와." "......참말인가?" "그래 아주 멋져." "흐음." 멋있다는 한 마디에 입이 히죽 찢어져서 아주 턱에까지 걸쳐질라구 한다. 에구 진짜 왕자 가 따로 없다. 근데 이 왕자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츠츠 혀를 찬다. "극악의 센스야. 자네의 스타일 그거 혹시 악취미......?" "뭐......내 내가 차려입은게 뭐 어때서?" "아무도 지적 안해주던가?" "......별로 나쁘다곤 생각안해......" "충고해줄 만한 지우도 없어?" "......아, 안나쁘다니깐!" "츠츠 평상시 군의 인간관계가 의심스러우이." 나는 그냥 평소대로, 일자청바지에 모자 달린 점퍼 입었을 뿐이다. 그 누구도 터치 하지 않 던 나의 옷차림에 감히 관여를 하려구 한다...... "감히 나와 데이트 하려면서 그렇게 촌티 날리는 옷을 걸치겠다구? 말도 안돼!" "왜...왜 이래! 왜 옷을 벗겨!" "당장 일루 와!" "어딜 끌고 가아아아!" 결국 형의 억지로, 형이 가지고 온 빨강색 하이칼라 쟈켓에 진체크바지......싫다 정말......이 건 완전히 짱꼴라 스타일이야......강하게 싫다는 뜻으로 입을 비죽이 내밀었더니 이번엔 머리에 뭘 덮어씌운다. 베......베레모다...... "원판은 안되지만 아까보담 훨씬 그럴 듯 하군. 안그래?" "......형이나 써." "어허." "......나 안갈래." "......흐응 숙모님 핸폰 번호가 어떻게 되더라......?" "뭐야?!" "전화 때려서 이렇게 말해야지∼너흑 숙모! 지언이가 나랑 안놀아주겠대요! 영화 무지 보고 싶은 거 있었는데......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에∼어흑∼지언이가 예전엔 안이랬는데 왜 이 렇 게 말도 안듣고 못되게 변했는지∼!" "......간다, 갈테니까......오버 좀 하지 마." "....흑흑......정말?" "......그래......" "그럼, 그 모자 얼른 써." "......" 랄랄라∼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갔다. 가는 길에 같은 반 친구를 만나서 실컷 비웃음을 샀 다 (덴장). 그렇게 놀림 받는 나를 보며 형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방싯방싯 미소만 짓더라. 나 를 엿먹이기 위해 일부러 이런 우스꽝스런 옷을 입혀논게 틀림이 없다......영화관 앞에선 혹 시 날 알아보는 애들이 없을까 심히 저어되어 죄인 처럼 고개만 수그리고 바닥만 내려다봤 다. 주말이라 몰려든 사람들도 엄청 많았는데, 나를 지나치는 사람들마다 다 뭐라뭐라 한마 디씩 던지며 비웃는거 같다. 점점 더 쪽팔려오는 상황이었는데 더 이상 그 장소에 있기 싫 었다. 해서 형 팔에 매달려 상영 도중인 영화관 안으로 들어서버렸다. '에이 참......이 부분이 반전이라고 들었단 말야......여기서부터 보면 안되는데.....' '아 씨 몰라! 형 때문이야! 이런 이상한 옷만 안입혔어도 내가 안이래!' '훗 옷이 이상하진 않아(^m^)'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o~)' '너 자체가 이상해(^o^) '......그 말 할 줄 알았어......(ㅠ_ㅠ)' 뒤에서 뻘쭘하게 서있다가, 엔딩자막까지 다 올라가구 나서 지정좌석에 앉아 다시 영화를 봤다. 영화의 백미인 반전부분을 이미 봐버린 데다가 전체줄거리는 예전에 꿰어차고 있어 서 였는지......영화 너무 재미없었다. 뻔히 그렇게 될 줄 알고있는 영화......결국엔 영화 끝나기 전에 일어서서 나와버렸다. 돈만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너 땜에 이게 모냐. 김 다 빠져버린 콜라 맛있드냐? 왜 중간에 겨들어가가지구 이 런 불상사를 일으키냐? 응?" "그게 왜 내 탓이야......이런 옷 입힌 형 탓이지......"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정확히는 옷 탓이 아니라 네 탓이지." "......안 입겠다는 옷, 왜 억지로 입혔냐구......" "아 몰라. 말을 많이 했더니 목이 마르네......" "또 또......화제급전환......" "아무튼 네 탓이니까, 체리 콕 사라." "그......그냥 콜라 마셔." "어허 체.리.코.크.가 마시고 싶다 일렀다, 이 형님이." "......" 그게 얼마나 비싼건데...그냥 길거리에서 500원 주고 콜라나 사서 마실 일이지...미쳤다고 쌩 돈 내고 카페에 가서 체리 콕을 마셔...것두 이런 한겨울에...투덜투덜거리면서 지갑을 확인 하 는데 지훈이 형이 겨드랑이를 쿡쿡 찌르며 씨익 웃는다. 아니 웃기는 왜 웃어. 누구 염장 지 를 일 있나...... "아 저기가 좋겠다. 라......어때?" "......(저렇게 비싼 델)......" "스페인어로 하나를 뜻하잖아. 그냥 ONE이라 했으면 구태의연했을텐데...주인이 머리를 좀 썼군?" "아 그래?" "왠지 모르겠지만 아주 느낌이 좋아......Muy bueno!" "......지금 나 욕하는 거지?" "ㅋㅋㅋ......Eso es." "뭐야 뭐?" "¢¾¢½Te quiero mucho!" "???" "¢½Te amo!" "고......고만해!" 내가 못알아듣는다고 아주 신이 나서 뭐라뭐라 뱉어내는데, 무식한 나는 그저 벙어리 냉가 슴 앓듯......그저 꾹 참는 수밖에. 뭐라두 알아야 대꾸를 하든 응수를 하든...... "엇......" "......수리중......" UNO는 의류매장 윗층의, PC방 윗층의, 당구장 윗층의, 호프집 윗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고로 5층......그런데 승강기가 수리중이란다. 그렇잖아도 가기 싫어 죽겠구만......가는 날이 장 날이라더니......이 무슨......이번에도 여지없이 입 삐죽이 내밀고 투덜투덜 거리자니 뒤에서 따 라오는 지훈이 형이 힘내라며 내 엉덩이를 밀어올린다 아 하지마 손 떼......1층......2층......3 층......좀 칙칙해 보이는 벌건 융단을 밟고 3층까지 올라섰는데도 형의 손은 여지껏 나의 히 푸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참다 참다 4층까지 올라와서, 이 씨 손 떼란 말야∼하고 외 치 려는데......외......외치려는데. 저기 호프집 입구를 박차고 나서는 이들은...... "저......저......정직한?" "......자......장희빈......?" 그건, 정직한과 고평수였다. 고평수는 상당히 취한 듯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정직한에게 부 축을 받고 있었다. 이런 데서 마주쳤다고 당혹스러워 할 정직한이가 아닌데, 어쩐 일인지 녀 석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이번엔 갑자기 벌컥 성 을 낸다. "너 이자식 잘 만났다......너 저번에......" "어? 저......저번에 뭐?" "저번에! 비너스에서!" "뭐......? 뭐?" "너 기억 안나?!" "......내......내가 뭐......" 지훈이 형은 얼레 뭔가 이야기가 재밌게 돌아가는 군 하는 얼굴로 나와 정직한을 번갈아가 며 쳐다볼 뿐이다. 정직한은 자신에게 기댄 고평수를 가차없이 밀어제치고, 본격적으로 나 에 게 삿대질을 하기 시작한다. "이 새끼! 너도 앱솔루트 병으로 대갈통을 맞아봐야 기억나겠냐?!" "뭐......뭐?" "너! 그 때! 비너스에서! 앱솔루트 병으로 내 머리 쳤잖아!!!!!" ----->(11편 115, 116줄 의성어 참조) "......내......내가 언제......" "기억 안난다고 발뺌하지마 ㅆ발새꺄! 너한테 머리 터지고 한 달 동안 학교를 못갔다!" "......그......그런......" 이거 어째 이야기가 심각하게 돌아가......는...... 그 때였다. 호프집 의 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더니 상당히 기분이 다운되어 보이는 최.고.가 나타난 것이...... 최고의 장희빈 16. ***** "......고! 왜......왜 벌써 나왔어?" "어디서 순 빠가 같은 년들만 수거해와서 상대하래, dog지랄ten자락염병떨라 이거냐? 응?" 최고랑 눈이 마주쳤는데, 녀석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정직한에게 욕을 구사했다 (-_-;;;). 아무래도 여자애들이랑 만났는데......걔네들이 영 맘에 안 든 듯. 나는 잠시 상황을 살피다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섰는 지훈이 형을 잡아끌어 그 곳을 벗어나려 했다. 그런데 무슨 심사가 뒤틀린 건진 몰라도, 이때껏 무시를 때리던 최고가 갑자기 내게 관심을 보인 다. 이런...! "뭐야 무수리 아냐? 아는 체 좀 하고 다니자?" "......아......안녕......" "오, 난 별로 평안치 못한데? 넌 아주 안녕해 보이는구만?" "......자......잘 지냈어......?" "으응, 인문계 학교 와서 첫정학을 맞이했는데 기분 아주 삼삼하더라." "......" "정학이 풀리려고 하니까 곧바로 방학. 나야 뭐 살판 났지." "......" 다...단단히 꼬였다 꼬였어...... "뭐야 다 친구들이냐?" "......(이럴 때 껴들지 좀 마 형)......" "하하 지언이 너가 저런 친구들도 사귀고, 의외로 교우관계분포가 다양하구나." "......(아악 저 최고 눈 좀 봐)......" "다들 반가워. 난 지언이 사촌형이자 너희들 38기 선배인 장지훈이다." "......(혀엉ㅠ_ㅠ)......" 어째서 하필이면 이럴 때 형은 '나서기'로 돌변하는 거야. 게다가 걔들한테 손은 또 왜 내밀 어. 악수 받아줄 사람도 없단 말야...... "......어디서 개가 짖냐? 응?" "......뭐?" "내가 너를 아나? 이 씨댕아." "......너 방금 뭐랬냐?" "조까 씹새꺄. 내가 누구라고 감히 아는 체를 해? 누가 너더러 아는 체 해달랬어?" "......이런 좀만한게......" 큰 일 났다. 지훈이 형 얼굴이 일그러졌다. 최고는 벌써 아까 전부터 얼굴이 일그러진 상태 였고...정직한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예감했는지 잔뜩 표정이 굳어졌다. 아마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야 무수리! 너 이런 거랑 나다니는 거냐?" "!" "내가 저번에 경고했지. 다시 한 번 내 눈에 띄면 죽음이라고." "......(아까는 아는 체 하랬잖아)......" "샹, 뭐야? 왜 대답이 없어? 개무시 때리겠다 이거야?" "......(엇)......"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 내게로 다가서는 최고를, 지훈이 형이 가로막는다. "이거 완전 개차반보다 더한 놈일세. 족같은 새끼!" "이 형님 말하는 뽀다구 좀 봐? 하하 나 참......" "이 새끼...한 번 터져봐야 그 아구창 닫겠냐?" "에라 ㅆ발 그 손으로 날 치겠다구? 이거나 쳐먹어 t(-_-)!"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만은 없어서 일단, 두 사람을 붙들었다. 게다가 형은, 최고랑 맞붙을 정도로 싸움실력이 대단하.......지 않다. 아니 결말이 아주 뻔하다 뻔해. 더 놔뒀다간 일 치 를 게 틀림이 없다. 하여 재빨리 결론을 내린 나는 중간에 껴들어서 두 사람에게 사정사정했 다. "제...제발 부탁이야. 형, 참아!" "뭐? 이런 개 같은 경우를 당하고도 참으라고?!" ----->지훈이 형 "워......원래 저런 애야......그러니까 형이......" "이 떠그랄 년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뭐 원래 저런 애?" ----->최고 "아니 아니......내 말은 그게 아니고......" "샹 어디서 행패야 행패가?!" ----->지...지훈이 형 "참아...싸우면 안돼......" "넌 비켜 이 ㅆ년아!" ----->최...최고 그렇게 말리고 빌고 애원하고 간청했지만......두 사람은 부모죽인 원수라도 만난 냥 으르렁 대 기만 한다. 나중에는 비키라고 밀치면서 둘 다 나한테 있는 욕 없는 욕 끌어붓는데, 듣고 있 는 도중에 점점 서러워졌다. "이제 그만해......!" 눈물이 점점 앞을 가린다. 스스로가 처량맞고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두 사람을 중재할 수만 있다면... "아 쉬파 어이 형님, 쳐봐? 쳐 보라구!" "오냐∼친다! 쳐! 이 씹쉐끼 피하기만 해봐!" "지랄 쇼하고 자빠졌네! 크하하! 언능 쳐보라니까?" "깐죽거리지마 개시키야!" ......전혀 멈추지 않는다. 아아 안되겠다. 이 난관을 헤쳐나갈 방법은 이제 단 한 가지......여 기 서 사라지는 수 밖에......두 눈 딱 감고...... ........................................................................................................................................................................ ...... 지훈이 형 손목 붙들고 냅다 튀었다. 뒤도 안돌아보고 정말 미친 듯이 계단을 내달렸다. 중간에 내려오다가 발이 비끗했었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뛰었다. 지훈이 형은 의외로 순순히 뒤에서 잘도 쫓아와주더라. 어쩌면 내 가 붙잡고 튀어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나 달아났을까. 극장 서 점 베스킨라빈스 레코드점 안경점 팬시점......을 지나쳐 도서관 경찰서 보건소 성당 앞까지. 내 평생 그렇게 열나게 달려본 적이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헉......헉......헉......" "하아......하아......더......더는 못달려......" "헉......헉............" "하아......히...힘들어 죽겠다......" "헉......나도 힘들어 죽겠다." !!!!! 뜬금없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돌아섰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지훈이 형......을 봤다. 그런데...... 나 분명히 지훈이 형 손을 붙들었었는데...... 어......어째서 지금은 최고 손목을 잡고 있는 거냐? "어......어버버버!!!!!" "샹 아프잖아 놔......" "........히끅......히끅......" "......왜 날 데리구 나왔냐?" "......" "......쳇......기껏 맘 정리했었는데......제길......" "......(뭐라는 거야 도대체)......" "......" "......" 뭐야 나......나......최고를 데리구 튄 건가? "......" "흠흠 저녁은 먹었냐?" "......(도리도리)......" "그래?" 어째서 상황이 이렇게 돌아갈 수가 있는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만 벌리고 서있었다. 근데 최고가 저만치 있던 리어카까지 달려가 뭘 사들고 온다. 하얀 봉지에 한 가득 담긴...... 붕어빵! "이......이거 뭐야?" "피.자. 붕어빵." "나......나 먹으라구?" "한 개에 300원이나 하는 거야. 먹어." "벼......별루 입맛이 안당기는데......" "야 이 씨댕아 만 원어치나 샀다. 군말 말고 쳐먹어." "......" 춥다고 배려를 해준다고 그러는 건지......최고는 근처 분식집까지 날 끌고 가서 앉힌 다음 오 뎅이랑 우동이랑...하여간 뜨거운 국물 있는 걸 모조리 다 주문시켰다. 그리고 그 외꺼풀의 길게 찢어진 눈으로 내가 야금야금 붕어빵 뜯어먹는 걸......구경하고 있다. 안넘어가는 걸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었는데......머릿 속으론 나보다도 더 황당해서 미 칠 지경일 지훈이 형 얼굴이 맴돈다. 그런 곳에 혼자 남겨져서......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형 미안해......흑! "흐......야 무수리, 솔직히 털어놔. 너, 나 좋아하지?" "......(흑ㅠ.ㅠ)......" "체......그런다고 누가 봐줄 거 같아? 얼굴도 지지리도 못난게......" "......(흐흑 꾸역꾸역)......" "흠흠 무...무엇보다 난 말야...나...나...남자한텐 관심 없어. 이 새꺄." "......(꾸역꾸역)......"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 벌개지지 말란 말야 최고. 그렇게 말하면서 기분 나쁘게 웃지 말란 말야...최......고............ 나무아미타불(나는 죽으니 죽은 다음에 성불되게 하옵소서)! 최고의 장희빈 17. ***** "......난 <졸업> 촬영하는 줄 알았어...니가 어찌나 다정하게 그 쉐끼 손 붙잡고 튀어가던 지.....니가 벤저민이고 그 씨뱅이가 일레인이었나......뒤에 남겨진 내가 얼마나 허탈해졌는 지 아니......응 지언아?" 지훈이 형은 방 구석에 쳐박혀 중얼중얼거리며 나를 맞는다. 나는 머뭇거리며 먹다 남긴 (--;;;) 피자붕어빵을 형에게 내밀었다. 형은 피식 웃어보이며 하이얀 봉지를 받아들어 식어 빠진 붕어빵을 뜯어먹기 시작한다. "우적우적...너무 당황스러워서......쩝쩝......너한테 폰 때릴...우걱......생각조차 못하겠더라......꺼 억......그래......그 개싸가지랑 데이트는 잘했나부지......커ㄱ......이렇게 늦은 시간에 들어온 거 보면......" "미안해 형......" "미안할게 뭐가 있어......다만 내가 그렇게 너한테 배신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뿐이지...... 배 신자여...배신자여...사아아라앙의 배신자여......" "정말 미안해......고의가 아니었어......" "훗......그래, 물론 너의 자의였겠지. 안그래?" "나 정말 몰랐어. 형 손 붙잡은 줄 알고 무조건 뛰었는데......알고 봤더니......" "알고봤더니 뭐? 개싸가지의 손은 부드러웠다구?" "그게 아니구......" "됐어 긴 말은 필요없어. 그래 너에게는 우애보다 우정이 훨씬 더 큰 가치였겠지. 암 이해 해 이해하고 말고. 훗......" "혀엉......"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힌 형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옆으로 선 그 모습이 어 찌나 안스럽고 아파보이는지......정말 정말 형에게 미안했다. "후우∼그래 둘이서 뭐하고 노느라 이렇게 늦었어∼응? 후우∼후우∼" "켁......켈록......형 연기 이 쪽으로 뿜지마......" "후∼ㅅ, 내 맘이야." "지훈이 형......(ㅠ_ㅠ)......" "뭐했니 응 응 응?" "......바...밥 먹구......좀 걸어다녔어......" "......" "제발 화 풀어, 내가 이렇게 빌잖아." 엄청 삐진 지훈이 형은 내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음에도 불구,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게다가 냉냉한 얼굴로 나가라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나는 엉겁결에 내 방에서 쫓 겨나오고 말았으니. 어쩔 줄을 몰라서 발만 동동거리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뜬금없이 방 안에서! [이 씹새꺄! 뒈지고 싶냐?] 헉......왜......왜......빈 방에서 혼자 욕하구 그래.....형...... [여기가 어디라구 감히 폰을 때려? 응? 거기 어디야? 뭐? 대영도옹 동사무소 앞? 오라 너 거기 꼼짝 말고 서있어! 끝장을 보자 이 개싸가지!!!!!] 응......? 대, 대영동이라면 최고가 사는? 닫혔던 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며 진정으로 분노한 얼굴의 지훈이 형이 뛰쳐나온다. 평소 표 정관리 엄격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던 형......얼굴이 말이 아니다. 머리는 산발을 해가지구 한 손에는 코트 다른 손에는 내 핸폰이 들려졌는......앗 내 폰이 왜 형에게? "혀엉 왜...왜그래, 글구 왜 내 폰을 형이 들고 있어?" "지언아! 숙모님 오시거든 나 잠깐 볼 일 보러 나갔다고 전해드려라!" "그......무슨 일인데?" "최고인지 개고인지 그 시키 떡치러 간다!" "뭐?" "나 기다리지 마. 확실하게 개싸가지 버릇을 고쳐주고 올테니." 그러면서 형은, 내 폰을 집어던지듯이 나에게 건넸다. 아까 방에 들어갔을 때 나도 모르게 흘렸었나 보다(--;;;). 말려야 되는 거 뻔히 아는데......현관문을 나서는 형의 등으로 좔좔 살 기가 넘쳐나는 것이......어설프게 말이라도 붙였다간 매를 벌 것 같아......하...하지만 저대로 뒀다간 최고 핵주먹에 희생될 게 틀림이 없는데. "지...지훈이 형......가지 마...가면 안돼......" "놔! 어떻게 그런 인간말종새끼를 가만 둬?" "얻어터질 거야...최고......백두산 선배도 두 번이나 이겼단 말야......" "(움찔)사......상관 없어!" "엄청 무서운 애야! 정말 장난이 아니라고! 덤벼봤자 형이 견뎌낼 스케일이 아니란 말야!" "(움찔움찔).....놔.....자꾸 말리면 널 때려눕히고라도 가겠어." "쌈실력은 쥐뿔도 안되면서 왜그렇게 고집을 피워?" "뭐야? 쥐뿌울?" "(헉)사...사실이 그렇잖아......" "너 말 다했냐?" "......(더헉)....." 나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초를 치고야 말았다. '장지훈=자존심'의 등식을 잠깐동안 망 각한 것이다. 비교 당하기 싫어하고 뭐든 잘해야 직성이 풀리는 무시무시한 완벽주의자...... 장지훈...... "/(~0~)/ 저리 비켜어어어ㅅ!" "컥!" 몸이 반 바퀴 부우웅 회전하는 가 싶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형은 현관문을 박 차 고 사라져버린 뒤였다. 반 쯤 열린 문에서 찬 바람이 스멀스멀 새어들어오는데, 나는 대체 이 상황을 어찌 수습해야 할 지 몰라 멍하게 찬 바람만 맞고 서있었다. 아......포...폰! 머릿 속은 사고의 회로가 정지되어 작동 그 자체를 거부하는데, 무의식 중에 해결의 실마 리 가 떠올랐다. 그......그건! [016-0000-0000] 손가락이 익숙치 않은 번호를 재빨리 두들겨댔다. 싫은 인간의 폰번호였기에 저장하고 싶 지 않았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왜 진작 이 녀석 번호를 1번에다가 메모리 안시켜놨는 지......후회가 된다. 뚜르르르르.....뚜르르르르...... 신호음이 가고...... 딸깍...... 문제의 인물이 전화를 받는다! [누구야 ㅆ발!]----->이 녀석 꺼는 발신자번호표시도 안되남......(--;;;)a "......저......" [뭐야!] "......최고?"------>이렇게 전화받는 인간이 달리 최고가 아니고 누구겠어...나도 참...(ㅠㅠ) [......무수리냐?] "으응......지...집에는 잘 들어갔어?"----->흑 나도 참... [......아직 안들어갔다.] "......왜, 왜?" [ㅋㅋㅋ 너한테 전화를 했는데, 너네 사촌형님이 대신 받더라? 다시 생각해보니까 아깐 내 가 너무 무례했던 거 같아서 그 분께 사과를 했지.] "......뭐라고 했...는데?" [미안합니다 형님 이전에는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제가 그만 실례를 범했습니다.] "......(거짓말 인 거 같다)......" [......하면 좋겠지 이 시봉이 새꺄 크하하!!!] "......(그, 그러면 그렇지)......" [......라고 얘기해줬더니 존나 열받아가지고 어디냐고 씨부리더라? 그래서 대답해줬지. 우리 집이다. 너희 집이 어디냐고 물어오더라? 그래서 또 대답해줬지. 대영동 동사무소 앞이다 왜 ㅆ발아 하고 말야. ㅋㅋㅋ 무수라. 나 정말 친절한 거 같지 않냐? 집까지 일일이 다 갈쳐주 고!] "......(친절이 씨가 말랐냐)......" [근데 네 놈이 먼저 전화를 다하다니 뭔 일이냐?] "......(헉)......" [나 말릴 생각은 하지 마라 무수리. 도전은 응전으로 받아주는게 내 철칙이거든. 간만에 뼈 랑 살을 한덩어리로 만들어 줄 생각을 하니까......ㅋㅋㅋㅋㅋ......] "......저...고야......" [왜(버럭)!] "......저...그...그 생각 접고......그...그냥 일찍 집에 들어가......" [뭐야?!] "니......니가 상대할 만큼 대단한 사람 아냐......우리 형." [......] "제...제발 부탁이야......한 번만 살려줘......지훈이 형...정말 싸움의 싸자도 모르는 사람이야...... 제발제발제발......" [......무수라.] "......으, 응?" [제발 부탁이야, 그거 다섯 번만 더 해봐.] "......(무슨 수작이야)......" [쪼끔 더 나긋하게 다섯 번만 해봐.] "......(에이 정말)......" [안 해?!] "하 할게 한다구! 제발 부탁이야 제발 부탁이야 제발 부탁이야 제발 부탁......(헥헥)...제발 부 탁이야." [......] "저......다 했는데?" [......후......ㅅ] 내 귀에 이상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핸폰 저편에서 '훗'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왔 다. [......니 목소리 진짜 섹시하다 무수라.] "어......엉?" [한 번만, 이거 다섯 번만 더 해봐.] "......" [안 해? 셋 센다?] "......(에이 덴장)......하...한 번만 한 번만 한 번만 한 번만......한 번만!" [......ㅋ ㅡ ㄱ......] 우...웃었다 웃었다 분명히 또 '큭'하고 웃었다. 이건 좋은 징조? 하...하늘이 지훈이 형을 살 리시려나? [무수라.] "으...응? 이제 됐어? 된거야? 이제 그냥 집에 들어갈 거지?" [무수라∼아.] "......우...우리 형 살려주는 거지?" [무∼수∼라∼아∼] "......(심상치가 않군 이 놈)......"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려온 녀석의 말! [싫어!] ......흐윽......! 그럼 그렇지......최고가 달리 최고겠어...... 그렇게 나는, 허무하게 귓전을 울려퍼지는 뚜-뚜-소리만 들으며, 지훈 형의 무사귀환만을 밤새도록 빌고 또 빌었다. 최고의 장희빈 18. ***** "응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얘기 해봐." "......어떻게 됐겠냐...그 녀석 결국엔 안나왔단다......지훈이 형 밤새도록 그 동네 동사무소 앞 에서 죽치고 앉아있었는데......코빼기도 안비쳤다더라..." "엇 박찌윤이다! 흠흠 그래서?" "......새벽 쯤엔 순찰하던 경찰이 이상하게 생각해서 우리 형 파출소까지 끌려갔었대...흑." "절나 운이 없구나 지훈이 형도. 히히 짱나라다. 어우 짱날 정도로 귀엽지 않냐?" "너 지금 내 얘기 듣고 있는 거야?" "(버럭)듣고 있잖아!" 지훈이 형이 서울로 돌아간 지도 어언...이틀. 핏국물을 흘리고 들어서는 지훈이 형을 상상 하 며 나는 그 날 밤새도록 잠을 설쳤었다. 그런데 이튿날, 예상과는 달리 깔끔한 얼굴로 돌아 온 형은 날 붙들고 엉엉 울면서 소리질렀다.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이토록 자기를 농락한 인간은 없었다며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고 발광을 하더라. 그 추운 날 바깥에서 5시간이나 떨었던 형은 결국 고뿔에 걸려 1주일 간이나 자리에 드러누웠다. 내 입장에서는 다행이랄 지 불행이랄지......즐거워야 했을 형의 귀향기는 그렇게 사정없이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다음부터야...최고가 시도 때도 없이 폰을 날리고 날 괴롭히는 데......글쎄 어제는 전화를 해가지구 엄청 야한 이야기를 지껄이면서......" "(희번득)어? 야한 얘기?" "(누가 성인용 아니랠까봐...-_-;;)어." "무슨 얘기?" "모...몰라! 입에 올리기 뭣할 정도로 역겨웠어! 최고 그 녀석 목소리가 또 오죽 크냐? 쩌렁 쩌렁 울리는데 혹시나 엄마가 들을까봐 간이 다 조마조마하더라." "......무슨 얘기 했냐니깐." "저...전화로 그런 얘기 하면서 사람 괴롭히는 거 서...성희롱 아냐?" "짜식, 딴 청 피우는 것도 어쩜 그렇게 어설프냐. 구렇다고 내가 넘어갈 거 같애? 어여 뱉 어 봐." "와...엄청화다!" "후훗 짜식, 안 넘어간대두?" "......" "......" ......이래서 내가 정섭이랑 만나서 상담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 부르주아 자식! 가족들끼리 단체로 스키여행 갔다. 하는 수 없이 인용이 녀석을 불러내어 내 돈으로 밥 사먹이고 겜방 보내주고...그간 있었던 사정을 풀어헤치며 앞으로의 행동지침 정도 얻어들을까 생각한...... 내가 바보다 그래!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날은 추워 서점으로 들어서서 잡지코너를 순시하는 중이었다. 끈질기 게 들러붙으며 야한얘기 노래를 부르는 인용이를 애써 무시 때리며 잡지 구경 하는 척 했 다. 성인용은 '아∼이∼잉 해줘 해줘' 하면서 남들이 들으면 자칫 오해 살만한 발언을 서슴 치 않는데......참다 못한 나는 결국...... 끝까지 무시 때렸다. "쓰불놈 독하다 독해! 응? 누가 장희빈 아니랠까봐 끝까지 주둥아리 셔럽하고 있네." "......소리 좀 지르지 마. 카운터에서 노려보잖아......" "응? 괜히 얘기 꺼내서 사람 맘 설레게 만들고...응? 일을 벌렷으면 결론을 봐야지! 너가 언 제부터 그렇게 책임감 없는 인간이었냐? 대답해봐 장희빈!" "소리 좀 낮추래도......(--;;;)" "싫어! 내 맘이야! 야한얘기 해줄 때 꺼정 소리 지를거다! 아아아∼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 냐∼둘이면 둘이지 셋이겠느냐∼타잔이 십원짜리 팬티를 입고∼이 십원짜리 칼을 차고 노 래 를 한다 아아아∼!" "......(쳐 죽일 것)......" "......열 다섯이면 열 다섯이지 열 여섯 아니야∼열 여섯이면 열 여섯이지 열 일곱 아니야∼ 랄라랄라랄라랄라 랄랄라∼!" "......(이런 최고 같은 인간이 다 있나ㅠ_ㅠ)......." 저 멀찍이서 이 쪽을 주시하던 카운터지기 아저씨가 참지 못하고 일어선다. 지나가는 사람 들도 눈살을 찌푸리며 수근수근거린다. 나는 하릴 없이 잡지를 들었다 놨다 인용이 놈 입 을 틀어막았다 뗐다 하면서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그런데. "타잔이 백 삼십원짜리 팬티를 입고∼백 사십원짜리 칼을......어엇!" "!" "(아둥바둥)뭐......뭐야?" "......(더헉)......" 노래에 몰두한 나머지 바리에이션까지 집어넣는 망발을 일삼던 성인용.......헌데 녀석의 어 깨 를 덥썩 내려잡는 거한이 있었으니. 해병대 스타일 머리, 시커먼 얼굴, 송승헌 눈썹, 부리부 리한 눈, 꾹 다문 입, 떡벌어진 어깨! 이건 완전......조폭? 지금, 카운터 아저씨나 직원들이 달 려들어서 인용이 입에 걸레를 쑤셔넣는게 더 나을 법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어...어버버버 어버버버......"----->인용이 "......(O_O)......"----->나 "......말 좀 묻자."----->거한 "어......네? 저......저한테요?"----->망할 넘의 인용이 "......(O.O)......"----->여전히 나 "아무나 상관 없다. 둘 다 대답해도."----->거한 가만히 살펴보니 조폭...아니 거한의 한 쪽 손에는 수학의 정석이 들려져 있었다. 조폭과 수 학이라......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책을 들고 섰는 거한의 눈이 힐끔 나를 향한다. 무.....무 슨......?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인용이는 여전히 어깨를 잡힌 채로 벙찐 얼굴을 할 뿐이다. 한동안 주변을 배회하던 카운터 아저씨는 일이 자동적으로 처리되는 것을 알고 곧바로 제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너네, 고등학생 맞지?"----->거한 "......네?"----->인용 "......(끄덕끄덕)......"----->나 이때 껏 무표정하던 거한의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펴진다. 그리고 거칠게 인용이를 밀치면 서 내 쪽으로 바싹 다가서는데......무...무섭다. "아아 다행이다. 다들 내 얼굴만 보면 도망을 가는데......하하 그래 고등학생이라고?" "......네에......" "혹시, 대성 고등학교?" "......(사실대로 대답해야 할 지 일순 망설였다)......네에......" "우와ㅅ! 이게 웬 우연이야!!!!!" "(화들짝)!" 멀찍이 도망가서 걱정스런 얼굴로 이 쪽을 쳐다보는 인용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쁜 넘! 나쁜 넘! 저 혼자 몸보신 하겠다고 도망가고! 흐윽! "나도 대성 고등학교. 3학년이야! 반갑다!" "......네네......" 믿을 수가 없다, 저 얼굴로 고등학생이라니...... "넌 몇 학년이냐? 1학년? 2학년? 3학년?" "......저...2학년 올라가는 데요......" "오오 신입생이었군, 어쩐지 낯선 얼굴이다 싶었어! 크하하!" "......(웃는 게 내가 아는 최모군이랑 똑같다)......" "어쨌든 반갑군 반가워! 이런 데서 후배를 다 만나고!" "......저어......" "응, 뭐야?!"----->말 자르는 게 못마땅한 듯. "(찔끔)......저어......무슨 볼 일로......저희......아니 저......불러세우셨는지......" "......왜, 바쁘냐?"------>순간이지만 한 쪽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찔끔찔끔)아뇨......전혀요.....전혀......" "아 맞다! 이거 말야 이거!" "네......네?"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한 거한은, 자신의 손에 들리워진 정석책을 내게로 내보이며 이렇 게 물어왔다. "나 공부를 좀 해볼까 싶은데. 도통 무슨 책으로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군. 아는 쉐끼들이 수 학하면 이거라던데. 그럼 이거만 풀면 수능 수학에서 100점 맞을 수 있는 거냐?" "......(80점이 아닐지)......" "글구 맨 뒷장을 보니깐 30년간 모든 고교생들의 친절한 반려자가 되어왔다는데......30년이 나 됐으면 한 물 간 거 아냐?" "......기...기본서라서 많은 애들이 보는 거에요......" "호오 그러냐?" "......네에......" "이것도 공통이 있고 수학Ⅰ이 있고 수학Ⅱ가 있던 걸? 너무 복잡해. 이 걸 다 보란 말이 냐? 내가 보기엔 수학Ⅱ가 제일 센 거 같던데.....? 그럼 수학Ⅱ만 보면 되는 거 아냐?" "......문과생이면 그거 안봐도 되는데요......" "......난 예체능인데......" "......그럼 공통만 보세요 예체능계는 공통만 시험보거든요......" "우와." "(찔끔)......" 감탄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던 거한. 갑자기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소리를 지른다. "진짜 똑똑하다 너! 내 주위엔 왜 너처럼 똑똑한 애가 없는 걸까! 우와아! 야 너 이름이 뭐 냐?" "......(더헉)......" "학교 가면 아는 체 좀 해야겠다. 너 이름이 뭐야?" "......(어...어쩌지 어쩌지......실명 가르쳐주긴 싫어)......" "이름이 뭐냐니까?" "......" "......" 한참동안 망설이면서 우물쭈물하다가......여전히 멀리서 몸 사리고 있는 인용이랑 눈이 마주 쳤다. 헐∼ 헐헐헐∼ ......미안하다......친구야...... "내...내 이름은, 성인용 인데요." "뭐...크하하? 진짜냐? 진짜 그런 이름도 다 있냐?" "진짠데요." "크하하하 날 웃기기까지 하다니! 너 정말 맘에 든다!" "네......네......" "ㅋㅋㅋ 너무 웃으면 실례겠지. 그래 이름이 인용이라구?" "......네에......" 저 멀리 떨어진 인용이는 진정으로 나를 걱정하는 얼굴......이다. "내 이름, 궁금하지?" "......(별로)......" "내 이름도 니 이름 만큼이나 특이하다. 그렇다고 웃지는 말아." "......(성인용 만큼 특이한 이름이 또 있을까)......" "내 이름, 백두산이다." "!" 오......오.....오.... 오...오..오. 오, 오 마이 가아아아아∼ㅅ! 배......배......백두산?! 나는 그 날, 말로만 듣던 '17'문신의 전설 무참하게 최고에게 두 번이나 깨졌던 인물 백두산과......그렇게 마주쳤다. 외전~~~최고의 하루 1. ***** 오늘도 최고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등교준비를 무려 세 시간이나 하는 놈이었기에 늘 여 유 를 잡고 새벽 4시 쯤에 일어나 설치곤 한다. 그렇다고 최고가 책가방을 챙기거나 하는 일 따위로 그렇게 시간을 잡아먹는 건 아니다. "......이게 나으려나......?" 샤워를 마친 최고는 벌거벗은 채로(--;)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머리를 메만지고 있 다. 머리를 세웠다가 눕혔다가 한참동안 어루만지던 그는, 마침내 건드렸다간 손가락이 다 날아가버릴 것 같은 칼머리를 완성시켰다. 한 터럭도 삐져나오지 않은 perfect한 헤어다. 최 고는 내심 흡족해 하며 미소짓는다. "쌔∼끼! 존나 쌔끈하네!" 거울 속의 자신에게 사랑의 총알을 날리는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는 종자가 바로 최고... 다. 기억 하자. 최고는 왕자병이다. 학교에서나 어디서나 늘 인상을 구기며 나름대로의 칼 수 마를 자랑하는 그였지만, 알고 보면 개떡...같은 나르시스트였던 것이다. 지금 시간은 오전 5시 30분. 벌써 머리로만 한 시간 반을 잡아먹었다. 젤도 한 통이나 날렸다. 그런데. 벌컥! s(--*)z ----->최고 \(@o@;;;)/ ----->최고 엄마 백마리 씨 뜬금없이 문이 열리고, 여리여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가냘픈 중년부인이 등장한다. 이 부인 은 다름 없는 최고의 모친, 백마리 씨다. 기억하자 이 이름... "문디 자슥! 니 또 뻘거벗고 뭐하노?" "ㅅ......나가!" "하이고∼요번엔 또 어떤 가스나를 후릴라꼬 그래 뽄을 직이노?" "ㅆ......나가!" "고 아부지, 요 쫌 와가∼ 야 쫌 보쏘!" "......18!" '고 아버지, 이리 좀 오셔서 이 아이 좀 보셔요' 모친의 말에, 그 때까지 벌거벗고 개기던 최고가 화들짝 놀래며 교복 나부랭이를 걸친다. 그런데 바지 발목을 너무 좁게 줄인 탓일 까. 발이 낑겨서 쉬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끙끙대며 간신히 바지를 다 입었을 무렵 아주 근 엄하고 박력있는 외모의 중년남성이 방문 쪽으로 다가온다. 최고의 아버지 최강직 씨다. "신새벽부터 뭔 수선이고, 으이?" "아이고 고 아부지, 쟈가 요새 바람이 들어갖꼬 쌩난리를 피운다 아입니꺼. 아침 일찍 일나 면 책 한자 더 들여다볼 생각은 안하고." "뭔 난리를 피웄는데 그라노?" "말도 마쏘. 빨가벗고 서갔고 오만 지랄을 다하는데......가쓰나가 생깄나......대가리엔 젤인 지 떡인지로 칠갑을 해갔고......내 몬산다!" "시끄릅다! 옆 집 깨긌다. 아직 여시(6시)도 안됐는데......" "뚝." 천하에 두려울게 없었던 최고, 그 최고가 지금 자신을 지긋이 노려보는 저 부친 앞에서 만 큼은 어찌 된 일인지 꼼짝을 못한다. 뻘쭘하게 서있기만 한 게 영 마땅치 않은지, 한동안 부시럭부시럭 대면서 교복 와이셔츠를 걸치던 최고. 여전히 그를 지긋이 노려보기만 하던 최고의 부친 최강직씨가 드디어는 입을 뗀다. "그래, 요새 학교는 댕길 만 하나?" "......네." "또 사고 치고 그라는 거 아이제?" "아닙니다." "......성적이 마이 올랐드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 그래야제. 느그 형들이랑 누나들 봐서라도 잘해야 안되긌나?" "잘 하겠습니다." "오야. 내 니를 믿는다." "네." ......참으로 담백한 부자간의 대화가 아닐 수 없다...... "이기 뭡니꺼? 아 쫌 단속시키라고 불렀드만......" "어허 시끄릅다! 거실에 신문이나 쫌 갖다놔라." "......투덜투덜 투덜덜덜......" "고마 투덜대고 밥이나 해라. 쫌 있음 다 나갈 시간 아이가." "......궁시렁궁시렁궁시렁......" "조용히 하랬제." 부모님이 모두들 퇴장하시고 난 직후, 최고는 입을 비죽이며 다시금 거울을 들여다본다. 아 까 아버지 앞에서 허둥댄 탓인지 머리카락 하나가 흘러내리고 말았다. '시발...' 낮게 중얼거 리며 그는 다시 젤을 꾹 눌러짠다. 손바닥에 슬쩍 비벼서 머리카락을 살살 세운다. 다시 perfect한 칼머리가 완성되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최고. 이제는 교복 단추를 몇 개 풀어놓으면 더 터푸해 보일까 싶은 저차원적인 고민에 빠져든다. [창작외전]최고의 장희빈-내가 좋아하는 아이 둘 외전입니다. 주절 주절 써내려가는 거니 그냥 딱 읽으시고 껌종이에 싸서 휴지통에 버려주 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글구 새벽부터 멜 보내주셨던 열혈독자 v내동생쿠우v님 그렇잖아 도 징하도록 길게 한 번 써 볼 작정입니다. 제 자식넘들...대학은 보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쿠헬헬∼ 외전~~~내가 좋아하는 아이 둘. "소문 들었어요 이선생님? 세상에 교장은 대체 무슨 속셈인지......" "무슨 일입니까?" 열심히 수업준비를 하는......척 하던 이상감(대성 고등학교 1, 2학년 국어과목 담당)씨는 바로 옆자리의 조미련 선생에게서 기이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왜 있잖아요......상고에서 사고 치고 퇴학당했다던 그 꼴통쉐이......" "아 저도 들어는 봤지요. 머리 갖고 뭐라 하던 담임 차 타이어를 면도칼로 찢어발겼다 던......" "오늘, 그 쉐이가 이 학교로 온답니다." "뭐요? 그 녀석......이 어떻게 우리 학교에(경악)?!" "모르셨군요......이사장과 교장의 음모라더군요......편입시험도 치렀다는데......근데 저희 학교에 그런 편입전례가 있었던가요?" 백두산이 없어져서 학교가 잠잠해진다 싶었는데...그런 초대형블록버스터 문제아가 그 자리 를 메꾸게 생겼다니! 어쩐지 오늘 교무실 전체 분위기가 암울하다 했다. 그러나 그런 와중 에도 희열을 느끼는 인간이 하나 있었으니. "흐음......그 꼴통쉐이......일만 저질렀단 봐라! 가차없이 퇴학이다 퇴학!" 이죽거리며 외치는 학주 구도형(대성 고등학교 1, 2학년 수학 담당). 죽도를 휘두르며 오랜 만에 적수를 만났다고 환호하는데,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닌 듯 싶다. "......근데, 누가 걔 담임을 맡는답니까?" "(소근소근)있잖습니까......조∼기 구석데기에 쳐박혀 머리통 감싸고 있는......." "저...저런! 이명복(대성고등학교 1, 2학년 국사담당)선생님이?!"----->안도하고 있다 "......저희들로선 명복을 빌 따름이라죠......"----->묵념하고 있다 이상감씨 역시 그에게 연민과 동정의 눈빛을 한껏 보내며......곧 있을 아침조회를 위해 잽싸 게 교실이 있는 4층으로 향했다. 그, 그런데. "아니 희빈이 아니냐! 하하하 오늘도 여전히 예뻐요∼!" "......안녕하세요(냉담)?" "어이구 저 눈 좀 보소. 어쩜 저렇게 독기가 서려있을까. 너 정말 여자였으면 여러 남자 울 렸겠구나! 하핫 어디 한 번 안아볼까?" "(무시)어 정섭아!!!" 화장실을 다녀오던 장희빈, 아니 장지언은 아침댓바람부터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허나 교실 뒷문을 들락거리던 친구 구정섭 군을 발견, 다행이도 변태 상감마마에게 안기는 수모 는 피할 수가 있었다. '조거 조거......캬, 절색일세......사내새끼가 어쩜 저렇게도 낭창낭창한지......얼굴도 조막만한게 저 큰 눈을 치켜뜰 때면......으흐으흐......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저 녀석은 이런 남학교에 있으면 엄청 위험해! 행인지 불행인지 주변엔 다 둔한 놈들만 있어 못알아보고 있지만......캬 아 이뻐요 응!'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이상감의 사고를 엿보면......그 역시 정상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동 성의 학생에게 음험한 생각을 품고 있는 느끼한 중년의 선생......징그럽다. 잠시 야릇한 생각에 젖어있던 상감마마...아니 이상감씨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지나가는 학생들의 눈길을 깨닫고는 곧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허겁지겁 교실 앞문으로 들어선다. 학 생들 중 누군가가 '아야 박고(선생님 온다)'하고 외치는 것을 들은 이상감씨, 요즘 아이들의 언어사용실태에 대해 국어선생님 답게 심각하게 고찰한다. "차렷-경레!" "반갑습니다!" 반장인 한상식 군의 목소리는 언제나 절도가 있다. 역시 반장다운 그릇이다 하고 생각하는 도중, 자신도 모르게 2분단 맨 뒷줄로 눈이 향한다. 누구의 자리일까......역시 장희빈의 자리 다. 짝인 구정섭 군과 시시덕거리며 농담을 주고받던 장희빈 군. 문득 스멀스멀 거리는 뭔가가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기분에 딱 입을 다물고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다. 아...! 역시 예 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오늘도 저 담임이라는 벽태색히는 할 말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고 섰 다. "......저 선생님, 출석 안부릅니까?" "......(머엉)......아.....앗차차 출석!" 10분 간이나 넋을 잃고 장희빈 군의 요염한 자태를 감상하던 이상감씨......학생들은 그런 담 임을 열렬하게 씹어대기 바쁘다. 학생 A : '시발넘의 변태색히! 또 장희빈 쳐다보고 있었어!' 학생 B : '확 교장한테 꼬질러버릴까 부다......' 학생 C :'정말 두려워...저런 담임 밑에서 공부해야 된다는 현실이......내 순결을 지킬 수 있을 까?' A : '이 십색히! 너부터 죽어라!' B : '퍽퍽(@-..-)∼@)+0-)' C : '아악 잘못해써......(ㅠ_ㅠ)' 눈대중으로 안 온 녀석들을 체크하고, 이상감은 호들갑스럽게 수업준비를 위해 교실을 나선 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어보이며...오늘도 잊지 않는다...저주받을 그 행위를! 장희빈을 향해 눈웃음&윙크 한 판!!! 1학년 2반 녀석들 모두 경악하고(+0+), 책상 뒤엎고 (/-_-)/ ㅕ (/-0-)/ ㅕ (/-ㅅ-)/ ㅕ, 구토를 시작한다. 그리고 한결같이 '시벌 변태색히 뒈져버려'를 외친다. 요즘 아이들의 담임 씹어대기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지 짐작조차 못하는 이상감씨...오늘도 한 건 했다(?)는 생각에 날아갈 것만 같다. 자자 이제 수업 들어가야지...금요일 첫 시간은 별관 3학년 교실 옆에 위치한 1학년 10반이다. 깜박 잊고 교무실에서 교과서를 안 챙겨온게 찜찜했지만, 그럴 때 마다 애들 시켜서 갖고 오게 한다. '......응?' 그런데, 구름다리를 지나서 막 별관 1층에 당도한 이상감씨는 문득 복도를 감도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아직 수업종이 치지도 않았건만, 기이할 정도로 적막한 게 아닌가? '어라...3학년 교실 옆이고 뭐고 상관않고 왁자하게 떠들어대는 놈들이......' 평소의 이 시간대라면, 전교에서도 가장 시끄럽기로 소문 난 1학년 10반 녀석들이, 복도를 질주하며 축구경기를 펼쳐야 마땅했다. 헌데, 놈들이 단체식중독에라도 걸려 병원에 입원이 라도 했는지......아 아무도 안왔나? 복도 쪽 창가에서 스윽 10반 교실을 들여다 본 이상감씨는,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등록시켜 도 시원찮을 만큼 놀라운 일을 목도했다. 그...그것은....... 꼴통들만 모여있기로 소문 난 그 10반의, 모든 선생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뛰쳐나간 그 10반의, 담임이 자살기도를 7번이나 했을 정도로 악랄한 녀석들만 모여있다는 그 10반의, 아 이들이......허......허허허......허허헛! 외계인에게 붙잡혀가 뇌개조라도 당하고 돌아왔는 지, 그 아이들이, 모두, 한결 같이, 책을 펼쳐들고(그것도 국어책을), 예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오오! 신은 진정 존재하는 것인가?! 기적이다 이 것은! 이상감씨는 떨리는 손으로 미닫이 교실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러나......아이들은 어찌나 공부 에 몰두했는지 선생이 들어왔음에도 쳐박은 고개를 들 생각조차 않는다. 오오 이 학구열! 뜨거워∼! 한동안 정신을 못차리고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던 이상감 선생.......의 눈에 갑자기 맨 뒷자리 에 앉은 첨 보는 아이가 들어온다.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앉아 삐딱한 시선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한 마리 고고한 야생마...... 앞머리는 규정인 4센치를 예전에 초월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있고......빳빳한 블레이 져 상의 사이로 흰색 셔츠 앞섶 단추 몇 개가 과감하게 풀어헤쳐져 있다. 자......훤칠하게도 생겼다! 마치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한......(씨댕)......부티나게 흰 얼굴(의외죠?), 깔끔하고 단정한 눈썹, 매력적으로 길게 찢어진 외꺼풀의 눈, 잘 선 콧날, 윗 입술과 아랫 입술의 비 가 4대 5로 완벽한 균형미를 자랑하는 섹쉬한 입술......오오 오오오 이게 웬 뻘구덩이 속의 진주란 말이더냐∼! 그렇다. 모두들 예상했겠지만, 지금 이상감 선생을 쏘아보며 건방지게 입술을 이죽거리는 이 녀 석......금일 부로 대(大)대성고등학교 1학년 10반으로 편입한 최.고.라는 놈이다. "뭐요?" "......(황홀)......으, 응?" "씨팍 반장 새꺄 선생님 기어들어왔는데 인사도 안하고 뭣하냐?" "(허걱)!" 첨 보는 뉴페이스의 허벌나게 살벌한 외침에 10반 반장 정덕목 군(아시져 나중에는 최고 휘 하의 일진이 됩니다)이 뻘쭘하게 일어서서 '차렷∼경례∼' 다 죽어가는 소리로 인사를 한다. 엉겁결에 인사를 받은 이상감씨......눈은 여전히 뉴 페이스에게 향해 있다. "흠...흠흠......거기 맨 뒷자리 학생. 처음 보는 얼굴인데......누구지?" "......야야 거기 고평수란 놈, 대신 읊어줘라!" 긴 발로 앞 자리에 앉은 덩치 고평수(다들 아시져 이 넘도 나중에는 최고 밑으로 겨들어갑 니다)를 툭툭 차면서 귀찮다는 듯 내뱉는 최고......역시 개싸가지...... "전학생입니다 선생님(다소곳)." "저......전학생이라고(저 넘이 다소곳해지다니 이게 웬 변고)?" 곰곰히 사고라는 것에 잠겨드는 이상감 씨......전학생......전학생......? 편입생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만 전학생이라......? 그............그............그럼 혹시?! "이 ten새캬! 똑바로 전해! 내가 전학왔냐? 편입했지! 어우 이걸 그냥...!" "아악...잘못해써!!!"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쥘쥘 울면서 편입생에게 머리털을 쥐어뜯기는 고평수......이상감 씨의 머리 속은 전학생의 고혹+야성+섹쉬 이미지가 순식간에 와장창 깨지면서......죽음과도 같은 공포심이 밀려들어온다. 저...저 녀석이......저 녀석이 그 소문 난 최고? 상고최고꼴통새끼?! "빨리 수업하죠. 저 오늘부터 무지 열심히 살기로 맘 먹었단 말임다. 거기 선생님도 협조 좀 해주쇼." "......" "야야 뭐하냐 거기 일어나서 책 좀 읽어봐! 선생님한테 질문도 좀 던져! 면학 분위기 좀 조 성해라 이 씨팍쉐끼들아!" "......" 최고의 벼락 같은 외침에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서 '학습목표'를 읽어대는 놈이 있다. 어 떤 놈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 글의 주제는 학문에 대한 열정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아 닐까요'하고 물어온다. '글의 성격은 고백적 회고적 교훈적 사색적 자성적 입니다 선생님'...... 그건 정말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교사 생활 15년 만에 그런 쾌거는 처음이었다. 면학의 뜻을 품은 훌륭한 학생의 지휘 아래 단합하여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이상감씨는 '편입생 최고'의 공포심도 잠깐 잊고 감동의 파도에 밀려 허우적대고 있다.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최고 녀석을 가리켜 꼴통이라느니 뭐라느니 험한 소리만 해 대지만. ......저는 말입니다......그 녀석에게 완전히 반했어요오오(♡o♡)...... 얼굴도 깔끔하지 몸매는 예술이지 터푸한 기질에 지도자의 자질까지 엿보이니...... 헉......이...이렇게 되면 희빈이 한테 미안해지는데......? 희빈아, 장희빈......너두 이쁘다 그래. 넌 언제까지나 나의 펄스트다. ......그렇다고 최고를 세컨드로 두자니 너무 아깝고...... ......에라 모르겠다. 두 녀석 세트로 붙여서 좋아해야지...... 흐음, 두 이뿐이들을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까...... 장희빈 최고......장희빈 최고......장희빈......최고...... 최고의......장희빈...... 흐음. 그거 딱 좋군. 크흐흐, 딱 걸렸어 두 녀석들∼!!! (부비부비부빗) 그래, 오늘부터 너희 둘은. 최고의 장희빈이다! ......그리하야 이 설의 제목은 이상감씨의 아이디어에서 따와 '최고의 장희빈'이 되었다는...... 쿨럭! 최고의 장희빈 19. ***** "전화 왔다." "응? 누구야?" "글쎄, 너희 반 반장이라는 구나. 급한 일이라는데...헌데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 같은게......" "상식이가 뭔 일로 나한테 전화를 했지?" "빨리 받으렴." "알았어요."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면서 엄마가 건네주는 수화기(무선)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하고 말했 는데 저편에서 아무 말이 없다. 다시 여보세요 했지만 그럼에도 말이 없다. 장난전환가 싶 어 막 끊으려는 순간 저편에서 아주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최 최고?)......" [안녕 오랜 만이다.] "......" 하마터면 수화기를 떨어뜨릴 뻔 했다. [그동안 연락이 안되더라. 폰은 왜 꺼놓고 다녔어?] "......어, 어......수리 중이었어(거짓말)." [......] "그...잘 지냈어? 하하...웨...웬 일로 집에다 전화를 다 하구..." [......] "포...폰 있잖아, 실수로...떨어뜨리는 바람에......부서져버렸어...그래서 대리점에다 맡겼는데... 하하......" [......] "......정말이야......" [........................조까 무수리.] "......" [어디서 뻥에다 개구라를 쳐? ㅆ발...이제 니 말은 좆으로 껌을 씹는대도 안 믿는다 이 씨댕 아!] "......(창백)......" 나의 표정이 급속도로 창백해지는 걸 본 엄마,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나는 얼른 수화기를 틀어막고 쾌활하게 웃어보이며 아무 일 아냐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얼른 내 방으로 달려 가 문을 잠그고, 다시 전화를 받는다. [왜 암 말이 없어? 찔리는 게 있으니까 혀를 못놀리는 구만? 감히 내게 거짓말을 하다니. 너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테냐.] "......자 잘못했어......" [......폰 수리 중이란거 거짓말 맞지?] "......" [......내가 욘나 짜증날 정도로 귀찮게 엉기니까, 일부러 폰 꺼두는 거지?] "......(차마 그렇노라고 대답할 수가 없다)......" [......대답 안해? 확 쳐들어가서 니네 집 다 뒤집어엎을까?!] "......아......그...그래 그래 내가 잘못했어! 내가 거짓말 했어! 한 번만 봐줘! 흐윽..." [......어 무수리, 우냐?] "......우욱....(분하다)...흑흑......(내가 내 무덤을 파다니)......" [우는 거야?] "......훌쩍훌쩍......" [......하하 무수리도 참∼! 아무리 거짓말을 깠다 해도 설마 이 몸이 니네 집까지 쳐들어가겠 냐? 하하하!] "......(쳐들어 올거잖아)......" [너네 엄마 무서워서라도 못 간다. 하하하하하 순진한 넘!] "......(이런 넘에게 희롱 당하다니 죽고 싶다)......" 확 전화를 끊어버릴까 싶었지만, 후환이 두려웠기에(--;;)차마 수화기에서 손을 뗄 수가 없 다. 한동안 날씨가 ten 같다느니 경제가 ㅈㅗㅈ 같이 돌아간다느니 당최 종잡을 수 없는 이 야기만 늘어놓던 최고가, 갑자기 오늘 시간 있냐고 물어온다. "어......아......오늘 엄마 가게 일 도와드려야 돼(거짓말)." [후후.] "어...엄마가 무지 바쁘시거든. 요새 미용 쪽 업계가 엄청 호황이잖아(거짓말)?" [후후후.] "어...언제 시간 나면 우리엄마가게 와서 머리 해. 스트레이트도 셋팅도 딴 집 반액 밖에 안 돼." [횡설수설 하긴, 날더러 셋팅을 하라구?] "야...약은 좋은 거 써......" [너네 엄마 무서워서 어디 가겠냐?] "......사실 울 엄만 커트 전문이야......" [시끄러 닥쳐.] "......(뚝)......" 최고 녀석의 심상은 어디로 튈 지 도통 알 수 없는 럭비공 같았기에, 나는 최대한 비위를 맞춰가며 손바닥을 비볐다. [......직한이 새끼는 알바 뛴다고 바쁘고, 평수 놈은 쌍커풀수술 하러 병원에 갔고, 나머지 떨 거지 놈들도 연애니 뭐니 핑계대면서 제 할 일만 하고......왜 내 주변에는 나랑 같이 놀아 줄 쉐끼 한 마리 없는 걸까 응 무수라?] "......(초조)......" [나 너무 불쌍하지 않냐?] "......(불쌍하긴 개뿔이)......" [게다가 오늘은 꼭지가 돌아버릴 정도로 심심해서 말야. 지루하다구 내 말 듣고 있어?!] "......으응." [그런 의미에서 11시까지 케이에푸씨로 나와라.] "아 그래......응............자 잠깐 잠깐 뭐라고?!"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무수리 너가 약속을 깨거나 하는 매너 없는 짓을 할 거라고 는 상상조차 못하니까. 응 알았지? 내 말 이해하지?] "......어...엄마 가게 나가야......" [니 말은 좆으로 껌을 씹는대두 안 믿는다니깐. 내 말 접수됐냐? 그래? 1초라도 늦었다간 척추를 접어버릴테니 그리 알아.] "............" [(딸칵)뚜-뚜-뚜-] "............" 내가 나갔을까? 그렇게 일방적으로 잡아버린 약속을 내가 과연 이행했겠는가. 아무리 최고 녀석이 천하에 둘 도 없는 마귀에 괴물이라지만 내가 그런 턱도 없는 약속을 지켰다고 생 각 하는가. 나에게도 나름대로 하루의 일과가 정해져 있단 말이다. 집청소도 하고 밑반찬 장만 도 좀 하고 밀렸던 공과금도 내러 가고...헥헥...그간 보고싶었던 비디오도 산더미처럼 빌려 다 놨는데............이래도 내가 나갔다고 생각하는가! ............ 그래 나 비굴하다 비굴해! 걔한테 맞아죽고 싶지 않단 말이야! 헉헉 늦었다 늦었어. 최대한 여유 잡고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오는 도중에 차가 막혀서리(ㅠ_ㅠ). 제발 최고한 테서 해코지 안당해야 되는데..... 멀찍이 케이에푸씨 커넬 할아버지 입상이 보인다. 중심가라 그런지 확실히 몰려 다니는 애 들도 많다. 1초라도 늦으면 척추를 접어버린 댔는데...지금 벌써 5분이나 늦었다. 그럼 난 300번도 넘게 허리가 꺾여야만 하는가. 순간 눈 앞이 아찔해진다. 빨리빨리 가야겠다고 생 각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에이잇 비켜 비켜! 좀 만만해 보이는 어린애들을 밀치면서 발꿈치에 힘을 싣고 마구 내달렸다. "헉......헉......헉......" 딸랑- 입구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친절한 점원들의 음성. "어서 오세요∼!" 그리고 이어지는...... "야 이 ㅆ발쉐키야! 죽을래!!! 왜 이렇게 늦었어!" 최고......그래 미안하다........늦어서 미안......쿨럭. 중간 쯤 테이블에 앉아 거들먹거리는 최고의 눈치를 살피며...두 손 싹싹 비볐다. 있는 변명 없는 변명 다 지어가며 울먹거리니까 용서를 해준다. 휴우 다행이다...... "나 배고파. 순대에 뭘 좀 쳐넣어야 겠으니 니가 사라. 너 늦었잖아!" "뭐......뭐 사주까?" "훼미리 세트랑 징거버거랑 트위스터." "......(헉)......" "설마 사람 만나러 나오면서 돈도 안가지고 나온 건 아니겠지?" "......(그게 다 얼마야)......" "언능 가서 안사오고 뭐해?! 배고푸다니까!" "......(신종 삥 뜯기인가 ㅠ_ㅠ)......" 터덜터덜 걸어서 카운터로 갔다. 암 것도 모르는 알바생은 생글생글 웃으며 '주문하시겠습 니 까∼'란다. 훼미리 세트랑 징거버거랑 트위스터요 했더니 만 구천 오백원 되겠습니다 음료 수 는 주문 안하십니까......쓸 데 없는 거 까지 물어온다. 돈이 모자랄 것 같아서 콜라 하나만 달랬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꺼억∼푸지게 잘 먹었다. 야 잘먹었다 무수라?" "......그래 잘 먹었다니 정말 다행이다." "히히 짜식! 역쉬 너 뿐이야." "......(뜯어먹을려고 작정을 하고 나왔군)......" "순대도 채웠고 기분도 캡인데 우리 어디 가서 노래나 한 판 때릴까?" "......두, 둘이서?(팔 좀 치워)" "(싱글싱글)그래. 나 한동안 노래방을 못갔다." "그래......그래......(지갑 좀 확인하자)......" "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밥까지 얻어먹었는데 설마 그 돈을 너한테 내라고 하겠냐?" "......그, 그렇지?(너는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야)" ......그러면서 데리구 간 곳이 오래방(오락실노래방)이다. 이런 망할 넘......! 2층 구석데기에 위치한 오래방에 나를 먼저 집어넣고 뒤따라 들어오면서 탁 문을 닫는다. 아아 완벽한 밀 폐 공간이다. 이 녀석이랑 이런 좁아터진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들이마셔야 한다니......최고로 최악이다. "야 왜 자꾸 붙냐 떨어져.(^_^)" "......좁은데......(니가 좀 커야지 이 넘아)" "무릎이 자꾸 부딪치잖아. 떨어지래두.(^m^)" "......더...더 갈 데가 없잖아......(앞으로 향하면 될 걸 왜 자꾸 옆으로 향하는 거야)" "이러면 되냐?(^ㅠ^)"----->그러면서 더 부딪쳐온다. "자...장난 치지 마.....(무서워)" "이러면 되겠네.(^0^)" "!" 무슨 속셈인지, 최고 녀석, 갑자기 한 팔로 내 허리를 화∼악 감는다. 어찌나 세게 힘을 줬 는지 갈비뼈가 다 으스러지는 줄 알았다......으 아파......나 지금 무지 요상하게 최고한테 붙 잡 혀서 앉아있다. "호오 너 허리가 몇 인치냐?" "그건 왜......" "대답이나 해." "저......동전 넣으까? 몇 번 선곡해? 뭐 부를건데......" "......허리 몇 인치냐구." "......2...24." "......너 남자구실이나 제대로 하겠냐?" "......(무슨 상관이야)......" 어떻게든 화제 전환을 해보려고 주머니 속에 있던 동전을 끄집어내 투입구에 집어넣었다. 그......그런데...... "어 이게 무슨 냄새지." ".....무 무슨 냄새?" "아까부터 자꾸 냄새가 나는데." "......(꼈냐?)......" "흐음........" "......(불안)......" "킁킁킁킁킁!" "뭐......뭐 하는 거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괴력을 발휘해버렸다. 아 글쎄 최고 자식......내 목에다 대 고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는게 아닌가?!!!!!! 동성의 목에다 코를 갖다 댄 자의 말로는 비참 했다. 오래방 통유리벽에 꽝 머리를 부딪친 녀석은 방심하던 차에 떠밀려져서 경황이 없는 듯. "......시발." "......(엇)......" "......무수리, 인생 종 치고 싶냐?" "......(그 그러게 누가 그러랬나)......" "......존나게 꼴리는 냄새가 나길래 코 좀 갖다댄 거 같고......" "......(그건 또 뭔 소리야)......" "무수리, 너 죽을래 아님 목 갖다댈래?" "......" "셋 셀 동안 답해 하나, 둘, 셋......." "......" "어쭈 대답 안한다 이거야?" "......시...싫어!" "뭐라?" "둘 다 싫어!" "......둘 다 싫다고?" "......" "......하하......하하하하하!" "......" "하하하하하!" "......" 미친 듯이 웃어제낀다 최고......손뼉까지 치면서...... "좀만이 많이 컸군. 대들기도 하구......크하하!" "......시 싫은 건 싫은 건데(목소리 기어들어감)........" "있잖아 무수라 잠깐만 일루 와봐." "......뭐...뭔 짓을 하려고......" "나 좀 일으켜달라고. 이게 뭐냐? 희안하게 팽개쳐져서는......" "그, 그래? 미안하다 갑자기 밀쳐서......" "손 좀 잡아줘." "응 그래........" 손을 붙잡고, 쓰러진 녀석을 일으켜세우......는 순간! 하이에나 처럼 내게로(정확하게는 내 목으로)달려드는 최고. "으......으아아아악!" "(^m^)" "아파 아파 아프단 말야!" "(^ㅠ^)" "아프다구......아파......입술 떼! 입술 떼란 말야!" "(^m^)" "뜯겨나갈 걸 같아! 아프단 말야! 으헝엉 최고......아파-ㅅ! 놔 줘!" "(^ㅠ^)" ......내 목이 맛있더냐 최고? 그 노래방에서 나는 전치 3주짜리 마크를 얻고야 말았다. 최고의 장희빈 20. ***** "어우 이거 어떡하냐 정말...속 상해 죽겠네..." 거울 속에 비치는 나의 목...여기 저기로 이빨 자국이 선명하다 못해 흉할 정도로 남아있다. 어찌어찌 목티로 가린다고는 했지만...3주나 지났음에도 사라질 생각을 않는다. 처음엔 피 멍 이 들었었다(ㅠ_ㅠ). "뭐하니 얼른 안나오고?" "아......나가요 나가!" 갑자기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선 엄마는, 화다닥 거리며 급하게 목 부근을 가리는 나를 의 아 하게 바라본다. "대목이라서 사람들 엄청 몰릴 거야. 빨리 가자 빨리." "알았어요. 앗차 머플러!" 오랜 만에 쉬게 된 엄마와, 백화점에 가게 되었다. 딴 넘들이 들으면 비웃겠지만......그래도 식구라고는 엄마 뿐인데다, 그 엄마도 늘 가게 일로 바빴기 때문에 두 사람이 오붓하게 지 낼 시간이 드물었다. 모처럼 만의 휴일을 맞은 엄마를 위해...이 한 몸 희생하기로 했다. "찜해뒀던 코트가 반액이라잖니? 너두 겨울 코트 필요하지 않아? 에그 젊은 애가 옷이 그 게 뭐야......" "뭐 어때...깨끗하게만 입으면 되지." "이쁜 우리 아들 얼굴이 죽으니까 그렇지." "엄마......언제부터 팔불출이었어......" 찬바람에 새빨개진 볼을 쓱쓱 비벼주는 엄마의 손, 따뜻하다. 대문을 나서면서 슬쩍 엄마 손 을 붙잡았다. 아 너무 좋다. 마마보이라고 불려도 괜찮아.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한텐 엄마 뿐인걸...... "간만에 외식도 좀 할까.....? 뭐 먹을래 지언이." "그냥...한식 먹고 싶다 한식. 돌솥비빔밥 같은 거......" "백화점 9층이 식당가잖니. 거기서 먹으면 되겠네." "그러지 뭐." 오손도손 정다웁게 엄마와 팔짱 끼고, 동네를 빠져나와서 택시를 불러세웠다. 헤헤 생각해 보 니까 이렇게 둘이서 나란히 어디 가는 거, 초등학교 이후 처음인 거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철 없던 그 시절엔 왜 나한테 아빠가 없냐고 땡깡 부리며 엄마 속 무지 태웠었드 랬 지. 보다 못한 엄마가 아빠 대역을 세워서 함께 놀이공원 갔었다.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던 엄마가 잠깐 만나던 아저씨가 있었는데......그 아저씨 나중에 우리 엄마 버리고 복부인한테 장가 가버렸다. 아직도 기억 난다. 울면서 엄마 한테 용서 빌던 그 아저씨. 사진 속의 아빠 를 아주 약간, 참새 눈꼽 만큼 닮았었던 거 같기도 하다. 쳇 딴 아줌마한테 갈 거면서 용서 를 빌긴 왜 빌어. 엄마한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던 그 놈팽이 아저씨...너무 얄미워서 BB 탄을 쐈었다. 이마를 겨냥했더니 빗나가서 콧잔등을 맞춰버렸는데, 놈팽이 아저씨 코피 쥘 쥘 흘리면서 돌아가던 모습이 새록새록...떠오르네. 잠깐 추억...이랄 순 없지만 옛 기억을 더듬으며 감회에 젖어있는데 엄마가 얼른 내리란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백화점 앞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에 온다고 했는데 사람 들 엄청 많다...입구부터 아줌마들이 아주 장사진을 이뤘는데, 엄마 말에 의하면 대목인데다 세 일기간이 겹쳐 그렇단다. 사람들에게 떠밀리다시피 하여 들어선 문 저편으로 구두...세일을 하는데 역시! 아줌마들로 인산인해다. 더헉! 한 아주머니 날 밀치고 맹렬하게 달려가 구두 를 찜한다. 들었다 놨다 신었다 벗었다......아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우와 진짜 사람 많다......이렇게 이른 시간인데?" "늦겠다 빨리 가자. 그 코트 선착순이란 말야!" "으, 응......" "어유 밀지 좀 말아요...!" 역쉬...엄마도 아줌마였다(-_-;;;). 급하게 에스컬레이터로 달려가는(사람들도 그렇게 많은데 정말 용하다)엄마를 뒤쫓아 간다고 움직이는데......난 잽싸게 이동할 줄을 몰라서 1층에서 한 참을 버벅거렸다. 엄마는 벌써 에스컬레이터 타고 2층으로 올라가는 중이고......이 몸은 그 때까지 사람들 틈에 끼여 이리저리 내몰리고만 있었으니...... "어...엄마! 쫌 기다려 봐!" "XXX XXX X XXXXX XXX XXXXX!" "응.....?! 뭐라고! 안 들려!" "폰......XXX XXX! 엄마 먼저...XXXXXX!" "엄마! 엄마앗!" "XXX XXX!"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사람들 북적대는 소리 때문에, 저 멀리 떨어져서 2층...3층으로 향하 는 엄마의 외침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엄마는 신이 나서 손을 흔들며 뭐라뭐라 소리치는 데......결국 혼자서 먼저 올라가버렸다. 이런......빠...빨리 따라가야지...... 허겁지겁 사람들 밀치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2층은 여성캐주얼이고 3층이 여성정장 이 라는데......대체 어딜 가야 하는 거야?! 둘레둘레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 많이 몰려있는 곳 으로 무작정 발을 옮겼다. 하지만......그 어디에도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 미아가 되었다고 해도...이 나이에 딱히 걱정되거나 그럴 일은 없지만. 나, 오늘 나오면서 돈 을 한 푼도 안갖고 나왔단 말이다. 지갑도 아예 두고 나왔는데......서둘러 폰을 꺼내들어 엄 마와의 통화를 시도해보지만......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는단다......이럴 수가...... .................. 점원들에게 '코트 세일하는 곳 어디에요'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해주는 사람 하나 없고. 다들 모른단다. 이런 불친절한 백화점이 다 있나?! '아니 세일하는 곳을 몰라요 여기서 일하는 분 들이' 하고 외쳤더니 '품목도 브랜드도 가지가지라서 세일하는 데가 한 두군데가 아니란 말 입니다' 라며 딱 잘라서 얘기하는 점원......할 말을 잃은 나는 한동안 2, 3층을 계속 방황 하 고 다녔다. .................. 다시 폰을 펼쳐들고 엄마 번호를 눌렀다. 제발 받아라 엄마......대체 어딜 간 거야 정말.....그 러나 이번에도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니......쪼끔 초조해졌다. 윗 층으로 더 올라가는게 나을까. 아님 여기 그대로 있어야 할까. 1층에 미아센터가 있던 것도 같은데......나 혹시 거 기 로 가야 하나......? (이래 저래 고민하며 갈팡질팡 하는 중) 그, 그런데 이 때! "에이 ㅆ발! 살 거 있으면 빨리 사! 귀찮아 죽겠구만!!!!!" 벽력과도 같은 음성+욕설이 터져나왔다. 저 쪽 속옷 코너에서......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의 시 선이 다 집중될 정도로 엄청난 목소리다. "뭐하는 거야 지금! 나 일부러 끌고 다니면서 엿먹이려는 거지 니들! ...... ...... ...... ...... ...... ...... ...... ...... ...... 그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다고 여겨짐과 동시에 불현 듯 머릿 속에 그 음성 과 매치되는 인물이 떠올랐으니....... "엇쭈 이 ten새끼가 어디라고 소리를 지르는 거야?" "그러게 말야 언니. 얘 손 좀 봐줘야 겠어. 한동안 빠따 맛을 못봐서 그래." 본능적으로 몸을 숨긴 나는, 가만히 소란의 중심지로 여겨지는 속옷 코너로 눈을 돌렸다. "......에이 시발, 봐줄려고 해도 생각할 수록 열받네 이 새끼....." "나두 그래 언니. 간만에 봤더니 꼴통 새끼가 눈에 뵈는 게 없나봐?" 속옷 코너에는 난무하는 욕설로 인해 쩔쩔 매는 점원 1, 2......연예인 뺨 칠 정도로 굉장한 미인 1, 2......그리고 분란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듯한........ "씹......쪽팔리니까 그만 해!" 최......최고가 있었다.(OoO) 최고였다 분명히. 양 팔에는 한 가득 짐을 들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씨근거린다. 그 앞으로 고개를 치켜들고 최고를 노려보는 두 여자가 있다. 키가 훨씬 큰 여자 쪽은 허리까지 내려 오는 긴 생머리에 미니스커트(이 겨울에), 가죽부츠가 엄청나게 눈에 튀는 미인. 맞은 편에 위치한 여자는 단정한 단발머리에 단아하고 고상하게 생긴 미인으로......몸에 딱 달라붙는 수 트를 입고 한 손에 백을 들고 섰다. "호오 이 시키가 돌았군 아주. 누구 앞에서 감히 씹을 언급해? 응?" "맞아 맞아! 죽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났어! 어유 요 좀만한 새끼!" 머리 길고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가 손바닥을 들어 철썩 최고의 머리통을 갈긴다. 헉...슬쩍 갈기는 것 같은데 파워가 장난이 아닌지 최고 고개가 90도나 돌아갔다. "기분 뭣 같네 진짜......오랜 만에 고향 내려와서 혜라랑 쇼핑하는데 기분 다 잡쳤어 이 새 끼 때문에!"----->단발머리 미인 "아빠가 막내시키라고 너무 오냐오냐 해서 그래 언니! 이건 어째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두 없을까 응?"----->미니스커트 미인 "이 놈아, 짠밥 차이가 얼마나 되는데 내 앞에서 감히 씹이니 뭐니 지껄여?"----->단발... "그래 언니 이번 기회에 단단히 혼을 내버려! 족 같은 새끼 이런 데서 개망신 당해봐야 정 신을 차리지!"----->미니스커트... 부...... "왜 암 말이 없어? 어쭈 너 지금 나 야리는 거냐? 해보겠다는 거야?"----->단발 "아니 이게 간에 바람이 들었나......어디라고 감히......이 쉐끼 이 쉐끼(철썩철썩)!"----->미니 스커트 "......이 뇬아 나 말하는데 껴들지 좀 마!"----->단발 "......헉 미, 미안해 언니."----->미니스커트 부......부......불쌍...... "최고! 너가 대가리 좀 굵어졌다고 나한테 막 개기면 안되지. 안그래?"----->단발 "왜 대답이 없어? 어쭈 면상 안깔아(철썩철썩)?"----->미니스커트 "야 이 ㅆ뇬아 넌 껴들지 말랬지!"----->다...단발 "저...정말 미안해 련이 언니! 참을려고 해도 저 새끼가 좀 밉상이래야지......"----->미...미니 스커트 부......부......불쌍하다......최고......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정리해보니...저 쪽에 서서 번갈아가며 최고를 갈궈대는 두 사람의 미 녀가......아무래도 소문으로만 듣던 최씨 가문 두 딸인 거 같다. 단발머리가 뭐라 한 마디 하 면 미니스커트가 움찔하면서 꼼짝을 못하는 것이......단발머리가 장녀고 미니스커트가 차녀? 그, 그건 그렇고......아무리 맘에 안들어도 그렇지. 이렇게 사람들 많이 드나드는 곳에서 저 런 식으로 무안을 주다니. 입을 꾹 다물고 암 말도 없이 누나들에게 터지는 최고......를 보니......어쩐 일인지 아주......아 주......쪼끔 불쌍해 보인다 저 녀석. "......대체 뭐가 그렇게 맘에 안드는데?" "눈깔 안깔아?" "그래그래 눈깔 안깔아?" "......씨발......참자 참자 하니까 이 것들이!" "꺅!" "엄마!" 묵묵하게 두 사람에게 갈굼당하던 최고......정말 비참할 정도로 꿋꿋하게 견뎌낸다 했다. 안 스럽게 녀석 쪽을 계속 주시하는데......참다 못한 최고, 두 누나들에게 들고있던 짐들을 다 집어던지는 게 아닌가. "ten지랄을 하건 염병을 떨던 니들 맘대로 해! 더 이상 니들이랑 못 다니겠다!" "아...아니 저게!" "야 너 거기 안서?!" 그렇게 녀석은, 분통을 터뜨리며...... 내......내......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더라! 외전~~~최씨가문 사람들 오랜 만에 최씨 가문 식구 7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은 장남 최신(28세)군의 사법연 수원 수석수료를 축하하는 잔치가 열렸습니다. 게다가 공군 소위 차남 최상(25세)군은 공군 사격대회 TOP GUN으로 선정되어 포상휴가를 얻어 귀향하였습니다. 장녀 최혜련(23세)양도 동기방학을 맞아 귀향한지 오래였고, 차녀 최혜라(20세)양은 약 1주 전에 일본서 귀국하였습 니다. 우리의 최고(17세)군은......글쎄요. "내사 마 뿌듯해 미치긌다...하이고 우리 아들내미 딸내미들...다들 장하다 장해!" 장성한 자식들을 한 자리에 앉혀놓고 차례차례 감상하시는 최씨 가문 안주인 백마리씨...정 말 양껏 뿌듯해합니다. 하긴 어디 하나 빠지는 데 없는 아들, 딸들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 려. 은대대구이 삼색전 갈비수삼구이 신선로 삼합찜......상다리가 부러져라 차려진 음식들은 한결 같이 궁중요리들입니다...때깔 좋은 먹거리들 보기만 해도 침이 꿀떡꿀떡 넘어가는데... '야......아버지는 대체 안오고 뭣하시냐......(장남)' '변빈가 보지 뭐......아 ㅅ발 배고파 뒈지겄네......이혜련 너 얼른 화장실 가봐라!(차남)' '야 혜라야 뭐하냐 너? 빨랑 아버지 안모시고 와?(장녀)' '아 알았어 언니......최고! 아버지 오시라고 해!(차녀)' '......(막내)' 위계질서가 딱 잡힌 집안의 막내답게, 우리의 최고 군은 군말 없이 일어섭니다. 그리고 가장 이신 아버지 최강직 씨를 모셔오기 위해 막 화장실 쪽으로 발을 떼려는데, 마침 아버지가 등장하시는 군요. "험......쉬어." 아버지의 한 마디에 그 때까지 숨도 제대로 못쉬고 부동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5남매, 다들 잽싸게 젓가락을 장전하고 아버지의 요이 땅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하지만...... "......그래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첫째도 청렴 둘째도 청렴 셋째도 청렴이다......정직과 진실만이 이 사회를 정의롭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요소이다. 부정부패가 판을 치는 현실에 서 너희들이 그런 신념을 지켜나가기는 아주 힘들 거라 생각한다 만은......어쩌구 저쩌구 뇌 물 만큼은......중얼중얼......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발판이......" 1 시간 쨉니다...... '......꿀꺽(첫째).' '......ㅅ벌 ㅅ벌 ㅅ벌......(둘째)' '아...배고파 신선로 다 식겄어......흐윽(셋째)' '......무념무상......눈 앞의 음식들이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우윽(넷째)' '......(다섯째)' 아버지 최강직 씨의 만행을 보다 못한 어머니 백마리 씨, 그만 시음 요이 땅 하자며 넌지시 남편에게 태클 들어갑니다. "하이고 고 아부지, 야들 배 쫄쫄 곯고 있는 거 안보이요? 이제 고만 하소. 다 식겄소." 공직사회의 현실을 토로하고 있던 아버지......자신의 말이 제지된 것이 사뭇 불쾌한 모양입니 다. 이마가 세로로 쪼개지며 눈이 이글이글 타오릅니다. 입술은 연신 실룩실룩 거립니다. 이 를 지켜본 오남매...... '헉......(최신 군)' '좆 됐다(최상 군)' '어떡해 어떡해ㅠ_ㅠ(최혜련 양)' '어떡해 어떡해 언니야T_T(최혜란 양)' '......-_-(무덤덤한 최고 군)' ".....고......고 아부지......지...진정 하소......이리 한 자리에 아들 다 모이는 것도 힘든데......"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최강직 씨, 지금 여섯 식솔들을 지긋이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밥상 뒤 엎을 기셉니다. "아버지! 계속 말씀 하세요! 현직 검사로서 아버지의 충고 뼛 속까지 새겨듣고 있습니다!(장 남)" "그....그래요 아버지! 특히 고위층 병역비리 문제를 언급하실 때 아버지의 말씀은 군에 종사 하고 있는 저에게 크나 큰 현안으로 다가왔습니다!(차남)" "경찰간부를 지망하는 저로서도 동감하지 않을 수 없는 맹점을 제시하셨습니다 아버지!(장 녀)" "아...아버지 전 강직하신 아버지를 존경합니다!(화제 전환하는 차녀)" "......-_-(여전히 무덤덤한 막둥이)" 가만히 자식들의 행태를 조목조목 지켜보시던 최강직씨......문득 귀여븐 막내 최고 군과 눈이 마주치고 맙니다. "......최고......넌 어째 아무 말이 없냐......(번쩍번쩍)" 무표정한 우리의 최고 군, 한동안 뚫어져라 아버지를 바라보더니 하이얗고 자그마한 사기 술잔에 술을 주르륵 따릅니다. "아버지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한 잔 기울이시죠. 안동소주 랍니다." 그러면서 격식을 갖춰 술잔을 아버지께 권하는 최고 군......그런데 효과가 있었을까요. 금방 이라도 불이 튈 것 같은 최강직 씨의 눈이 차츰 진정이 되더니, 지금은 아주 은근히 미소까 지 감돌고 있습니다. 헛 참......아무리 지상최고의막내편애주의자라 해도 그렇지 저렇게까지 사람이 돌변할 수가 있을까요. 나머지 식솔들의 눈에는 저 막내시키가 여우로 보입니다 여 우로! "......핫핫핫......거 참......네 놈 앞에서는 화를 낼 수가 없단 말이야......허허허....." 그러면서 넙죽 술을 받아드시는 최강직 씨......그리고 이번엔 막내 아들에게 술을 권합니다. "자 너도 한 잔 해라!"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지만 그래도 부모님 앞인지라 차마 받아들일 수 없는 최고. "저는 아직 미성년잡니다 아버지. 사이다로 족합니다." 사이다로 만족한다는 최고의 말에 실소를 금치 못하는 나머지 식솔들...... '휴......어쨌건 막내 덕에 살았어......자자 이 때 언능 음식들 들자구.....주섬주섬(최신)' '쩝쩝......아부진 막내시키만 좋아해......아구아구......(최상)' '으휴......얄미워......위기는 모면했지만 저건 왜 저렇게 얄미운 지 몰라!(최혜련)' '맞아 맞아! 어휴 띠때끼! 아주 건방져!(최혜란)' 백마리씨는 막내의 재치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이렇듯 화제전환의 물꼬를 튼 최 고 군 덕에 곧 식탁 분위기는 화기애애 해졌고 식사도 즐겁게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표면상으론 말이죠. 허나 예전부터 막내 때문에,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났다는 콤플렉스 를 가진 최고 군의 두 누님들......아버지 몰래 슬쩍 막내를 호출합니다. 어느 정도 갈굼 당할 걸 예상하고 그들에게로 향하는 최고......흑 불쌍하군요. "왜 불렀어." "......너 말이야......아까 삼색전 남은 거 니가 다 쳐먹었지?!(장녀)" "야 우리가 다봤어 임마. 감히 언니가 찜해뒀던 걸 지가 가로채다니!(차녀)" "(어이가 없다)고작 그 말 하려고 불렀냐." "고작 그 말이라니! 그 말이라니! 그런 음식 평생 가야 한 번 먹을 수 있을 것 같애?!(장 녀)" "맞아맞아! 아버지가 얼마나 짠데! 그런 궁중음식을 우리가 다시 먹어볼 수 있을 것 같애?! (차녀)" "(귀찮다)아 씨......사주면 될 거 아냐......" "어쭈 너 방금 아 씨...다음에 뭐라 할려구 했어? 응?!(장녀)" "ㅆ발 하려고 했지! ㅆ발 하려고 했지?!(차녀)" "시발 이 뇬아 시끄러 아버지 오시겠어!(장녀)" "미...미안해 언니야.(차녀)" "(둘이서 아주 쇼를 한다고 생각 중)왜 이래 정말......왜 맨날 날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닥쳐! 니가 잘못했어, 안했어. 얼른 대답 해!(장녀)" "대답 해 대답 해!(차녀)" "씨......자꾸 그러면......" "자꾸 그러면 뭐? 뭘 어떡할 건데?!(최혜련)" "이 새끼......하늘 높은 줄 모르고 건방을 떠는 구만?(최혜란)" 아부지한테 이를 거다...하고 막 응수하려는 찰나......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고의 목을 감싸 안슴다. 허걱....... "어이 탄자 원, 탄자 투! 니들 또 무슨 꿍꿍이로 울 막둥이 괴롭히는 거야?"----->최신 "근데 탄자가 뭐야 형?"----->최상 "ㅋㅋㅋ 성격파탄자 줄임말이지 모......."----->최신 "크하하하 그거 걸작일세! 푸하하 탄자 원 탄자 투!"----->최상 뜬금 없는 장남 최신 군, 차남 최상 군......의 등장! 막강한 구원군을 얻은 우리의 최고 군...... 기쁨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반면 사색이 되어 바들바들 떠는 두 누님들......탄자 원 투...... "오......오빠들......무슨 일이야?(다소곳)"----->장녀 "타......탄자라니......넘 해 히잉!(애교작전)"----->차녀 "야야 막둥이 군기교육 시킬라면, 좀 으슥한 데서 하든가......내 귀에까지 니들 빽 소리 지르 는게 들려와야 겠냐?"----->장남 "어이 탄자 원 투, 니들이야말로 군기 교육 좀 받아야 쓰겄다?"----->차남 "자....잘못했어 오빠야들......(씨댕 내가 첫째면 니들 다 죽었어)"----->장녀 "한 번만 봐죠오......오들오들......(시발 이게 뭔 꼴이야)"----->차녀 "초등학교 앞에서, 영동 슈퍼 앞까지! 뺑뺑이 돈다! 실시!"----->장남 "선착순이다 실시!"----->차남 "헉! 시...신이 오빠! 밖에 너무 춥단 말야! 징징∼"----->장녀 "자......잘못했써.....다신 고 안 괴롭힐 게.....용서해죠 상이 오빠.....히잉∼"----->차녀 "어허 5분 안에 못들어오면 원산폭격 한강철교 빵빠레 실시하겠다!"----->장남 "크하하 쟤들이 빵빠레 하면 딥다 웃기겠다!"----->차남 (※ 빵빠레란-운동장 계속 달리는 거.....단 그냥 달리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데굴데굴 구르 면서 운동장을 돌아야 한다) "크흑......"----->장녀 "쥘쥘......"----->차녀 그들은 눈물을 머금고 후다닥 뛰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이를 갈며 '최고 너 나중에 주겄써'를 주문처럼 외우는 탄자 2인방......그들의 말로는 그렇게 비참했답니 다. "아이고 저것들은 대체 언제 쯤이면 철 들겄냐, 으이?"----->최신 군 "성격이 저 따구니까 애인이 안생기지! 안글냐 고야?"----->최상 군 "......(베시시)......"----->최고 군 어찌 되었건 형제님들에게 도움을 받아 무사해진 최고. 간만에 보게 되어 반가운데다 은혜 로우심 까지 베푸니 역시 형들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크흘 고야 고야. 간만에 고스톱 한 판 땡길까?"----->최신 "형......자신 있수?"----->최상 "......합시다."----->최고 "좋아 좋아. 쩜 당 백으로 하자."----->최신 "헐 형님, 동상 작은방으로 들어가자구?"----->최상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앗∼∼∼∼∼싸아! 쓰리고에 흔들고 피박까지!"----->최고 "헉......"----->최신 "더헉....."----->최상 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썅 엎어버려 최상!"----->최신 "알았어 형! 건방진 씁새! 감히 형님들을 제치다니(퍽퍽)!"----->최상 "우으윽......시발! 형들 다 아버지한테 일러바칠 거야!!!"----->최고 우...울면서(최고의 주특기가 우는 거였다 그래)안방으로 뛰어가는 최고......사색이 되어 뒤늦 은 후회를 해보는 두 형제......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처절한 응징......아.버.지.의 얼차렷 퍼 레이드......엎드려 뻗쳐 한강철교 김밥말이 빵빠레 선착순 쪼그려뛰기 뒤로취침 앞으로취침 해돋이......대미를 장식하는 하이라이트는 반.성.문 50장. 그 날 대영동 동사무소 앞 동네에선 간만에 귀향한 최씨가문 형제들의 얼차렷 쇼를 구경하 느라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졌었다나 어쨌다나...... 결론, 최씨가문 위계질서 막내 최고 < 차녀 최혜란 < 장녀 최혜련 < 차남 최상 < 장남 최신 < 모 백마리 < 부 최 강직 < 막내 최고 < 차녀 최혜란...(헉?!) < 장남 최신 < 모 백마리 < 부 최강직 < ...... ......그들의 서열은 그렇게 무한 루프에 극한의 연속성을 이루는 것이었슴다...... <끝> 최고의 장희빈 21. ***** "너......너 너너너! 최고! 야! 너 집에 가서 죽을 줄 알아!" "너가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야! 이 새캬!" 누님들 목소리가 어찌나 큰 지...전 매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다. 맙소사. 나는 이 쪽으로 달려오는 최고를 피해 에스컬레이터 부근 여자 캐주얼 코너로 몸을 숨겼다. 힐끔힐끔 1층 쪽으로 내빼는 최고를 살펴보는데......녀......녀석......그 녀석...... 눈시울이 시뻘개져가지고...... 눈가가 젖어 있더라! 세상에! 성큼성큼 그 긴다리로 뛰면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는 최고의 모습이 어찌나 불쌍해보이 는 지.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뒤를 쫓게 되었다. 최고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항상 잘난 척 거 만한 척 빳빳하게 펴고 다니던 어깨가 축 늘어져가지고 아주 동정과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게...... 아무리 밉고 꼴도 보기 싫은 놈이라지만, 저대로 둬선 안 될 것 같았다. 얼마 쯤 더 갔을까. 백화점 입구를 막 나서려는 녀석이 보인다. 손이 힘 없이 흔들거린다. 마구 달렸다. 아깐 아 줌마들 사이에 끼여 쪽도 못썼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와 배짱이 생겼는지 몰라도......아줌마 들 한테 '비켜요 비켯' 최대한 앙칼지게 외쳤더니 아줌마들......내 얼굴을 한 번 살펴보더니(말 했 잖은가 나 엄청 못되게 생겼다구ㅠ_ㅠ)슬쩍슬쩍 알아서 비켜준다. "최......최고, 최고야!" 있는 힘을 다해 목청을 돋웠더니 내 목소리를 알아먹은 최고가 휙 뒤돌아선다. 뿐만 아니 라 주변 사람들도 뜬금없이 '최고'하고 외치는 웬 미친 놈(ㅠ_ㅠ)이 하나 있으니......순식 간에 나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해 보려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도도(그래 난 다리가 짧아서 다다다 도 아니고 도도도 하고 뛴다)최고에게로 뛰었다. 최고는 아주 잠깐 깜짝 놀란 얼굴을 해보였지만, 이내 무표정해진다. 눈가를 슥슥 문지르며 울었단 티 안낼려고 심혈을 기울이는데......하얀 얼굴에(이 녀석 나보다 얼굴이 더 희다) 새 빨간 눈과 벌개진 눈가는 너무나도 눈에 튄다. "......뭐야 무수리......어째서 니가 여기에 있어......(목소리 잔뜩 가라앉음)" "엄마랑 같이 왔어."----->놀라운 발전이다 최고와 대화하면서 처음으로 말 안더듬었다 "......그럼 니네 엄마랑 같이 있어야지 왜 혼자서 싸돌아다녀......" "나, 엄마 잃어버렸어."------>오 또 안더듬었다 "......(무슨 소리냐고 묻는 얼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리 저리 헤매고 다니다 보니 그만 놓쳐버렸지 뭐야(^_^)." ----->생글생글 "......왜 이유 없이 쪼개고 지랄이야......죽고 싶냐......(목소리 기어들어감)" "그러는 너는 웬 일이야? 뭐 사러 왔어(^0^)?"----->생글생글 "......그......누나들이랑......왔다가......" "근데 왜 혼자 다녀? 지금......혼자 집에 가려는 거야? 누나들은 어디 가구?" "......나......나도 누나들 잃어버렸어." "(ㅋㅋ)저런.....! 너두 그랬어? 하긴......여기 사람들 너무 많긴 하다. 그치?" "......어." "(ㅋㅋㅋ)폰 때려보지 그래? 입구라고 하면 찾아올 거 아냐." "(화들짝)포......폰 안 갖구 왔어!"----->폰 목에 걸려있다 "(ㅋㅋㅋㅋㅋ)목에 걸고 있네? 빨리 전화 날려봐." "시발......밧데리 다 떨어졌단 말야! 됐냐!" "저런...! 그렇구나......어쩌지...나도 엄마랑 연락이 안되구......." "......" "히히 고야 너 돈 있냐?" "......" 내 말에 최고 녀석 주머니를 뒤지더니 천 원 짜리 몇 장 동전 몇 개를 꺼내보인다. 오 하 루 에 기 백에 가까운 돈을 수거해간다는 학교 짱의 주머니에......달랑 3천 원도 안되는 잔돈 뿐 이라니. "......이거 뿐야." "지하에 먹도날드 있는데 거기 갈래? 거기서 시간 떼우다가 니네 누나들 연락 기다리면 되 겠네." "......머...먹도날드?"----->누나들 연락 기다리란 말이 탐탁치 않은 듯. "이 돈이면 아이스크림이랑 후렌치 후라이 사먹을 수 있어!" "......ㅆ ㅑ ㅇ! 넌 돈 없냐!" "엄마랑 온다고 안갖구 나왔지 뭐(^0^)." 투덜투덜대는 녀석의 손목을 확 잡아끌었다. 근데......그랬더니 이 녀석 화들짝 놀라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거 아닌가. 쳇......뭐야 그렇게 쳐다볼 거 없어. 누나들한테 시달리는 네 녀석 꼴이 아주 불쌍해서 좀 봐주는 거 뿐야. 평소 너 답지 않게 당하고만 있으니까......하고 속 으 로 중얼중얼거리며(-_-;;;) 지하 식품 스넥가로 향했다. 줄레줄레 날 따라오던 최고......갑자기 내가 잡은 손을 확 뿌리치더니............ 자기가 내 손목 콱! 붙잡는다. 아야아 아파...... 지하라 그런지 공기가 좀 탁한 거 같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많아서 좋았다. 지금 최고 기분, 말이 아닐텐데 괜히 주변까지 적막하면 더 다운될 건 뻔하고. 오히려 시끌벅적한게 기분전 환에 도움될 지도 모를 일. 도도도 카운터로 달려가 아이스크림이랑 후렌치 후라이 사들고 최고가 자리잡은 테이블로 가 앉았다. 그리고...깍지 낀 손에 턱을 받치고 있는 최고에게 아 이스크림을 내밀었다. "헤헤 많이 달랬다∼!" "......" "내가 이뿌니까 그런지 남들 두 배는 더 주더라!"----->그래 필살기 자뻑(ㅠ_ㅠ)이닷 "......래." "(에 0_0 뭐라)응?" "그래 너 이뿌다고 장희빈." "......(-_-)a......(진짜 제 정신이 아니구나 이 넘, 누나들한테 얼마나 시달렸으면)" "이뿌다 그래." "......(그 그만해)......" "......" "......" 잠깐 어이가 없어서 아이스크림 녹는 것도 모르고 가만히 최고만 쳐다보고 있었다. 최고는 여전히 한 손으로 턱을 고인 채 아이스크림만 맛있게 먹고 있다. 평상시라면 거들먹거리며 오만 트집을 다 잡고 사람 피를 말리는데, 오늘 따라 유난히도 조용...얌전하다. 가만히 입 다물고 있으니 녀석......참 잘 생긴 거 같기도 하고...늘 인상 구기고 다니니까 못 알아봤는 데......그 그러고 보니! 딴 테이블 앉은 여자애들이 이 쪽을 쳐다보면서 저희끼리 수근거리고 수줍게 웃는다. 어라 저 테이블만 아니다...구석진 테이블에서도! 입구 쪽 테이블에서도! 심지어 카운터의 알바생 들까지!!!!! 이......이......이 녀석, 무지하게 시선 끌어당기는 구만......(성격은 개차반인데) 둔한 최고는 여전히 암 말 없이 아이스크림만 핥고 있다. 난 가만히 눈치만 살피다가 후렌 치 후라이 한 개 케챱에 담뿍 찍어서 최고에게 내밀었다. 최고 녀석 또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뭐하는 수작이야?!" "먹으라구." "나도 손 있어 ㅆ발아." "그래......? 그럼 내가 먹지 뭐(-0-앙)" "......(텁)!"----->내 입에 가져가려는 걸 빼앗아 먹는다 "......ㅋㅋㅋ......" "(오물오물)"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무진장 통쾌함)......" 짜식......싫다더니 잘만 받아먹잖아. 그런데......이거 너무 재밌다. 꼭 금붕어 한테 밥 주는 거 처럼...한 개씩 한 개씩 물려주니까 군말 않고 받아먹는데. '쟤들 봐......재밌게도 논다......' '저 큰 애 넘 웃기지 않니? 넙죽넙죽 잘도 먹네......' '근데 너무 괜찮게 생겼다......' 여자애들 조근대는 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려온다(--;;;). 후렌치 후라이 한 봉지를 그렇게 다 먹이고 나니......그제야 최고 녀석 표정이 원래대로 회복이 된다(거들먹거리는-ㅅ-). "후우......식후땡 하면 딱 좋겠구만." "......여기서 담배 피면 안돼 고야." "누가 그걸 모르냐 찐빠시캬." "......(^_^그래 그래야 너 답다)......" "흐......근데 너 언제부터 그랬냐?" "......어......어?" "지가 이뿌다는 둥 어쨌다는 둥...언제부터 니가 공주였냐? 응?" "......(씨 아까는 자기도 동의해 놓고)......" "햐......니가 왜 따를 당하나 했더니...이유가 다 그거였구만 이 공주병!" "......(나 따 아냐)......" "졸나 티꺼워 임마!" ".....(아 씨 실컷 비위 맞춰줬더니만)....." 쪼끔 열이 오르는데, 신나게 약올리던 최고 녀석 갑자기 그 큰 손으로 쓱쓱 내 머리를 쓰 다 듬는다. "시발 너 같은 동생 하나 있었음 좋겄다. 울적할 때 실컷 갈구게." "......그......뭐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시침 뚝 "니가 뭔 상관이야 무수리?" "그냥......아까 너 무지 기분 안좋아 보였거든......눈가도 시뻘건게......너 말야......혹시 아까 울 었어?" "(사색)" "왜 우는 가 싶어서 말야. 불러 세웠거덩." "(창백)" "세상에 최고가 다 울다니. 내가 잘못 본 거 아닌가 한참을 고민했었다구(^m^)." 최고 입술이 잠깐 실룩거리는 듯 싶었는데......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주먹이 쥐어지면 서...... 급기야...... 콰앙!----->테이블 찍어 누르는 소리 "ㅆ발 나 안 울었어∼∼∼∼∼!!!!!!!!!!" "(o.o)!!!" "야 이 ㅆ뇬아! 너 어디 가서 함부로 구라 쳤다간 나한테 작살날 줄 알아! 알겠어!!!!!" "(o_o)!!!" "안 울었어! 안 울었어! 안 울었단 말야(빼액)!" "......(+_-;;;)아...알았어 알았어......좀 진정해 고야......그래 그래 내가 잘못했어 너 우는 거 아 녔어......내가 잘못 봤어......" 벌떡 일어서서 사방팔방으로 자기 울었다고 방송 다 퍼뜨리는 고 녀석......옷자락을 잡아끌 며 잘못했다고, 잘못 본 거라고 애원을 하니까 간신히 진정이 되어가지고 털썩 주저앉는다. "시발 시발 시바알!!!" "......미안(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시벌시벌시벌......" "......정말 미안......근데 고야......" "뭐!" "......있잖아 너......" 한참 곁에서 녀석의 행동을 지켜 본 후...나는 누구나 납득할 만한 한 가지 결론을 내리기 에 이르렀다. "너, 막내지?" ......과연 최고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나...... 최고의 장희빈 22. ***** "크하하하하 니들도 봤어야 했어! 막내냐고 물었더니 암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수그리는 데...진짜 짱으로 통쾌했어!" "......(실룩실룩)......" "......(히죽히죽)......" "그 전엔 천하의 최고가 누나들한테 욕 먹고 질질 짰다니까? 으하하 나중에는 귀엽단 생각 도 들더라!" "......돌았군 드디어. 그 시키의 어디가 귀엽냐?" "좋은 현상이다 좋은 현상이야 장희빈 군." 인용이의 수긍할 수 없다는 말과 달리, 정섭이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연신 방싯방싯 거린 다. 그렇잖아도 시커먼 녀석이 스키장 갔다온 뒤로 눈에 띄게 까매졌다.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하얀 이가 엽기적이다. "샹 최고 얘긴 그만 꺼내! 듣기도 싫으니깐. 것보다, 소식 들었냐? 아제 아빠 말야." "피아노가 왜?" "그 개싸이코가 이번에 2학년 담임 맡는 다는 소리가 나돌더라?" "뭐......뭐야?!" 믿을 수가 없었다......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대성고 3대 싸이코중 지존을 자랑하는 그 피. 아.노. 선생이 2학년 담임을 맡는다고? "구라 치지 마. 울 학교에서 음악 선생이 담임 맡는단 소린 한 번도 못 들었어." "피아제 한테서 직접 들었어. 지네 아빠가 이번에 2학년 인문계 담임을 맡는다면서......자기 도 죽고 싶다더라." "피......피아제 한테서 직접?" "오 마이 갓!" 주변에서 성인용의 이야기를 듣고, 문과로 전향한 녀석들의 얼굴이 허옇게 질리기 시작했 다. 물론 그 중엔 나도 포함되어 있다. 한동안 반 전체가 술렁거렸다. 대체 교장과 이사장은 무 슨 생각으로 그런 인간에게 담임을 맡기는가. 그간 있어왔던 피아노 선생의 엽기적인 행각 이 아이들의 입에 하나 둘씩 오르내리고 나중에는 교장에게 탄원서를 보내자며 선동하고 나 서는 녀석도 있었다. "잘 하면, 자네가 피아노 반이 될 수도 있겠네 그래."----->인용 "재......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나 "확률은 삼분의 일이라지. 너무 낙담은 말게."----->정섭 "으아악 나 문과 안가! 이과로 바꿀래!"----->나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를 해봐도 어흑......책상을 두들기며 마구 발광을 하고 있으려니 상감 마마 행차시요∼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란스럽던 교실은 어느새 숙연해지고, 그리고 담임 이상감 선생님이 등장한다. 어쩐 일인지 담임의 얼굴이 여느 때와 달리 아주 침울하다. 그 윽 한(우엑)눈빛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는 상감 마마......마지막으로 시선이 멈추는 곳은.....으윽 역 시나......내 쪽이다. 나는 얼른 고개를 30도 정도 수그리고 책상만 응시했다. "후우, 오늘로서 마지막이군. 도데의 마지막 수업 기억 나는가? 여러분."----->상감 마마 "......(몰라요 시발)......"----->반 전체 "소설 속의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지. 여러분 오늘은 나의 마지막 수업입니다. 베를린으로부 터의 명령으로 내일부터는 알자스와 로렌의 학교에서는 독일말로만 수업을 하기로......" ----->상감 마마 "......(이게 무슨 마지막 수업이야 마지막 조례지 어이 반장 뭣하냐 어서 짤라)......" ----->반 전체 "선생님 인사 하겠습니다. 차렷 경례∼!"----->반장 한상식 "반갑습니다!"----->반 전체 "엇.....험험 그래 봄방학은 다들 잘 보냈나?"----->얼결에 인사 받은 상감 마마 출석부를 교탁에 탁 내려놓으며 담임은 머쓱한 듯 화제를 전환했다. 하지만 느끼한 시선은 여전히 내 쪽에 고정되어 있는데.....우으윽! 잠시만 참자......조금만 참으면 저 변태로부터 해 방이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며 애써 상감 마마의 시선을 피했다. 석별의 정이 어 쩌구 이별의 애달픔이 저쩌구 한참을 지껄이는 담임......역쉬 참다 못한 반장 한상식이가 탁 월하게 그의 말을 자른다. 무안해진 담임은 그제야 돌아가는 분위기를 눈치 채고 무슨 종 이 쪼가리를 반장에게로 내민다. 반장아 1년 동안 정말 수고 많이 했다 요거이 저 뒤 게시판 에 좀 붙여 놓거라......버터에 마가린을 두른 듯한 중저음......뭔가 싶어 유심히 종이를 들여다보 던 상식이......찬찬히 종이 아래위를 살펴보고는 입을 쩍 벌린다. 그리고 게시판으로 향하다 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울먹이듯 비웃듯 미묘한 표정을 연출하고는 멋지다 마사루의 원츄∼ ♥를 날리는데. 우윽 저게 갑자기 왜저래......? "자 정말 1년간 다들 잘 해주었다. 모두들 새학년이 되면 더욱 열심히 생활하기를 바라 고......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지켜가며 언제나 최선을 다하거라. 그러면 너희들의 미래는 밝 으 리......" ......담임이 뭐라고 주절주절거리는 것 같은데, 지금 그게 귀에 들어올 거 같아?! 저 뒤쪽 게 시판에 나붙은 종이 쪼가리가 뭔지, 많은 아이들은 이미 예상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 는 다. 저 종이는 바로......개똥이 몇 반 소똥이 몇 반......전체 녀석들의 새학년 반편성배치표인 것이다. 진정하고 제자리에 앉으라는 상감 마마의 외침은 왁자하게 게시판에 들러붙어 떠 들 어대는 아이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묻혀 온데 간데 없다. 나는 뒷자리에 앉은 고로 수월하 게 게시판으로 달려갈 수 있었는데......아악 밀지 좀 마! 너도 나도 보겠다고 들러붙는 녀석들 의 등빨에 이리저리 밀려나고 말았다. 흑흑 나도 쫌 보자...... "어이 시간 많아∼! 컴 온 베이베∼쫌 있다 확인하자구." "쿨럭......죽겠다 우으......" "아따 놈들 징하게도 몰렸네 그려. 몇 반 되고 담임이 누군지 그게 글케 궁금하냐?" "넌 안궁금하냐 정섭아....." "난 물론......궁금하지이 히히히!" "넌 참 여유롭다......엇 저기 좀 봐! 인용이 인용이!" "미친 놈......저렇게 달려드는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전국 수석 먹었겠다." "어라.....딴 반도 시끌시끌 한 걸?" "딴 반 쉐끼들도 반배치 확인하고 있겠지 뭐." 여전히 담임은 눈을 감고 뭐라뭐라 주의를 주고......아이들은 그런 담임을 무시 때리고 자기 할 일들 다 하고......시간이 좀 지나자 새로 배치 된 자기 반 다 확인한 녀석들......희비가 엇 갈리는 얼굴로 제자리에 가 앉는다. 그......그런데 이상한 사실 한 가지......제자리로 돌아가 앉는 녀석들이 한결 같이 나를 향해 이상하게 웃어보이는 게 아닌가?! "어이 장희빈......쿄쿄쿄 가여워 자네!" "진짜 불쌍타 희빈아......" "증말 재수 드럽게도 없지. 크하하!" 씨......뭐라는 거야 다들?! 뭔가 사정없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어떤 예감에, 이제는 좀 여유로워진 게시판 쪽으로 나도 모르게 걸음을 뗐다. 게시판 앞에는 여전히 인용이가 깝치고 있었는데 종이를 뚫어져 라 쳐다보다가 다가서는 나를 확인하고는 움찔 한다. 저 표정은...... "자......자......장희비인∼우짜스까나 우짜스까나! 이 일을 우짜스까나∼!" ----->놀리고 있는 인용이 넘 "......" ----->아직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나 "뭐야 뭐 다들 희빈 군에게 왜 그러는 거야?" ----->급하게 다가오는 정섭이 "너, 너너너 너! 장희빈! 아니쥐 장지언! 2학년 2반 당첨! 축하드려요 빰빠라빰!" ----->내가 못보도록 게시판을 가리는 인용이 넘 "뭐야 뭐?! 담임은 누군데?! 담임이 누군데!" ----->눈 뒤집어지기 일보 직전의 나 "시발할 성인용 쉐꺄 지랄 말고 얼른 손 떼. 애 눈 뒤집어지는 거 안보이냐?" ----->주먹을 치켜드는 정섭이 "푸하하하하! 재수 만땅! 컨그레츌레이션! 2학년 2반 담임은......피아제의 아빠! 피아노! 우하 하하하하!"----->저주 받을 인용이 "뭐......(창백)......뭐야 뭐! 너 지금 나 놀리려는 거지! 거짓말 하는 거지! 이 삐이이∼새키야!"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욕 튀어나옴 "야야 손 치워 봐. 흐음 어디 보자......33번 장지언......2학년 2반 담임 피아......노......." ----->이미 나에게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넬 지 생각 중인 정섭이 "으하하하하 게다가 2학년 2반은 울 반에서 얘 하나 뿐이야! 불쌍해 죽겠어! 캬하하하하!" ----->죽일 넘의 인용 "......(ㅠ_ㅠ)......" ----->아무 것도 안 들리고 아무 것도 안 뵘 "씹쉐야 입 다물어. 야야 괜찮냐 장지언? 어이 이봐 여보세요?!" ----->내 눈 앞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는 정섭이 ......(ㅠ_ㅠ)...... ----->정신없이 울었음 ......(T_T)...... ----->심각한 정신적 공황을 겪는 중 ......(=_ㅠ)...... ----->반 쯤 눈을 뜸 ......(=_=)...... -----> 울어서 눈 부은 나의 모습 ......(=0=)...... ----->정신 차리고 보니 교실엔 나와 인용이 정섭이 뿐임 "니 사물함 우리가 다 챙겼어. 빠뜨린 건 없냐? 이제 그만 교실이동 해야지(정섭)." "야 임마. 너 땜에 우리도 늦었잖아! 우 씨......키킥 근데 아까 상감이가 너 껴안은 거 기억 나 냐(인용)?" "뭐야? 언제 언제 그랬는데(나)!" "어......몰랐냐......불쌍한 것 불쌍한 것 그러면서 세 번이나 너 끌어안았어(정섭)." "크캬캬 그 변태쉑! 니 등짝을 이렇∼게 손으로 쓰다듬으려는 걸 우리가 쿠사리 넣어서 말 렸지(인용)." "으......으아아악! 으아아악! 싫어어(나)!" "야 이미 지난 일 어쩌겠냐. 우린 후관 3층으로 이동이야. 넌 2반이니까 별관 가겠구나(정 섭)." "빠이야 칭구. 점심 때 봅세(인용)." ".....으으 니들은 후관이야(나)?" 엉겁결에 내 손에 들려진 사물함을 잠시 내려본 사이......친구 넘들은 급하다며 먼저 교실을 뛰쳐나가버리고 말았다. 아아.....그렇게 가버리면 어쩌냐......때마침 빈 교실로 우렁차게도 수 업벨 소리가 울려퍼진다. 아차차 늦었다 늦었어. 무거운 철제 사물함을 들고 낑낑거리며 본 관을 나섰다. 교정 전체가 조용한 것이 다들 알아서 새교실로 찾아들어갔나 보다. 최대한 빨 리 달린다고 달렸는데......그래 나 달리기 못한다 다리도 짧다...... 2학년 2반, 정섭이의 말에 의하면 별관이랬다. 한참 별관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확인한 결 과......4층 맨 구석데기에 쳐박힌 2반 교실을 발견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정섭이한 테 몇 층이냐고 물어둘 걸. 빈 복도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 그 자체다. 저 복도 끝으로 2반 교 실 이 보인다. 4층 전체는 2학년 교실이었는데, 모든 반 마다 담임 선생님들이 들어가 학생들 과 첫대면을 하는 중이다. 어떡하지......새 학년 새 학기 첫날부터 피아노한테 찍히고 싶진 않 은 데......잠깐 잊고 있었던 피아노의 공포가 다시 새록새록 가슴 한 구석에서부터 솟아오른다. 흐미......뒤뚱거리며(사물함이 무거워서-_-;;;)내달렸다. 조금밖에 안 달렸는데도 금방 숨이 찬 다. 헉헉대면서 새교실 앞으로 당도했는데......헉스! 교실이 너무 조용하다! 버......벌써 피아노가 당도했단 말인가?! 하......하긴 내가 교실에서 운다고 하도 시간 가는 줄을 몰랐지...... 들어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망설였다. 하지만 더 늦게 들어갔다가 더 깨질 바에 차 라리 일찍 들어서는게 나을 거 같아서......10까지 세고......흑흑......다시 거꾸로 0까지 세 고...... 다...다시 10까지 세고......떨리는 손에 슬몃 힘을 주어 뒷문을 스르르륵......열었다. 드르르륵! 아앗 그...근데 뭔 소리가 저리도 요란하게 울리는 지! 열린 문 사이로 들어선 내게로......90개의 눈동자가 와서 박힌다. 아앗 잘못했써.....하...한 번 만 봐줘어......(대체 뭘 봐달란 건진 나도 모르겠다)......새 동급생들의 부담스런 시선을 피해 눈을 질끈 감고 천천히 교실로 들어서려는데......들어서려는데...... 우레와 같이 울려퍼지는, 여러 번 들어서 서먹하지 않은, 누군가의 외침 소리!!!!! "어?! 무수리!!!!!" 난 당연히 싸이코의 지존 피아노 선생님의 지휘봉이 나를 맞아줄 거라 예상하고 있었는 데......헌데......허를 찌르고 등장한 그 인물은...... "어......어어어......고......최고? 너도 이 반이야?!" ......할 말 없음이라...... 최고의 장희빈 23. ***** Ich will den Kreuzstab gerne tragen, Er kommt von Gottes lieber Hand, Der fuhret mich nach meinen Plagen Zu Gott, in das gelobte Land. Da leg ich den Kummer auf einmal ins Grab, Da wischt mir die Tranen mein Heiland selbst ab...... "......" "......" "......" "......" "......" 조용∼ 드러렁 드러렁 피유∼Zzz 여기는 어디, 별관 4층 구석데기 2학년 2반. 나는 누구, 일명 장희빈 본명 장지언. 그렇다 면 난 지금 뭣하고 있나. 여유롭게 앉아 음악감상을 하고 있는......이 이게 아니잖아(-_-;;;)......주 변정황을 간단히 설명해주겠다. 지금 내 곁엔 최고가 앉아 디립다 코를 골며 꿈나라에 가 있 다. 가끔 꺽꺽...하면서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지르는데 나는 그 때마다 교탁 앞 누군가의 눈 치를 살피며 녀석의 등을 쓸어준다. 다행이도 교탁 앞 누군가는 최고의 코고는 소리를 못 들 었는지 아님 알고도 모른 척 한 건지(나중에 두 배 세 배로 갚아주려고?)머리만 쥐어뜯으며 고뇌하는 중이다. 가만히 다른 넘들을 살펴보니......움찔움찔 힐끔힐끔 안절부절 불안초조 좌 불안석......다들 비슷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역시...교탁 앞 누군가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가 끔 4분단 맨 앞 줄에 앉은 피아제의 애꿎은 얼굴을 흘겨보며 우회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토로 하 는 녀석도 있다. 불쌍한 피아제는 얼굴이 흑빛이 되어 고개를 수그렸다. 아아 얼마의 시간 이 흘렀을까. 문득 카세트의 음이 잦아들어가는 가 싶더니......벼락 같이 쾅! 소리를 내며 탁자 를 내려치는 교탁 앞 누군가......잘 자던 최고가 깜짝 놀라며 몸을 부르르 떤다. "썅......" "......쉿!" 갑작스레 잠이 깨여 신경이 예민해진 최고의 입을 틀어막으며 나는 정면의 눈치를 살폈다. 불행중 다행으로 최고의 '썅-'소리가 교탁 앞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는 사태만은 방지할 수 있었다. 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교탁 앞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는......우윽 지쳤다. 그래 저 교 탁 앞 누군가가 앞으로 2학년 2반 담임을 맡게 된 피아노 선생님이다! 근데 지금 학생들 과 의 첫대면부터 저 선생이 뭔 짓을 하고 있냐고? 내 얘기 함 들어봐라. 처음 이 교실에 찾아 왔을 때, 정말 운좋게도 나는 피아노 선생에게 찍히지는 않았다. 왜냐고, 그 때 꺼정 그 선 생님이 오시지 않았거덩. 근데 선생도 없는 반이 왜 그렇게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 감도는 분위기가 연출되었었냐고? 그야 당연히......최고가 이 반에 들어앉았는데......누가 감히 히히 덕 거리며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된 기분을 만끽하겠는가. 담임 피아노, 동급생 최고......혹자는 이를 일컬어 환난의 연속이라고 하더군. 그 기분......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지만...... 힐끔 피아노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며...살피며......우윽! 아야야......최고 녀석......자기 입 틀어 막 는 내 손을 물었다......(지가 개야 뭐야?!) "제군들......방금 감상했던 이 불후의 명곡의 곡명을 아는 사람......?" 그......그런 걸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알 리가 없잖아?! 다들 불안에 몸을 떨며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앉았다. 다른 반 놈들은 아까 전에 마치고 귀 가한지 오래겄만......뒤늦게사 와가지고 뭔 놈의 대면식을 이리도 길게 하는 지......처음엔 선 생이 안오니까 다들 일어서서 집에 가자∼하는 분위기였는데......피아제가 나서서 그러면 안 돼∼하고 외치는 바람에......점심 시간을 훨씬 지나서까지 담임선생님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 다. 그리고......오후 두 시 반을 훌쩍 넘긴 시각에 카세트를 들고 교실 문을 열어제치며 등 장 한 피.아.노. 선생님! 단벌신사인 그 답게 사시사철 변치 않는 감색 정장에 때가 꼬질한 누 런빛 샤쓰......결정적인 건 빨강색 나비 넥타이와 그의 옷차림에선 유일하게 빛이 나는 하이 얀 백구두! 안타깝게도 날씨가 추웠던 고로 추레한 머플러에 가려진 빨강색 나비 넥타이는 볼 수가 없었다. "......허어 이 곡의 곡명도 모른단 말인가?! 츠츠 안타깝구만.....이런 돌빡쉐끼들이 이 나라의 장래를 이끌어갈 뉴-제너레이션이라 생각하니......츠츠츠!" 끌끌 혀를 차며 때 낀 초록색 머플러를 추스리던 피아노 선생......그런데 이 때! "요...요한 세바스챤 바흐의 칸타타 BWV 56중 나는 십자가를 기꺼이 지겠네...입니다. 선.생. 님." 끝의 선생님을 유난히 강조하며 말하는 피아제 군......어서 끝내라는 무언의 압력을 아버지 이 자 담임인 피아노 선생에게 은근히 피력하는 중이다......아들의 처절한 노력을 봐서라도 얼 른 학생들을 집에 보내주던가......해가 이미 기울어가고 있다!!! "......(상당히 마뜩찮은 듯 아들을 노려보며)그렇다......제군들......내가 왜 이 곡을 여러분들에 게 들려주는 지 아는가? 아 그리고 사실, 내가 늦은 이유도 이 곡을 선정하느라 시간을 좀 지체했기 때문이다!" 어찌나 당연한 듯 말을 하는 지 아이들은 뭐라고 제대로 항변도 못한 채, 시들어가고 있었 다(-_-). "츠츠......아무도 내가 이 곡을 선택한 뜻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인가? 정녕 이 내 마음을 몰 라준단 말인가?!" '씨댕......집에 가고 시퍼어어......' '된장 피아제 왕따 시켜버릴 거야!' '칸타타가 모? 우리더러 어쩌란 말이야 쓰불......' 울면서 씹어대면서 또 씹어대면서 울면서......온 몸을 뒤틀며 저주하면서 또 저주하며 온 몸 을 뒤틀면서......모두들 저물어가는 저녁 놀을 안타깝게 생각하고만 있던 중! "모르겠는데요, 그러니까 이제 집에 좀 보내주지요. 알 게 뭡니까 그런 거." "......(경악)......" 바로 곁에 앉았는 최고의 한 마디에, 피아노 선생님보다 내가 더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싸 이 코의 지존 피아노 선생조차 최고의 당돌한 말에 약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다 른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최고와 피아노 선생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무척이나 솔직담백하군 자네. 이름이......?" "최곱니다." "험......그래......자네가 그 소문난 최고였군?" "아 씨 빨랑 집에 보내달라니깐요!" 나는 어쩔 줄 몰라서 최고 교복자락만 자꾸 잡아당겼다. 그러지 마! 그러지 마! 단체기합 받 긴 싫어∼(ㅠoㅠ)! 그랬더니 둔감한 최고 녀석......왜 옷 잡아당겨 ㅅ발새꺄....하며 으르렁거 린다. 으으 이 둔치야! "......Ich will denn Kreuzestab gerne tragen......나는 십자가를 기꺼이 지겠네......무릇 이 곡 은 처음으로 담임을 맡은 나의 각오를 암시하는 레파토리였네......본인은 정말 담임이 맡기 싫었으나......교장선생님과 이사장님의 간청에 의해......그리고 너희들의 한결 같이 비뚜러진 근성을 바르고 올곧은 방향으로 교정시키기 위해......이 한 몸 기꺼이 바치기로 했으니......그 리하야 나는 십자가를 기꺼이 지기로 하였다네......알아듣겠나? 최고!" "......사설도 길군요, 하실 말씀 다 하셨습니까? 그럼 이만 가봐도 됩니까?" 무례함이 정말 하늘을 찌르는 구나 최고야......흑흑......이젠 너에게서 시비지심을 떠나 측은 지 심을 느끼는 바이다...... "아 잠깐 누가 가보랬나. 진정하고 앉게......나는 자네가 마음에 들었으니."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하는 듯한 최고의 표정)......" "......제군, 반장 해 볼 생각 없는가?" "......뭐요?"----->상당히 건방지다 최고야...... "최고 자네 이번 한 해 동안 수고 좀 하시게나. 반장은 자네로 알고 있겠네. 그럼 반장......? 인사 한 번 받아볼까?" "아......차...차렷! 경롓!"----->인사 한 번 받자는 소리에 얼결에 진짜로 인사하는 최고 어처구니 없는 피아노 선생님의 결정에, 모두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황을 살피고만 있다. 그러나 곧 피아노 선생의 뚱∼한 눈길세례를 받고나서 정신을 차린 2학년 2반 녀석 들......그제야 하나 둘 씩 '반갑습니다' 하는 넘......'감사합니다' 하는 넘......뒤죽박죽 인사 소 동 이 벌어졌는데...... "아 뭐야 뭐야 왜 이렇게 화음이 안맞아?! 인사만 받고 마쳐줄테니 반장, 다시 인사 해!" ----->누가 음악 선생님 아니랠까봐 "......차렷, 경롓!" ----->이젠 아주 당연한 듯 인사하는 최고 "......감사합니다!" ----->마쳐준다는 소리에 감격하여 힘차게 외치는 단순한 2반 녀석들 "그래그래 다들 수고해. 올 한 해 잘들 지내보자구. 이만 해산!" ----->머플러를 추스리며 카세트를 들고 교실문을 나서는 피아노 선생님 ......결국 피아노 선생은 그렇게 떠나가버리고 말았다. 아아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쥘쥘쥘......기쁘다 기뻐! 여기 저기서 해방감 을 맛보는 아이들의 환호성 소리가 메아리 친다. 아아 나도 정신 없이 가방을 챙겨들고 얼 른 집으로 가야......가야......가야 되는데...... "......(히죽 히죽 히죽)......"----->최고 "......(내심 불안하다)......"----->나 "......(씨익)......"----->웃고 있는 최고 "......(혼자 놔두고 가기엔 뭔가 찜찜하다)......"----->그런 최고를 내려다보는 나 "그......추...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하하!" ----->일단 먼저 운을 떼봤다 "......뭐야?" ----->갑자기 내가 껴들어서 흥이 깨진 듯 "바...반장 된 거 말야......추......축하한다고......" ----->진심은 아니다 "흐 담돌이가 지 멋대로 정한 거 뿐야." ----->그러면서도 은근히 좋아하고 있다 "아......아닐 거야......저 선생님이 좀 괴팍해서 그렇지 말을 번복하거나 그러진 않잖아?" ----->잘 보일려고 기를 쓰고 있다 "(히죽히죽히죽)" ----->기분 나쁘게 웃는다 "그.....그래 앞으로 반을 위해 열심히 활동해주길 바래. 나도 기꺼이 협력해 줄게......그럼 이 만......"----->이제 몸을 사리며 퇴장할 때라고 생각 크로스 백을 둘러메고 조심스레 뒤로 돌아서는데 순간 우악스런 힘이 내 어깨를 확 나꿔챈 다. 방심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잡아당겨져서, 나는 그만 꼴사납게 최고 한테 안겨버렸다. 우윽 놔줘 놔줘......바둥거렸지만 그럴 수록 더 세게 끌어당기는 최고......(ㅠ_ㅠ)......결국 벗어 나는 건 포기했다. "조또......무수리 야 이 새캬. 넌 입으로만 축하냐?" "......(그럼 날더러 어쩌라고)......" "당근 빠따로 한 방 쏴야 되는 거 아니냐?" "......(헉)......" "가만 있어봐 쉐꺄......정직한도 부르고......고평수도 부르고......황보석도 정덕목도......가만 있 자 또 누가 빠졌지?" "......나......나 돈 없어!" "......(힐끔)......" "나......나 도...돈 없는......데......" "......(지긋)......" "도......돈이......돈은 말야......혀...현금카드로 인출하면 될 거 같아.....하하...아하하......(T_T)......" "크하하 넌 역시 영원한 나의 물주야!" "......(망했다)......" 새학기 첫 날 부터, 그렇게 최고에게 삥 뜯기고......한 석 달간을 물만 먹고 살았다...... 외전~~~~~최고의 비밀일기♥ 역시 최씨 가문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허나 시점을 잠시만 '백화점 사건' 이후로 되돌리겠습 니다. 백화점에서 두 누님들에게 짐을 팽개치고 달아나버린 최고......대역무도한 막내의 행각 에 치를 떨며 집으로 되돌아 온 두 누님 혜련, 혜라......그들의 눈에 이젠 아예 뵈는게 없슴 다.....웬만해선 그들을 말릴 수 없다......그렇습니다......그들은 어떡하면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 적이고 비인간적으로 최고를 괴롭힐 것인가......에 몰두하느라 아주 원형탈모증에 걸릴 지경 입니다. "아∼∼∼∼∼!!! 시발! 시발! 시발! 열 받아 죽겠어! 망할 넘의 새끼!" 거실에 앉아 과일을 깎던 모친 백마리씨.....그런 장녀에게 넌지시 쿠사리 넣습니다. "말 만한 가스나가 말 하는 뽄새 좀 보소. 야 이 뇬아 니 뇬이 그 모냥이니까 남자가 안생 기는기라!" "아 씨......! 이 뇬 저 뇬 하지마! 듣는 뇬 기분 나빠!" "얼씨구 지랄도 가지가지로 한다. 저런 뇬이 나중에 대학 졸업해갔고 파출소장이 돼? 피식! 말도 안된다! 파출소를 말아묵을라꼬......" "에이 엄만 가만히 좀 있어봐요! 썅 근데 혜라 이 뇬은 어딜 간 거야!" 장녀 혜련 양의 외침에 저 건넌 방에서 혜라 양이 종종걸음으로 등장합니다. 대책없이 긴 롱다리에 종종걸음이라......괜히 울컥해진 장녀 혜련 양은 쿠션을 여동생에게로 집어던지며 소리지릅니다. "신발뇬아 덩 싸다 왔냐?!" "오호호호호호 련이 언니! 언니! 언니! 언니!" "이 뇬이 뭘 잘못 쳐먹었나......이유도 없이 왜 실실 쪼개고 지랄이야?!" "언니 내 말 좀 들어봐! 내 말 좀 들어봐!" "듣고 있으니까 어서 뱉어봐!" "오호호호호!!!!!" 이마를 가리는 머리칼을 뒤로 확 제끼며 혜련 양이 퉁명스레 말합니다. 모친 백마리씨는 그 런 딸의 자태가 심히......지랄맞게 느껴집니다. 저걸 대체 누가 데리구 가나 싶어 한숨만 푹 푹 내어 쉬는데...... "언니 언니 언니! 기뻐 해! 내가 고 시키 방에서 뭘 발견했는 줄 알아?!" "뭔데? 빵 점 맞은 시험지?" "에이 언니두 참......그런 시답잖은 건수가 아니야." "그럼? 딸딸이용 잡지?" "쿠쿠쿠쿠쿠......맞춰 봐." "젠장......뭐야 뭐?!" 장성한 딸자식의 입에서 딸딸이니 뭐니......백마리 씨는 아주 남사스러워서 죽을 지경입니다. 묵묵히 과일을 깎다가 더는 참을 수가 없어......번쩍 칼을 치며들며...... "이 ㅆ뇬들아! 할 짓이 그렇게도 없냐? 으이? 꼴도 보기 싫으이 저리 꺼져!" "꺅......!" "갑자기 왜저런데......갱년긴가?" 두 딸은 아버지랑 잠자리가 부실하나...수근대며 총총 건넌 방으로 퇴장합니다. 저 말아먹을 뇬들이......백마리 씨는 울화가 치밀어 씩씩거리며 딸들이 사라져 간 건넌 방 쪽을 노려봅니 다. 없을 땐 그렇게 보고싶더니......얼굴만 맞대면 갈아죽이고 싶은 것들이 저 두 화상이라고 백마리 씨는 버럭버럭 소리칩니다. 그랬거나 말거나 모친을 무시하며 고의 방으로 들어선 탄자(성격파탄자 줄임)원 투...... "휴......근데 니가 발견했다는 건수가 대체 뭐야?" "후후후후후......쨔안!!!!!" "뭐......뭐야 그 촌스러운 대학노트는?" "후후후후후......겉을 한 번 읽어봐." "......지구과학......대성고등학교 1학년 10반 최.고. ......신발......이걸 갖고 날더러 어쩌란 거야?" "아악......언니 언니 귀 아파.....잡아땡기지 마......그....그건 겉장일 뿐이고......속을 한 번 봐!" "......뭐.....속?" 속을 보라는 여동생의 말에 얼른 노트를 나꿔채 파라락 넘기는 최혜련 양......미심쩍은 얼굴 로 노트 내용을 살피던 그녀의 눈이......점점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데...... "캬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캬캬캬캬캬캬 언니 진짜 걸작이지? 그치? 응?!" "캬하하하하하 너 이거 어디서 찾았어? 으하하하하!" "캬캬캬캬캬캬 최고 방 뒤지다가 우연히 찾았어!" "크하하하하하 너 정말 최고다 최고!" "그치 그치? 이걸로 이제 최고 그 시키는......깔깔깔깔깔!" "크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건넌 방에서 들려오는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에 백마리 씨는 츠츠 혀를 차며 한 마디를 남깁니다. "미친 뇬들......" 그리고 그 날 밤, 최씨 가문은 저녁 식사를 마쳤습니다. 장남 최신 군은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늦는다고 했고 차남 최상 군은 작은 방에서 포투에 전념하는 중입니다. 저녁 늦게 들어온 최고 군은 두 누 님들의 눈치를 살피며......아버지 곁에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부친 최강직 씨는 9시 늬우스를 시청 중입니다. 모친 백마리 씨는 음료수와 과일을 가지고 와 부친과 막내 그리고......마지 못해 두 딸들에게도 권합니다. 우걱우걱 사과를 씹으며 두 누님들을 살피는 우리의 최고 군......헌데 이상하군요. 원래대로라면 집에 들어오는 즉시 두 누님들에게 열렬히 씹혔을텐 데......어찌 된 일인지 그들은 방실방실 거리며 흰소리 없이 그.저. 최고를 지켜볼 따름입니 다. 그.저. 지켜볼 따름이라죠...... "험......좀 피곤하구만......먼저 들어갈테니 니들은 쉬거라......" "벌써 주무시게요 고 아부지?" "뉴스도 다 봤고......오늘은 좀 일찍 눕고 싶으이......" "그라몬 그리 하이소......" 부친 최강직 씨는 거실에 앉은 세 자식들의 인사를 받으며 천천히 안방으로 퇴장합니다...... 모친 백마리 씨 역시 그런 남편을 따라 안방으로 퇴장합니다......문득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 우리의 최고 군......얼른 자신의 방으로 뛰어가려는 찰나! "잠깐, 고(人) 스톱!" "잠시만 좀 볼까 아그야?" 잽싸게 자신을 제지하고 나서는 탄자 원 투...... "무......무슨 일인데?" 무척 예감이 좋지않다고 생각한 최고 군......여차 하면 안방으로 튀어 들어갈 각오까지 했습 니다 그려. "훗흥......후후후......니 죄를 니가 알렸다?" "오늘 백화점서 말야......" 갈까......? 지금 아부지 한테 뛰어갈까......? 심각하게 고민 중인 최고 군...... "오......오늘 일은 사과할게.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봐줘." 일단은 사과를 먼저 하고 설설 기어보자고 생각합니다. "흥! 그렇게 말은 잘하지? 그치만 니가 진짜로 우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긴 한 거야?!" "대답해 봐! 쉐꺄!" 마......말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봐 누나들......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사과했으면 됐지......뭘 더 바래?" 최고 군의 눈이 힐끔 안방 쪽으로 향합니다. 이를 눈치 챈 얍삽한 최혜라 양......오늘 건진 따끈따끈한 건수를 최고 군의 눈 앞으로 들이밉니다! "어......뭐야......뭐야......이......이걸 왜 니가 들고 있어!!!!!"----->경악하는 최고 군 "후후후......좋게 말할 때 잠깐만 좀 나가자 아그야."----->악랄한 최혜련 양 "호호호......아부지도 피곤하시다는데......느긋하게 취침하셔야 하지 않겠니?----->사악한 최 혜라 양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 최고 군......자신의 비밀이 어떻게 저 두 사람의 수중으로 떨어졌는 지......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나 봅니다. 그리하야 우리의 최고군......어쩔 수 없이 두 누님들의 종용대로 그들과 함께 현관문을 벗어나려는데. "어, 니들 어디 가냐? 야밤에." 혜성처럼 나타난 차남.....최상군! 포투를 하다가 목이 말라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막 현관문 을 벗어나려던 동생들을 발견하고 어디 가냐고 묻습니다. 막둥이 최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무언의 SOS신호를 보내지만......불행하게도 상이 형님에게 가 닿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호호 갑자기 얘가 뭐 먹고 싶다지 뭐야? 사달라고 어찌나 졸라대는지......" "맞아맞아.....어휴∼막내라서 아주 응석 뿐이야! 호호호 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지 뭐야!" ----->평소 이 둘의 행각을 따지고 보면 분명 모순투성이인 말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 음, 그러나 12시간을 내리 컴 앞에 붙어있었던 최상군......지금은 그런 당연한 결론을 내릴 정도로 온전한 정신이 아님. "그래, 오랜 만에 보는 막낸데. 니들이 잘 대해줘야지. 아 먹을 거 사오려거든 치킨이랑 아 이스크림도 좀 부탁하자." "알았어 옵빠. 잠시만 기둘려. 얘랑 금방 갔다올게!" "호호호 치킨은 프라이드 반 양념 반 하면 되지?" "늦었는데 조심해서 갔다와라." ......그렇게 최고 군은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여기는 대영동 동네 놀이터, 10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등장인물 최혜련 최혜라......최고. "......내놔 그거!" 최고는 인상을 쓰며 자신의 지.구.과.학. 노트를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물론 줘야지. 줘야겠지? 오호호호호!"----->최혜련 "그 전에 말야, 잠깐 구경 좀 하자고? 캬하하하하!"----->최혜라 구경 좀 하자는 말에 사색이 된 최고......이를 악 물고 두 누님들에게 덤벼들지만.....윽?! "이 놈은 내가 잡고 있을테니까, 너 그거 한 번 줄줄 읊어봐 혜라야(^m^)." "알았어 언니(^o^)." 불쌍한 최고 군......경찰대 재학 중인 미래의 경찰간부 최혜련 양(합기도 국술원 검도 유도 태권도 총합 11단)에 의해 제지당하고 말았습니다. 꼴사납게 목을 붙잡힌 채로 말이죠. "......9월 12일 날씨 맑음 오늘 그 애를 처음 보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애는 수많은 애들 중에서 단박에 나의 눈을 잡아당겼다.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일까. 찌리리 찌리리......쿠캬캬 웃기고 자빠졌네! 이 찌리리는 모냐 대체? 캬하하하!" "얼른 다음 읊어봐 혜라!" "......그 애의 아름다움은 그 애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하늘의 징표이며......하늘을 나는 새도 그 애의 미모 앞에 더 이상 하늘을 날기를 포기한 채 그 애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것이며...... 들에 핀 아름다운 꽃도 향기를 멈추고 그 애의 요염한 아름다운 자태 앞에 굴복하고 말 것 이다......크하하하하 우하하하하 이 무슨 졸라리 유치한......!" "꺄하하하하 유치의 첨단을 걷는구만?!" 더할 수 없이 막대한 정신적 데미지를 입은 최고 군......이 세상 둘밖에 없는 악머구리 누님 들의 행각 앞에 그저 죽고 싶을 뿐입니다. 가슴 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자신의 비밀이......비 록 관중은 없었다 하지만......그렇게 까발려져서 저 격조 없는 입으로 오르내린다 생각하 니......가슴이......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습니다! "어디어디 다음 한 번 읽어봐!" "......오직 학교 오는 즐거움은 그 애를 보기 위한 목적 뿐. 같은 반이 아니라 정말 화가 났 다. 같은 반이 되면 너무너무너무 좋을 텐데. 맨날 그 예쁜 얼굴도 지켜보고 꼬여드는 파리 들도 쫓아내고......맛있는 것도 사먹이고 노래도 불러주고.....큭......큭큭큭 븅신 같은 넘!" "......?......" "정말 아주 너무 예쁘다. 보면 볼 수록 예쁜 것 같다.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 있는 거야. 매 일 그 애의 반으로 찾아가 지켜보면서 나는 그 애가 인간이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 인간이 그토록 예쁠 수는 없다. 깔깔깔 아주 눈에 콩꺼풀이 씌었구만? 최고!" "......?????....." "언니 이거 함 봐봐. 꼴에 시도 지었어......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뭐야 이거? 유행가 가사잖아! 으이구 창의력 없는 놈!" "......야......야야.....최혜라 뭔가 이상한데?" "에이 참 왜 그래 언니 한참 재밌게 읽고 있는데." "......최고 이 시키...... 다니는 학교 대성이라지 않았냐?" "응, 대성이지." "......근데 대성이 남녀공학이었나?" "아니쥐∼대성은 남자고등학교고 따로 대성여고가 있잖아 내가 졸업한......" "남자고등학교오오?!" "......그......그래 분명 남고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화들짝 놀란 두 사람......최고는 이미 HP MP가 완전 바닥나 넋이 나가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 최고를 바라보는 두 사람......그리고 지구과학으로 가장한 최고 의 일기장을 다시 처음부터 샅샅이 훑어내려가기 시작하는 최혜련 최혜라 양...... "......저 시키, 분명히 대성 맞아?" "마......마......맞지......" "대성이 분명히 남고 맞아?" ".......그......그......그러엄......" "남고에 여자애 다닐 수 있어?" "......그...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최고가 빠져있는 그 애의 정체가 대체 뭐야?" "......가......같은 남고에 있다고 적혔으니까 남자겠지 모......" "......나......남자......남자......최고가 남자에게 반했다고?!" "........그.....그런 가봐......" "?????!!!!!" "!!!!!?????" ......그 어떤 상황에도 눈썹 하나 까딱 하지 않기로 소문 난 철의 여인네들 탄자 원 투......그 런 그들에게도 이번 일 만큼은 예사롭게 다가서지 않나 봅니다. 침묵 속에 빠져든 그들은 소리 없이 절규를 내지르는데...... "......어 니들 거기서 뭐하냐? 얼씨구? 최고는 또 왜저래? 니들 또 막둥이 괴롭혔냐?" 타이밍 좋게도 친구들과의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던 최씨 가문 장남 최신 군......기분 좋게 취 해 오다가 동네 놀이터에서 동생들을 발견했습니다. "......추운데 어서 안들어가고 뭐해? 야.....혜련아? 혜라야? 야......최고야......"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한 최신 군......급하게 그들에게로 달려가 장녀를 붙들고 마구 흔들어댑니다. "야......정신 차려 임마! 야야 혜라야! 최고!" 철썩철썩 볼을 갈기고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고 몸을 흔들어대도......요지부동인 세 사람...... "얘들이 왜 이래......" 바닥에 떨어진 지구과학 노트가 유난히도 눈에 밟히는 어느 겨울 밤의 일이었습니다...... ***** 외전입니다......고의 비밀을 알아버린 최혜련 최혜라양.....데미지 되로 주고 섬으로 받아버렸 습니다 그려.....ㅋㅋㅋ 최고의 장희빈 24. ***** 3월 6일은 대성 고등학교 제 42회 입학식이다. 오전은 수업이 없다는 기쁨에 겨워 2학년 2 반 새친구들은 다들 들떠서 희희낙낙......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면학분위기 고취가 지상 최 대의 명제라 자청하는 최고 때문이다. 피아노가 담임이면 1년 내내 죽어날 거라 추측하던 일반 여론과 달리......의...의외로 피아노 선생님은 완벽한 자유방임주의자 였다. 누가 자기 반 애인지 어떤 녀석이 문제성 짙고 어떤 녀석이 신경 써야할 놈인지......그런 거......그런 거...... 생각조차 않는다! 담임으로서 지녀야 할 책임감이라고는 개미 눈곱 만큼도 없는 인간. 맨날 음악실에만 쳐박혀 피아노(piano)만 두들겨 대고 있는데......누가 피아노(iN)선생을 말려? 그 리하야 어쩔 수 없이 반의 실질적인 최고경영자역은......얼결에 반장이 되어버린 최고가 떠 맡 아버렸으니. "등교는 오전 8시 20분까지 이를 어길 시 죽음, 자습 시간 5분전 반드시 착석 이 또한 어 길 시 사망, 그 날 공부한 흔적을 노트에 남겨 책상 앞에 제출할 것 미제출시 사형, 수업시간 딴 짓하는 놈 나한테 걸리면 즉살." 가당찮은 리더쉽에 휩쓸린 최고는, 위와 같은 문구를 휘갈긴 종이를 게시판 여기저기에 갖 다 붙였다. 피식-하고 웃어넘길 수 없는 뭔가가 잠재되어 있는 문장......죽음 사망 사형 즉 살......간담이 서늘해진 아해들은 종이가 내걸린 그 날부터 정말 열씨미 최고의 법을 준수했 다. 법은 가깝고 주먹도 가깝고...... 3월 6일의 아침도 여지 없이 고요하고 거룩했다. 근데 최고 녀석......애들이 공부하는 지 안 하는 지 지켜보느라 혈안이 되었는데.....지 공부나 할 것이지 쯧. 이런 걸 일컬어 목적전치 현 상이라고 했던가. 정작 중요한 자기 일은 제쳐두고 쓸 데 없는데 열을 쏟아붓는......안쓰러 워 서 가만히 녀석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씨댕아 뭘 야리고 지랄이야. 공부나 해!" "......아 알았써......" "......(지긋)......" "......(우윽)......" 지긋이 날 쳐다보는 최고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등으로 식은 땀이 송골송골 맺혀가는데, 이 때 나를 살리는 방송이 있었다. [아아 학생들에게 알립니다. 지금 즉시 2, 3학년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집합하기 바랍니다. 곧 입학식이 거행될 예정이니......지체 없이 빠른 시간 안에 운동장으로 집합하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공 울려서 살아난 권투선수의 심정......2학년 2반 아이들은 누구나 방송을 들으며 그 마음 에 공감할 것이다. 모두 최고 눈치를 살피고 주섬주섬 책들을 덮으며 일어서는데, 그런 아이들 을 가만히 지켜보던 최고. "5분만에 운동장에 집합해서 두 줄로 정렬한다. 양 옆 간격 30센치 초과시 이쁘게 뽀개줄 테 니 그리 알아!" ......라고 외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교실문을 나서는 불쌍한 아이들......그...그 중엔 나도 끼 어있었다. 허겁지겁 뒷문으로 빠져나가려는 찰나 턱 하니 나의 갈 길을 방해하는 이가 있 다. "너 어디 가?" "......우, 운동장에 나가라며......? 나가야지......쫌 있음 식 시작할텐데......?" "(히죽히죽)넌 나가지 마." "......뭐?!" "나 배고파. 아침에 엄마랑 싸워서 밥 못 먹었어. 그러니까 니가 밥 사." "......아니 그게......너 반장이잖아......나가서 애들 단속해야지......분명 선생님도 안오실 거 구......." "샹 배 고프다구! 두 번 입 떼게 하지 말랬지!" "......(이게 뭐야 대체)......" "자 렛츠 고!" "......아 잠깐 잠깐 고야......(ㅠoㅠ)......" ......결국 두 손 허우적거리며 최고 한테 잡혀갔다. 녀석에게 끌려간 곳은 매점......매점엔 의 외로 땡땡이치는 3학년 들이 꽤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들어서는 최고와 나를 향해 박히는데......하지만 약 1초 후, 그들은 곧바로 눈을 내리깔며 식사에만 열중한다. 최고는 거 들먹거리며 'ㅅ발 입학식 하는데 이런 데 박혀서 라면이나 쳐먹고 잘한다 잘해∼'라고 했다. 최고......너의 그런 행동을 일컬어 누워서 침뱉기 라고 해...... "라면하고 김밥하고 우동하고 샌드위치하고 콜라 사와!" "......저.....(돈 없는데)......" "뭐야?!" "저......저기 있지......" "뭐? 뭘 내뱉고 싶은데?" "......돈이......" "......(힐끔)......" "......(히이이이익)......" 테이블에 앉아 고개를 쳐들고 가만히 나를 노려보는 최고...... "다......단무지랑 김치도 챙겨올까?" 언제 봐도 저 표정은 적응 안된다.......쪼끔은 나아졌을까 싶었는데 흑흑...... 나는 터덜터덜 어깨를 늘어뜨리고, 라면과 김밥 따위를 사러 스넥 코너로 다가갔다. 헌데 스 넥 코너 앞엔 덩치가 산만한 인간이 하나 길다랗게 서있다......어......근데.......왠지 모를 익숙 함이 묻어나는 듯한 저 등짝은...... 어디서 본 듯도 한 것 같아 한참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이란 것에 잠겼는데, 막 매점 아 줌마에게서 라면을 받아들고 뒤돌아서는 저 엄청난 등빨의 소유자......허......허.....허허헉!!!!! "......어......너......너너너......너 인용이 아냐?" "......(딸꾹)......" "허허 반갑다 반가워! 너 역시 우리 학교였군?!" "......(우째 이런 우연이)......" "어라? 나 기억 안나냐? 어림 서점에서, 나 너 한테 뭐 물었었잖아!" "......(이건 분명 누군가의 농간이야)......" "하하하 짜식! 특이한 이름! 특이한 이름! 백두산! 나 백두산이다!" "......(그 그렇게 큰 소리로 외치면 안되는데)......" 그렇다! 어딘가 익숙함이 느껴지던 이 커다란 사나이......바로 백두산 이었던 것이다. 이번 학기에 복학한다는 소문이 나돌긴 했었는데......진짜로 이렇게 떡하고 뜬금없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정녕 꿈에도 몰랐다. 힐끔 테이블 쪽을 돌아봤더니, 최고는 매점에 있는 초대형 와이드 티비 구경을 하고 있는 중이다. 대체 뭘 보나 싶어 자세히 살폈더니, 아침 드라마를 감상하고 앉았다. 마침 웃기는 장면이 방송되고 있었는데, 녀석 아주 테이블을 두드리고 배꼽을 끌어안고......주변 사람들 에 게 민폐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으휴......근데 왜 내가 다 창피한 건지...... "이 녀석아 너 입학식 땡땡이 치고 매점 온 거지? 보기완 달리 꽤 대담성이 있군 그래?" "저......저기요......그게 아니라......" "하하하! 그게 아니면 뭐란 말이냐? 짜식 배고팠나 보군. 나 라면 곱빼기 시켰는데, 쫌 나눠 줄까?" "아니 저......저는 지금......라면 사들고 가야......" "자자 사양할 것 없어. 일루 와 응?" "저.....저기요......있잖아요......" 경황이 없는 틈에 백두산에게 손을 잡혀......최고에게서 불과 다섯 테이블 건너 뛴 곳에 가 서 앉게 된 나. 최고는 여전히 히히덕거리며 아침 드라마에 빠져있고......나는 이 사태를 어 찌 수습해야 할 지 몰라 버벅대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백두산......아니지 백두산 선배 는 사람 좋게 웃어보이며 젓가락과 숟가락을 내게로 내민다. 많이 들어 하면서 후루룩 후 루 룩 라면을 잡수시는데...... "성인용 너 2학년 됐겠군? 몇 반이냐?" "......(불안초조)......2...2반요......" "어 그래? 크하하 나도 2학년 때 2반이었다!" "......(힐끔힐끔)......그...그러세요?" "나 지금 3학년 10반이다. 알쥐? 예체능반?" "......(소리 좀 낮춰요).....네.....네......" "그 때 너 말이 엄청 도움이 됐었다. 방학 동안 정석인지 뭔지 그 놈 붙잡고 아주 씨름을 했더니......이젠 수학에 자신감이 생겼어 크하하하하하∼!" "......(헉 조용히 좀 해요)......쉿 쉿......" "어 왜그러냐? 왜 그렇게 눈치를 살펴?" "......(쉿 쉿)......아뇨......라면 맛있다구요......" "크하하하하 그래 많이 먹어 많이 먹어. 뭐 먹고 싶은 건 더 없냐 인용아? 내가 뭐든 사주 마." "......(아뇨 아뇨)......그....괜찮아요 괜찮......아아아아∼∼ㄱ!!!!!" 뒷머리를 잔혹하게 쥐어뜯기는 아픔이 느껴지는 가 싶었는데, 정면에 위치한 백두산 선배 의 눈이 화등잔만 해진다. 잠깐 몸이 뒤로 휙 끌려가는 것 같더니 이윽고 쿠당탕∼소리와 함 께 의자에서 내팽겨쳐진 나......테이블 건너 백두산 선배가 굳은 얼굴을 하고 벌떡 일어선다. 이...입가에 라면 한가락이 묻어난 채로. 눈물이 찔끔 쏟아날 정도로 아파 죽겠는데......곧 그 아픔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의 마귀 목소리가 들려왔다. "ten팔 무수라 먹을 거 사오랬더니 뭐하구 자빠져서 히히덕거리냐 응?" 고......최고야 아파......손 좀 놔줘......징징...... "......어라, 넌 어디서 많이 본 쌍판인데?" 장난스럽게 히히 하고 웃으며 입을 쫙 찢어보이는 최고......얼굴이 시체 저리 가라 할 정도 로 창백해진 백두산 선배는 잔뜩 쫄아서 다 죽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오...오랜 만이다 최고......근데 걔 머리는 좀 놔주고 얘기 하지." "......내 맘이다 백남봉." 그......백남봉이 아니라 백두산이야 최고......흑흑...... "아파하잖아! 놔주라고 했다!" "니미 족 같은 새꺄 나한테 두 번이나 깨진 놈이 어디서 똥폼 잡고 쥐랄이야?!" "이런......(쪽 팔려 하는 것 같았다)......내 보다 보다 너 같은 악질 중의 상악질을 첨 본다! 너 하고 상관도 없는 애 머리털은 왜 잡아당겨! 얼른 놔줘!" "샹, 야 무수리? 내가 너랑 상관이 없냐? 응? 대답해봐!" 나는 말이지......사실 너와 상관이 없었으면 싶은 작은 소망이 있어.....흑흑......그...그치만 그 렇 게 대답했다간 완전 복날 개 맞듯이 얻어터질 거 같아서......그저 미안해 미안해......용서해 줘......그렇게 비굴하게 기었다. "성인용, 이 자식 너 아는 놈이냐?" ----->최고를 가리킨다 "시발,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이 새끼가 무슨 성인용이야?" ----->그러면서 손목에 힘을 준다 아악 "뭐......뭐야? 너야말로 무슨 헛소리냐!" ----->당황한다 "야 니 입으로 니 이름 함 읊어봐! 저 븅 시키가 알아먹게!" ----->내 목이 뽑혀나갈 거 같다(ㅠoㅠ)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야 인용야 괜찮냐?!" ----->진정으로 걱정해주는 얼굴이다 어서 본명 뱉어내라고 윽박지르는 최고......그......머리털을 좀 놔줘야 정신을 차리고 내 이름 을 말하지......아파 죽겠다......우윽......백두산 선배......괜히 선배한테도 미안하네요......미안할 따 름이에요......미안해요 미안해요......계속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니까 성질이 뻗칠대로 뻗친 최 고......나를 휙 집어던지며 외친다. "이 새끼 이름, 성인용이 아니고 장희빈이야 임마!" ......무수리라고 안 그런게 천만다행이라고 할까...... 최고의 장희빈 25. ***** 무참하게 머리를 쥐어뜯기고 하루 종일 시달린 다음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얘가 대체 뭐하는 거야, 안 일어나니?" "......5분만......" "어디 아파?" "아니." "얼른 못 일어나?! 하나 둘......" "아악 하나 둘...그거 좀 하지 마요!" 하나 둘...만 하면 최고가 생각나기 때문에(ㅠoㅠ)......격렬한 반응을 내비쳤더니 엄마가 걱 정 을 한다. "왜 그러는 거야, 평소라면 벌써 학교 갈 시간에." "우으응......" "무슨 일 있어?" "......(마지 못해 도리도리)......" "아무 일도 없는데 그럼 대체 왜그래?" "......그......저기......있잖아요 엄마......" "그래, 무슨 일이야?" "......" 차마 최고 얘기는 할 수가 없었다 엄마 면전에다 대고......흑흑 "엄마 오늘 따라 참 예뻐." 얘가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실없는 소리야...하는 엄마......그치만 기분은 과히 나쁘지 않은 듯. 엄마 눈치 보면서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아......안 가려고 이 이상 뭉기적댔다간 괜한 의심만 살 거 같다. 긁어 부스럼 될 까 심히 저어하는 바이다. 랄라라∼학교 가는 길은 즐거워∼♬ ...... 라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겠고, 사실은 학교 가는 길이 두렵고 끔찍해 미치겠다. 엎친 데 덮 친 격으로 백두산 선배에게 했던 거짓말도 들켜버렸고......흑흑......나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 아가야 하나......흑흑......오늘 따라 버스는 유난히도 빨리 오고 길도 더럽게 안 막힌다. 어쩜 이렇게 사람들도 드문드문 할까 싶어 시계를 봤더니......맙소사 아직 7시도 안됐잖아......엄 마......왜 그렇게 닦달했수 이렇게 이른 시각에......나중에 알고 봤더니, 우리 집 시계가 맛탱 이가 가버린 거였다. 어찌 되었건 학교에 도착해버렸고, 어쩔 수 없이 나는 오늘도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지켜나 가야 했다. 3학년들도 채 등교하지 않은 이른 시각......3월이건만 아직도 썰렁하기 이를 데 없는 대기와......앙상한 나뭇 가지들은 그렇잖아도 심란한 나의 마음을 더더욱 뒤숭숭하게끔 이끌어간다. "에히휴∼" 드르르륵- 역시나......1등으로 등교해버렸다. 텅 빈 교실......일렬로 단조롭게 늘어선 책 걸상들......살풍 경 한 교실 풍경......탁자......내 책상......최고 책상......최고 책상 위에 있는 빨간 장미와 바구 니...... 빨간 장미와 바구......에, 엥?! 너무 놀라서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저게 웬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냐?! 최고에게 빨간 장미와 사탕 바구니라니?! 총알 같이 뛰어서 최고 책상(내 책상 바로 옆)으로 다가갔다. 두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 지 만 그 위에 놓여진 건 여지 없이 새빨간 장미 다발과 고급 초콜릿 사탕으로 꽉 찬 바구 니......더헉 이게 뭐야 대체 이런 게 왜 최고 자리에? 자세히 세어보니 하나 둘 셋......딱 열 일곱 송이다. 싱싱하게 물방울을 머금은 예쁜 꽃봉오 리들......도저히 녀석과는 매치가 안된다. 화려하게 리본이나 레이스로 장식 된 바구니 속 엔......먹음직스런 초콜릿과 사탕이 그득하다. 이건 그 녀석이 좋아하겠군......싶어 슬쩍 들어 봤더니......헉! ¢¾AO°i ¼±¹e¿¡°O¢¾ ......라고 겉봉에 씌여진 분홍색 편지지......하트가 어찌나 정밀하게 그려졌는 지 음영까지 다 묘사되었다. ...... ...... ...... 대체 어떤 인간이 최고에게 이런 걸......대체 어떤 골 빈 인간이 최고에게 이런 정성을...... ..... ...... ...... 보......볼까? 살짝만 볼까? 풀로 봉해진 것 같지도 않고......열어보기 쉽게 되어 있는 거 같은 데......사......살짝만......살짝만......? 두근두근 울렁울렁 콩당콩당 어찔어찔......나의 손은 어느 새......분홍색 편지봉투를 향해 뻗 어 가고 있었다. 슬쩍 잡아든 후, 이리저리 휙휙 사방을 살피고 다행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 드......드디어......드디어...... "어이 장희빈! 좋은 아침!" "안뇽 지언스!" 막 봉투를 열어제끼려는 찰나, 갑자기 등장한 동급생 원 투......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아......어어어......아아아아........안녕 도시홍? 김중배?" "하하 뭘 그리 놀래고 그래? 뭐 훔쳐먹고 있었니? 응?"----->잘생긴 시홍 군 "어어 어어어, 그게 뭐야?"----->얍삽이 중배 군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냐아냐 내가 이 편지 보려고 했던 거 아냐......(ㅠoㅠ)......" "뭐야 뭐, 웬 장미꽃? 어랏 웬 사탕바구니?!"----->시홍 군 "이 자리 최고 자리잖아......뜨아아!"----->중배 군 다......다행이도 두 녀석들의 시선은 장미꽃과 사탕바구니 쪽으로 분산되는 듯 싶었다. 휴 우...... "어라 일찍들도 왔네? 안녕 안녕 안녕?!"----->이 때 등장한 오억 군 "하이룽! 거기 모여서 뭣들 하냐?"----->또 등장한 원구식 군 "......어라 웬 장미? 어얼∼맛있겄다 그거!"----->또또 등장한 주요한 군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2학년 2반 넘들......다들 뒷문으로 들어서자 마자 인간들이 바 글 바글 모여든 최고 자리에 흥미를 보이더니, 곧 다가와서는 장미와 꽃다발을 발견하고 경탄 을 금치 못한다. "이게 다 뭐야......우와 누군진 몰라도 돈 꽤나 썼겠는 걸?"----->피아제 "그러게 말야, 어떤 열혈소녀가 아침 댓바람부터 이런 걸......"----->도시홍 "......어라? 편지도 다 있네."----->오 억 "흐음......¢¾AO°i ¼±¹e¿¡°O¢¾o......선배라니......우리 학교 녀석 소행인가?"----->원구식 "에이......설마......그럴리......으......으아악?!"----->나 헌데......문득 스멀스멀 목덜미로 다가오는 악의 손길이 있으니......내게 이런 짓을 하는 녀석 은......그래......최고 뿐이다. "아침부터 무슨 역적모의를 하는 거야 ten쉐끼들아! 일찍 왔으면 책이라도 한 자 더 들여다 볼 것이지!" "최......최고!" "히이익!" "헉!" 오늘도 여지없이 등장한 악의 원흉, 악질 중의 상악질, 금수만도 못한 넘, 최고 마귀......헉 헉......최고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마치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헉)마냥......뿔뿔이 해 산한다. "내가 분명히 일찍 쳐왔으면 조용히 자빠져서 책에 집중하랬지! 이 쉐끼들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오리걸음으로 뺑뺑이를 돌려야 내 말 접수되겠냐?" ".....(조용)......" "......(슥-슥-)......"----->연필로 뭐 쓰는 소리 ".....(팔락 팔락)......"----->급하게 책장 넘기는 소리 최고는 야멸차게 그런 동급생들을 노려본 후, 이윽고 시선을 자신의 책상 위로 이동시켰다. "......뭐야, 이거?" ----->장미 꽃다발을 바닥으로 집어던지고(너 정말-_-;;;) 사탕바구니를 들어보인다 "그......글쎄, 일찍 와보니깐 너 자리에 놓여있더라......" ----->바닥에 떨어진 장미 꽃다발을 챙겨 다시 최고 자리에 올려놓는 나 "후음......내가 초콜릿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아구아구 쩝쩝......" ----->무식하게 초콜릿을 까서 먹는다 "그......편지도 있던데. 편지 확인해 봐......" ----->눈치를 보며 말을 붙인다 "......응......? 이건 또 뭔 수작이야?" ----->무식하게 봉투를 열어젖히고 편지를 꺼내든다 "......(-_-누군지 몰라도 참 상대가 가엾단 생각이 든다)......" ----->슬쩍 자리에 앉으며 자습 준비 "......" ----->아무렇지도 않던 얼굴이 차츰 일그러짐 "......(-_-;;;)......" ----->괜히 옆에서 불안해짐 "......" ----->편지를 읽다 말고 힐끔 나를 쳐다 봄 "......(-_-;;;;;)......" ----->겁 먹음 "......무수리, 너 이 편지 손 댔어?" ------>꽉 다문 이빨 사이로 흘러나오는 낮은 목소리 "......(@o@;;;;;)......" ----->격렬한 도리질로 극구 부인 "정말이야? 정말 안 훔쳐봤어?"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더니 나를 살살 꼬드기려고 함 "......(@_@;;;;;)....." ----->여기서 시인했다간 끝장임을 익히 알고 있음 "......ㅅ발......그럼 다행이고......" ----->뭐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뭐가? "......(¡ⓒ_-;;;;;)......" ----->어쨌거나 안도의 한숨을 내쉼 편지를 다 읽은 최고는, 간만에 살인미소를 연출하며, 벌떡 일어섰다. 한 손에는 구겨진 편 지를 다른 손에는 장미와 꽃다발을 든 채. 그리고 저벅저벅 걸어가며 교실 뒷문 쪽으로 향 하는데......저......저......저 녀석! 싸가지 없게 장미 꽃다발이랑 사탕 바구니랑 편지를 쓰레기 통 에 집어던져버린다. 세상에......선물해 준 사람 정성이 있지......최고 녀석은 그렇게 교실을 빠 져나갔고 뒤에 남겨진 2학년 2반 녀석들은......그런 최고를 반찬 삼아 입방아 찧기에 정신 이 없었다. 뒤적 뒤적...... "......으응?" 근데 누군가가, 아주 잽싸게 쓰레기통으로 튀어가 구겨진 편지를 꺼내든다. 누군가 했더니 얍삽이 김중배다......녀석......상기 된 얼굴로 편지를 펴기 시작하는 중배......순식간에 모든 놈 들의 이목이 중배에게로 쏠린다. "......내가 읽었다고 최고한테 이르지 마라......이 편지 내용이 내 입을 통해 공개되는 순간...... 니들도 다 공범이야!" 침묵의 긍정을 쏘아보내는 2학년 2반......나는 너무하다 싶어 그런 중배 녀석을 뜰어말리려 고 했지만......녀석......속사포라도 삶아 먹었는지......그 긴 편지를......사...사실 단 두 문장 뿐이었 다......3초 만에 읽어버렸다. "좋아합니다 최고 선배, 1학년 7반 22번 백.연.우!" ...... ..... ..... 어느 정도의 일반적인 사고 과정을 거쳐......얼굴 뿐만 아니라 머릿 속까지 새하얗게 질려버 린 2학년 2반 녀석들...... 그런데, 백연우가 누구지? "......일반적인 관계 대명사의 성격과 용법으로......문례를 들자면, I met the boy who loves you......여기에서 who의 용법은......" 지금은, 1교시 영어 시간이다. 교단 앞에 선 선생님은 열심히 정말 피를 토할 것 처럼 열 정 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지만 지금 내 귀엔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왜냐하면......바로 옆 자리의 최고 눈치 살피기 바쁘기 때문에......(-_-;)......교실을 뛰쳐나갔던 최고는 한 시간 만 에 이를 부득부득 갈며 되돌아 왔고, 아침의 해프닝으로 소란스럽게 입방아를 찧던 참새 떼 들은 최고에게 걸려 응징을 당했다. 쓰레기 통에 버려졌던 장미꽃 입에 물고 투명의자 한 시간...... 최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면 거짓말 일테고......사실은 아 주 궁금해서 애가 탈 지경이다. 그치만 내가 녀석 면전에다 대고 백연우라는 애 찾아갔었냐 고 물을 정도로 용기백배인 것도 아닌데......우윽 묻고 싶다 알고 싶다 갖고 싶다(대체 뭘-_-;)! 그리하여 슬쩍 곁눈질로 최고를 살펴보는데......히......히이이익!!!!! "......씨뱅아 뭘 봐?" 최고랑 눈 마주쳐버렸다. 허......더헉......녀석 지금까지 날 쳐다보고 있었단 말인가. 왜......도 대 체 왜......나는 얼른 시선 거두고 교과서와 노트쪽으로 고개를 수그렸다. 오들오들 떨면서 수 업에 집중하는 척 했건만......최고한테 안 통한다. "수업 시간 딴 짓 하는 놈들, 즉살이랬지?" "......(ㅠ_ㅠ한 번만 봐줘)......" "공부도 잘하는 쉐끼가 그렇게 산만해서 어쩌냐? 응?" "......(@_@어 어 어)......" "벌이다." "......(@o@;;;어딜 만져 어딜 만져 어딜 만지는 거야아아∼ㅅ)......" 최고......태연하게 수업 듣는 척 시선을 앞으로 하고 열심히 오른손으론 필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왼 손으론......왼 손으론......왼 손으로오오오오∼ㄴ! 흐미......내 허벅지를 쓰다듬는다......변태 변태 변태 시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흑흑......아아 잘못했어......이제 다신 수업 시간에 한 눈 안 팔 테니까 손 좀 떼주라......느끼하단 말야......충분히 뉘우치고 있으니......이 손 좀......낑낑! 어떡하든 떼내볼거라고 최고 손등을 잡아당기고 난리법석을 떨......려고 했는데, 스윽 고개 를 옆으로 돌리며 나를 째려보는 최고...... "......앙탈 부리는 거라면 안통해." "......(ㅠ_ㅠ이게 지금 니 눈엔 앙탈 부리는 걸로 보이니 흑)......" 너무 어이가 없어서, 최고 손 쳐내는 건 포기하고 말았다(사실은 최고 손맛이 무서워서). 그 런데 한동안 열나게 나의 허벅지를 유린하던(ㅠ_ㅠ)최고의 손이, 차츰 이동을 하는가 싶 더 니...... "......햐, 너 이 색히......맨날 책상 앞에만 들러붙어 있으니까 궁뎅이가 일케 펑퍼짐∼하지!" "......(아악 손 떼 손 떼란 말야ㅠoㅠ)......" "이야......너 애라두 낳았냐? 우째 애를 다섯이나 낳은 우리 엄마 엉덩이보다 더 펑퍼짐∼ 하 냐?!" "......(씨이 내 엉덩이가 모ToT)......" "흐음......" "......(그만 조물락 거려 이 변태야)......"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저 악의 손길을 피해보겠다고 용을 썼지만......결국 그 시간 종칠 때 까지 나는 녀석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뭔가를 짓밟힌 듯한 굴욕감에 사로잡힌 나 는......속수무책으로 엉덩이의 순결을 빼앗긴 나는......괜히 서럽고 열불나고 창피해서......책 상 에 엎드린 채 펑펑 울고 말았...... ...... ...... ...... ......차라리 그렇게 울기라도 했으면 속이라도 시원했겄다(-_- =3)! 그런 만행을 저질러 놓고도 뭐가 그리 즐거운 지 히히덕거리는 최고......차렷 경례 힘차게 선 생님을 내보내고......여전히 일어선 채로 나를 내려다보는데. "야......너 설마 삐졌냐?" "......(-_-+++씨이 너랑 말 안해)......" "크캬캬 고작 그런 장난 쳤다구 삐지냐 삐지길......츠츠 속 좁은 놈!" "......(-_-나 좀 내버려둬)......" "무명씨 가라사대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훌륭한 실천기술 중의 하나가 바로 스킨십이라." "......(+_-얘가 뭘 잘못 먹었나)......" "너 같이 정서면에서 안정성이 조금 부족하고 거친 면이 부각되는 쉐끼들에겐, 스킨십이 짱 이야!" "......(-_+그건 니 얘기겠지)......" "야, 야야야, 야야야 무수리. 그런 점에서 너에게 스킨십을 베풀어준 내가 감사하지 않냐?" "......(~_~이런 어거지 논리가 어딨어 세상에)......" "썅, 고맙지 않냐구?" "......(-O-;;;;;)고......고마워......" ......훗, 그래 세상은 이렇게 살아가는 거야...... 말도 안되는 최고의 설파를 들어주느라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버렸다. 더 이상 녀석 과 상종하기도 싫다. 아아 한 순간이었지만 이런 녀석을 귀여웠다고(명백히 과거형이다)생각한 내가 삐꾸지. 그렇게 반 쯤 넋이 나가서 책상에 엎드려 빌빌대고 있는데......순간 들려오 는 하이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 "최∼고∼선∼배∼!!!!!" "! ! ! ! !" "? ? ? ?" "? ? ! !" 귀가 찢어지는 것 같아 번쩍 고개를 들고 소리의 발원지로 여겨지는 뒷문 쪽을 쳐다봤다. 그랬더니...... "최고 선배! 김밥하고 햄버거 사왔어요! 얼른 드세요!" 뭐......뭐냐......저 갈색 머리의......하얗고 이뿌장한 녀석은......? 반 전체 순간적으로 하던 일 멈추고 그 녀석에게로 시선 집중된다. 내 곁에 서서 뭔가 나 쁜 짓을 하려던(그냥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최고는 엄청 당황한 얼굴이 되어 금붕어 처럼 입 만 뻐끔뻐끔......그 틈에 갈색머리의......녀석은 다다닷 최고에게로 달려와 햄버거와 김밥을 쑥 내민다. 이 녀석 근데......자세히 보니......어디서 한 번 본 것 같은데......누구지...... "헤헤헤 수업 끝나자마자 튀어나가서 사온 거에요. 아 콜라도 있어요. 어서 드세요∼!" 그럴듯하게 비음까지 섞어가며 최고에게 아양부리는 이 녀석......이름표를 살펴보니......파랑 색 바탕에 흰 글자로 '백연우' 이렇게 새겨져 있다. 허......허거거걱! 그럼 이 친구가......최고에 게 장미랑 사탕바구니랑 그......연서를 보냈던......위험한......1학년?! "너......너너너......시.....쉬팔 새꺄......너 내 눈에 띄면 가만 안둔다고 했지......너어......" ----->더듬고 있다 "에이 참 왜그래요 최고 선배(^o^)¡­!" ----->겁을 상실했는지 최고와 팔짱을 끼려고 한다 "이......이.....이거 놔! 새꺄!" ----->내 눈치를 살피더니(왜 그러는데-_-) 백연우의 손을 뿌리친다 "이잉∼선배애∼" ----->눈읏음까지 흩뿌리고 있다 "씨......ㅆ발 재......재수없어!" ----->역시 내 눈치를 살피더니(그러니까 왜 그러냐고-_-)야멸차게 소리친다 "......" ----->힘 없이 어깨를 늘어뜨리는 소년(헉-o-;;;)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든다 "......뭐......뭐야?!" ----->괜히 소리 질러본다 "......우......ㄱ......서......선배......재......재수 없다니......그렇게 심한 말을......"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정말 이뿌긴 이뿌다 "......뭐......뭐하자는 플레이야......왜......왜 갑자기 울고 지랄이야!!!!!" ----->안절부절 못한다 "흑......수업 끝나자마자......선배 생각해서......햄버거랑 김밥도 사왔는데......" ----->지...진짜 불쌍해 보인다 "우...울지 마 새꺄! 울지 마!" ----->소년의 가늘게 떨리는 어깨를 붙잡는다(-_-;;;근데 쪼끔 보기에 불편하다) "우응......선배 어서 이거 드세요......훌쩍훌쩍......" ----->기다렸다는 듯 햄버거와 김밥을 내민다 "알았어 먹을 게! 먹을 테니 제발 징징거리지 좀 마! 짜증 나 죽겠으니!" ----->덥썩 햄버거와 김밥을 받든다(받아든다고 아니고 받든다) 백연우.....(근데 왜 내 눈엔 백여우로 보이는 걸까)......1학년은 눈물을 훔치고 최고에게 기 대 어......(죽을라고 환장을 했나?)......힐끗 나를 내려다 본다. 나는 지금 어떤 자세냐 하면...... 그...그냥 책상에 엎드려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는...... "최고 선배.....훌쩍.....갑자기 달렸더니 어지러워요......좀 앉았으면 싶어요......" "샹 곧 수업 시작하는......(여기서 다시 백연우의 눈이 젖어든다)......여...여기 앉든가 말든 가 니 맘대로 해!" "아뇨.....선배 자리 말구......선밴 앉아서 어서 그거 드시고......전 창가 자리에 앉았으면 좋겠 네요......" "......뭐?" 나는 잠깐 저 이뿐 아이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더라. "흐음.....(내 이름표 내려다본다)......장지언 선배? 잠시만 비켜주세요. 쫌만 앉았다 갈테니." ----->은근히 퉁명스럽다 "......아......어어......그래 그래......" ----->나도 모르게 일어섰다 "뭐야 백연우! 넌 내 자리에 앉으라니까!" ----->나를 붙들고 제자리에 앉힌다 "그럼 선밴 어디 앉아요?" ----->짜증스러운 듯 나를 바라본다 "아아......비켜줄게......앉아라 그래." ----->셋이서 말다툼하는 건 귀찮다 "장지언, 넌 니자리에 앉아!" ----->최고 순간적으로 도끼눈이 된다 ......살다보니 별 일이군, 저 녀석이 내 본명을 다 불러주고 말야. ...... 최고의 도끼눈과 낮은 목소리가 무서워서 다시 앉을까 싶었지만...... ...... 근데, 갑자기 쪼끔 울컥해지는 게 있어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아 쉬었다 가라 1학년." 나는 그렇게 내뱉고,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휘청거리며 교실을 빠져나와버렸다. 뒤에서 최 고 가 뭐라뭐라 외치는 것도 같은데......안들린다 아무 것도. 그냥, 갑자기 짜증이 났다고 할까. 최고의 장희빈 27. ***** "......뭐......뭐어......뭐엇!!!!!" 먹던 라면 국물 엎을 뻔 했다. "그러니까, 니가 말하는 그 1학년. 백두산 동생이라고." "......1학년 아이돌 말이냐?" 뒤늦게 라면을 들고 껴드는 정섭이......순간적으로 인용이의 눈이 번쩍 뜨인다. "아이돌이라니......" 이마를 찌푸리며 묻자, 정섭이 놈 친절하게도 설명해준다. "최고가 대성중학 짱이었던 건 알고 있지?" ----->정섭 "......어." ----->나 "후루룩 후루루룩∼" ----->정섭이 라면 뺏아먹는 인용 "그럼 최고 졸업한 뒤에 대성중학 짱은 누구였는지, 혹시 아냐?" ----->다시 정섭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다시 나 "후룩 후루루룩 쩝쩝∼" ----->다시 인용 "백연우야, 그 이뿐이 말야." ----->또 다시 정섭 "......뭐?!" ----->또 다시 나 "꺼∼∼∼∼∼어억!" ----->트림하는 인용(+++-_-) 정섭이는, 들고 있던 쟁반으로 인용이의 머리를 힘껏 가격한 뒤 계속 말을 이었다. "백두산이란 빽도 있겠다......깡도 장난 아니겠다......아 소문에 의하면 완전 개깡이라더군." "근데 그거랑 아이돌이랑 무슨 상관이야." "생긴 걸 봐라...웬만한 여자애 뺨칠 정도로 이뿌지 않냐. 지금까지 학교 다니는 내내 공 주 취급 받으며 지냈대." "공주......" 갑자기 아침에 같잖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보던 녀석의 눈빛이 떠올랐다. 우윽 백여우 그 자 식! 후배 주제에 선배에게 감히......?! "최고와 아이돌의 소문은 나도 들었다. 어쩔래 장희빈?" "뭘?" "츠츠 너 말야......백연우를 보는 순간, 가슴 속의 뭔가가 울컥하고 솟아오르는 그런 느낌, 못 느꼈냐?" "......하고픈 말이 뭐야 도대체." "또 괜히 성질나고 짜증나고 녀석이 꼴도 보기 싫고 얄밉고 죽이고 싶다고 느끼지 않았냐?" "......죽이고 싶은 생각까진 안들었어." "흐음 좋아 좋아. 그런 감정을 느껴야 정상이지." "좀 알아먹을 수 있게 말해." "앞으로 백연우란 시련과 장애물이 가로막겠지만 넌 분명히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 심치 않는다." "?" "오늘은 여기까지.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 날 불러라. 능력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널 밀 어 줄테니." "?????" 무슨 소린지......이상한 녀석......정섭인 역시 이상한 놈이야...... 정섭이는 나한테 힘내라며 김밥까지 사먹이고, 별관으로 올려보냈다. 교실로 막 들어서니 까 예비종이 울리는데......우읏......그 때까지 백연우 저 녀석은 최고 곁에서 떨어져나갈 생각 을 않는다. 저 자식......쉬는 시간마다 찾아오고 점심 시간엔 아예 우리 반에 쳐들어와 여기 서 밥을 해결하더니......최고는 아침의 그 일 이후 시종일관 백연우를 무시하며 무뚝뚝하게 굴 었 다. 게다가 나한테까지 괜히 성질을 부리며 오만 트집을 다 잡는데......최고 꼴이 보기 싫 어 서 점심 시간엔 매점으로 도망가버렸었지. "야 비켜줄래? 쫌 있음 수업이야." "......(생글생글거리다가 내가 등장하니까 얼굴이 굳어지는 백여우)아직 종 안쳤잖아요!" "예비종 쳤잖아! 나 예습해야 돼!" "수업종은 안쳤잖아요!" "......니네 교실은 본관이잖아? 넌 수업준비 안하냐?" "수업준비를 왜 해요? 요새 누가 그런 걸 해요? 학원에서 다 배운 걸." "......(근데 이게 진짜-_-#)......" 콱 한 대 쌔려버리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느라...죽는 줄 알았다. 나에게도 이런 살인충동 이 있었다니......얄미운 것 같으니! "......백연우 너 이제 그만 가라." "히잉...쫌만 더 있다 가면 안되요?" "그.만.가.보.랬.다." "......핏, 알았어요." 내가 그렇게 비키라고 할 때는 두 눈 팩 치켜뜨고 일어설 생각을 않더니, 최고가 뭐라 하 니 까 금방 일어선다. 으이구 저 백여우(vm¡­)...... "청소 시간에 또 올게요 선배!" ----->얄밉게 손을 흔든다 "......" ----->그런 녀석을 곱지 않게 꼬나보는 나 "에이 참...비켜요 방해되잖아!" ----->내 어깨를 툭 밀치고 지나가는 백여우 ".....헉?!" ----->얼결에 밀려나버린 나 녀석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뒷문을 한참 동안 노려본 후에야 나는 내 자리에 앉을 수 있었 다. 일부러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더니 최고가 힐끔 나를 쳐다본다. 체...뭘 봐? 쉬는 시간 마다 내 자리에 앉아 좀 쉬어보려 해도 저 여우(vm¡­) 때문에 그럴 수가 있었나......괜히 눈 앞의 이녀석이 미웁다. "뭐야 너, 주둥이 안 집어넣어?" "......내가 뭐!" "어쭈......이게 간경화라도 걸렸나......어디서 빽 소리야?!" "내가 뭐 어쨌다고 큰 소리야? 내가 뭐 어쨌다고?!" "이게 진짜(-o-)¡­@)#o-)!" "아얏!" "씩씩......내가 만만해 뵈냐? 응?" "아야야......으허헝......(#oT)......" "씩식......어디서 감히 까불고 있어......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게......" "으윽......욱.....허어엉......(#oㅠ)......" ......괜히 깝죽대다 얻어터졌다...... 정말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야 내가 뭘 어쨌다고? 아픔도 아픔이지만 서러움이 밀물 처 럼 밀려들어왔다. 책상에 엎드려서 꺽꺽 거리면서 펑펑 울었더니 주변에서 수근수근거리 기 시작한다. 최고는 그런 동급생들에게 수업준비나 하라고 윽박질러대고.....괜히 성질 부리 며 내 쪽으로 자기 책상을 밀어붙인다. 이 씨 내가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아?! 나도 그에 편승하 여 열심히 책상을 최고 쪽으로 밀어붙였다. 나의 역습에 허를 찔린 최고 녀석, 이를 악물 며 지지 않겠다는 듯 더 세게 책상을 밀어붙인다. 우당탕 쿵쾅 쿵쾅......그렇게 얼마 간 우습 지 도 않은 쌈을 연출하고 있었는데. "거기 두 녀석, 뭣들 하는 거냐." 헉스......김정치(1, 2학년 일반사회 정치과 담당)선생님...... "반장이나 되는 놈하고 전교 5등 씩이나 하는 놈이......잘들 하는 짓이다 잘들 하는 짓이 야." "......(씩씩)......" "......(씨근씨근)......" 인사 안하냐는 선생님의 말에 최고는 기분 더럽다는 얼굴로 일어나서 삐딱하게 인사를 했 다. 탐탁치 않은 얼굴로 인사를 받은 정치 선생님은 곧 수업을 시작했고 나는 최고 꼴이 보 기 싫어서 책상에 엎드려버렸다.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은 고 개를 들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헌데 그건, 최고 녀석도 마찬가지였나 보다(너는 왜 엎드 리 는데 왜?). 살풋 잠이 들었었나 싶었는데, 곁에서 '차렷 경례'소리와 뒤이어 '감사합니다'소리가 들려왔 다. 세상에......어느새 50분 수업이 다 끝나버렸다. 교실을 나서는 정치 선생님의 돋보기 안 경 이 내 쪽을 향해 번쩍 빛을 발한다. 나는 그저 죄......죄송스러울 따름이다. "ㅅ발! 청소 시작해! 토끼는 놈들은 뼛조각도 못찾게 분해해줄테니 그리 알아!" 흥, 내 백연우...아니지 백여우 그 자식이랑 네 꼴 보기 싫어서라도 토낀다! 기회를 살피다가 최고가 한 눈 판 사이에 도도도 뛰어서 교실을 뛰쳐나와버렸다. 뒤에서 시 홍이와 억이가 나에게 뭐라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은데......신경도 안쓰고 그냥 뛰 었다. ......근데 어딜 가지......인용이나 정섭이가 있는 반에 갈려고 해도, 그 반은 꼼꼼한 담임들 이 와가지구 청소점검 씩이나 하고 있었기 때문에......눈치 보여서 드나들기가 쉽지 않았다. 정 처없이 왔다 갔다.....선생님들을 피해......발걸음 닿는 대로 향하다 보니...... 매점에 와버렸다 쩝. 매점에서 티비나 볼까 싶어 입구에서 가만히 안 쪽 동정을 살폈다(가끔 청소 토끼고 매 점 오는 녀석을 잡는 선생님들이 있다). 다행이도 몇몇 시커먼 교복만 눈에 띌 뿐. 조심스레 몸 을 사리며 매점으로 들어서는 나......힐끗 티비 쪽을 보니 마침 전날 했던 프로레슬링이 재 방 송되고 있다. 아 어저껜 최고 숙제 해준다고 저거 못봤는데......잘됐다(*^o^*)! 적당하게 눈치 보다가 명당자리를 꿰어차 앉았다. 매점 안에 드문드문 앉아있는 간 큰 학 생 들은 대부분 3학년들......쪼...쪼끔 불편하긴 하지만 내가 누구랑 붙어다니는 지 익히 알고 있 는 그들인지라...괜히 시비를 걸어오지는 않겠지. [Do you smell what The Rock is Cookin?] "오오오 락! 더 락! 피플스 엘보우를 써!!!" [And that's the bottom line, 'cause Stone Cold said so!] "으아아 오스틴 부셔버려! 뭉개버려! 그렇쥐∼!" ......내가 좀 흥분했었나......테이블 위로 올라가 괴성을 내질렀더니......날 쳐다보는 이들의 시 선이 곱지만은 않다.....헛.....험...... 얼굴이 시뻘개져서 슬그머니 테이블에서 내려왔는데, 문득 느껴지는 강렬한 눈빛! "......엇....어어......배......백두산......선배......" "하하 너 진짜 혼자서도 잘 노는 구나." "......(으이구 쪽팔려)......" "프로레슬링, 좋아해?" "아......네......" 맞은 편의 의자 쪽에 엉덩이를 깔며, 백두산......선배는 씨익 사람 좋게 웃는다. 저 얼굴에 저 런 웃음도 가능하다니......왜...왠지 잘 어울린다. "청소는 어쩌고 나왔냐? 또 땡땡이?" "......어쩌다 보니......" "장지언 너 임마, 이제 보니까 순 날나리네." ".....어.....어떻게 제 이름......" "성인용이라, 하긴. 진짜 그 이름 가진 놈도 우리 학교에 있긴 있더군?" "......그......죄송해요......" "......정말로 미안하냐?" "......네에......" "......그래, 그러면 커피 한 잔 쏴라." "......" "참......이 백두산 정말 성질 많이 죽었다. 고작 커피 한 잔으로 거짓말을 용납해주다니." "......" 자신의 짧은 스포츠 머리를 마구 쓰다듬는 백두산 선배......어쩐지 소문과는 달리 사람이 좀 되어 보이는데......소탈한 거 같기도 하고......착한 거 같기도 하고......최고......최고 녀석이랑 은 백팔십도로 다르잖아. ......아 그러고보니......그 백여우(vm¡­)랑도 스타일이 많이 틀린 거 같아. 두 사람 진짜 형제 맞긴 한거야? 의아심을 품으며 자판기로 달려간 나는, 보통커피보다 100원이나 더 비싼 고급커피를 뽑 아 백두산 선배에게 갖다바쳤다. 최고의 장희빈 28. ***** "너가 그러면 안되쥐!" 뭐야 이 녀석......난데없이 찾아와서 불러내더니만...... "아님, 그것도 다 너의 계획이냐? 그렇담 나는 할 말 없음이야. 아니 오히려 너의 천재적 인 여우근성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임마 담 시간 생물실 이동이야. 나 가야 돼." "쉐꺄 정도껏 해. 내가 몇 번이나 하는 말이지만 지나친 약물 복용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쥐. 도를 넘어서면 안돼. 고로, 백두산과 만리장성은 그만 쌓아라 이 말씀." "비켜! 바빠 죽겠구만!" 무슨 소린지 원......나는 츠츠 혀를 차는 정섭이를 뒤로 한 채 별관 1층에 위치한 생물실 로 도도도 뛰었다. 그렇잖아도 늦었구만......츠츠 그건 그렇고 저 녀석 예전에 최고 한테 협 박 한 번 받더니 그 길로 인간이 이상해졌어.....정섭이네 아빠 엄마는 저 녀석 병원 보내 줄 돈 도 없나......언덕위의 하얀 집으로 보내 줄...... 서둘러서 1층까지 달려가 아슬아슬하게 생물실로 세이프∼! 일찍일찍 다니라고 핀잔 주 는 영양소 선생님......꾸벅 인사하고 저 앞 쪽에 앉았는 최고에게로......가지 않고 쭉 돌아서 피 아 제 옆 빈 자리로 갔다. 피아제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나를 쫓아내려 했지만 끈기와 뚝심으 로 무장한 나를 해제할 수는 없었다. (인사 생략) "이번 시간엔 영양소의 검출에 대해서...(여기서 다들 피식하고 웃었다)......쉐끼들아! 누가 웃 어?! 신성한 의식을 치르기 전에 이론을 설명해줄테니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하도록!" 나는 최고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수업에 집중하려고 노력을......하려고 했지만 저 눈빛이 보 통 눈빛이던가.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최고 쪽 머리통이 근질근질한 것이......어......어어?! 성큼성큼 아아악 미쳤어 미쳤어 저게......수업 시간에 싸돌아다니다니이∼ㅅ! 선생님! 쟤 좀 보래요! 막 돌아다녀요......하고 외치고 싶은 욕구가 내 속에서 꿈틀꿈틀 댄다. 그치만 선생님은 화이 트 보드와 키스라도 할 듯 붙어서서 인체의 영양이 어쩌고 저쩌고......어째서 우리 학교 선생 님 들은 한결 같이 수업에만 열정적이신지...... '어이 피아제, 넌 절루 가.' ----->발로 피아제를 툭툭 찬다 '아......알았어 알았어!' ----->후다닥 허나 가엾은 우리 피아제......하필이면 최고가 딱 자리에 앉고 자기가 막 최고 자리로 달려 가 는 그 순간, 뒤돌아서던 영양소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으니...... "오호∼너 딱 걸렸어 피아제......이 쉑 감히 수업시간에 싸돌아다니다니 나는 그런 꼴 용 납 못한다! 나왓!" "아악 잘못했써요(ToT)......" 퍽퍽 퍽! ......불쌍한 것...... 차마 눈길을 앞 쪽으로 향할 수가 없어 고개를 휙 돌렸는데......아뿔싸 하필이면 최고 쪽 으 로......최고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괜히 입을 실룩거린다. 뭐야 뭐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거 야. 어떤 공격이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몸을 사리고(--;;;)가만히 녀석을 꼬나봤다. 한참을 눈싸움으로 일관하던 중......피식......녀석이 이런 내가 같잖다는 듯 입술을 힘없이 터뜨리 며 싱겁게 웃기 시작한다. '죽고 싶냐' '흥 웃기지 마 능력있음 한 번 그래 봐' '어쭈' '수업시간 딴 짓하는 놈들은 즉살이라며? 그거 너한텐 통용 안되냐?' '좀만이 진짜 막나가네' '씨 내 이름은 장지언이야 무수리 좀만이 씨댕이...하등 이런 걸로 불리워야 될 이유가 없 다 구' '샹' '헉......' 최고가 번쩍 손을 치켜드니까, 근처 자리에 앉았던 애꿎은 동급생들 심장이 다 철렁∼내 려 앉는 듯......이걸 죽여 살려......한참을 고심하던 최고......결국 죽이기로 작심한 듯......흑흑...... 손날치기로 뒷목을 가격당해버린 나......우엑 아파......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냐 앙?!' '아야야 아야 아파아 아파아......훌쩍 훌쩍......(계속 맞는 중)......' '운다고 누가 봐줄 줄 알아 얼굴도 못생긴게' '......(내 얼굴 못난 거랑 이거랑 뭔 상관이야ㅠoㅠ)......' 'ㅆ발 생각할 수록 열받네......씩씩(패면서 더 열받는 스타일)' '......(이 씨 나도 더는 못참아 반격이다ㅅ)......' 그런데......그런데 있지......뒷통수를 너무 맞은 탓일까. 휙 손을 들어 최고 쪽으로 뻗어나 간 것 까진 좋았는데......갑자기 눈 앞이 어찔하더니......몸이 휘청......하하......하하......사실은 삑 사 리가 나서(흐윽 나 원래 조준 같은 거 잘 못해)......그리고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어엇?!' ----->당황한 최고 '에고......어지러......'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최고에게로 안기는 나(결코 내 의도가 아냐ㅅ) '뭐......뭐야 떨어져 쉐꺄' ----->애써 밀쳐내지는 않음 '헥헥......' ----->그래 나 무지 약골이닷 누군 안기고 싶어서 안겼냐 '떨어져...떨어져ㅅ' ----->그러면서 손으로 어깨 붙잡지마 '......잠깐 잠깐......니가 하도 뒷통수를 때려서......어지러......' ----->정말임 그런데 이런 상황을 타파해주시는 은혜로운 분이 계셨으니...... "얼씨구, 거기 뭣들 하냐? 연애하냐? 왜 부둥켜 안고 지랄들이야!" "......(조용)......" ----->보통 와하하 하고 웃어야 정상이건만......최고 눈치 살피느라......불행한 동급생들 복도에 나가 서있어 하고 외치는 선생님......아악 이 녀석이랑 둘이서 나란히 복도에 서있 으 라구요?! 차라리 패고 말죠 선생님!!!!! 나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철저하게 내 눈빛을 무시하며 다시 수업에 열중하는 영 양 소 선생님......흑흑...... 어쩔 수 없이 뭉기적대며 일어서려니까, 최고가 내 뒷덜미를 나꿔챈다. 아악 왜 이래......이 제 복도 나가서 본격적으로 손 봐줄 속셈인가. 선생님 안보는데서 터뜨려주겠다고 작심을...... 갑 자기 모골이 송연해진다. 가만히 5분 전 상황을 회고해보니 내......내가 좀 심했던 거 같기 도 하고...... (둘 다 복도로 나옴) "......" "......" 뻘쭘하게 서서, 또 뒷통수로 손날이 날아올려나...잔뜩 경계를......경계를......어라. 최고 녀석......얼굴이......얼굴이...... "......(흰 얼굴이 눈에 띌 정도로 빨개졌음)......" "......(안면홍조증인가 의심하는 중)......" "......(힐끔 내 쪽으로 눈 돌리다가 내가 쳐다보는 걸 깨닫곤 기겁)헉......너...너 뭐야 이 ten 쉐 꺄!" "......(그냥 계속 쳐다봄)......" "눈 안깔아?! 면상 안깔아?! 어우 이게(손 치켜들다)?!" "......(어째서 답잖게 수선스러울까 생각하는 중)......" "절루 갓! 떨어져! 눈 깔앗!"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음 결론 최고는 역시 이상하다)......" ...... ...... ...... 점심 시간, 또 최고가 백연우에게 붙잡힌 틈을 타서 식당행을 택했다. 학생식당에서 나를 기 다리고 있는 것은......점심 정식과, 마이 워스트 푸렌드들...... "이해가 안돼. 당최 종잡을 수가 없어. 에이 짜증나!" ----->결국 정섭에게 상담하는 나 "허허......그래서......안겼어?" ----->괜히 히죽거리며 좋아하는 정섭 "우걱우걱 쩝쩝!" ----->밥 먹는 인용 "오해살만한 소린 하지마! 최고를 치려는데 삑사리가 나서 몸이 휘청하고......" ----->인용이에게서 밥을 사수하는 나 "(^o^)오옷 장희빈 장희빈 장희비이이이이인∼정말 경탄스러울 따름이다!" ----->열광적으로 기뻐하는 정섭 "꿀꺽꿀꺽 쩝쩝쩝!" ----->고난이도의 수법으로 내 밥을 뺏아먹는 인용 "에이 시끄러! 인용이가 내 밥까지 다 먹잖아! 성인용 너 그만 먹어 살쪄!" ----->밥의 삼분의 이가 사라진 게 열 받은 나 "히야아......타고난 여우근성......치명적 유혹! 쿠하하 나의 우려는 괜한 걱정이었네 그려!" ----->손뼉을 치며 기뻐하다가 인용이 뒷통수를 후려치는 정섭 "억......씨뱅......돈까스 떨어뜨렸잖아아아아!" ----->슬퍼하는 인용 이게 뭐야 대체......상담 좀 하려했더니 정섭이 놈은 순 이해안가는 말만 지껄이고......밥도 인 용이한테 다 뺏겨버리고......으으 니들이 괜히 나의 워스트 푸렌드들이겠냐...... 다시 식권을 끊어서 배식받으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최고의 장희빈 29. ***** [알짜클럽, 7시까지, 예쁘게.] 그 날은 일요일 오후였고, 이불 빨래를 끝마친 나는 알 배긴 팔 다리를 주물러대기에 바 빴 다.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싶어 막 부엌으로 향하는 중,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누군지 밝 히 지도 않고 저런 말을 할 사람이 최고 밖에 더 있을까. 알짜클럽 이면 술집인데(-_-), 참 고 등학생이 틈만 나면 그런 데나 출입을 하고......츠츠......그런데 무슨 일로 날 불러내는 거지. ......그리고 예쁘게는 또 뭐야? 언제나 제멋대로인 녀석이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내일 국어 숙제 있단 말이얌(ㅠ_ㅠ)...... 그러면서 대충대충 씻고 옷 입고 준비하기 시작하는 나......이제 최고의 그 제멋대로에 자 신 도 모르게 면역이 된 건가...... 일단 나가면 언제 집으로 돌아올 지 모르니까......시간 되기 전에 숙제나 해두고 가자......싶 어 부지런히 숙제를......끙끙 낑낑......어흑 난 왜 이렇게 글자 적는 속도가 느릴까......차라리 타 이 핑 하는 게 훨 빠르겠다. 일단 시작하면 마무리 해두는 게 습관인지라, 뿌듯하게 숙제를 끝내고 시계를 확인하니...... 아악 7시다. 허둥지둥 점퍼 챙겨입고 양말 신고 집을 나섰다. 나오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잠깐만 인 용이네 갔다가 온다니까, 늦지 말라고 한다. 엄마 미안......언제부터 이렇게 거짓말만 늘게 되 었는 지. 훌쩍거리면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섰다. 30분 정도 달렸나. 멍하니 차창 밖으 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다가 보니 어느새 중심가까지 빠져나왔다. 농협 쪽 길로 조금 걷 다 보면 주점들만 쫘악 일렬로 늘어선 유흥가가 있다. 그 유흥가에서도 한 복판에 위치한 알. 짜.클.럽. 서둘러 나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초저녁인데도 사람들 엄청 많다. 일요 일 이라서 그런 가. 우으 쪼끔 망설여진다. 아무래도, 나는, 이런 분위기 익숙치가 않아...... "어 장희빈이다!" "장희빈∼여기다 여기!" 멀찍이 테이블 서 손을 휘저으며 나를 불러대는 정직한 고평수 이강제......etc. 언제부터 친 했다고 그렇게 살갑게도 말을 붙이는 건지. 머쓱하게 그들이 위치한 테이블로 다가갔다. 익 숙한 일진 얼굴들이(그렇다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얼굴들은 아니다)다섯, 그리고 잘 모르 는 여자애가 하나, 마지막으로...... "씨방새야 지금이 몇 시야? 썰어줄까?" ......미안 최고. 최고 시선을 피해 슬쩍 이강제 옆에 앉으려니 최고가 손가락을 까딱해보인다. "그렇게 좁아터진데 니 궁뎅이가 들어가냐? 좋게 말로 할 때 여기 빈 자리에 와 앉아." "......(-_-+++)......" 내 엉덩이가 뭐...... 하는 수 없이 뭉기적대며 최고 옆자리로 가 앉았다. 웃......근데 이게 무슨 냄새야......아효...... 술 냄새......최고 이 자식...... 그러고 보니, 테이블 위에 과일 나부랭이 오징어 찌끄러기 쥐포 골뱅이무침 감자튀김 파 전 알탕 북어계란국 탕수육......아 맛있겠다.....이 이게 아니고......데굴데굴 굴러 다니는 술병들 만 십 수개......허억......이걸 다 마셨단 말야......? "안녕, 나 처음 보지?" "아......안녕......" "내 이름 나경아야. 직한이 여친이지. 방가워^^" "아......니가 직한이의......반가워." 정직한의 곁에 바싹 붙어서 내게 인사를 하는 여자애......아 이 애가 정직한이 말하던 '경아 ' 였구나......갑자기 죄스런 과거가 생각났다. 정직한이 최고한테 바이크 뺏겼을 때......'아직 우 리 경아랑 시승식도 못했는데'...하고 중얼거렸었지. "우와 너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이쁘다. 너 그거 알아? 니가 우리 학교에서 최고 보다 인기 가 좋다는 사실......" "에......엥?" "최고 얘는 성격이 좀 괴팍스러워야지......호호. 너네 집 수성동에서 미용실 하지?" "응, 그런데......?" "우리 학교 애들이, 일부러 너네 엄마 가게에까지 가서 머리 한다구." "응?" 그...금시초문이다. 어...엄마 가게 매상 올려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나를 이쁘다고 추 켜 세워주는 사실에 기, 기뻐해야 하는 건가......? 그.런.데. "야 나경아. 너 눈깔에 수박 박혔냐? 이게 어디가 이뻐......? 이렇게 못생긴 게......" "아야야야(-_-+++)......" "얍실하게 생겨갖고 얼마나 멍청한 짓만 골라서 하는데......" "......(씨이 볼 잡아당기지 좀 마)......"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킨 최고가, 내 뺨을 잡아당기며 이죽거린다. "그건 말야, 최고 너 눈이 이상한 거야. 딴 애들한테 물어봐? 다 이뿌다고 그럴 걸?" "뽕부라 끈 풀리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야 황보석! 이강제! 이 시키가 이뻐?!" 발끈한 듯한 최고, 입구 쪽에 앉아 히히덕거리며 탕수육을 찝어먹던 황보석과 이강제에 게 묻는다. 막 포크로 탕수육 조각을 찍었던 이강제는, 갑작스런 최고의 외침에 깜짝 놀라며 포 크를 떨어뜨렸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탕수육...... "(일단 최고 눈치를 살피는 황보석)어......응?" "(나를 쳐다보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 이강제)아니 아니! 저언혀! 전혀 아냐 장희빈은!" "(뜸들이다가 맞장구치는 황보석)맞아 맞아! 걔가 무슨......차라리 백연우가 훨 낫다." "(어쩔 수 없이 덧붙이는 이강제)그래......차라리 걔아 나아.....끄응......" 별로......내 얼굴이 전혀 아니라는 말에 기분 나쁘다거나 그런 건 없지만......백연우랑 비교 하 는 건 은근히 불받는 일이다. 이런 내 속도 모르는 최고, 그것 봐 하면서 통쾌한 듯 웃어 제 낀다. 나뿐 넘...... "그래? 그럼 남자들 보는 관점이랑 여자들 보는 관점이 다른 거겠지. 어쨌든 우리 학교엔 지언이 팬클럽도 있는 걸?" "......뭐야......?"----->소리치는 최고 "우리 반에도 쟤 좋아하는 애들 엄청나. 반장을 비롯해서 숙경이 지미 문준이 윤영이 바다 남주 선희 민희 지희......아우 숨차다!" "......뭐?!"----->눈썹이 실룩거리는 최고 "근데, 그렇게 많은 애들이 좋아하면서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가......너무 차가워 보여 서래. 내 눈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말야." 그렇게 말하고 체리토마토를 쏙 입에 집어넣는 경아......너 정말 예쁘구나 경아야......흐뭇...... "ㅅ발 대성여고 뇬들 단체로 훼까닥 맛갔냐? 이게 뭐가 좋아? 이게 뭐가아?!" ".......아야아 아야(ㅠoㅠ)......" "차가워 보이긴......개 풀 뜯는 소리하고 있네! 이게 얼마나 답답한데! 얼마나 멍청한 데?!" "......(우이 씨 쫌 놔ToT)......" 괜히 열받아가지고 늘어날 대로 늘어난 내 볼 다시 잡아당기는 최고......아예 일어나가지 고 발광을 하는데, 반면에 경아는 차분하게 맥주를 들이키며 이렇게 말한다. "왜 그렇게 흥분하고 난리야? 누가 니 욕 했어?" "씩씩......뭐야?!" "야 최고. 오늘이 무슨 날이야, 직한이랑 나랑 300일 기념일이잖아. 니가 거창하게 쏘겠다 고 해서 친구들 뿌리치고 달려왔더니. 이게 지금 뭣하는 짓이야?!" "......씩씩......" "아 썅......누군 성질 없는 줄 아나......? 자기 얘기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지가 나서서 열을 올 려?" "......씨......ㅂ......ㅏ......ㄹ......" 헉......경아......도 한 성질 하는 구나......분위기가 쪼끔 심각하게 돌아가는 듯 싶다......아 아...... 이게 모야......이상한 분위기......괘 괜히 내가 다 미안해지네...... "자......자......둘 다 진정해! 진정! 하하 게임하자 게임! 이거 두 남성 쇼에 나오는 해적탈출 이 란 거야! 차례차례 칼을 꽃아넣고 누군가 걸리면 가운데 인형이 툭 튀어나오는데......와하 하 엄청 스릴있다 이거!" 그런데, 이 때, 아주 재치있게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고군분투하는 이가 있었으니......그건 다 름 아닌 정직한이다. 암 말 없이 홀짝홀짝 맥주잔만 기울이던 녀석은 사태가 심각하게 돌 아 가는 것을 재빠르게 캐취, 화제전환을 위해 그 한 몸 바쳤다. 평소답지 않게 과장된 웃음 을 남발하며, 해적탈출...이란 이상하게 생긴 장난감을 테이블 한가운데 갖다놓는다. 저건 또 어 디서 구해온 거지...... "(오버하는 정덕목)우와 이거 해적탈출이잖아? 잼겠다!" "(설치는 고평수)와아 나 진짜 해보고 싶었어?!" "(나대는 이강제)하하하 이거 어디서 구했냐 직한아!" "(......-_-;;;진짜로 좋아하는 황보석)우아아 우리 걸리는 인간한테 뭐 시킬까? 뭐 시킬까?" 일행들이 왁자하게 떠들어대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차츰 가라앉아 간다. 경아의 치켜 떠졌 던 눈이 평화를 되찾고, 최고의 도끼눈도 원래의 찢어진 눈으로(-_-;) 되돌아간다. "헤에......직한이 니가 웬 일이냐 이런 잼난 장치를 다 준비하고......" "으응 가게 아저씨한테 빌린 거야(수줍)." "잘했어 잘했어. 그럼 말야. 오늘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나니까, 명령은 내가 내린다?" "그래 그래 경아야 너가 다 해 뭐든지 다 시켜(헤벌쭉)." 약간 탐탁치 않은 듯 경아를 쳐다보던 최고는, 곧 니 꼴리는 대로 해라 하면서 팩 고개 를 돌려버렸다. 삐졌나......? 경아는 그런 최고를 무시 때리고, 네 가지 색의 플라스틱 칼 수 십 개 중 하나를 들어올리며 이렇게 외쳤다. "자, 모두 경청해! 여왕님이 명령 내리신다. 걸리는 사람은, 내가 지명하는 사람과 키스 할 것!" (-_-;)-;)-;)-;)-;)-;)-;)----->순간 깜짝 놀라는 남자 일곱 명 "자......시작한다......확률은 수 십분의 일이니까......안심해도 괜찮을 거야? 안 그래?!" 아주 신이 나서 죽을라는 표정을 지으며, 정직한의 여친 나경아는 빨강색 칼을 해적탈출 의 칼구멍으로 쑤욱 꽂아넣었다. [창작외전] 최고의 장희빈-그 집 앞 외전~~~그집 앞 <1절>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고마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2절> 오늘도 별 쏟아지는 초봄 새벽에 황망히 그 집 앞을 지나는 마음 무시해 그집 일을 모두 무시해 불빛에 별줄기를 세며 갑니다 (죄송합니다...현제명님 이은상님...훌쩍) 꽤나 늦은 밤이었습니다. 그 날도 나이트에서 발바닥 비비고, 부킹 넣었다가 운 좋게 여고생 누님들의 폰 번호까지 하사받았답니다. 기분이 너무 좋아 평소보다 일찍, 한 네 시 쯤에 집 이 있는 대영동에 도착했다죠. 집까지 가려면 항상 동사무소 쪽 길을 지나야 하는데......우윽 하지만 그 길가에 정말 지나쳐가기 두려운 집이 한 채 있었다죠. 바로 경찰서장이신 최강직 씨의 집인데, 정말 장난 아니게 무서우신 분이죠......아주머니이신 백마리 씨 성질도 엄청난 데......아 예전에 있었던 이 집안 다섯 남매들도 굉장했었죠. 아직 어린 아기였을 적 혜련, 혜 라 자매에게 시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두려운 사람은 바로, 대영동 불칼로 소문난 최.고. 선배! 크으∼저는 현재 생존하는 사람들 중에서 최고 선배를 가장 존경합니다! 살아있는 신화! 걸 어 다니는 전설! 어둠과 악의 결정체! 왜 그렇게 과장이 심하냐고요...하아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제가 아직은 순진했던 중 1무렵, 그 때 최고 선배는 겨우 중3이 되었다죠. 평소와 다름 없이 귀가하던 도중......낙원 종고 양아들에게......딱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일곱 명이나 되는 등빨들이 골목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었는데, 솔직히 저는 저렇게 덩치도 산만한 고딩어들이 설마 보잘 것 없는 중딩을 건드릴까 싶었는데......흑흑. 집이 있는 곳 까지 돌아가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데다, 그 때는 또 장난 아니게 늦었기 때문에...저는 침을 꼴깍 삼키며 그 골목을 지나쳐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최대한 아 무렇지 않게...오금이 저리는 다리를 수습하며......가방을 꼭 끌어메고...한 걸음 한 걸음......그 런데.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 너 이리와봐! ( 왜요? ) 돈있냐? ( 없어요. )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너 까불래? ( 아니요. ) 맞을래? ( 싫어요! )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 너 이리와봐! ( 왜요? ) 돈있냐? ( 없어요. )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 너 까불래? ( 아니요. ) 맞을래? ( 싫어요! ) 그래? 우악~ 퍼퍼퍼벅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 너 이리와봐! ( 네 ) 돈있냐? ( 있어요.)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 너 까불래? ( 아니요.) 맞을래? ( 안 그럴께요.)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 너 이리 와 봐! ( 예. ) 돈 있냐? ( 네. 있어요. )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 너 까불래? ( 죄송합니다. ) 맞을래? ( 한 번만 봐주세요… ) <거리의 시인들, 빙(氷) 中> 흑흑 울면서 지갑 탈탈 털어, 일렉 기타 살라구 피땀 흘려 모았던 돈 싹 다 그들에게 내드 렸습니다. 그러자 담배를 꼬나 물고 뻑뻑 연기를 피워내던 넙대대한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 시더군요...... "시방새야 너 죽을래? 이천원이 뭐야? 앙?!" "......" 헷헷......시...실은 그 날부터 돈 모으기로 작심했었다죠...... 어, 어쨌든 핏국물 눈물 콧물 쥘쥘 흘리고 두 손 두 발 싹싹 비비며 한 번만 봐달라고 했는 데 어찌 된 종족들이 말귀를 못알아듣습디다. "띱때끼 욤만한 게 사람 놀리고 있네, 너 털어서 10원이라도 나오면 그 길로 사망이다!" "아악......(사실 학원비 삥땅 친 거 5만원이 마이 안 쪽 포켓 속에 고이 잠들어 있었죠)" 헬푸......헬푸 미.......갇 세이부 미 세이부 미! 애니바디 데얼∼?! 그 때였습니다. 대성중학 교복을 입은, 웬 모델 같은 뽀이가 하나 지나가더군요. 머리에는 후까시 이빠이 넣 고 귀에는 갈고리&해골 피어스 하고 교복은 있는대로 줄인데다 창같은 뱀무늬 칼구두를 착 용한......그렇습니다.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그 뽀이가 바로 제가 존경해 마지 않는 최고 선배 였습니다! 하지만 그 때 저는 아직 최고 선배 얼굴을 몰랐기 때문에...그 지나가는 정통양아 스타일이 누군지 알지 못했었드랬죠.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만 응시하며 걸어가고 있었 는데......그 심히 속을 헤아릴 수 없는 표정이 낙원 종고 양아 형님들의 신경에 거슬렸나 봅 니다. 여드름쟁이 형님 한 분이 순간적으로 팔을 뻗어 그의 어깨를 잡아채더군요. 헉 그런 데......키가 장난 아니게 큽니다......여드름쟁이보다 무려 머리 하나는 더 큰...... "......뭐야?" 헉 목소리.......낮게 깔리는 목소리 죽이는 구만요. 등골이 섬뜩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굉장히 칼수마 있었습니다. 길게 찢어진 눈이 스윽 여드름쟁이와 그 일당들을 훑어보는 데......아아 오싹오싹하더군요. "......시발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놈이 하고 다니는 꼬라지 좀 봐!" "......" "야 이 쉐끼야, 너 대성중이냐? 건방지게 어디서 핏덩어리가 형님들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다 녀?" "......" "엇쭈 입이 붙었나? 얌마 왜 암말이 없......으 으아아악!!!!!" 그건 정말, 눈 깝짝학 새의 일이었습니다. 다리를 슬쩍 들어올리는 것 같더니, 번개처럼 칼구두로 여드름쟁이의 이마를 찍어내리는 그. 구두밑창으로 얼굴이 갈린 불쌍한 여드름쟁이 형님......아마 여드름 다 터졌을 거라 사료되었 습니다. "아니......?!" "저 쉐끼가......?!" "야 괜찮냐!" 얼굴을 가리우고 쓰러진 여드름쟁이에게 달려가는 낙원 양아 6인방......아주 혼비백산했습니 다 그려.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왜 시비야 시비가. 내가 니들한테 돈을 달랬냐 밥을 사랬냐?" 역시나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 정체불명의 대성중 뽀이는......침을 바닥으로 탁 뱉고 목운동을 한 뒤, 그 때까지 정신이 없던 낙원 6인방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장 면은 ......그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적당한 의성어로 묘사하겠습니다. ...... 덩 덩 따쿵따 더덩 덩 따쿵따(세마치) 얼쑤 ...... 덩 덩 쿵딱쿵 덩 덩 쿵딱쿵(휘모리) 절쑤 ...... 덩기 덩기 덩따 쿵따 더 덩 덩기 쿵따 쿵따(자진모리) 좋다 지화자 ...... 그렇게 일방적인 타작은 흥겹게 끝이 났습니다. 약간 격한 운동을 하고 난 사람처럼 흠뻑 땀을 흘린 대성중 뽀이는, 흐드러지게 터져서 널부러진 낙원 7인방에게 침을 뱉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들은 뭐 민증 사진 뒤 풀이라도 다 말랐나? 어디서 나이갖고 꼴값을 떨어......? 게쉑들!" 손바닥을 탈탈 털며 마지막으로 그들을 지긋이 즈려 밟은 대성중 뽀이......저는 너무나 감격 하여 그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그 곳을 뜨려는 그를 붙잡았죠. "......넌 또 뭐야?!" "혀...형님! 형님! 존경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니미 시버럴......놔!" "제...제이름은 진양아 입니다! 낙원 중학 1학년 1반 1번입니다! 존경하는 형님......부디 존함 이라도...커억?!" "시발......도전하겠단 거냐?! 어디서 좀만한게 겨오르고 G랄이야 G랄이.....?!" "아...아닙니다 형님......가...감사의 인사를 드리려는......쿠엑......" "꺼져! 꺼져! 퉷!" 아아......주먹 세례 발길질 세례 침세례......3단연속콤보를 맞고 낙원 7인방 곁에 쓰러진 나...... 그는 씨근거리며 사라져갔습니다......님은 갔습니다 아아 존경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가로 등 불빛을 깨치고 동네골목 입구를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쿨 럭......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제 곡조를 못 이기는 숭배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대성중 뽀이가 총총히 사라져간 뒤로......덩그마니 일수가방 하나 가 놓여져 있습디다. 빠딱빠딱 윤이 나는 깜장색이었습니다.......분명 대성중 뽀이가 흘리고 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나는 서둘러 가방을 집어들었습니다. 혹시....? 싶어 얼른 가방을 열어보았습니다. 가방 속엔 장지갑 하나 밖에 없더군요. 쩝...지갑을 펼쳐봤더니 돈은 한 푼 도 없고......딱 학생증과 잡다한 영수증 뿐입디다. 학생증엔, 약간은 앳되 보이는 뽀이의 사진 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진 밑으로 대성중학교 3학년 10반 48번 최. 고. 라고 쓰여있네 요..... ......허거걱......그럼 금방 그 정통양아스타일이 소문의 무한폭주, 악의 꽃, 불칼 최고......?! 헌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이 불안감은 대체 뭘까요, 어떤 예감에 퍼뜩 고개를 들어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더니......오 맙소사......갇 세이부 미, 리베라 메 플리이이이이즈...... "샹 이 망할 넘의 도둑 새끼...감히 내 지갑을......죽어! 죽어! 죽어어어어어!!!!!" "우에에엑 그...그게 아니라....아아악!" ...... ...... ...... 그 날, 저는 12주 진단 받고 석 달 간이나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그렇다고 최고 선배를 원 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은 눈곱 만큼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유명한 최고에게 얻어맞았다니 까, 죽지 않고 살아난 게 용하다며 친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무시무시한 마귀의 린치를 견뎌낸 엄청난 맷집!!!!! 사...사실은 거의 초주검이 된 상태였는데......입에서 입으로 타고 번져나간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었습니다. 퇴원을 하고 나오니까, 낙원중학 짱이 던 형님께서 저를 차기짱으로 지목하시더군요. 어이가 없어서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 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최고 형님이랑 맞짱 떠서, 비겼다며?" 헛.....참......이후 저는 순탄한 양아의 길을 걷게 되었고 지금의 건실한 생활을 이룩하게 되 었답니다. 이 모든 건 최고 형님의 은혜입니다. 그 때 성은(?)을 입지 않았더라면 전 아직도 빌빌거리는 따의 길을 벗어나지 못했을테죠. 그런 의미에서......형님 집 대문 앞에 큰 절이라 도 한 번......? "야 이 썅넘의 쉐끼야?! 이기 돌았나?! 지금이 몇 시고 으이?!" "헤헤헤헤헤 엄마아∼!" "쿠에에 술냄새! 간띠가 디비졌나......왜 실실 웃고 G랄이고!" "엄마아 엄마아 나 오늘 무지 좋은 일 있었어!!!!!" "쉐끼야 저리 안가나?! 아이고 내 몬산다! 아부지 깨아삔다?! 정신 몬 차리나!!!!!" "엄마아 있지......쿠헤헤헤헤 나 기분 너무 좋아! 이빠이로 만땅으로 기분 캡이야! 짱이야! 크 헤헤헤헤헤......" "미친 쉐끼 아이가......에구 이게 뭔 짓이고?!" "엄마......엄마 한테도 뽀뽀 해주께 일루 와봐 응?!" "치아라! 절루 안가나?!" "엄마 한테도 해준다니깐? 빼지마 우헤헤헤헤!!!!!" 도...동네 사람들 다 깨겠습니다. 무슨 대화소리가 저렇게도 시끄럽고 쩌렁쩌렁한 지......이 댁 아주머니와 최고선배의 목소리가 틀림이 없는데......아...아이고 귀야...... "이 쳐죽일 머스마야! 내 니 땜에 몬산다! 난데 없이 뽀뽀를 왜 하노?!" "우응 너무너무 기분 좋아서 그러지 모...우헤헤헤헤" "......미친 넘......뽕 맞았나?" "아냐아냐아냐 오늘 희빈이랑 그거 했다! 크헤헤헤헤!" "돌안 쉐끼.....니......설마......설마 무슨 사고 친 거 아이가?!" "아냐아냐아냐......어...음......그래그래 사고 쳤어 나 사고 쳤어 희빈이랑 사고 쳤어 쿠헤헤헤!" "이누마가......이누마가.......하이고......가스나를 건드맀다고?! 야 이놈아......니 아부지 아시면 우 짤라꼬 그랬노......아이고 데이고!" "쿠헤헤헤헤 넘 기분 좋았어......쿠헤헤헤헤......" ...... ...... ...... 저......제가 최고 선배를 무척이나 존경하고 숭앙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만......저...저렇 게 술취해서 여자애랑 일 쳤다고 어머니께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은......헛...험......쪼끔 추태 스럽군요......언제나 금욕적이고 강직하던 사람이......어쩐 일일까요......여자애랑...여자애랑...... 대체 뭘 했단 걸까요.....헛...험...... 큰 절하려고 엎드렸다가, 슬금슬금 일어선 나는 그 집 앞을 벗어났습니다. 극악의 마귀, 대 영동 불칼, 무한폭주 최고 선배도......이제 내리막길을 향해 치닫는 것일까요......저런......저런 추태를 보이다니......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에......그러고 보니 인문계 학교로 편입한 이후에 두문불출 한다 싶었는데......흐윽......실망...실망......흐윽...... ......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고마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 오늘도 별 쏟아지는 초봄 새벽에 황망히 그 집 앞을 지나는 마음 무시해 그집 일을 모두 무시해 불빛에 별줄기를 세며 갑니다 ..... <끝> 고 녀석...술 먹고 꼬장 부리는 모습 귀엽지 않습니까? 녀석......키스 한 번에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인가 봅니다 그려. "......(두근두근)......" "......(콩닥콩닥)......" "......(울렁울렁)......" ......이제 칼 꽂을 구멍도 몇 개 없는데, 아직 까지 인형은 튀어오를 생각을 않는다. 방금 최 고가 칼을 꽂았고 다음 차례는 이강제다. 신중하게 여기 저기 칼구멍을 살펴보는 이강제...... 근데 신중한 것도 정도가 있지. 벌써 5분 째다. "여기......아냐 아냐, 불안해. 음.....저기에 꽂을까......? 아냐 아냐 저기도......" "시발 아무 데나 찔러넣어!" 답답함을 참지 못한 최고......이강제에게서 칼을 뺏아 눈에 띄는 칼구멍에다 쑤욱 찔러넣 는 다. 경악하던 이강제......그러나 다행이도 인형은 튀어오르지 않았고, 이강제는 가슴을 쓸어 내 리며 안도한다. "다음, 누구야?" 싱글싱글 웃는 경아......많이 즐거운가 보다......다음 차례는 정직한......정직한은 앞의 강제 와 달리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칼을 들어 아무 구멍에나 쑥 갖다꽂는다. 아악 이럴 수가...... 그 런데 이번에도 인형은 튀어오르지 않았다!!! "후후후......게임이 아주 재밌게 돌아가는데 그래?!" 그 다음 타자, 고평수......사뭇 긴장한 얼굴로 해적탈출 통을 요리조리 살핀다. 이제 칼구멍 은 단 세 개가 남았을 뿐......어느 쪽으로 할까요 하나님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 공자님 맹자 님 할아버지께 물어 봅시다 딩동뎅동 딩동뎅......참 어울리지 않게 소심한 노래를 부르며 찍기 를 시도하는 고평수......결국 두 눈 질끈 감고 선택! 초록색 칼을 과감하게......들어올리더니 역 시 나 소심하게 어떤 구멍에다 찌른다. 그리고...... "와아아아앗!!!!!! 안 걸렸다! 안 걸렸다! 안 걸렸다아아아아!!!!!" 벌떡 일어서서 남사스러운 줄 모르고 기뻐하는 고평수......올림필에서 금메달이라도 딴 것 처 럼 환호하는데, 주변에서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볼 정도다. 그런 고평수를 주먹으로 제압 한 최고 다음 누구야 하고 신경질적으로 외친다. "응......나야 나......" 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 딱 두 개 남은 칼 중 노랑색을 선택해 들었다. 일행의 시선이 모 두 내 쪽으로 쏠린다. 두 개 남은 칼구멍 중......하나는 당연히 벌칙키스행......다른 하나는...... 무 사통과행이 될텐데......선택 여부에 따라 나는, 우주최고운좋은 사나이......아니면 우주최고 운 나쁜 사나이로......희비가 엇갈리게 될거다. ......자자 침착하자 침착해. 이래 뵈도, 찍기 실력은 상당하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시험에서 만 이 아니라 퀴즈 같은 거 풀 때도 일단 찍었다 하면 열에 아홉은 들어맞는다. 안심하자, 긴 장 하지 말고, 잘할 수 있어. 난 잘한다구. 자자 손바닥에 땀 좀 쓸어내고......신중하게......차분 하 게......평소대로만 찍으면 되는 거야......평소대로 찍으면...... 그런데 참 희안하게도, 남아있는 칼구멍은 나란히 위치하고 있었다. 오른 쪽......? 왼 쪽......? 오른 쪽? 왼 쪽? 어느 쪽......? 양자택일의 가슴 떨리는 순간, 헌데 이 때!!!!! 불현 듯 머릿 속을 강타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으니..... [사람은 낯선 길을 선택해야만 할 때, 무의식 중에 오른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그래! 무의식 중에 오른 쪽을 고르다니......정말 위험천만한 노릇이야......냉철하게 이성적으로 따 지 고 과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아, 아니 이게 아니잖아! 칼구멍 선택하는데 무슨 냉철한 이성, 과학적 문제 해결이 필요해? 어흑......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구나. 째깍 째깍 째깍...... 시간은 촉박하게 흘러가고, 일행들은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어서 찔러 어서 찌르란 말야), 마음은 점점 다급해지고...... 가만히 플라스틱 칼 들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데......이런 내가 답답했는지 이강제가 버 럭 소리를 지른다. "야 장희빈! 얼른 꽂아! 기다리기 짱나잖아!" 헌데, 그 때까지 묵묵하게 입만 다물고 있던 최고가 재떨이를 이강제에게 집어던지며 말 했 다. ".....재촉하지 마 이 ㅆ발아!" 간발의 차이로 재떨이를 피하......지 못한 이강제, 정확하게 어깨에 유리재떨이를 얻어맞 고 고통스러워 한다. "아......빠...빨리 꽂을께 꽂을게!" 더 지체했다간 누군가가 피 볼 것 같아서, 나는, 이를 꽉 물고, 팔을, 높이, 쳐들었다. ......그 ......런 ......후 오른 쪽을 선택해서 쑤욱∼! 헌데...... 찰칵∼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찰칵∼소리에 이어...... 탕!!!!! 하고 경쾌하게 튀어오르는 애꾸눈 해적 인형!!!!! "......헉!" "우와!" "와하하!" 기뻐 날뛰는 일행 녀석들......그리고......무너지는 최고(왜 니가 무너지는데 왜 니가)......의미심 장한 미소를 짓는 경아......헉......이...이게 어떻게 된 거야......이게 무슨 일이야......어...어째 서 내가 걸려야 되는 거야......어억?! 어이가 없어서 입만 뻐끔거리고 있는데, 경아가 능글맞게 웃어보이며 이리 오라고 손가 락 질을 한다. "뭐하냐 여왕님 부르신다!" "얼른 가까이 가라!" "여왕님께 절대복종!" 서...설마 경아랑 키스해야 되는 건 아니겠지......헉......저...저기 정직한 얼굴 좀 봐......시켜서 라 도 경아랑 했다간 입이 찢어지겠다......식은땀을 방울방울 흘리면서......나는......경아에게 다 가 갔다......흐윽......여왕님......한 번만 봐줘요...... "아휴 깔깔깔 다음이 내 차례였는데 너두 뒈지게 재수 없구나?" "......(그 그랬나?)......" "그래, 명령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되셨나?" "......(좀 살려주라 흐윽ㅠ_ㅠ)......" 경아는 하얀 이를 활짝 드러내고, 나를 한 번 살펴본 후, 테이블을 둘러싼 일행들을 쭈욱 돌 아본다. 장희빈 걸렸다고 좋아 죽을라던 녀석들......그런데 다들 언제 웃고 떠들었냐는 듯 침 묵을 지키며 애써 경아의 시선을 피한다. "어이, 거기!" "......으 응?" "너 말야 너!" "......누구?" "ㅅ발 거기에 너 말고 누가 있냐." "뭐......나...나?!" 깜짝 놀라는 황보석......대조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나머지 녀석들......나는 설마 설 마 경아가 이 녀석들이랑 키스 하라고 시키겠냐 싶었는데......허엉......경아야......너 진심 아니 지?! "가만히 보니까, 그래도 얘랑은 니가 젤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야야......관둬라 나경아......나 그런 취미 없다." "어허 어디서 여왕님의 말을 거역하냐?" "......싫대두......여자면 몰라도......" "야 지언이 얘 여자로 생각하고 해버려. 웬만한 여자보다 예쁘잖아?" "......싫다니까......" 그...그러면서 왜 나한테 오는 건데 황보석? 뒷걸을질로 물러서니까, 어느 결에 불쑥 다가와버린 황보석...... "에이 참......진짜 싫은데......야 장희빈! 이거 시키니까 할 수 없이 하는 거야." "......(지...진짜루 하냐?)......" "자 일루 와봐." "......(허...허거덩)......" "에이 씨......이런 건 빨리 끝내는 게 나아. 얼릉 와봐라." "......(시...싫어어)......" 느글느글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붙잡는 황보석......허억......어...얼굴이......얼굴이......얼굴이이 이 이 다가온다아아아아......아아 싫어어 싫어어 첫키스를 이런 식으로.....싫다 싫어 싫어어 어....... 엉?! 부웅∼ 으아악∼ 와장창 쨍강∼ 무슨 일이 일어났나 지금......왜 황보석이 테이블 위에서 뒹굴고 있나...... "야 황보석 이 ten쉐꺄......지랄맞게도 질질 끄네......답답해서 못 보겠다 ㅅ발!" 그러면서......그러면서......최고 녀석...... "꺄아악 이게 뭔 일이래?!"----->경아 "세상에......"----->정직한 "허억......"----->이강제 "우와......"----->고평수 "죽인다......꿀꺽......"----->정덕목 ......우 오징어 냄새 쥐포 냄새 술 냄새 술 냄새 술 냄새에에에에...... 나의 첫 키스를......미래의 나의 반려를 위해 고이고이 간직하고 아껴뒀던 나의 첫키스를...... (ㅠ_ㅠ) 세상에서 가장 미운 놈한테 강탈당해버렸다......훌쩍. 최고의 장희빈 31. ***** "어∼이, 어∼이! 장지언!" 헉, 이 이 목소리는......(-3-;) 입을 가리고 뒤돌아섰더니, 역시나 예상대로......백두산 선배가 타다닷 뛰어온다. "햐, 너 2학년이 이렇게 일찍 등교하냐? 하하 성실한 녀석." "......아, 안녕하세요......" "어 그래. 주말은 잘 보냈냐?" "네......네...네 물론이죠......" "야 임마, 근데 왜 얼굴을 자꾸 저 쪽으로 돌리냐? 사람 쳐다보고 말 좀 해라." 아악 안돼요 안돼∼! 하지만 난 백두산 선배의 팔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확하고 내 어깨를 잡아제치는데 몸 이 180도로 팩하니 돌아선다. 흐미... ......결국 입술을 가렸던 팔은 힘없이 떨구어지고 드디어는 공개되어버린 나의......치부! "......(@_@)......" "......(-3-;)......" "......(@o@)......" "......(-3-;;;)......" "......장지언......너...입술이......?" "......(T3T그래요 비웃을테면 비웃어요 흐윽)......" 간밤에 있었던 끔찍하고 추잡하고 느글거리는(-ㅠ-) 체험으로 인해......나의 입술은......흐윽 무참하게 부풀어올랐다. 입 안은 아예 다 헤져서 엉망으로 너덜거린다. 최고 자식......진짜 테 크닉 꽝! 엉망이었......아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어쨌든 무지하게 기분 나쁜 일이었다 녀 석과의 키스는. 어흑.....입맞춤에 대한 환상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키스를 하면...... 레 몬 맛이나 체리 맛 정도는 날 줄 알았는데......이건 숫제 오징어 쥐포 소주 맥주 냄새가 뒤 범 벅되어 내 입에까지 옮아올 정도였으니......밤 새도록 양치질을 몇 번이나 했는 지 모르겠다. 정말 18년 간 살아오면서 있었던 일 중 최고로 최악! 악몽이다 악몽!!!!! "......모기...한테 물렸나 부지?" "......네?" "입 말야......하하 요샌 모기 떼들이 계절 안가린다더니. 정말이었군." "......네...네에......" "입술 연고 같은 거 있으면 좋을텐데......아 잠시만 기다려라!" "앗...저 서...선배!" 잠시만 기다리래 놓고, 백두산 선배는 총알 같이 튀어서 교문 밖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1 분 도 채 되지 않아 손에 뭔가를 갖고 돌아왔는데......급하게 뛰었는 지 이마엔 땀방울이 방울 방 울....맺혔다. "헥......헥......받아. 이거 매시간 마다 바르면 나을 거야." "......엇?" "하아......이런, 시간 다 됐네......그럼 다음에 또 보자!" "아......저......고, 고맙습니다 선배!" 백두산 선배가 급하게 달려가서 사갖고 온 건......립 글로스였다(-3-;;;)......그 것도 색깔 있는 거......하 하지만 그 마음 만큼은 정말 고마웠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후배 때문에, 편의점 까 지(교문에서 500미터 거리에 위치)전력질주해 갔다와서 이런 걸 챙겨주다니......갑자기 가 슴 한 켠이 뭉클해진다. 소문으로만 듣던 이미지완 정말 다르다. 이 때껏 싸움만 하는 문제아 라 고 생각했는데......믿음직하고 세심한 구석이 있는게......의외로 좋은 사람 같다. 헤헤! 순간 불쾌했던 기분이 거짓말 처럼 사라지고, 마음이 두둥실 가벼워진다. 아 배려받는 이 기 쁨......학교 다니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이렇게 대접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반 년동안 줄기차게 최고 씨다바리 노릇 하면서......얼마나 핍박 받고 멸시 받고 능멸 당했던가. 맨날 얻어터지고 삥 뜯기고 시달리고......흑흑......그 녀석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칫 백두산 선배 반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닮아보라지 최고. 그렇게 투덜투덜 대면서 교실에까지 당도하노라니......이상하게 조용하다. 평상시라면 대, 여 섯 명이 몰려서 짤짤이니 핑퐁이니 해서 시끌시끌 할 텐데(최고 오기 전까지만). "......꿀꺽......" "......허억......" "......우와아......" "......히야......" "......지저스......" 자리에 가방을 갖다놓고 있으려니, 4분단 앞 쪽에서 뭔가 수상한 낌새가 엿보인다. 중배 아 제 억 구식 요한......한 자리에 모여서 야리꾸리한 감탄사를 연발하는데? "......헤이 지언스! 너두 와서 함 봐봐!" 요한이가 뻘쭘하게 서있는 나에게 손짓을 하며 이리 오란다. 헐∼부...부르면 가야지. 근 데 뭐냐 무슨 일인데 그러냐 얘들아? "씨뱅아, 저런 범생이한테 이런 걸 어떻게 보여줘?!"----->중배 "맞아 맞아 저 넘 엄청 순진하잖아!"----->억이 "훠이∼애들은 물렀거라!"----->구식이 "정신연령 19세 미만 접근금지!"----->아제 ......뭐, 뭐냐 이 것들......(-3-)^...... "야야 지언스도 남자야. 당빠 껴줘야지."----->요한 "이거 보면, 쟤 놀라 뒤집어질거야?!"----->중배 "저 녀석 기절이라도 하면 어떡해......"----->억이 "세미누-드도 제대로 못 볼거 같은데."----->구식이 "저 어린이의 동심을 훼손시키고 싶진 않아."----->아제 ......어 어린이? 저것들이 진짜! "야 뭔데 그래! 어디 함 보자?!" 입술을 가리고(- -;;;) 씩씩거리며 달려가 그들 틈에 진입했다. 깜짝 놀라며 허둥대는 녀석 들......헷 뭔데 그러는 거야 대체 뭔데? 으......으......으응? "......(-_-호오)......" "......야 주요한! 봐봐! 저 새끼 저거 쇼크 먹고 입을 못 떼잖아!" "그, 그래 역시 이런 건 쟤한테 무리야." "근데 왜...왜 암 말이 없지?" "혹시 선 채로 기절한 거 아냐?" 허둥지둥......급하게 감상하던 책을 덮으려는 녀석들......쳇 짜식들, 난 또 뭐라고......별 거 아 닌 도.색.잡.지. 잖아? "......시시한 거잖아......난 또 뭐라고......야야 그런 시답잖은 사진 쪼가리보다 내가 실전에 더 도움 될만한 실용적인 지식 가르쳐 줄까?"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나의 말에, 순간 깜짝 놀란 나머지 경기까지 일으키는 다섯 사 나 이...... "장지언 가라사대, 정상위의 인서트 상태에선 여성의 한 쪽 다리를 들어올려 발의 첫 번째 관절과 두 번째 관절의 아랫부분을 적당히 주물러 주거나 또는 장단지의 뒤편에서 무릎 뒤 편까지의 부위를 좀 더 강하게 주물러 주는 것이 성감 촉진에 아주 좋다." ......눈 튀어나오겄다 아가들아 츠츠...... "......왜 그런 눈으로 봐? 뭐 더 가르쳐 주랴?" "야......야......야야야 장지언......너 그렇게 안봤는데......이거 완전.....정상인이었잖아?!" "깜짝놀랐어 니 입에서 인서트니 성감이니.....우와아 다시 봤다!" "존경합니다 형님! 대체 어디서 그런 빠삭한 지식을......?" "야야 근데 인서트가 모냐?" "......(아무 말도 못하는 요한이)......" 녀석들은 굉장한 꺼리라도 발견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둘러싼다. "장지언, 장지언, 너 그럼......에로 비됴나 뭐 그런 것도 보냐?" "......말밥이지......제일 최근엔 대줘 왕근 봤어." "(아주 반가운 듯)야, 그럼 말야......마님사정볼것없다, 박아사탕, 가을동거, 번지점푸중에하다, 스무살유혹찌찌엘두 봤어?" "응." "그...그럼 불후의 명작 <롱비치 시리즈> <홍콩색정유희> <동경피조개>는?" "것두 다 봤는데." "이 자식.....이 자식......커허허 이거 완전 도사네 그랴?!" 중배는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에로계의 대부라 자청하던 녀석은 마 치 동지라도 만난 듯이 기쁨에 겨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머지 녀석들도 존경의 눈빛으 로 (벼...별로 그런 걸로 존경받고 싶진 않다)나를 우러러 본다. 녀석들......이때껏 그런 것도 안 보고 뭐하고 컸니 대체......하지만 단 한 명, 주요한 만은 침울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이 렇 게 묻는다. "야......노파심에 묻는 말인데......장희빈, 너도 그럼 에로 비됴 보면서......DDR이니 TTL 이 니......뭐...그런 거 하냐?" "응." "!!!!!" "!!!!!" "!!!!!" "!!!!!" "!!!!!" 왜...왜 이러지 녀석들......꼭 못 볼거라도 본 사람 마냥......다들......?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싱글싱글 웃으며 중배의 어깨에 손을 갖다대자 녀석 화들짝 놀라며 몸을 떤다. "왜 그래?" "너......너......정말이냐?" "뭐가?" "DDR이니 TTL이니 이런 거 진짜로 하냐고?" "응." "......거...거짓말...거짓말......그렇게 순진한 얼굴을 하고오! 그렇게 이뿌장한 얼굴을 하고오!" "나도 남자야. 방문 걸어잠그고 티슈까지 준비해 놓고 한다구." "아아아아아악 믿을 수가 없어어어어어!!!!!" 나 참......에로 비됴 보는 건 용납되고, TTL 혹은 DDR 하는 건 용납이 안되나. 이 녀석들... 대체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도 남자란 말이다! 그 때 였다. 뜬금 없이 에로 5인방의 눈이 화등잔만 해지더니, 기겁을 하며 물러서는 것 이...... "뭐야......거기 감추는 거?" 흐미이......최......최......최고 였군. 언제 왔지......? 급하게 잡지를 감추던 중배, 그만 최고에게 딱 걸려버렸다. "아...안녕 최고 좋은 아침?!" "안녕 반장!" "하하 암 것도 아니야!" "자자 공부하자!" "......(역시 암 말도 못하는 요한이)......" "셋 센다 하나, 둘......" "아....아아악 잘못했어! 그...그냥 혼자서 눈요기로 볼려고 했는데.....이 놈들이 같이 보자 고......" "이 썅! 구라 치지마! 니가 먼저 끌어들였잖아!" "최...최고 난 조용히 공부하려고 했는데......" "모두 얘네 탓이야! 난 보지 말자고 말렸는데......" "......(역시 암 말 없는 요한이)......" "......뭐야 이거......(꿈틀꿈틀)......" 중배가 갖다바치는 잡지 책을 파라락 펼쳐보던 최고, 순간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지더니 이 어 온 몸에서 살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그리고 힐끔, 곁에서 입술을 가리고 선 나를 쳐다 보 더니...... "야, 무수리, 너도 봤냐?" "......(끄덕끄덕)......" "이거 누가 가져왔냐, 김중배냐?" "......(끄덕끄덕)......" 내가 고개를 미처 끄덕이기도 전에, 최고는 그 잡지책을 발기발기 찢어 산산조각 내놓더 니 덥썩 김중배의 멱살을 잡아챈다. "이......추잡한 새끼! 감히...감히! 저런 순진한 넘한테 이따위 걸 보이다니!!!!!" "아아악! 사...살려줘 최고오!!!!!" "이 자식 죽어봐라! 천진난만한 동심을 오염시키다니!!!!!! 개쉑! 변태 같은 쉑!" "아악 잘못했써!" 헛......누, 누가 천진난만한데 최고? 나......나는 걸상을 들어올려 중배를 찍어내려는 최고를 뒤로 한 채......살포시 내 자리로 돌 아 가 앉았다(-3-;;;). 외전~~~최고 구출 대작전 푸롤로그 내 이름은 차혜련, 위대한 차씨 가문의 장녀다.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느냐 하면, 기숙사 내 방에서 넷 서핑하는 중이다. 근데 뭘 찾고 있냐고? 글쎄...... 동.성.애. 의학 > 의학 > 질환 > 외과질환 > 정신과질환 간략설명 이상성욕 중에서 성애(性愛)의 대상으로 동성을 택하는 성대상도착(性對象倒錯)...... 허억......성도착......?! 그......그 녀석이, 그 녀석이이?! 차마 입에 담기에조차 민망하다. 이...이런 이런 일이...... "혜련 선배! 밥 먹으러 가죠!" "허......허어억?!" 룸 메이트 후배 소정이가, 갑자기 벌컥 문을 열어젖히며 등장했다. 너무 갑작스레 등장한 인 물 때문에 급하게 창을 닫는다고 서둘렀더니만...... "......모해요?" "아......오호호호호 아무 것도 아냐. 아 빨리 식당 가지?" "......뭐예요 지금 그거?" "오호호호호 암 것두 아니라니깐......" "잠깐 비켜 봐욧!" "꺄악...저 정말 암 것두 아닌......" 끝까지 아니라고 뻗팅겼지만 그게 저 떡대 후배에게 통할 일이냐고......흐윽! 결국 나는 침대 까지 패대기쳐져서 널부러질 수 밖에 없었다. "......동성......애?" "......" 드......들키고 말았다 들키고 말았어. 아악 이를 우째. "언니......이런 델 왜 찾아댕겨요? 혜련 선배 혹시......?" "그......그게 아니구∼소정아∼" 7, 80년대 순정만화에나 등장할 법한 요상한 포즈를 지으며 소정이는 내게서 저만치 떨어져 갔다. 오...오해의 눈빛...... "어......언니, 언니 혹시......레즈......?" "꺄아아아아악 아냐 아냐 내가 아냐 절대루 아냐 내 말 좀 들어봐 흐윽!!!!!" 나는 달아나려는 소정이의 바짓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사정사정 했다. "여차저차하여 내가 그런 고통을......그래서 그런 쪽 상식을 좀 알아두고......동생넘을 대해야 될 듯 싶어......어흑......나 이번 주말에 아부지 생신이라서 집에 내려간단 말얌......" "......" "정말 정말 미워서 죽었으면 싶은 넘인데......그런 쪽 취향을 가졌다니까......갑자기 갑자기 너 무 불쌍해지는 거야!!!! 울 아부지가 그 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데......근데 그런 사실 아시게 된다면......녀석......우리 집에서 쫓겨날 거야! 폐적 당할 거야! 아아앙 어허어엉∼" "어......언니......" "씹새끼 옛날부터 문제만 일으키더니 진짜 파토 날 일만 저지르고 있어! 신발신발! 글구 누 군진 몰라도 그 넘을 유혹한 그 쉐끼도 정말 미워 죽겠어! 두 놈 땜에 아주 내 속이 다 무 너져내릴 것만 같단 말야! 어허어엉!!!!!" "지......진정해요 진정해 테이킷 이지......" "난 어쩌면 좋지 소정아? 두 녀석을 확 찢어놔야 되는 건가? 응 그런 건가?" "자, 잠시만 내 말 좀 들어봐요 선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머리는 산발이 되어있고......얼굴은 눈물 콧물 침 범벅으로......쩝 천 하의 철의 여인이 후배 앞에서 이게 뭔 추태래......어흑 이게 다 그 넘 때문이야! "그러니까......에, 선배의 남동생이라는 애가 동성을 사랑한다 이 말인가요?" "......그래 내 말의 요점은 바로 그거야!" "아아......저, 이건 제 생각인데 말이죠 그거 그냥 한 때의 불장난 같은 거 아닐까요?" "......뭐(뜨악)?" "왜......10대 때는, 질풍노도의 시기니 뭐니 하여 괜히 반항심도 생기고 일탈 같은 것도 함 해보고 싶고 다들 그러잖아요. 무엇보다 불안정한 심리상태일테니, 그러니까 반쯤 장난 삼아 그럴 지도 모르죠." "......" "그치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이에요. 어쩌면 진심일 지도 모르겠지만(그 뒤론 아 무 것도 내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 ......한 때의 불장난? 이유 없는 반항심, 무분별한 일탈 행위, 불안정한 심리상태, 반쯤 장난? ......그, 그래 그거야! 옛날부터 그랬어 그 자식은! 사사건건 틀에서 벗어난 행동만 하고 상식적으론 도무지 용납 할 수 없는 일만 저질렀었드랬지! 아하하하하하 오호호호호호∼ 고맙다 고맙다 소정아! 너가 나의 고뇌를 한 큐에 날려보내주었구나! 아아 이뿐 것 일루 와봐 뽀뽀 함 해주께!!!!! 빼지마 이 뇬아! 사색이 되어 달아나려는 소정을 끌어안고 츄-츄 소리가 나도록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오∼ 호호호호호 고마워 배소정! 넌 나의 구세주야! 그래! 그따위 건 한 때의 불장난에 불과한 거 였어! 이로서 집안은 무사평온해지고 녀석이 폐적당하는 일 따윈 없어지는 거야! 깔깔깔깔 깔!!!!! 최고 기다려라 이 누님이 너를 악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게 해주마! 오호호호호호∼ 내일은 토요일, 오후가 되면 외출이 허용되고 나는 아버지 생신으로 귀향하게 된다. 크으 그 래 이번 기회에......그 넘, 최고를 유혹한 그 넘, 깨끗하게 제거해주마......나 고등학교 때 별명 이 터미네이터였다......내게 타깃으로 찍힌 뇬넘들은 100퍼센트 황천행이었다구! 크헐 감히 최씨 가문에 분란을 일으키려고 하다니......놈! 지옥행 특급 열차를 타거라! ...... ...... ...... "아휴......선배에......일석점호할 시간이잖아요......저녁부터 대체 왜 그러고 있어요?" "아......으응?" "다들 기다리고 있잖아요......30분 동안이나!" "허걱." "......(무슨 넘의 명예위원장이 이따구야 된장)......" "미...미안하다! 아하하 내가 잠깐 생각에 잠겨서리." 헛헛......맞다 금요일엔 일석점호가 있었지......깜박 했군. 서둘러 복도로 뛰어나가니 쫘라락 양 사이드로 후배 녀석들이 마주보고 섰다. 명단을 내게 내미는 소정의 손을 가볍게 내치고 머릿 속에 입력되어 있는 후배들의 이름을 줄줄줄 읖어내려갔다. 호호 나 머리 엄청 좋다구. 내가 1학년 때 졸업한 선배들 얼굴이랑 학번 이름 생일 취미 특기까지 모두 기억하는 내게 그딴 종이쪼가리는 필요 없어! 이 우수하고 뛰어나고 훌륭한 두뇌를 발휘해......그 두 녀석들을......크흐흐...... ......아주 스피디하게 일석점호를 끝마치고 돌아와서 내 침대에 누우니 어느 덧 시간은 11시 가까워졌다......이제......내일이면......집으로 내려가서......아부지 생신 축하드리고......최고 녀석 닦달하고......최고 녀석 유혹한 넘......내......내......그 넘을 가만 놔두나......봐.....라......드러러렁...... 피유우 Zzz 최고의 장희빈 32. ***** "앗 선배에∼안녕하세요? 오랜 만이네요?" "......" ......저게 뭘 잘못 먹었나. 오랜 만은 무슨 오랜 만...1분 전에도 봐놓고......그...그건 그렇고 이 녀석 갑자기 나한테 왜 이렇게 살갑게 구는 거지. "헤헤 선배의 늘 열심히 하시는 모습, 보기 좋아요. 정말 존경스러워요." "......어, 그래?" "이거 드시구 힘내세요. 1000원짜리 헬리코박터푸로젝뚜 윌 이에요." "......(무슨 속셈이지)......?" 백연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고가의 유산균음료를 내밀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쉬 는 시간이 되자 녀석은 뽀르르 우리 교실까지 달려와 최고에게 한껏 아양을 떨었다. 그 꼴 이 민망하다 못해 아주 진절머리가 나서 교실을 뛰쳐나왔는데, 뜬금없이 녀석이 내 뒤를 쭐 레 쭐레 쫓아오더라. 왜 따라오냐고 버럭 소리 질렀더니 한다는 소리가, 위와 같았다. 항상 냉 랭한 시선으로 날 최고 곁에 붙은 씨다바리 정도로 취급하던 녀석이 갑자기 저러니까...... 수 상하다 수상해 엄청 수상해. "장은 물론 위까지 생각하는 발효유래요. 선배 쭈욱 들이키세요. 맨날 앉아서 책만 들이파 는 데...그 툭 튀어나온 똥배 해결하려면......" "......뭐야(-_-+++)?!" "큭큭 선배두 참, 농담이에요 농담!" "......(망할 넘-_-^)......" 녀석은 깔깔거리며 내 등을 팡.팡.팡. 두들겼다. 그리고 얼른 마시라며 직접 꼭다리까지 따 서 유산균음료를 들이미는데......거, 거절하는 것도 뭣해서 일단은 그걸 받아들였다. "......잘 해보세요 선.배. 파이팅 ∼!" "......(-_-;)......" 촐랑거리며 사라지는 백여우(vm¡­)......복도를 지나가던 아해들이 총총히 사라져가는 백여우 를 넋 나간 채로 쳐다본다. 어떤 녀석은......침까지 흘린다! 저 저 저런......저런 여우 쉐끼 가 뭐가 좋다구?! 신경질이 나서, 나도 모르게 백연우가 내민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말았다. 헉......그 그 런데......녀석이 설사약이라도 탔으면 어쩌지?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마시고 나니까...... 쪼 쪼끔 불안해졌다. '그러고 보니까......갑자기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하는데......' 서둘러서 화장실로 달려가 자리잡고 앉아 힘을 줘봤지만......(-_-;;;;;)......별 보람은 없었다. 그냥 기분 탓이었나......? 히유우∼방심한 내 잘못이었지 뭐......주는 데로 넙죽넙죽 받아먹다니 나도 참. 한숨을 푹 내쉬며 세면대로 가서 손을 씻었다. 헌.데. "......킥......" "큭큭......" "저게 모냐 대체......흐흐흐......" 볼 일 보고 세면대로 향한 몇 몇 녀석들이 나를 힐끔 쳐다보며 킥킥거리기 시작한다. 무 슨 일이지......내 얼굴에 뭐 묻었나......나는 그 녀석들을 한 번 째려봐주고 거울 앞에 서서 어 딘 가 이상이라도 있는 지 샅샅이 확인했다. 머리......? 단정하고. 얼굴......? 깨끗한데. 교복......? 깔끔하고 단추도 이상없고 떼 탄 곳도 없고. 뭐......뭐야 근데 왜 저래? 젖은 손을 탈탈 털면서 화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서둘러 복도를 지나쳐 교실까지 걸어가 려 는데......느...느껴지는 이 수많은 시선들! "야......죽인다......" "장희빈 그 말 진짜냐?" "헤헤헤......진짜로 해줄 거냐?" 뭐야 좀 알아먹게 말들을 해줘......가 아니고 사실 저 놈들 다 모르는 놈들이다. 나는 상황 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당최 알 수가 없어 고개만 숙이고 재빨리 발걸음만 옮겼다. 내게 뭔 가 이상이라도 있는 건가? 옷에 뭐라도 묻었나? 내가 혹시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나?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 속을 휙휙 지나가지만,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는 잡히지 않는다. 왜 어째 서 뭔 이유로 내가 이름도 모르는 놈들의 음흉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 거지...... 어떤 놈은 휘파람까지 불면서 박수까지 친다. 점심시간 예약은 자기로 해달라면서.....무... 무 슨 예약? 휘파람은 왜 불어? 입을 확 찢어줄까부다(-_-)!!!!! 내가 안봐서 모르겠지만 내 얼굴 분명히 창백해졌을 거다......기운이 다 빠져서 교실로 들 어 서니......내 곁을 툭 지나쳐가던 억이와 중배 녀석...... "어......어어어......어라어라? 장희빈 너 진짜냐?" "히야∼대담한 놈......진짜 진짜 정말루?" 무...무슨 소리래......? "헤헤헤 그럼 나 첫빠따로 해주라. 이왕이면 너의 퍼스트가 되고 싶다." "이 쉑! 야야 내가 얘보다 너랑 더 친하지? 나부터 해주라." 뭘 해달라고.....입을 찢어달라고? 암 말 없이 녀석들을 째려보니까, 순진한 억이와 중배......(이 녀석은 아니다 실언이었다) 는 식은땀을 흘리며 자리를 피한다. 짜식들......내가 성질 나면 얼마나 무서운 데......이 이게 아 니고! 아악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왜 날 보는 녀석들의 시선이 심상치가 않 은 거야?! 누가, 누가 설명 좀 해줘!!!!! 힘없이 비틀거리며 내 자리에 가 엎드리려니......텅 빈 옆자리가 눈에 띈다. 최고 녀석...... 교 무실에라도 불려갔나......근데......가만히 죽어지내려니 주변에서 수근수근 거리는 소리가...... '장희빈한테 말해줘야 되는 거 아냐......? 'ten! 저렇게 잼 난 건수를 그냥 지나쳐가겠다고?!' '......헤헤헤 건 그렇고 누가 저랬을까?' 모두들 나에게 손가락 질 하며 한 마디씩 하는 구만...... 쿨럭......그래 씹어라 씹어라 실컷 씹어라......포기했다......난 알고 보면 포기가 빠른......이 이 게 아니고! 호, 혹시 조지 오웰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부라더(Big Brother)의 음모가 아 닐까......날 매장시키기 위해......여타 녀석들에게 독전파를 쏘아보내어......아아악 하도 시달 리 다 보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나잖아! 그치만 빅 부라더가 아니라면......대체 내게 왜 이런 일 이 일어나는 거야아아아(ToT)!!!!! 고뇌에 찬 눈을 들어 발딱 일어나 앉으니 그 때꺼정 날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히히덕 거리 던 녀석들이 참새떼처럼 우수수 흩어진다. 저것들을 그냥...... 마침 수업종이 울린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답답한 심정 추스를 길 없이......책을 펼쳐들 고 수업준비만 할 수밖에 없었다. 홀짝거리고 앉아있으니 곧 뒷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최고 가 등장한다. 여전히 거들먹거리기는......(ㅠ_ㅠ)......그.런.데. "......야 무수리 등짝에 그게 모냐?" "뭐......내 등이 뭐?" "......(한동안 암 말이 없었다)......" "......뭐야 뭐 내 등이 어쨌는데?" "......(손을 확 치켜들었다)......" "......(아아악 때 때릴라구OoO;)......" "......(부우웅 소리를 내며 내 등을 향해 다가오는 손)......" "......(하 한 번만 봐줘 뭔진 모르겠지만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징징징)......" "......ㅆ발......어떤 새끼야 이런 장난 친 게?!" "......(에엥)......" 날 후려칠 줄 알았던 최고는, 뭔가......종이 쪼가리 비슷한 걸 내 등짝에서 떼내어 그걸 손 에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엥......웬 종이? 누......누가 붙인거래? "졸라 개 같은 쉐끼......미친 쉐끼......이따위 장난 친 놈 나한테 걸리면 죽는다! 누구야!" "......(뭐 뭔데 그러니 뭔데 응 최고야 나 나도 함 보자OoO)......" 궁금함을 견디지 못한 나는, 책상을 발로 내려찍으며 분노하는 최고의 손에서......살포시 나 의 등에 붙어있었음직한......종이를......빼와서......읽어내려가......커억?! [나 지금 뜨거워 아항♥ 한 번만 해줘 누구든 대줄게♡] ...... ...... ...... 커헉......이거였군......내가 이상한 시선 받은 이유가......헐......헛험......누구 짓인지 차암......유 치 뽕짝구리구리하구만......나 참......할 짓이 그리도 없나 나 같은 거 등짝에 이런 거나 척척 붙 이고 다니고..... 헛 험, 이런 건 초등학교 때나 통용되던 장난 아닌가......그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때 여 러 번 이런 장난 당해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흐음 그 때 내 등짝엔 어떤 문구가 나붙어댕 겼 더라......ㅆ발 해줘 해달란 말이야 하아앙 나 졸라 조여 조인다구 X구리 해줘......뭐 이 정 도 였었던 것 같다. 뭐......이 정도면 그 때에 비하면 양반이구만. 휴우 빅부라더의 음모가 아 니 라 정말 다행이야! 별 거 아니네? 크으 고작 이런 거 가지고 나 장지언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심적 고통을 당하다니......하하 여 하간 참말로 오랜 만에 당해보는 장난이다. 초등학생 수준의 정신연령 가진 녀석들 아직 도 잔존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며......후훗 내 이번 한 번은 봐주마 누구 짓인진 모르겠 지 만......난 이런 걸론 데미지 안받는단 말야. 내 정신력은 거의 인동초 수준이라구! 날 재기불 능으로 만들라면 적어도 삐이이∼삐리리리 삐삐삐∼삐리리리 정돈 되어야지.....그 정도면...... 하하 아무리 나라도 눈물 한 방울 쯤은 흘릴 지도......? 그......그런데 당한 나보다도 더 심각한 건...... "샹......족 같은 쉐끼......저 따위 걸......저 따위 걸......!!!!!" "......(-_-; 좀 진정해라 최고야 선생님이 무서워서 못들어오고 계시잖니)......" "너 너너너, 괜찮아? 괜찮은 거야?!" "......(-_-;;; 음 너만 진정하면 괜찮아질거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욱......" "......(@_@;;; 허억 이 이 녀석)......" "개쉑 ten쉑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아!!!!!" "......(@o@ 우 운다 운다 이 녀석)......" 나는 최고에게 어깨를 붙잡힌 상태에서, 녀석의 눈가에 방울방울 맺히는 물기를 분명 확 인 했다. 자기 일도 아닌데 억울하고 분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는 녀석의 모습...... 왜 이럴까. 이런 사소한 장난에......어 어찌 되었건 일단은 선생님이 들어오셔야 될 거 같 아 서 최고를 진정시키기로 했다. 왠지...녀석은 굉장히 서럽고 애달픈 일 겪은 것 처럼 아픈 얼 굴을 하고 있다...... ......근데 왜 지가 더 난리야(-_-)a? 결국 그 날은, 최고의 발광 탓에 선생님이 수업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자 습 하라며 뛰쳐나간 선생님은, 결국 그 시간 내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 까 지 다 들릴 것 같이 고요한 교실 한 구석에서, 소리 없이 흐느끼는 녀석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한 양동이나 흘렸다. 하지만 교실에 앉았던 아해들 중 그 누구도 최고가 우는 모 습 은 보지 못했다. 왜냐고, 다 고개를 쳐박고 자습에만 몰두했으니깐. 아...우리 근처 자리 앉 은 녀석들은 어쩌면 눈치 깠을 지도(-_-;). 눈물도 흔한 녀석......휴우 이래저래 피곤한 놈이다 최고는. 근데, 내 등짝에 저거 붙인 놈, 누구야 대체?! 최고의 장희빈 33. ***** 소제철 선생님의 공업시간이었다. 때는 벚꽂이 흐드러지게 핀 4월 중순의 늦은 오후. 식곤 증 에 춘곤증까지 더해서 쏟아지는 잠에 몸 가누지 못하는 아해들의 등짝을 바라보며 나의 눈 도 가물가물......마침 따땃한 햇살 한가득 그윽하게 온 몸을 감싸고 도니......이게 바로 말로 만 듣던 배 부르고 등 따신 삶이 아닌가. 아효 편안하게 엎드려서 책을 베개 삼아 꿈나라로 빠 져들고 싶어라......스르르르르륵 턱! 헉! "......" "......" "36페이지 탄소 함유량에 따른 탄소강의 분류표 이거 시험에 낼거니깐 외우도록. 에 그리 고 용도는 필수적으로 암기할 것......" 우리학교의 여느 선생님 답게, 소제철 선생님은 칠판과 키스하며 그렇게 열강중이셨고...... 아 이들은 '자라 자 어서 자 자란 말이야'로 들리는 선생님의 자장가에 취해 사경을 헤매는 중 이고......최고는 옆으로 돌아보지도 않은 채 하마터면 책상에 찍을 뻔한 내 턱을 고이 받치 고 있고......나는 그런 최고의 손에 턱이 받쳐진 채 침을 쥘쥘 흘리며...... 쪼...쪽팔려. "졸지 마라." "......고 고마워." "......근데 슬슬 그 턱 좀 치워주라. 무겁다." "......엇 그래 그래." "샹 새대가리 주제에 존나 무겁네." "......(-_-^ =3)......" 쳇 기껏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니......최고가 눈치 못 채도록 으득 이를 갈며......소...소심 하게 녀석을 노려본다. 그런데 수업에 열중해 있는 탓인지. 내가 양껏 쏘아보고 있음에도 녀 석은 돌아볼 생각을 않는다. 아, 혹시 알고도 모른 체 하는 건가. 나중에 억 배 조 배로 갚 아줄려고......? ......-_-...... 뿔테 안경을 걸친 최고의 모습......어떤가 낯설지 않은가? 그렇다고 뱅뱅이 안경을 상상하면 곤란. 최고의 말에 의하면 보안경이래나 어쨌다나.....끌......양 쪽 시력 합쳐 4.0을 자랑하는 녀석이......안경은 무슨 안경......췟. 왼 쪽 손으로 턱을 고이고 열심히 칠판&교과서를 왔다갔 다 하는 눈과 바쁘게 움직이는 오른 손을 봐서는......정말 이 녀석이 공부를 하긴 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가끔 옆에서 지켜보면 보는 사람이 놀랄 정도로 책과 선생님에 대한 애 착을 내비치는데, 그럴 때면 괜시리 내가 불안해진다. 이러다가 내 등수 내려가는 거 아냐... 하고. 이러다가 내 등수 내려가는 거 아냐......하......고...... ...... 두근. ...... 어?! ...... 두근 두근.. ...... 뭐......뭐야?! ...... 두근 두근 두근... 시...심장이 심장이 갑자기 왜이래? 미...미치기라도 한 거야?! 야......야야......야야야 진정해 진 정! 왜 이러는 거야? 그...그마안 진정해!!!!! 씩씩거리며 가슴팍을 두드리고 있으려니, 이를 이상하게 여긴 최고가 힐끔 내 쪽을 돌아본 다. 아무 말 없이......돌아본......최고......눈이......눈이......찢어진 눈이 휘둥그레진다...... "얼굴이 왜 그래. 열 나냐?" "......(*=_=*)......" "흐, 새대가리라고 해서 열 받았나 부지?" "......(*-_-*)......" "쉐꺄 수업 시간엔 수업에만 집중! 알았냐?" "......(*+_+*헉)......" 최고의 그 큰 손이, 큰 손이, 살며시 내 뒷머리를 감싸는가 싶더니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이......이거 뭐야 이게 뭐야......왜...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한 거야......온 몸에 힘이 쫙 빠지면 서 나른해지고......최고 손이 머리칼을 스칠 때 마다 등골이 오싹오싹한게......이 이상하다 이 상해!!!!! 그......그리고 무엇보다 돌아버리겠는 건......최고 손길이 느껴질 때 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발 광하는 거. 뜨...뜬금없이 왜 이래? 최고(의 매서운)손길 하루 이틀 겪었냐?! 너 죽을래? 왜 지 멋대로 뛰고 난리 부르스야?! 심장아......으흐흐 부탁이다 제발 캄 다운 하렴. 테이킷 이지 테이킷 이지......아...... "어디 아프냐?" "......아......아냐......" "어디......흐음......" "!!!!!" "열이 많군. 얼굴도 시뻘겋고 숨도 가쁘고......안되겠다 양호실 가라." "!!!!!"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최고가 손 번쩍 들어 얘 좀 양호실로 데려가겠습니다 한다. 선생님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얼굴에 이상할 정도로 혈색이 도니 서두르는게 좋겠다며 기꺼이 수 락 했다. 나는 괜찮다고 손을 허우적댔지만 결국 최고에게 손목 잡혀서......아 난 최고한테 손 목 잡히면 불문곡직하고 무조건 끌려간다. 무력이 무서워서라도......흑흑......그 그런데 말이지...... ......(-_-)a......? 내 손목 끌고 성큼성큼 앞서 가는 최고가......저 저렇게 컸었나? 최...최고 등짝이 저렇게 넓 었나......? 다리가 저렇게 길었......아 원래 쟤 다리는 길었지. 그 그건 그렇고......손 좀 놔 줘......아...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뜨거워서 미치겠다......아효......화끈화끈 거리는게......자꾸 이상한 기분 든단 말야......하고 속으로 열심히 외쳤다(-_-;). "선생님 얘가 아프답니다. 좀 봐주세요." 양호실 문을 드르륵 열어젖히며 들어가 무뚝뚝하게 외치는 최고......양호 선생님은 나이가 지 긋하신 할머니 선생님으로 성함은 성신녀 선생님......선생님은 방긋방긋 웃으며 최고한테 잡 혀온 나를 살핀다. "으음, 열이 약간 올랐군요. 춥거나 그렇지는 않죠?" "네에......" "혹시 밤에 무리했나요?" "......아 아뇨......" ----->무리했냐는 말에 수상한 눈으로 날 쏘아보는 최고 "맥박이 좀 빠른 것도 같고......뭔가 주변에 스트레스 받을 만한 상황이라도......?" ----->그러면서 힐끔 최고를 바라보는 선생님(-o-; 하핫) "전혀요, 그런 거 전혀 없어요......하핫......" ----->강한 부정은 곧 긍정임을 나타내는 말 "잠깐 쉬고 나면 회복될 거 같군요. 친구 데리고 오느라 수고했어요 군은 이만 가보세요." ----->휘휘 손을 저으며 최고를 쫓아보내는 선생님(-m-) 최고는 침대로 가 눕는 나를 한 번 쳐다본 후 꾸벅 양호선생님께 인사하고는 양호실을 빠 져 나갔다. 양호실 문이 완전히 닫히자 그...그제야 진정하는 나의 심장! 뭐...뭐야 원인은 역시 저 녀석이었나......그런데 갑자기 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심하게 고동치던 심장이 진정 된 것 까진 좋은데......이 쑤욱 하고 빠져나가는 듯한 상실감은.....뭐지? "직접 만든 쿠키와 차가 있는데 좀 들라우?" "......아 고맙습니다......" "천천히 먹고 쉬었다 가요. 이왕 농땡이 부리는 거 확실하게 하고." "아......별로 농땡이 부릴려고 했던 건......" "(아삭아삭)호호호 요즘엔 교장 선생님 단속이 워낙에 심해서 이렇게 농땡이 치고 오는 친 구들도 드문데." "......(농땡이가 아니라니깐요)......" 따뜻한 녹차를 들이키며 양호선생님이 갖다주신 쿠키를 아삭거렸다. 조용한 양호실 내에선 쿠키 씹는 소리와 차 홀짝이는 소리가 잔잔히 울려퍼지고......햇살 가득 퍼지는 창가 쪽 침 대 는 그야말로 극락이나 다름이 없는데......아아......편하다......편해......헉......그 근데 갑자기 몽글 몽글 최고 얼굴은 왜 떠오르는 거야?! 훠...훠이 훠이∼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지 마라! 물 러가라 최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의아한 표정의 성신녀 선생님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계신다. 아앗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냐......진짜로 두 손을 휘젓고 있었잖아......흐미...쩍 팔려...... "그건 그렇고. 금방 전의 그 친구, 굉장히 잘생겼더군요. 이 내가 가슴 설레기는 50년 만에 처음이에요." "5...50년......" "아 물론 군을 보고도 가슴 설레이긴 매 한가지였어요. 그렇게 가슴 떨린 건 10년 만에 처 음이었다우." "......(왠지 존심 상했다)......" "호호 헌데......군은 그렇게 티를 내면 안되죠." "......네에?" "남고양호선생생활만 40년인데. 척하면 딱이지(생글생글^_^)." "저어......무슨 말씀 이신지?" "호호호 시치미 떼긴. 좋으면서(여전히 방실방실^_^)." "네에?!" "한창 좋을 나이죠......하지만 나이에 맞게 건전한 교제를 하도록 해요." "......(-_-)a......" 말을 마친 선생님은 다정하게 웃음 짓고 건너편 책상으로 가 앉으셨다. ...... 나는 이유도 알 수 없이 기진맥진해져 쓰러지듯이 침대에 드러누웠는데. 봄의 나른한 기운 이 온몸을 휘감고 덮쳐와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곧이어 잠이 들고 말았다. ...... 뭔가 굉장한 사실을 발견한 것 같긴 한데...... ......? 그게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고. ......?? 그저 어리둥절하고 생뚱하게 느껴질 뿐이다. ......??? 난생 처음 느껴보는, 정의내릴 수 없는 요상야릇한 감정은 그 때부터 조금씩, 눈에 띄지 않 게 싹트기 시작했다. ......! 그것이 누구에 대한 감정인지는 차마 내 입으로 밝힐 수가 없겠다. 함부로 밝혔다간, 내가 매져키스트로 낙인찍힐 것이 틀림 없으므로(ㅠ_ㅠ). ...... ......꿈을 꿨는데 꿈 속에 최고가 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내가 평소에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영낙없는 7살짜리 어린아이의 모 습이어서 내가 엄청 당황했었다. 꿈 속의 최고는 징징 울면서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둔팅이 바보 얼뜨기 축구 븅 나 좀 봐줘 우아아아앙∼ 최고의 장희빈 34.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무슨 일이니? 무슨 일이야 지언아!" 어느 일요일 새벽녘, 나의 비명소리는 허공을 가르며 온 동네로 퍼져나갔다...... "허억...허억...엄마......흐윽......어엉.....꺽꺽......"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어디 아프니?!" "엄마......엄마......나 같은 건......나 같은 건......허어엉 흐윽 훌쩍훌쩍......" "괜찮니?!" "......욱욱......" "지언아, 말을 해. 무슨 일이야?" "......욱......" "지언아, 장지언?" "......" "왜 그러니? 응?" "......" 엄마는 사색이 된 얼굴로, 땀으로 흠뻑 젖은 내 얼굴을 쓸어주셨다. 초조한 표정이 역력한 엄마를 바라보니......더, 더더욱 금방 전 내게 있었던 일......차마 말 못하겠다. "지언아, 엄마 속탄다. 왜 그래? 악몽이라도 꿨어?" "......훌쩍......팽∼" "나쁜 꿈이라도 꾼거야?" "......훌쩍 훌쩍......" "지언아." "엄마......나......나......" "그래 얘길 해 봐." "......암 것도 아냐." 나는 눈물 젖은 얼굴을 들어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냥 악몽을 꿨을 뿐이라고 말하 며......괜찮다고도 덧붙였다. 엄마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정말 괜찮냐고 거듭 물어왔다. 나는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정말 괜찮노라고 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던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내 머 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조용히 방을 나섰다. ...... 엄마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기척을 확인하고 나서, 나는, 벌떡 일어났다. ...... 그리고, 잠옷 바지 속을 슬며시 들여다봤다. ...... 이게 뭐야 세상에...... 아랫도리가 아주 불쾌할 정도로 축축했다. 내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미혼의 성숙한 남 성이 한 달에 2¡­3번씩 겪는 생리조절현상을......체험했다. 그래......나도 남자야. 남자니깐 당 연히 이런 경험 하지. 하지만 그 원인이 전혀 당연하지 못한 이유니까......정말 환장하겠네 아아악! 꿈 속에서 8등신 미녀가 나체로 내게 뛰어들었냐고? NO! 그럼 아주 에로틱한 포즈의 금발미녀가 날 유혹하더냐고? NO! 그것도 아니면 개떼처럼 몰려나온 팔도미녀들이 날 차례차례 건드리기라도 했냐고? NO! ......그럼, 대체 어떤 꿈을 꿨길래 그렇게 질겁을 하는 지 궁금하다고......? ......(T-T)(T.T)(TmT)(T^T)...... 시......싫어 말하기 싫어! 죽어도 싫어! 차라리 날 죽여! 그런 꿈을 꾸고 반응해버리다니 나 같은 건 인간도 아냐! 죽어버려야 해! 흑흑 ......흐윽 어쩌면, 어쩌면 내겐 진정한 매져키스트로서의 피가 흐르고 있는 지도......? 서둘러 팬티를 갈아입고 벗어든 팬티를 들어 욕실로 향했다. 조심조심 욕실로 들어가 쭈그 리고 앉아 남모래 팬티를 빨고 있는 나의 모습......흐윽......이건 모두 최고 때문이야! 최고 때 문에 그런 지독한 악몽을......흑흑...... 빡빡 문질러대느라 아주 팔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꼴랑 팬티 한 장이었지만, 그건 치욕의 산물이었으므로......도저히 맨정신으론 감당할 수 없 는 나의 부덕의 소치였다......어떻게 그런 꿈을......그런 꿈을! 꿈 생각하니까 갑자기 얼굴로 확 열이 몰린다. 그 녀석 팔이 이렇게......저렇게......내 몸을......우윽?! 싫어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 그런 거에 반응해버렸다니 절대로 절대로...... 흑흑흑 난 아마 평생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 같아...... 눈물 흘리며 한숨 내쉬며 한숨 내쉬며 눈물 흘리며 방으로 돌아온 나......아직 새벽이지만 도 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다......도저히 잠들 수 없을......흐윽......훌쩍훌쩍 일단 좀 눕자......훌 쩍 ......잠 다 깨버렸다......잠 다 깨버렸......잠 다......드......드러러러렁 피유우우우우(-.-)ZZzz... ...... ...... ...... 아∼늘어지게 잘잤다(^o^)! 와 상쾌한 일요일 오전이야(^¡Þ^)! 참새떼가 지저귀고...국민체조 구령 외치는 옆집아저씨 목소리도 들려오고......공기도 청정하고......와 좋아좋아(>o<) 기분 캡! 우음......헌데 간밤에 뭔 일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뭐였지? 기억이 잘......에이 뭔지 모르겠 지만 찜찜하진 않으니까 별 거 아니었겠지. 흠흠! 뽀르르 내 방을 빠져나와 거실로 나가니, 티비 위에 노란 메모지 한 장이 떡하니 놓여졌다. 뭔가 싶어 들었더니, 아침밥 챙겨먹고 쉬라는 엄마의 메시지였다. 흑 엄마는 정말......부지런 해......가게 일도 힘들 텐데 밥까지 다 챙겨놓고...... 엄마가 차려논 아침을 맛나게 먹고, 한동안 티비 보면서 뒹굴뒹굴하다가......문득 매주 일요 일마다 치뤄왔던 행사가 떠올랐다. 아 맞다......그.거. 해야지. <그.거.> 그.거. 하고나면 얼마나 개운해지는데∼일 주일간 쌓이고 쌓였던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싹 ∼ 풀리는 것이 일단 한 번 하고 나면 중독되는 일이다. 계속 집중적으로 이 곳 저 곳을 문지 르다 보면 쾌감 비스무리 한게 느껴지는 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다소곳이 (?)다리 를 벌리고 앉아...... ...... ......서, 설마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 모...목욕, 목욕 말이야. 목욕 하러 갈꺼라구......대중탕 가서......다리 벌리고 앉아 이태리 타 올 낀 손으로 허벅지 팍팍 문지르면......죽은 세포와 먼지의 결합물이 줄줄줄(-_-;) 흘러나오는 데......그거 벗기고 있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된다. 다 씻고 나서 발갛게 달아오른 몸에 뜨건 물 확 끼얹으면......정말 왔담다! ......(-_-;미안해요)...... ......자자 얼른 목욕용품 챙겨야지......난 목욕탕에 있는 비누하고 수건 안쓴다. 아무리 깨끗 하 다 해도 불특정 다수인이 쓰던 것엔 손이 안가는 걸......그 그 그래.......나 결벽증이다! 수건 도 네모지게 반듯하게 걸어야 하고 책도 ㄱㄴㄷ 순으로 꽂아야 맘이 편한 놈이라구(ㅠ_ㅠ)! 혼자서 궁시렁궁시렁 대면서 비누 이태리타올 칫솔 치약 베이비로션 따위를 챙겨들었다. 아 바디샴푸도 챙겨야지. 바디 오일도...바디로션도......샤워코롱도......무 무슨 남자가 그런 것 까 지 다 챙기냐고 물어도 할 말 없다. 엄마 덕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써왔는 걸......습관이 무 섭다고 하잖는가. 룰루랄라∼목욕 가는 길은 즐거워∼ 콧노래를 부르며 대문을 잠그고 막 뒤돌아섰는데......어......어어억?! 데굴데굴∼----->목욕가방 구르는 소리 너......너......너가 어떻게 여길?! "어이 우연이다 무수리. 어디 가냐?" "......(우연은 무슨 개뿔-_-;)......" "신나게 달리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너 의도가 뭐냐 대체-_-;;)......" "호오 그거 목욕가방이냐? 어디 목욕탕 가?" "......(서 설마-_-;;;)......" "헤에 잘됐다. 나도 목욕탕 갈 때 됐는데." "......(허 허억@o@;;;;;)......" 정직한에게 대여해 아직도 반납 안한 바이크 CBR에 몸을 기울인 채, 의미를 알 수 없는 웃 음을 흘리는 최고...... 문득, 그 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간밤의 악몽이 떠올랐다. 최고의 장희빈 35. ***** 스윽 스윽. 훌렁 훌렁. 휘릭 휘릭. 여기는 38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구식 목욕탕 '장수탕'. 화자는 장지언 통칭 장희 빈 혹은 무수리. 화자는 현재 심한 컬쳐 쇼크에 시달리고 있었다. 죽어도 동행하기 싫었던 인 간 과 목욕탕까지 온 것만도 '놀랠 노'잔데, 저 초야성 초천연 초자연(이건 아닌가-_-;) 인간의 황당한 의복 취미는 놀라움의 경지를 넘어서 미스테리의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무슨 일이 기 에 그렇게 당혹스러워 하느냐면...... 간밤의 꿈이 자꾸만 신경 쓰여서(어쩜 그렇게 꿈이랑 똑같이 맞아떨어지는지), 목욕탕에 들 어선 후에도 구석데기에 쳐박혀 바닥만 득득 긁고 있었다. 최고는 전혀 어색함 같은 건 느 끼지도 않고 옷을 훌렁훌렁 잘도 벗어던지던데. 약간 신경이 쓰인 내가 잠깐 사이 뒤를 돌 아본 순간 그 곳에 서있는 최고의 모습이란...... 그러니까, 상의는 완전히 벗어제낀 상태였고 막 하의를 벗으려는 참이었다 그 녀석은. 슬쩍 곁눈질로 최고 눈치만 살피며 나도 옷을 벗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진장 고민을 하는 데...... 진 바지를 확 벗어던진 최고의 그 속이......속이......속이...... 푸훗-(코피 터지는 소리) 녀석의 우람한 어깨근육, 빵빵한 갑빠, 늘씬하게 쭉 뻗은 허리......etc. 이런 걸 보고 놀란게 저어얼∼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건 하체다. 서 설마 최고의 거대한(-_-;)삐리리에 경악한거 아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는데 당시의 나는 똑같은 구조의 거시기 따위엔 눈길도 가지 않았다(솔직히 굉장하긴 굉장했지만 다른 의미로 받은 컬쳐 쇼크가 너무 컸기 때문에). ......왜 자꾸 질질 끄냐고 말해도 할 말 없다. 차마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짓을 저 초야성 최 고는 태연하게도 일상생활에서 구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고......" ----->차마 돌아보지는 못하고 말을 건다 "뭐? 앗 근데 넌 왜 안벗어! 빨랑 벗어 무술!" ----->내 어깨를 잡아채며 강제로 옷을 벗기려 든다 "......최고 너 평소에 언더웨어 안입어?" ----->몸을 추스리며 동그랗게 만다 "언더웨어......? 그게 뭐냐!" ----->그래 무식이 죄다 죄야 "팬티......말이다......" ----->차마 말 꺼내기가 민망하다 "......엉큼한 쉐끼, 안보는 척 하면서 내 몸을 다 훔쳐봤잖아! 변태 같은 쉑!" ----->손날로 뒷목가격하기가 이어진다 "악 악 자...잘못했써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애들이 그러는데, 정력증강엔 그게 왔다라더군. 그래서 안입는다. 왜 꼽냐?!" ----->헉-o-; "그...그래서 노 팬티야?" ----->확인사살 "그래. 무수리 너도 한 번 시도해봐라(히죽히죽)." ----->지 무릎을 들어올려 엉덩이를 친다......아악 저 저리가 알몸으로 들러붙지맛 커, 컬쳐 쇽 컬쳐 쇽(culture shock)! 한동안 최고의 노팬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빌빌 기고 있으려니, 발목에 열쇠를 감 은 최고가 날 툭툭 치면서 먼저 들어가겠다고 한다. 천천히 옷 벗고 들어오라면서 음흉하게 웃 는 벌거숭이......억지로 억지로 눈을 돌려 추악한 부분으로 시선이 가는 건 면했는데 이상하 게 자꾸만 저 알몸뚱이가 의식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역시...밤에 꿨던 꿈의 여파가 너 무 심했다. 어쩌지...저쩌지...올 누드로 저 녀석과 나란히 앉아서 때 미는 건 정말정말 피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여기서 그냥 돌아가버리자니 후환이 너무 두렵고...... 진짜 목욕가방 챙겨들고 도주해버릴까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치만 그랬다간 독사랑 키스하는 행위나 진배없는 결과가 기다릴테고...... ......우흑...... 어...어쩔 수 없이, 생존 본능에 충실하여 나는 옷껍데기를 탈피하고......최후의 보루까지 남 김 없이 벗어던진 뒤......수건을 허리에 둘러버렸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아주아주 중요한 부 분 이 가려졌다. 홀딱 벗고 그 녀석이랑 마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20분 만에 탈의를 끝내고 조심스레 목욕용품 챙겨들어 슬며시 욕탕으로 진출! 확∼ 하고 얼굴로 몰려드는 더운 열기, 찹찹한 물기.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최고 어디 앉았나(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지려고)확인하려는데 재수 가 옴팡지게도 없었는 지 하필이면 그 때 최고랑 눈이 마주칠 건 뭐냐. "어이! 여기 여기!" -----> 마구마구 손 흔드는 최고 "......" -----> 슬금슬금 "여기라니깐?!" -----> 순간 손이 멈춘다 "......" -----> 후다닥 "아 저 씹쉑끼까!" -----> 달려온다 "......" -----> 덥썩 붙잡혔다 "뭐 하자는 플레이냐? 지......금......" -----> 내 맨어깨를 붙들었다가 시선이 아래로 향하곤 이윽고 얼굴에 노기가 서린다 "......바가지 가지러 간 거야......절대 너한테 떨어지려고 그런 게 아니고......지 진짜야!" -----> 절대 너 피한게 아니라고 오버하면서 사정한다 "ㅅ발 이건 뭐야?! 너가 여자냐?! 이런 건 왜 하는데?!" ----->내 허리에 두른 수건을 마구 잡아당긴다 "아악! 왜 이래?! 놔!" -----> 아둥바둥 씨근거리며 고지를 절대 사수하려는 나와, 어떻게든 벗겨보려고 달려드는 최고.....의 엎치락 뒤치락......그리고. 촤악?! 뚝......뚝뚝...... 어디선가 누군가의 바가지 채 물 세례를 맞고 어안이 벙벙해진 나와 최고. "시끄럽드아! 여긴 공공장소야 이눔 자식들아 조용히 때나 불리고 가라 엣흠!" 난 눈을 들어 온탕 속에 몸을 기대고 앉은 그 노인들을 확인했다. 초창기 장수탕 때부터 38 년 단골이신 하호(65세)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의 영원한 딱가리 신이나(64세)할아버지, 마 지막으로 그들중 최연소자인 김안토니(63세 본명 맞다-_-;)할아버지......안토니 할아버지 손 에 바가지가 쥐어져 있다. "근데 저거 장지연이 아녀?" "맞구만, 고 놈 볼수록 이뻐지네 그랴. 헛 헌데 지연이 옆에 저 눔 자식은 뭐래?" "엇쭈구리 나이가 스무 개도 안넘어 뵈는 놈이 어르신들 꼬나보는 폼새 좀 보소?" 난 얼결에 그들에게 인사한 후(글구 제 이름은 지연이가 아니라 지언이예요-_-^) 주의하겠 다고 고개를 조아렸다. 그...그런데...... "......ㅆ발 빌어먹을 영감탱이들 왜 물을 껴얹고 G랄이야 G랄이!" "......(헉)......" "니미 글구 여길 영감들만 세 냈어?" "......(이 이런)......" 성질을 다스리지 못한 최고의 입에선, 차마 어른들에게 해선 안될 말이 터져나와 버렸던 것 이었다. "아니 금방 저 놈이 뭐라고 씨부린겨? 1...18?! 영감? G라알(부걱부걱 ; 거품 무는 소리)?!" "참을 수 없어! 네 이 노오오오오옴! 넌 애비애미도 없냐? 어디서 어른들한테?!" "이 눔 시키! 눈깔을 뽑아서 당구 쳐버리기 전에 얼른 사죄 못하냐?! 불 같이 역정을 내시는 어르신들...... 이...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면 좋냐.....아아 최고 넌...... 한참을 고민한 후, 나는 최고의 입을 틀어막은 채 본능적으로 몸에 벤 '샤바샤바' 기질을 발 휘했다. 샤바샤바 기질이 뭐냐 하면. 그냥 비굴하게 두 손 두 발 싹싹 비비는 걸 뜻한다. 최 고 곁에 늘상 붙어 다니면서 생겨난 주특기가 바로 그건데......(왠지 비참하군)......하 할 수 없지. 어르신들을 진정시키리면......애교도 좀 섞어서...... "지...진정하세요 어르신드∼을(콧소리). 제 제가 등 밀어드릴테니 화 푸세요 네?!" 내가 비음을 섞어가며 마구 아양을 떨자, 순간 움찔해 하는 어르신 1, 2, 3 그리고 최고...... "마 마 맛사지도 해드릴게요오. 두 두피 맛사지 어때요? 저 그거 잘하는데요오∼" 몸을 마구 비비 틀고 최대한 화사하게 웃어보이며 필사의 애교를 펼치는 나...... 아무리 성질 부리는 어르신이라도 내 미소 한 번이면 직빵으로 녹아내린다는 사실을, 나는 익히 깨닫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목욕탕에서의 나는, 할아버지나 중년 아저씨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오 케이! 됐다. 눈을 보아하니 저들은 이제 완전히 나한테 넘어갔어. "엇......험험 지연이 네가 그래준다면야...(헤벌쭉)......" "허...헛헛헛 지연아 그럼 내가 첫빠따로 부탁한다......(베실베실)......" "이 놈들아 나이순으로 해야지! 헷헷...지...지연아 나 부터다......" "에익 내가 제일 나이 많잖아?!" "원래대로라면 난 65야! 이 놈아?!" "어허 난 호적을 3년이나 늦게 올린 사람이야......지 지연아 그런 의미에서 나 먼저?" 어 어쨌든 저들의 사고를 다른 데로 전환시킨 데는 성공한 것 같다. 휴...휴우우...... 최고 이 놈 자식 일 친 거 땜에 오늘 내 팔 빠지겠......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딱 딱 ; 이빨 부딪는 소리)......" "아야야 아야야 아파.....피...피...피가?!" "......능구렁이 같은 영감들, 그래 영계가 맛사지 해준다니까 그리도 기분들이 좋수?!" 내 손을 인정 사정 없이 물어뜯은 최고는, 차례를 두고 한창 탕 속에서 옥신각신하던 어르 신들에게 냉수를 퍼와서 끼얹어버렸다...... 최고의 장희빈 36. ***** 그 날 이유를 알 수 없는 최고의 분노에 노인들은 희생양이 되었다(-_-;). "나 힘 좋수다 영감들. 내가 책임지고 등 밀어줄테니 줄 서서 와보슈." ......말로만 그런 건 줄 알았더니......세상에 진짜로 욕탕 속의 어르신들을 강제로 끄집어낸 뒤 그 말라 비틀어진 등짝을 걱실걱실하게 밀기 시작하던 최고! "아악 이 놈아! 아푸다 살살 밀어! 으허억?!" "어억 어헉 어 엄니...!" "살려도고......우아악?!" 우리들에게 물을 끼얹었던 안토니 할아버지의 등짝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지 경이 되었다. "어떻수? 영계가 서비스 해주니까 기분 째지지?" 녹색 이태리 타올을 오른손에 착 휘감은 채 기분나쁘게 눈을 치켜뜨는 최고. 어르신들의 눈엔 참말 저 최고가 천하망종으로 비쳤으리. "어이 무수리 가자. 혹사리 껍데기 같은 영감들 땜에 기분 조졌어." "......(-_-;)......" "글구 좋게 말 할 때 그 수건 풀어라. 심히 눈에 거슬린다." "......아 안돼......" "달 걸 못 달고 나왔니? 터지기 전에 풀어라. 하나 둘......" "......(i _ i)......" 유사 이래 이렇게 막나가는 놈은 처음이다. 그러나 수건을 탈피하는 일 만큼은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해도 할 수 없었기에......여하간 그 순간 만큼은 진짜 싫었다. 최고 앞에서 만큼은 초천연 상태로 있기 싫었다. 해서 한동안 눈을 부릅뜨고 깜박거리지 않았더니 곧 따끔하다 싶더니 눈물이 질질질 흘러내린다. 단 한 마디도 없이 청승맞게 그러고 서있으니까 흠칫한 최고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고...골까는 곤조통 새끼......그...시...싫음 때려치워라 ㅆ발아!" "......(T_T)......" ".....우 울지 마(당황당황)!" "......(ㅠ_ㅠ)......" "그 그쳐! 뚝 그치란 말야 꼬장 쉑아(허겁지겁)!" 벌거벗고 서서 날 달래느라 안절부절한 그 모습이 (속으론) 얼마나 웃기던지...... 그러나 빈 틈 보이며 실실거렸다간 무슨 수작이냐며 최고의 주먹이 얼굴로 달려들거다. 하여 연기에 몰입해 훌쩍거리며 손등으로 눈가를 비비자 그제야 안도하는 최고. "저 싹수 없는 새끼가 지연일 울렸스야." "생긴 건 꼭 칼제비 같이 생겨갖고 감히 우리의 지연일 건드려?" "야 이 찢어먹을 개종자야! 지연이한테서 손 떼!" ......(저 지연이 아니라 지언이라니깐요-_-^)...... 멀찍이서 널부러져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어르신들의 말씀......그리고 모든 것을 일축하는 최 고의 포효. "ㅆ ㅑ ㅇ !!! 등짝 터지기 싫음 이빨 까지 마 영감탱이들!" "......(먼 산)......" "......(뚝)......" "......(두리번 두리번)......" 이후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고 터를 잡고 앉은 최고와 나는 묵묵히 때만 벗겼다. 그러길 한 10분...... 옆에서 너무 반응도 없고 조용하길래 '얼레 이게 뭔 일이야' 싶어 은근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딱 하고 마주치는 눈빛이...무엇을 말하는 건지. 난 아직 몰라 난 정말 몰라(어랏). 가슴만 두근두근......이 이게 아니고?! 눈이 마주치자 마자 급하게 나의 시선을 회피하는 최고. 꼭 뭐 훔쳐먹다 걸린 사람처럼 허 둥대는게...무슨 나쁜 짓을 하려고 흑심을 품었던 게 틀림 없다. 이 녀석, 그럼 그렇지. 원망과 조소(-_-;)의 눈길을 계속 보내고 있으려니, 슬쩍 부아가 치민 듯한 녀석이 얼굴을 씰룩거리며 손을 높이 쳐든다. "(딱)쉐-꺄! 때나 밀어! 뭘 쳐다보고 자빠졌냐?!" "(악)아야야......!" "(퍽)나 너 안봤어! 니 몸 안 훔쳐봤단 말야!" "(악)우아아......!" "(빡)그러니깐 눈 깔고 니 할 일이나 해! 내 말 접수됐냐?" "(악)아 알았어 때나 계속 밀께.....그 근까 그만 때려...아파아...(쥘쥘)......" 어째 이건 나 스스로 화를 자초한 꼴일세......어흑. 욱신거리는 뒷목을 어루만지며 소심하게 발목께를 밀고 있는데......언뜻 언뜻 내 몸을 훑고 지나는 듯한 기분 나쁜 시선이 느껴졌다. 누구......시선인진 확인 안해도 비디오다 최 고 ! 분명 이 초췌한 몸뚱아릴 살피면서 자신의 우수한 육체와......비교하는 거겠지. 그리고 은근 히 우월감에 빠져있을 테지. 아니 어쩌면 노골적으로 그 자신감을 드러낼 지도 모를 일. 칫...... 바 방학 땐 나도 헬스 갈 거야. 열심히 웨이트 트레이닝 해서 빵빵한 갑빠 함 양성 해 볼란다. 그...그러니까 쳐다보지 좀 마 최고! 충분한 생각과 심사숙고 끝에 '이제 시선 좀 거두거라' 하고 한 마디 펼칠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쾅-! 소리와 함께 욕탕 입구에서부터 등장한 거구의 사나이. 바짝 깎아올린 파르레한 머리, 오른쪽 눈썹의 가운뎃 부분을 가로지르는 칼자욱, 맹독의 살 기를 머금은 눈동자, 위압갑을 형성하는 네모턱, 내 허리만한(-_-;)목줄기, 잡지 광고에서나 나올법한 이두박근 삼두박근, 좀 과장스럽다 싶을 정도로 빵빵한 갑빠, 통나무짝 같이 굵은 허벅지......그 그리고 온 몸을 뒤 덮은 좌청룡 우백호 문신.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조폭이었다(-o-). 우리말고도 또 손님이 있나 싶어 고개를 입구 쪽으로 돌렸다가 퍼뜩 눈을 내리까는 어르신 들(목욕탕이 워낙에 구식이다 보니 일요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다섯명 뿐이었다)......나 역 시 단 2초 만에 상황판단하고 고개를 수그려 힘차게 단순작업(때 미는 거-_-;)에 몰두하는 척 했다. 그...그리고 최고, 최고는?! "......큭......" 에 엥?! "푸훗......" 더헉 이 이게 뭔 소리야?! "쿠......ㄱ......푸하하하하 쉐-끼 ㅈ ㅗ ㅈ이 진짜 좀만하네! 푸하하 완죤 엽기다! 푸하하하하 하하!!!!!" ......갇 뎀(God damn)...... 어제 오전 수성동 모 목욕탕서 철 모르던 어린 소년 최모 군(만 17세)이 조폭의 ㅈ ㅗ ㅈ 이 좀만하다고 시비를 붙여 이에 불받은 직원파 조직원 씨(만 27세)가 연장을 동원, 목욕탕 일 대를 피바다로 만들어버린 충격적인 사건이 전해지는 가운데...... 내일 아침, 지방 뉴스에 이런 사건사고 보도가 나는 거 아냐?! 왜 이렇게 황량한지 그 이유를 알겠구만...하고 납득하던 얼굴로 목욕탕을 돌아보던 그 조 퍽 아저씨는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난데없이 들려오는 웃음소리만도 귀에 거슬리는 판국에 ㅈ ㅗ ㅈ이 좀만하다는 둥 어쨌다는 둥 딱 자신을 겨냥하고 지껄이 는 듯한 말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비웃음소리의 발원지를 찾던 조퍽 아저씨......그리고 드디어 저 귀퉁이에서 벌거벗고 앉은 겁없는 10대를 발견, 곧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그 쪽 아가야, 너 금방 뭐라고 씨부렸니?" 그 겁없는 10대 곁에 앉은 똑같은 10대, 나 장지언은 저승사자에게 지옥 문턱까지 끌려가 는 기분에 휩싸여 마냥,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조용하라고, 자중하라고 최고에게 충고를 해 야하는데 입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무한폭주라고 해도 달리는 땅은 한계가 있는데 저 놈은 대체 뭘 믿고 저렇게 막무가낸지...... "못생긴데다 귓구멍까지 쳐막혔어 형씨? 당신 꺼 좀만하다구." ----->최고 : 조퍽 아저씨가 섰는 방향 허공에다 새끼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o@;)......" ----->나 : 들이마신 숨이 도로 기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무서웠다 "이......이 새끼...어린 놈이 완벽하게 겁대가리를 상실했군?!" ----->조퍽 : 열받은 조퍽 아저씨가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야야 장희빈 저거 봐. 주제에 거시기에다 링까지 박아넣었다. 졸라 같잖지 않냐 응?" ----->최고 : 내 어깨를 잡아채며 저 특정부위를 보라고 아주 난리다 "......(@o@;;;나 나한테 말 걸지 마 아는 체 하지마)......" ----->나 : 여전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웠다 "헤드가 돈 게 아니라 완전 뽀개진 놈이군. 이 쉐......커억?!" ----->조퍽 : -o-;헉 최고의 어깨를 잡으려던 좌청룡 우백호 아저씨......순간 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시시 덕거리며 무방비 상태로 있던 녀석은 그 조퍽이 다가오는 찰나 번개처럼 일어나 주먹연타 를 날렸는데(너무 빨라서 몇 번인지 몰랐다 나중에 물어봤더니 정확하게 13방이었다더라)...... 한 방이 턱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무릎이 풀린 조퍽 아저씨는 꺾어지듯이 우리 곁으로 주저 앉 아버렸다. 거...거짓말....이건 꿈인 게야......아무리 최고가 세다고는 하지만...... "ㅆ발 꼰대야 난 내 허락 없이 내 몸 건드리는 거 엄청 싫어해." ----->척 하니 조퍽 아저씨 우백호 머리부분에 한 쪽 발을 올리는 최고 "어억....." ----->아직까지 데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저씨 "야 장지언, 자세히 봐라. 이게 실리콘 주입한 거시기란 거다. 오케?" ----->손가락으로 조퍽 아저씨의 민망한 그 곳을 가리키는 최고 "......우흑......" ----->진짜 쪽 다 팔리는 상황인 조퍽 아저씨 "아저씬 국사 시간에 졸았수? 중학교를 야간으로 다니다 중퇴했나? 좌청룡 우백호 다 있는 데 어째서 주작이랑 현무는 안보여? 내가 그려주까?" ----->사악하게 웃으며 아저씨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는 최고 "......억억......" ----->강력하게 싫다는 의사를 표하는 조퍽 아저씨 ......잔인하게 아저씨를 우롱하는 최고를 보며 나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죽는 한이 있 어도, 세상에 종말이 다가온다 해도...... ...... 최고 한테 개기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다. 외전~~~상황역전, 3년 후에 ***** "어잇 장지언! 너 또 그냥 가냐? 삼태기 형한텐 뭐라 그래?!" "먄∼구치만 간만에 앤 만나러 가는 거란 말얌. 잘 좀 말해줘 오케?" "우윽 임마! 너 담엔 나한테 꼭 한 방 쏴야 된다!" "오케오케! 그럼 난 간다!" 에히휴, 녀석 오랜만에 어깨춤 추면서 사라져 가네......애인이 그렇게도 좋은가? 장지언은 같은과(영문과다 쩝-_-)동기로, 대학 와서 알게 된 별.종.이다. 재수를 해서 나이는 나보다 한 살이 많다. 자기 말론 고딩 때 굉장한 범생이었다지만 난 그 말을 그닥 신용할 수가 없다. 분명 공부만 잘하는 날나리였을 거다. 그렇다. 녀석은 공부는 무지 잘한다. 우리 과도 수석으로 들어왔고 중간 기말 모두 1등을 꿰찬 수재이기도 하다. 평 소 방탕한 생활만 일삼는 녀석을 생각하면 불가해 그 자체의 상황이 아닐 수 없겠다. 처음 엔 인상이 시베리아 벌판 저리 가라 인데다 하고 다니는 차림이 장난 아니게 살벌해서(쇠사 슬 목이랑 허리에 두르고 다니는 사람 봤냐-_-;)감히 접근하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한 몇 개월 같이 생활하다 보니 의외로 소탈하고 평범한 성격이라 쉽게 친해질 수가 있었 다. 그...그러나 아직까지 그 친구에게 적응이 안되는 점이 있는데......그건......바로 예쁜 얼굴 에 어울리지 않는 욕설이다. 그렇다! 그 녀석...입이 엄청 걸하다. ㅆ 들어가는 욕은 기본에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욕들을 상투적인 말처럼 구사하는데 가만 히 귀를 기울여 듣고 있노라면 세상 살기가 다 싫어질 정도다. 새터에서 법학과 애들이랑 시비가 붙었을 때도 그 녀석의 입담 덕에 우리과는 주먹 한 번 안쓰고 놈들을 제압했었다. 천연덕스런 얼굴로 손목에 쇠사슬을 감으면서 'ㅆ발 쉑들 개창나게 맞고 X줄 찢어지고 싶 냐'하고 외치던 그 모습.......정말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이다. 아...글구 보니 장 기자랑할 때 녀석이 선보였던 특기가......욕 108단 콤보였었지...... 가만히만 있으면 예쁘고 고울텐데 그 녀석도 참......어디서 그런 욕들을 다 배웠는지. 잠시 상념에 젖은 채로 걸음을 걷다 보니...어느새 도착한 곳은 과방. 그리고...... "얏 신비한! 지언이, 지언이 어딨어?! 7시까지 어림에서 모인다고 전했냐?!" "그래! 지언이 이번엔 온다지? 온다지?" "이번엔 안빠지지? 그치?!" ......유독 지언이에게 관심이 많은 예비역 3인방......이상하게 장지언은 예비역들한테 인기가 좋단 말야 쩝. "아 오늘은 할아버지 생신이라서 빠진다네요......?" "뭐......안와(실망)?!" "또 안온다고(낙담)......?" "췟......지언이도 안오는 회식엘 내가 왜 나가냐. 야 회비 도로 내놔! 나 안가(버럭)!" 이런......총무를 맡은 설희 선배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왜 지언일 포섭하지 못했냐고 원망하는 듯한 눈빛이 내게로 쏠리는데......하...하하......줸장! ***** "그래서, 지언인 또 그 해대 애인 만나러 간다고 회식 빠진대?" "구래.......아 씨 진짜!!!!! 짜식이 하필이면 이런 날 빠지고 난리야? 그 놈 못 잡아오면 나만 왕창 피본단 말야. 내가 뭐 장지언 보호자라도 되나......허구헌날 나만 보면 한다는 소리가 지언이 좀 데려와라 지언이 좀. 우이씨 변태 같은 선배들!" "지언이 앤 기숙사 생활 한다며? 시간 내기도 힘들다던데 니가 이해해라." "으이구 그 놈도 그래! 하필이면 널리고 널린 여자애들 다 놔두고 왜 해대 애를 사귀냐고 오?" "고딩 때부터 만났다며?" "아 몰라......고딩 때부터 사귀었던 초딩 때부터 사귀었던 건 내 상관할 바가 아니고." "후음......지언이 걔 눈을 생각하면, 앤 굉장히 수준 높을 것 같지 않냐?" ".....하긴 그 자식 눈이 예사로 높아야지." "저번엔 신방과 퀸카를 차버렸었다며? 대단하지 않아?" "훗흥......차면서 뭐랬는 줄 알아? 미안하지만 너 내 수준이 아냐, 이랬다는 거 아냐?! 우악 왕자병 같으니!!!!!" "하하......이러니 저러니 해도 넌 지언이랑 젤 친하잖아. 앤 사진이나 실물 한 번도 못봤어?" "당최 얘길 해줘야지......그냥 해대 해경과 2학년이란 것 밖엔......" "여자애가 해양경찰학과라니 대단하다......졸업후 진로는 확실하겠네? 후후 장지언 어쩜 능력 있는 여잘 물었을 지도......?" "......그럴 지도......" 과 회식이 있기 전, 나 신비한은 여친인 목주리와 함께 S 지하상가를 헤매이며 아이 쇼핑 중이었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건만...오늘도 대화의 화제는 장지언의 숨겨논 앤으로 집중이 되고 말았다. 크으 장지언......넌 내 옆에 있으나 없으나 언제나 도움이 안되 요 도움이......끌...... "와아...이뿌다 별자리 커플링! 18K인가? 물고기 자리 저거 넘 이뿌지 않아?" "으응 구래 구래. 것보다 주리야......" "웅?" "움훼훼 나 배고푸다. 우리 어디 가서 뭣 좀 먹자." "......끌 너 점심 때 매점에서 특식을 두 개나 먹었잖아!" "배고푼 걸 어떡해^^ 내가 살게 가자아∼" "......너 돼지 된다!" "괘안아 괘안아 나 임자 있쟈나 움훼훼∼^^" "......그 그럼 와인에 숙성시킨 삼겹살 사줘." "......(헉 그 비싼 걸)......" "나 그거 먹어보고 싶었단 말얌." "아 알았써......가 가자(뒤적뒤적)......" 엊그제 과외 알바 시작하고 받았던 선금이 있기에 망정이지...휴우. 주리 쟨 다 좋은데 큰 돈 쓰는 걸 넘 태연하게 생각한단 말야. 1인분 6600원이니깐 2인분만 시켜도 만...만이천.....아니지 삼천...... 아 아무튼 그게 다 얼마냐, 갔다간 와인 삼겹살만 시킬 리가 만무하고...분명히 칼국수니 비 빔밥이니 애피타이져(-_-)도 시켜 먹을 게 틀림 없는데...... 적어도 이, 삼 만원 쯤 와장창 나가겠군. 하이고 그거면 학교 식당 식권이 몇 장이야......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니 주리가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난 어색하게 웃으며 얼른 가자고 재촉한다. 히이익 이래서 예정에 없던 데이트는 싫어어T_T...... ***** 점심 때가 훨 지난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와인삼겹살 전문점 '주지육림'은 발 디딜 틈 없이 성황중이었다. 블랙&g화이트 톤의 심플한 인테리어가 전체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는 그 곳은 학교 앞 허접한 삼겹살 집관 확실히 차별화된 분위기였다. 고급스럽달까 부티난달 까......여하간 비싼 집은 괜히 비싼게 아니다 란 사실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곳......괜히 뻘 쭘해져서 입구에서 주춤거리자니 주리가 힘차게 내 팔을 잡아끌면서 씩씩하게 빈 자리로 가 앉는다. 그리고 급하게 달려오는 종업원........ "와인삼겹살 2인분 하고요, 응 나 손칼국수 먹고 싶은데 시켜두 되지? 손칼국수 하나랑...... 넌 뭐 먹을래? 뭐 안먹는다구? 에이 그러지 마. 나 먹는데 그럼 넌 손가락 빨고 있을래? 손 칼국수 두 개랑 음료수는 콜라로 주세요. 두 개로요^^." 종업원은 쓱쓱 계산서를 작성해서 자리에 놓은 뒤, 곧장 쯔께다시 따위를 가지러 사라졌다. 안 보는 척 안 보는 척 하면서 흘낏 계산서의 총액을 합산해보니.....흐...흐미이...... 이 이만 사천 이백원......꼴깍! ......아아 저게 다 얼마야......흐미이 아까워......보름 간 학교 밥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이...돈 이......크억...... 괴로워져서 가슴 부근을 쥐어짜듯 비틀고 있으려니 주리가 인상을 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 다. "......돈 아까워?" "(허걱)......아 아니......좀 답답해서......고 고기 내...냄새 땜에....하하하!" "......그래(의심의심)?" "(침착)테 테이블들이 말야 좀...과하다 싶을 정도로 딱딱 들러붙어 있지 않냐......? 하하 하......" 목깃을 펄렁거리며 손바람을 일으키고 있자니, 문득 우리 쪽 건너 테이블로 칼날 같이 빳빳 한 검정색 근무복을 차려입은 해대생이 눈에 띄었다. 난 급하게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손가 락으로 그 해대생을 가리키며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 "어엇 해대생이다 해대생이다! 우와 멋지지 않냐 저 근무복......?" "어어? 어디어디(두리번 두리번)?" "저 쪽 건너편에 남자 둘이 앉아 있쟈나......" "호곡?! 우와 진짜 폼난다 검정색 근무복......남자 진짜 멋지네(황홀)......" "맞은 편에 앉은 남자도 꽤 괜찮......어...어디서 많이 본 애가.......?" "......응......? 저......저거 지언이 아냐(깜짝)?!" 그 때, 종업원이 주문했던 와인삼겹살을 대나무 통에다 받쳐들고 등장했다. 우리는 잠시 종 업원이 차려주는 음식들을 멀거니 쳐다보고만 있다가 그가 불에다 고기까지 다 구워주고 가 버린 뒤에야 다시 시선을 지언이...(맞나?!)인 듯한 인간에게 돌릴 수 있었다. 잘못 봤나 싶 어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지만, 그건 틀림없이...... 해대생 앤 만나러 간다고 과 회식까지 펑크 낸 장지언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저 녀석 분명히 오늘 하루는 밤 까지 앤이랑 보낼 거라고 룰루랄라 하면서 사라졌는데......" "......근데 왜 남자를 만나고 있어?!"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이상하다...저 녀석.......친군가?!" "......쉿 얘기 소리 들린다!" 주리와 난 고개를 수그리고 귀를 쫑긋 세운 뒤 무척이나 수상한 폼으로 그들의 대화를 엿들 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워낙 많아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얘기의 내용을 알아들 을 수는 있었다. 그...그런데. "......ㅆ발 니가 그걸 냅둬? 고야 엿차하면 받아버려! 그딴게 선배라고......" -----> 여전히 입이 걸한 장지언-_- ".....어쩔 수 없잖아. 우리 학교 선배들은 하느님과 동기동창인데." -----> 남자답지만 어딘지 나긋나긋한 음성의 해대생 "...웃기네 진짜. 허 참! 최고 성격 다 죽었다 다 죽었어!" -----> 사방팔방으로 밥풀을 튀기는 장지언-_-; "앗...너 밥풀 묻었다." -----> 손가락을 장지언 입가에 갖다대 옆에 묻은 밥풀을 떼는 해대생 "어디......? 에?" -----> 아주 잠깐 얼굴이 벌개지는 장지언-_-;; "잘 먹었습니다." -----> 뒷모습이어서 직접 확인할 순 없지만 아마도 떼어낸 밥풀을 입에 가져간 듯한... "야...야...그 그런 걸 왜 먹어 더럽게......" -----> 헛 장지언 말 더듬는 거 첨 봤다@_@ "안 더러워 안 더러워. 아침이슬보다 깨끗해." -----> 남자 간에 오가는 대화치곤 참으로 닭살 돋는 소리가 아닐 수 없겠다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냐......" -----> 볼따구니를 부풀리며 귀여운 척 하는 장지언@o@(저 저런 모습 진짜 첨이다) "사.랑.해." -----> 헉?! "............아 모 몰라! 어 언능 고기나 쳐먹어! 다 식겠다! 왁왁!" -----> 그, 아주, 뻔한, 반응을, 보이는......수 수줍어하는 장지언@o@;;;;; 지글지글지글지글(고기 익는 소리).....잘잘잘(기름 흐르는 소리)...... "......저 고기 탄다 불 좀 낮춰라 주리야." "......으 응......" "......저 지금 지언이 아는 체 하면 곤란하겠지 피차......?" "......으 응......" "......저 금방 저 남자가 분명히 지언이한테 사랑해 라고 했지......?" "......으 응......" "......저 지언이가 본인 입으로 자기가 여자랑 사귄다고는......안했었던 것 같다...생각해 보 니..." "......으 응......" "......저 지언이가 확실히 해대생이랑 사귄다고는 했었지......구치?" "......으 응......" 아주 잠깐 동안 긁어모았던 정보를 추렴해 분석해낸 결과...... 장지언 저 녀석은......으으음...... 원래 별종이었지 그래......헛헛헛...... 어떤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주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는, 얼른 식사하기를 권장했다. ***** 외전이네염^^ 재수를 하면서 지언이가 성격이 확 바뀌었나 봅니다...역시 유유상종이라더니 최고랑 다니면서 알아봤습니다...푸헹헹...그에 반해 최고는 엄격한 규율의 학교에 다니다 보 니 말투도 그렇고 행동도 고분고분해졌네요...어떻습니까. 대학생이 된 그 둘의 모습이^^......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즐거운 하루 되시길. m(-_-)m 최고의 장희빈 37. ***** "수학여행 없다, 이만." 그 날은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 토요일 오후였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담임 피아노 선생님 대신 종례를 마친 최고는 금요일 있었던 총학생회의 수학여행 관련 회의 결과를 통보해왔 다. 순간 이성을 잃은 반 전체 아해들이 씨근거리며 항의를 했다. "말도 안돼! 수학여행을 안가다니이이이잇!" "거짓마알! 이사장의 농간이야 틀림 없어!" "우우 어떻게 수학여행 안가는 학교가 있을 수 있어엇!" 그러나 곧 싸늘한 미소를 선보이는 최고 앞에서 조개 처럼 입을 꾹 다무는 중생들. "...자고로 조선말은 끝까지 들어보란 옛말도 있느니......" 출석부 모서리로 교탁이 반으로 쪼개져라 내리치는 최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살기...... 숨 죽이는 2학년 2반...... "...대신 수련회가 있을 예정이다. 장소는 한얼수련원. 기간은 5월 13일부터 19일까지 6박 7 일. 회비는 5만 5천원. 부모님들 속일 생각 말고 에누리 없이 받아내서 월요일 점심시간까 지 총무 금일봉에게 제출할 것. 1분이라도 늦을 시 가차 없는 타작이 내려질테니 그리 알아. 그 럼 당번은 문단속 하고 당번일지 담당선생님께 검사 받고, 나머지는 해산." 기계처럼 딱딱 내뱉는 말이지만, 6박 7일이란 엄청난 기간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좋 아 라 하는 아이들......무슨 놈의 학교가 수련회를 일 주일이나 가냐-_-; 학교를 일 주일 씩이나 빠지니 나야 좋긴 하다만. 수련회 관련 유인물을 받아들고 찬찬히 훑어내려가고 있으려니 최고가 옆자리로 다가와 털 썩 앉는다. "......이런 말 묻는 내가 븅 같다만 너 당빠 갈거지?" "......그 그래야 겠지(-_-)..." "......흣......" "......(기분 나쁘게 왜 혼자 웃고 그래-_-;)......" "큭큭......" "......(이럴 땐 조용히 사라지는 게 나을...어억-o-;;;)......" "어딜 내빼?!"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고야......(손 좀 놔-m-)......" "아 배고파. 밥 내놔." "......바 밥(너 나한테 밥 맡겨놨니@o@)?" "순대 먹고 싶어...시내에 있는 순대천국이 좋겠다. 기왕이면 암뽕순대 대(OÞ)자로..." "......아 암뽕순대(더헉 그거 만원이나 하는 거쟈나@_@)......?" "야 얼른 가자. 점심 시간이라 박 터질거야. 난, 먹으러 갔을 때 자리 없으면 너무 기분이 더러워져." ".....그 그래? 잠깐만...(뒤적뒤적)" "......너 설마 밥 값도 안들고 다니냐? 내가 얘기했지. 언제 어느때 불시에 내가 호출할 지 모르니까 돈 준비해두라고." "돈 있어......근까 손에 힘 좀 빼고...쿨럭...가 가자...얼른." 지갑 속엔, 암뽕순대 값 만 원을 제외하면 370원이 남을 뿐이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일 주일이나 수련회를 간다고? 너희 학교 이사장님이나 교장 선생님은 대체 무슨 생각 을 하는 지 모르겠구나..." 유인물을 받아든 엄마는 다짜고짜 그렇게 말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그런 엄마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으니 엄마는 잠오면 가서 자랜다. 그치만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온 엄마를 생각 하면 언감생심이나마 그럴 수 없다. 하나 뿐인 아들 위해 고생하는 분인데, 잠 좀 덜자고 마 중해야지 아들로서 당연한 노릇 아닌가. 우응...그 그래도 졸리운 건 어쩔 수가 없구나...=_= "...에구 우리 아들내미 궁뎅이 한 번 토실토실 하네(^m^)!" "아...아악 엄마 어 어딜 두드리는 거얏(엄마가 최고야@o@)?!" "그냥 귀여워서 그런다 왜(^ㅠ^)!" "우으 잠이 다 깨네......(@_@;;;)" 진짜다. 갑작스런 스킨 십에 오던 잠이 후다닥 달아나버렸다. 엄마는 내 반응이 재밌다는 듯 킥킥거렸고 나도 나중엔 그런 엄마를 보고 피식피식 따라 웃어버렸다. 뭐 엄마가 이렇게 좋 아하는데...이 한 엉덩이 희생하는 것 쯤이야... "어머 다다음 주에 곧바로 출발이네. 보자 준비할 건...속옷 세면도구 체육복 면티 바지...후 음 뭐가 이렇게 많니? 헌데...일정을 보아하니 이거 완전히 애들 놀게 해주려고 작정을 한 거 같구나......?" "응 아무래도 수학여행 대신 가는 거라 그런 가봐." "극기훈련 같은 험한 훈련 시키는 거 아냐?" "아냐 아냐. 반장 얘기론 2학기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애들 완전히 풀어주려고 학교 측 에서 마련한 기회래." "......반장이라면, 최고라는 그 애?" "아.....으응." 잠깐이지만, 엄마의 이맛살이 보기 싫게 찌푸려졌다. "나 원, 그리도 행실이 불량해 뵈는 아이가 어떻게 반장이람......" "......" 괜히 머쓱해진 분위기가 되자, 나는 가만히 입만 다물고 TV에서 해주는 영화를 보는 척 했 다. "......특별히 준비해야 될 건 없구나. 월요일 아침에 회비 줄테니. 그리 알아." "......응." 엄마는 낮게 한숨을 내어쉬며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 "끝내준다 울 학교! 안글냐 안글냐? 정말 파격적이야! 웃흥 난 지금 애교심에 마구마구 불 타오르고 있어." "근데 말야...너무 수상해...이런 학교가 어딨냐......학교에서 애들을 풀어주기로 작심하다니... 난 영 미덥지 못해...이사장...이기상과 교장 이계인이 수상해..." "우헷 울 반은 벌써 조까지 다 나눠서 각자 챙겨올 장난감까지 다 정했다! 난 화투랑 포커 준비하기로 했쥐." "흐 난 재수없게도 양주 준비해가야 된다......." "한얼수련원인가, 거기가 이사장 소유라면서? 사치일색인 이사장 취향으로 수련원 전체가 완전 일급리조트라더라." "소문에 의하면, 실내수영장도 있다더군..." "우헤헤 난 벌써 수영빤쮸 챙겨뒀어." "쌔-끼, 그런덴 빠르단 말야." "가서 죽어라고 놀아볼 테다. 이런 기회가 흔한 건 아니잖니?" "하긴...그러니까 더 이사장이랑 교장 의도가 의심스럽지." 좋아서 입이 찢어지려는 인용이와 문득 피어나는 의구심을 쉬이 떨쳐버리지 못하는 정섭 이...그리고 묘한 기분으로 빵을 씹고 있는 나. "야 장희빈아 니넨 어떻게 놀기로 했냐? 울 반은 재섭는 8반과 집단난투극을 벌일 예정이 다." "아 쓰불 니네 반이 더 재섭써. 2학년 7반 20번 색마 성.인.용." "뭐야?! 이 로리콤에다 애처가!!!" "......씨 내가 그 얘기 하지 말랬지!" "헐∼5살이나 어린 애랑 사귀면 그거 완전 범죄야 범죄. 알어 이 원조교제쟁이야?!" "워...원조교제쟁이?!" "흥 니가 화 낼줄도 알았냐? 움훼훼!" "이 쉑이 말이면 단 줄 아나....?!" 그리고 이어지는 리얼한 실제 싸움. 투닥 투닥 투닥 투닥닥닥... 엎어져서 뒹구는 두 녀석들을 빙 둘러싸고 흥미롭게 관조하는 관중들... "에헤 쌈났잖아. 수련회 난투극 전초전이냐?!" "어쭈 발까지 쓰는 고난이도 테크닉을 구사하는 데?!" "야 아무나 이겨라! 잘한다 잘해!" ......진짜 저것들과의 관계를 슬슬 정리할 때가 다가온 거 같아. 같이 나다니기 넘 쩍 팔려... 둘이서 머리 끄댕이를 잡아당기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목도하고, 나는 천천히 매점을 빠져 나 왔다. 모른 척, 모른 척...! 그 그런데, 더헉?! "하...하하...정리하고 왔다 장희빈. 색마 짜식이 꼭 정기적으로 손을 봐줘야 된다니깐." ......-_-;...... 구정섭아, 손봐준게 아니라 손보임을 당한 거 같애 지금 니 몰골이.... 그리고 어깨에서 손 떼! "수련회 가기 전에 추 충고할 게 있어서.....꼭 최고야랑 잘 되길 빈다. 일 주일이란 기간 동 안의 밤은, 길고도 나른하겠지. 그 녀석 너랑 비슷한 번호대라서 같은 조가 될 건 뻔할 뻔 자 고...그...그리구 이거 받어(뿌시럭 뿌시럭)." "......(-_-?)......" "청소년은 역시 건강한 성생활을 영위해야겠지...불란서제 페로몬 향수에다 매직 젤이다. 글 구 너나 최고야나 초보일테니 특수콘돔은 무리겠고 해서 새내기 콘돔 준비해왔다. 이거 전 세계에 분포해 있는 이종사촌 형님들한테서 어렵게 구한 거니 고맙게 써...억?!" "......씨 너 지금 나 성희롱 하는 거야?! 이게 진짜!" "야......야 임마! 너 이번에 확실히 말뚝 박아 놔야지...그 그래야 백여우 같은게 더 깝치지 못 하는 거...아 아야야! 아파아!!!!!" "왜 최고랑 연관을 시키는데에 최고랑?! 나 현재 성적불쾌감 이빠이야! 이빠이! 너 한 번 죽 어봐라!" "아우우 난 다 너를 생각해서...우우웅......어우" "씩 씩....죽어! 죽어어엇!" "아 아야야 아야아 줸장! 놔! 놓으란 말야! 이 둔탱아!" 그렇잖아도 지난 토요일 밤 이후 이상하게 기분이 좋질 않았는데, 감히 내 앞에서 그런 농 짓거리를 하면서 깝죽대다니-_-^ 정섭이 볼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면서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누구에게 향하는 것인지 모 를 분통을 터뜨렸다. 글구 왜 자꾸 날 최고랑 붙이지 못해 안달이야 안달이?! ......신경 쓰이게시리...... 최고의 장희빈 38. ***** 전날에서야 수련회 준비물을 챙긴답시고 밤새 허둥댔더니, 담날 아침 수련장 가는 버스 안 에서 나는 내내 병 든 닭 처럼 졸 수 밖에 없었다. 대망의 수련회 첫 날, 기쁨에 겨워 즐거 움을 감추지 못하는 전세버스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 그 자체. 평소라면 정숙치 못한 인간 들 집중단속하며 군기를 잡을 최고가, 그 날은 묘하게 들뜬 얼굴로 떠들며 찧고 까부는 아이 들 을 가만 내버려뒀다. 대신 내 옆에 바싹 붙어 앉아, 내가 잠이 들만 하면 깨우고, 또 잠이 들만 하면 깨우는 고문을 되풀이하는데...... "......(=.=)......" -----> 고개가 창 쪽으로 기운다 "야 졸지 마. 노래 불러(퍽)!" -----> 주먹 날아왔다 "아야......다 가라 헤이 보이즈 ♬......후아암(~O~)......" -----> 정신을 못차리고 딴 놈들 부르는 노래 따라불렀다 "......(조용)......" -----> 평소라면 가만히 있는 최고가 더 무서웠을 텐데 이 때 난 졸려서 정신이 한 개도 없었다 "......(-.-Zzz)......" -----> 또 졸았다 "야야야 눈 떠봐 젖소다 젖소야(뻑)!" -----> 내 뒷통수를 치며 창 밖을 가리킨다 "아우.......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아함(gog)......" -----> 역시 정신이 없어서 젖소라길래 그만 이런 노래를 불러버렸다 "ㅆ불 누가 그 노래 부르랬냐(빡)!" -----> 열받았는지 주먹의 강도가 평소의 두 배는 더 되었다 "어흑......미 미안......(#_=)......" ----->반 쯤 잠이 깼다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 지도 모르고 일단 무조건 기고 본다 "......껌 씹을테냐?" -----> 병 주고 약 주나 뜬금 없이 웬 껌이람 "고 고마워." ----->별로 안 달갑다 "이런 추억이 또 어딨다고 자빠져서 잠만 자? 존 말 할 때 정신 챙겨라." -----> 불량스럽게 껌을 씹으며 고개를 약간 치켜 든 상태에서 날 쳐다본다...무 무서워 "그 그렇지......그래야겠지......(-ㅅ-;)......" ----->어설프게 웃으며 납득한다 그렇게 2시간을 최고의 잠 안재우기 고문에 시달렸건만, 이런 내 사정엔 아랑곳 않겠다는 듯 버스는 시외곽을 힘차게 내달렸다. 이런 와중에도 몇몇 놈들은 벌써 음주에다 가무까지 덧붙여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렸는데. 이거야 원...아무리 놀러 가는 거라지만...그래도 명색 이 수련활동이란 타이틀을 걸어놨는데 너무한 거 아닌가......힐끔 최고 눈치를 살피지만 녀석은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광란의 작태를 주시하기만 했다. 눈꼬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걸 로 보아하니......아무래도......엄청 즐거워하는 듯. "자아 다음은 우리의 칼수마 넘치는 반장님, 대성 최고의 사나이 최.고.군의 리사이틀이 있 겠슴다! 모두 박수!" "와아아∼!!!" "더더더 열렬하게 박수! 자 최고군! 멋쥔 열창 부탁해용!"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평소 얌전하기로 유명한 한광기가 술이 들어갔는지 눈이 시뻘개가지고 겁도 없이 최고에게 마이크를 들이민다. 마찬가지로 딴 놈들도 박수 치고 휘파람 불고 발 구르고...집단심리에 휘 말려 평소에는 감히 안하던 짓을 일삼기 시작했다. 가물거리는 눈을 비비던 난 당연히 최 고 가 욕을 내뱉으며 어디서 깝치냐고 할 줄 알았는데...오늘 녀석의 기분이 진짜 찢어지기라 도 했는지. 부드럽게 눈웃음을 선보이며, 한광기의 손에서 마이크를 받아쥐는 최고. 허걱...이 이 녀석이 눈웃음을?!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 본 나는 순간 떨려오는 손발을 주체할 수가 없 었 다. ......의 의외로 가만가만히 웃는 게 너무 잘 어울렸거든-_-; "......그럼,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부르겠다......" 뭬, 뭬야?! 꾸울꺽∼ 시...시......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씹던 껌을 삼켜버려서 질식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인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최고의 말을 듣자 마자 좁은 복도에 서 있 던 광기 녀석이 휘청거리며 앞으로 엎어졌고, 게걸스레 사이다를 흡입하던 피아제는 분수 처 럼 입 안에 든 걸 쏟아냈으며, 바늘구멍만한 눈의 소유자 김중배 눈이 화등잔만해졌고, 콧 구 멍 청소 중이던 오억이는 실수로 자신의 코를 찔러 코피를 터뜨렸다. 충격이 너무 커서 실감을 못하겠군. 다시 한 번, 경빈 버전 1.09로 뭬∼∼∼∼∼야(-o-)?! 시...시......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저, 감성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최고야가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같은 사랑스럽고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노래를 부르겠다고?! 지, 지나가던 하룻강아지 난리부르스 추는 소리......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며(하지만 감히 그렇노라고 혓바닥을 놀릴 순 없었다), 속으로 츠츠 혀 를 찼다(이건 걍 내 생각이야-_-;). 주옥 같은 명곡 하나 망치겠구나......끌 어떻게 그 노래 부를 생각을 해?! 저런 성격에?!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고 극구 부인하고픈 일이었고 절 대 뜯어말리고 싶은 일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소시민......힘 없고...주먹 앞엔 굴복해야 만 하는 낮은 운명의 약자......듣기 괴롭고 참기 힘들겠으나......귀 닦고 눈 뜨고 입 닫고...... 그 저......들어줘야만 한다......크흘...... 이런 여론을 알아차릴 리 없는 최고...... 한참 목을 가다듬던 녀석은, 느릿하게 일어나 바른 편 손에 마이크를 감아쥐고, 흔들리는 차 체의 움직임에 여유롭게 몸을 맡긴 채, 드디어는, 노래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 ...... ...... ...... ...... ...... ...... ...... ...... 니가 아침에 눈을 떠 처음 생각나는 사람이 언제나 나였으면 내가 늘 그렇듯이 좋은 것을 대할 때면 함께 나누고픈 사람도 그 역시 나였으면 너도 떠날테지만 그래 알고 있어 지금 너에게 사랑은 피해야 할 두려움이란 걸 불안한듯 넌 물었지 사랑이 짙어지면 슬픔이 되는 걸 아느냐고 하지만 넌 모른거야 뜻 모를 그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걸...... ...... ...... ...... ...... ...... ...... ...... ...... ...... (@_@)(@o@)(@ㅅ@)(@O@)(@.@) (* _ *)(* o *)(* ㅅ *)(* O *)(* . *) (¢A_¢A)(¢Ao¢A)(¢A¤μ¢A)(¢AO¢A)(¢A.¢A) ...... ...... ...... ...... ...... ...... ...... ...... ...... 평소 강제로 내리누르는 듯한 위압감 이빠이의 목소리는 간데 없고......때론 흐느끼는 듯 때 론 목 메이는 듯 애처롭고도 사무치게 울려퍼지는 크림 같은 음색이라니......이 이런...... "......힘이 되어 주는...........................걸......................................" 정적의 한가운데, 모든 일체의 동작이 정지된 상태에서 최고는 조용히 노래를 마무리 했다. 천천히 속눈썹을 내리깔며 눈을 감은 녀석은, 마지막으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숨 을 몰아쉬며 손에서 마이크를 늘어뜨렸다. 그러자 그 때 까지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멍∼ 하게 최고만 응시하던 80개의 눈이 이윽고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우와아!!!!! 우와아아아 최고......최고다 최고!!!!!" "멋지다! 진짜 졸∼∼∼∼∼라 멋지다!" "가수 해라! 가수! 우리가 밀어줄게 반자앙!!!!!" 적막을 깨고 들려오는 진심 어린 갈채에, 머쓱해 하던 얼굴의 최고는 금방 표정을 바꾸며 낮게 욕설을 읊어댔다. 그리고 엎어져서 제대로 몸도 못가누는 광기 쪽으로 마이크를 내팽 개친 후 자리에 앉는다. 그러다가, 괜히 내 쪽으로 시선을 한 번 던지는데...... "......칫......." 팔짱을 낀 채로 그대로 잠 자는 척 하는 최고......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런 최고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시간이 흘러 최고 쇼크에서 벗어난 딴 녀석들은 금방 분주해져서 또 저 희들끼리 요란하게 놀아제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귀밑까지 시뻘개진 채 로 어설프게 수면 연기를 펼치는 최고 얼굴에서 그 때까지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에......녀 녀 석......그... ......무 무지 귀엽네 거 참...... 역시 막내?! 어쩐지 싱숭생숭 하면서도 설레는 마음 달랠 길 없어, 난 수련원에 도착할 때 까지 최고에 게 단 한 마디의 말도 건네지 못했다. ......뭐 언제는 내가 먼저 말을 건넸었냐만은-_-;...... ***** 한얼수련원.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을 이송한 10대의 전세버스가 모조리 돌아가버린 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들의 입에서 터져나온 건, 끝없는 경탄 환호 그리고 격정(이건 아닌가-_-a)...... 재단이사장 이기상 씨 사유의 한얼수련원은 전대미문의 초호화시설을 갖춘 일급리조트였다. 수 십가지 종류의 사우나 골프장 승마장 실내수영장 당구장 볼링장 노래방 PC룸 등의 부 대 시설을 갖춘 그 곳은 일반인들의 상식을 초월한 낙원...이었다. 촌것들이 놀라서 입을 다물 지 못하는 동안 관계자인 듯한 인자한 인상의 사람이 우리들을 환영한다. "한얼수련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성고등학교 2학년 학생 여러분들. 저는 이번 18차 수련회를 총괄하게 된 한얼수련원장 고문관이라고 합니다. 자자 인솔하시는 선생님들께선 따로 4층 연수관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조촐한 다과상을 차렸으니 즐겨주시기를. 그리 고 학생 여러분들은 본관 1층 단체식당으로 와주십시오. 점심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점심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인 놈들은 앞다투어 식당으로 몰려가...지 못했다. 적어도 우리 반은. 저 호랑이 뺨치고 얼르는 최고가 존재하는 한...결코 결코 경거망동할 수 없다. "번호순대로 두 줄! 옆간격은 30센치로 유지할 것! 속도 맞춰! 거기 주요한 옆으로 튀어나 왔 다!" 드넓은 복도를 질서정연하게 걸어가는 우리 2학년 2반 아해들을 동정하는 딴 반 놈들. 지 들 끼리 히히덕거리며 안됐다는 뜻의 제스쳐를 취하는 데...우린 우릴 박해하고 탄압하는 최고 보다 그런 놈들이 훨 얄미웠다. 놈들...오늘 밤에 두고 보자......전면전이다. 이를 부득 갈며 발맞추어 나가자 앞으로 가자......그리고 어느 결에 도착해버린 식당. "으와......주 죽인다 냄새!" "흐미이 뷔페잖아?!" "저 저건 얼음조각 아냐?" 수 십 아니 어쩌면 수 백가지가 족히 넘어보일 듯한 진수성찬, 각 반 조 별로 세팅이 되어 있는 테이블(접시 앞에 개개인의 이름표까지 붙어있었다-_-;), 대낮인데도 쓸 데 없이 환하 게 식당 안을 비추는 크리스탈 샹들리에, 연회장을 방불케하는 병풍 장식꽃 캔들......얼음으 로 조각된 대성고등학교 상징 학!!!!! 게다가 서빙을 위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WT와 WTS들......식당 안으로 들어선 아이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벙하게 헤매이고 있었 다. 우...우리가 정말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거야? 이게 꿈은 아닐테지? 으흐흐흐-m- "자 순서를 지켜 각자 지정된 자리로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식사에 앞서 잠깐 안내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점심 식사가 끝난 후 식당을 나서기 전에 각 반 반장들은 입구에서 유인물 을 받아가십시오. 반 별로 배정된 방번호와 일주일간의 일정이 표기되어 있으니 반.드.시. 가져 가서 그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후덕한 인상의 수련원 원장님이 저 앞에서 마이크를 손에 쥐고 뭐라뭐라 떠드는 것 같은 데...지 지금 그 말이 귀에 들어올 것 같은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고급음식 먹느라 정신이 없는데...... 별천지에 온 듯한 기분으로 식사를 마친 후, 식당 분위기는......완전 개판 오분 전. 나중에는 식탁 위에 올라서서 노래 부르는 놈 춤 추는 놈 남은 음식 갖고 장난치는 놈 얼음학 부셔 서 입에 집어넣는 놈......난리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콧배 기도 안비치고 수련원 원장이란 사람은 그저 흐뭇한 얼굴로 애들이 깽판 부리는 걸 지켜보 기만 할 뿐이니... "우리 반은 A동 3, 4층이 숙소다. 그리고......오늘은 저녁 5시까지 자유시간. 그리고 이후에 는......뭐냐 어째서 공란이지?" 딴 반과 달리 정자세를 취하고 반장인 최고의 다음 지시만을 기다리는 2학년 2반......안내 문 을 받아온 최고는 이맛살을 세로로 쪼개며 의심스럽단 얼굴로 종이쪼가리가 뚫어져라 응시 한다. "저...반장 그럼 짐 풀고 수영장 가도 돼?" ----->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질문하는 김중배 "지하엔 스쿼시 하는 데도 있던데......거기 가도 되냐?" -----> 중배에게 용기를 얻어 말문을 트는 주요한 "우리조는 두 시간만 PC룸 갔다오께......" -----> 오억을 내세우는 3조 놈들 "지난 주에 무리해서 운동을 했더니 온 몸이 뻐근하네...여 여긴 사우나만 열 몇 개 던데...." -----> 사우나 가고 싶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머리 좋은 도시홍 "이거 싸갖고 가도 되냐?" -----> 새우롤 춘권을 가리키며 최고의 허락을 구하는 피아제 "......니들 꼴리는 데로 다 해먹어라. 단 5시 이전까지다." 최고의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환호하며 식당을 빠져나가는 2-2. 난 최고 눈치만 살피면서 어쩌나 저쩌나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이 때 나를 구원해주는 이들이 있었으니...¡Uo¡U "어이 장희빈, 최고? 니들은 어디 안가냐?" -----> 건들거리며 다가와 최고 어깨를 치는 정섭 "아 안녕 장희빈? 아......아........안녕 최....최고?" -----> 억지로 최고에게까지 인사하는 인용 최고 눈이 희떠지는 게 심상치가 않았다만...어 어쨌건 친구놈들이 나를 살리는 구나. 최고 한 테 붙잡혀서 이리 저리 시달릴 바에야...차라리 너희들이랑 수준 낮게 노는 게 낫지. 크흘... 나...나...어쩐지 너희들이 조금은 좋아질 것 같애>o<...얘들아 덥썩! 그 그런데. "헤이 짱! 내기고스톱 한판 땡길까?" -----> 우연찮게 등장한 일진 no 3. 황보석 "어랏...이 쉑들은 뭐야? 새로운 딱가리들이야 고?!" -----> 마이 월스트 후렌드들을 가리키며 이죽거리는 일진 no 5. 이강제 "쓰불 통화가 안돼! 이 근처엔 기지국도 없나?! -----> 폰의 폴더를 거칠게 닫으며 으르렁대는 no 4. 정덕목 "술도 할 건데 같이 가지 최고......그 장희빈도 있었냐...너...넌 오지 마라......" -----> 왜 나를 거부하는데 no 2. 정직한 -_-^ "졸라 배 불러 죽겠다. 난 가서 잘거야 그래두 되지 짱?" -----> 부른 배를 움켜쥐며 씩씩거리는 no...no...모르겠다 고평수 어째서 일진 녀석들도 나타나는 거냐고오. 여차 저차 머리 써서 애들이랑 빠져나갈려고 했는데...병풍처럼 둘러쳐진 떡대 여섯을 보니 입이 함부로 열리질 않는다. "야 니들, 딱히 갈 데 없으면. 우리랑 놀지?" "......(-o-헉)......" "내기고스톱 할 건데 자신 있으면 같이 붙고." "......(-_-망했다 성인용 저거 완전 도박광인데)......" 최고의 제안에, 그 때까지 바짝 쫄아있던 성인용의 눈에서 일순 광채가 돈다. 곁에 선 정섭 이는 만수산 드렁칡 정신(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_-;)에 입각한 지 오래였다. 일 진 아해들은 최고의 명령과 진배 없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우리들과 어울려 주려는 듯...보 였 지만 그렇게 싫은 기색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떡대 여섯과 비실이 셋은 2반 지정 숙소로 가서 본격적인 도박판을 벌였는데...... 최고, 성인용, 황보석, 고평수. 최고의 꾼들이라 자청하고 나서는 4인방이 패를 돌리는 동안...나머지 떨거지들(-_-)은 음주 가무판을 벌리며 닐니리야 니나노∼였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고스톱이나 치고 있으려니 어 째 한심한 생각이 들어 어기적대며 술판에 껴들려고 했지만...정직한이 극구 반대하는 바람 에.....하 하는 수 없이 꾸물거리며 방바닥을 뒹굴고 있으려니 멀찍이서 최고가 나를 호출한 다. 흠냐, 왜? "비비적거리는 거 눈에 거슬리니까 내 옆에 와서 앉아라." "......옆에 있음 눈에 안 거슬리고......?" "ㅆ ㅑ ㅇ 어디서 통빡 굴리고 G랄이야. 이빨 까지 말고 시킨대로 해." "아...알았어." 괜히 대꾸 했다가 욕만 진탕 얻어먹었다. 흐윽... 그 그냥 얌전히 화투 치는 거나 구경하자...뭐 인용이 실력이야 가히 신의 경지니까...제발 부 탁이나 일진 애들 열나게 하지 말고 적당히 져주면서 기어라......인....용...... 헌데, 이런 나의 예상을 깨고. "쓰리 고." ----->최고 "헉......" ----->고평수 "......ten...ㅈ ㅗ ㅈ 됐다......" ----->황보석 "......뭐 뭐야?!" ----->진짜 실감나게 져주는 연기 잘하는 성인용(짜식 많이 늘었네 계속 그렇게만 해^^) 처음엔 인용이가 판을 조작해서 최고를 이기게 해주는 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순진하게도. "쓰리 고." ----->최고 "헉......" ----->고평수 "......니미...ㅇ ㅕ ㅅ 됐다......" ----->황보석 "......뭐 뭐야?!" ------>넌 정말 할리우드 액션의 대가야 성인용 어쩜 그리도 능청스럽게 져주는 연기를... 그런데. "쓰리 고." -----> 최고 "......" -----> 고평수 "......" -----> 황보석 "......" -----> 성인용 우째 이런 일이......열 판을 하면서 쓰리 고를 세 번이나 불렀어? 갑자기 판 분위기가 찬물 을 끼얹은 듯 냉랭해졌다. 한 시간이 채 못되어 십 수만원을 거둬들인 최고의 얼굴만 히죽히 죽∼돈 잃은 나머지 놈들의 얼굴은 사색. 녀석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느긋하게 다시 패 를 돌리는 최고. 그리고? "......스톱. 너 광박, 넌 피박." 침착하게 최고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 만감이 교차하는 나머지 꾼들의 얼굴...... 끊임없이 돈을 쓸어가는 최고...... '재미의 재미에 의한 재미를 위한' 모토의 게임은 물 건너간지 오래다. 한 독식꾼에 의해 게 임은 파토가 난 지 오래였고 나머지 떨거지들은 그 신묘한 장단에 이리저리 놀아난 꼴이었 다. 수련원 간다고 자기 엄마한테 뜯어냈던 돈 10만원을 몽창 잃은 성인용...명절 마다 친 척 집을 전전하며 판돈이란 판돈은 몽조리 쓸어갔던 그 '신의 손'......이 지금은 허탈하게 화투 장 몇 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이다. 그건 나머지 두 놈도 마찬가지였다. 판을 뒤집어 엎 으며 '이건 사기야'하고 울부짖고 최고를 포대기로 싸서 신나게 두들겨 패고 싶었겠지만.... 그...상대가 워낙에 녹록치 않다보니......회한의 넋두리조차 못한다는......-_-; 결국 세기의 대결이라 가칭되었던 화투판은 그렇게 최고라는 괴물에 의해 일방적으로 막을 내렸다. 최고의 장희빈 39. ***** 잠깐 내 친구 구정섭과 내...오야붕 최고의 예감이란 것에 대해 한 마디 하고 넘어가겠다. 며 칠 전,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1주일 전, 학교측 배려에 의해 7일이나 되는 경천동지할 기간 동안 일급리조트에서 수련회(란 명목의 풀어주는 시간)를 갖는다는 소식에 피어나는 의구심 을 떨치지 못했던 구정섭(남, 18세, 여자친구 있음). "그러니까 더 수상하다구......울 학교 같이 바짝 쪼이는 학교가 어딨다구 애들을 풀어주겠 냐?" 그리고 오늘 오후 단체식당...을 가장한 연회장에서 최고급 중국식 식사를 마친 뒤, 유인물 을 받아와 수련회 일정을 확인하던 최고(남, 18세, 폭군기질농후)의 한 마디. "......오후 5시 수련원 잔디밭 앞에서 체육복 차림으로 모일 것, 간단한 레크리에이션 있을 예정. 이상하네...어째서 나머지 일정란이 텅텅 비어있지......졸라 수상하네......" 그러나 이후 자유시간 동안 화투를 통해 거금을 쓸어낸 최고, 열나 기분 좋은 얼굴로 곧 그 런 의구심을 일축해서 떨쳐냄. 자연히 벌어진 술판, 맥주 한 궤짝 아작 남. 분위기 띄우는 일진, 장단 맞추는 허약체 원 투 쓰리(나 정섭 인용). 비단 이런 분위기는 우리들이 위치한 2반 숙소에서만 팽배해 있던 게 아니었음. 사우나, 볼링장, 당구장, 수영장, 노래방, PC룸... 을 비롯한 수련원 전체가 완전 나가리 판. 여기 저기서 음주가무의 현장이 벌어지고 심지어 패 를 이뤄 토너먼트제로 격투대회까지 열렸음. 오후 3시 40분, 대성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의 만행이 극을 이룸. 그러나 선생님들은 여전히 콧배기도 안비치고 어디선가 두문불출. 소문 에 의하면 인근 골프장으로 몰려가 '나이샷∼'하고 저들끼리 추켜세우는 중이라고 전해짐. 그 와중에 수련원 원장님과 조교로 보이는 듯한...사람 좋은 인상의 어른들은 수련원 곳곳을 돌 아다니며 아해들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지고 있었음. 아무도 그 미소의 의미가 무엇이 었 는지 몰랐음. 오후 4시 50분, 집합 10분 전. 2반 숙소 최고와 나 장희빈을 제외한 나머지 인 간들 다 뻗었음. 최고도 눈이 반 쯤 풀렸음. 나도 술이 반 쯤 들어갔음. 본인의 자율신경계 는 이미 본인의 통제에서 벗어난지 오래임. 최고에게 너 아까 버스에서 진짜 멋지더라 노 래 함 더 불러 봐 하고 말했음. 금방 전에도 일렀지만 이 때의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음. 알콜 에 의해 완전히 무장해제된 상태였음. 얼근하게 취해 연신 눈웃음만 치던 최고가 내 손을 꼬옥 붙들며 노래 부르기 시작함. 솔직히 손까지 잡아줄 줄은 몰랐음. 자꾸 조물락 거리기 에 기분이 이상했지만 꾹 참고 최고의 노래를 경청함. '약동하는 푸른 정기 비룡봉의 젊은 인 재......아아 대성고등학교 대성고등학교...자유와 진리의 터전......아아 대성고등학교 우리는 자 랑스런 대성의 건아∼'. 교가였음. 짜증났음. 그 때 였음. [전 대성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알립니다! 지금 곧 즐거운 레크리에이션이 있을 예정 이 오니 즉시 체육복 차림으로 수련원 앞 잔디밭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 니 다!] 떨쳐버릴 래야 떨칠 수 없는 모범생 기질의 나는 방송을 듣자 마자 일어서서 주섬주섬 체 육 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멀뚱한 얼굴로 날 쳐다보는 최고의 시선이 느껴 지길래 살풋이 쪼개며 말했다. "너 변태야? 왜 남 옷갈아입는 걸 훔쳐봐?" -----> 알콜이 혈중으로 스멀스멀 퍼져나갔음 "......(*-_-*)......" -----> 암 말 없이 말똥말똥 내 다리를 쳐다보기만 하는 최고 "으이구 변태 쉑(퍽)!" -----> 손날로 뒷목 가격하기를 시도했음 "......(*-_T*)......" -----> 아무 반응 없이 그대로 맞는 최고 "모 해...얼른 옷 갈아입고 나가야지...애들두 깨워서 지네들 방으로 보내..." -----> 묵묵히 맞아주길래 술김임에도 불구하고 깜짝 놀랐음 "......지언아......" -----> 갑자기 내 이름을 불러대는 최고 "으...응? 왜 이래?!" -----> 갑자기 내 쪽으로 달려들어서 날 쓰러뜨리길래 술이 확 깨버림 "......장지언......" -----> 입김이 확-하고 내 볼로 와닿음 흐미이 "......놔 놔! 비켜! 왜 왜 이러는데......!" -----> 울부짖음 "......너......너......너......" -----> 가까이서 보는 눈이 반짝 반짝 빛난다 웃 "...시...싫어!!! 비켜어어어!" -----> 괜히 이상한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너......너......너어......체육복 바지 뒤집어 입었다......푸헤헤헤헤헤헤헤!!!!!" -----> 눈이 맛이 간 상태에서 날 비웃는다 "뭐...뭣?!" ----->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쪼끔 실망했다 "우하하하하하 우겔겔겔겔 푸하하하하하하!!!!!" ----->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손가락으로 내 하의를 가리키는 최고-_-^ 우이...씨!!!!! 괘......괜히 쫄았잖아!!!!! 방정맞게 웃으며 일어선 최고는 주변에 쓰러져있던 놈들을 발로 차서 쫓아보냈다. 술이 떡 이 되어 복도까지 굴러간 애들은 취중에 정신을 못차리고 그대로 뻗어있었다. 난 입술을 삐 죽거리며 일어나 바지를 바로 입었다. 최고는 훌렁훌렁 옷을 벗어던지고(여전히 노 팬티... 두 려워)가방에서 꺼낸 체육복을 아무렇게나 걸쳤다. 그 때 우리조에 속한 놈들이 속속 등장해 서 최고 눈치를 살피며 탈의를 시도한다. 다들 어디서 거나하게 술판이라도 벌이고 왔는지 몸도 제대로 못가눈다. "...5시 10분이다......늦었잖아......5초 만에 옷 갈아입고 복도에 줄서라. 인원점검하고 곧바로 잔디밭 직행이다." 후닥닥 후닥! 5...4...3...2...숫자를 세는 도중 1초라도 늦으면 재미 없을 거라며 으름장을 놓는 최고 덕에 우 리 조원들은 눈 깜박하는 새에 완벽한 복장으로 복도에 나란히 서있었다. 복도로 나오니 그 때까지 다른 방 놈들은 정신을 못차리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져서 노니는 중이었다. 눈썹을 한 번 꿈틀 해 보이던 최고는 슬쩍 그들에게 다가가 가볍게 갈궈준 뒤 다시 우리 조로 되 돌 아왔다. 최고 등 너머로 신음을 내지르며 엎어진 급우들이 눈에 들어온다. 꿀꺽 꿀꺽. 여기 저기서 목구멍으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술이 깬 건지 안 깬 건지 긴가민가한 얼 굴로 우리들을 지휘하는 최고......연신 미소 띤 얼굴을 연출하는 걸 보면 아직 혈중알콜농도 는 짙은 것 같은데...그러나 웃는 낯으로 평소처럼 행동하는 게 훨씬 더 무섭다란 사실...... 그 리고 웃는 낯으로 평소처럼 휘두르는 주먹이 더 매섭다는 사실......아윽! 보폭 못 맞췄다고 맞았다......아...아프다...세상에 태어난 게 후회스럴 정도로 강렬한 주먹이다...우윽...... 발 맞추어 나가자 앞으로 가자∼ 보무도 당당하게 하나 둘 셋 넷∼ 최고의 요구대로 '대성고등학교교가'를 제창하며 잔디밭으로 향하는 2학년 2반 4조...... 우윽...쪼 쪽팔려! 숙소에서 본관 앞 잔디밭까지 걸어가는 동안 정말 난리도 아닌 장면들 많이도 목격했다. 뛰 는 놈 기는 놈 구르는 놈 날으는(?)놈 싸우는 놈 춤추는 놈 노래하는 놈 오바이트 하는 놈......평소 반듯한 이미지를 트레이드 마크로 여기던 그 명문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은 어딜 가고...저리도 추악하고 추잡한 군상들만 남았는가......시선 돌리기 민망할 정도의 추태를 보 이면서도 부지런히 잔디밭으로 향하는 인간들. 애들 모아놓고 '러시아무희쇼'를 펼친다는 헛 소문이 나돌아서일까. 다들 기대 만빵으로 수다스럽게 입을 나불대고 있었다. 그리고 곧 도 착한 잔디밭...... 에 엥?! 웬 팔각모?! 웬 군복?! 어수선하게 몰려든 대성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진다. 연단으로 보이 는 높은 곳에 서있는 이는 틀림 없이 일전에 보았던 그 부드럽고, 서글서글한 인상의....수련원 원장님이었다?! 그 그런데 저 무시무시한 위압감은 뭐란 말인가? 게다가 팔각모는 또 뭐람? 원장님 주변으론 덩치가 산 만한 떡대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그들 또한 한결 같이, 팔각모 에 군복 차림......구릿빛으로 타들어간 피부와 군살 없는 근육......대체 신체에서 하얀 부분이라 곤 찾을 래야 찾을 수가 없다. 어찌나 무표정하고 살벌하게 서있는지 저 앞 쪽 대기는 암울하 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기적 거리며 나타났던 놈들은 연단 앞에 일렬로 섰는 터미네이터들 을 보고 깜짝 놀라며 허둥댔다. 뭔가, 아주 불길하도고 무섭고 끔찍한 일이 곧 자행될 것 같 은 예감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다......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일수록, 아주아주아주 잘 일 어난다는 겁퍼슨의 법칙. [......제군들, 자유시간은 잘 보냈나?] 헉...낮은 목소리......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동공에서부터 스산하게 울려퍼지는 듯한...... [......잘 보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그럼 그만큼의 자유시간을 보냈으니...지금부터 본 격 적인 제 18차 정.신.개.조.훈.련을 실시하겠다......] 저, 정신개조훈련?! 다들 무슨 소린지 몰라 눈만 깜박이며 연단을 쳐다보고 있는데......바로 그 때 평생을 두고 도 잊을 수 없을 듯한 광기 어린 음성이 대기를 가로지르며 퍼져나갔다. [쌔끼들!!!!! 전부 대가리 박어!!!!! 완전히 빠져가지고! 박어! 박어!] 원장(이젠 님 안붙일란다-_-)의 활화산 같은 노호와 동시에, 마네킹처럼 부동자세로 서있던 교관들이 총알 처럼 튀어나와 곤봉을 휘둘러댔다. 갑작스런 상황변동에 재빨리 적응 못했 던 가련한 아해들이 여기 저기서 비명을 지른다. 사방 팔방에서 아우성과 괴성이 한데 뒤섞여 처절하게 울려퍼졌다. 난 너무 놀라서 배를 깔고 납죽이 엎드려버렸다. 그 때 교관의 깜장 색 워커가 내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윽고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비참한 깨갱 소리. [제대로 못하나, 아직까지 정신을 못차렸어?! 쌔끼들 전부 일어섯!!!!!]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켜 정면을 응시하는데, 저 연단 뒤로 복날 개 처럼 끌려오는 애들이 눈에 들어왔다. 안나오고 지네들 방에서 개기다가 걸린 것 같았는데 그 중엔, 애석하게도 인 용이와 정섭이도 끼어있었다. ...... ...... ...... ...... ...... ...... ...... ...... ......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거기 뭐하나?! 대갈통이 터져봐야 정신 차리겠어?!] [X쌔끼 너 이리 나와! 지금 장난하나?! 장난해(퍼벅)!] [토끼뜀 운동장 한 바퀴 선착순 1인!] [원산폭격 실시한다! 실시!] [이 쌔끼 것밖에 못해?! 니가 그러고도 남자야! 불X 달고 나온 거 맞아(퍽퍽)?!] ...... ...... ...... ...... ...... ...... ...... ...... ...... 뇌옥 명부 명계 음부 황천......지옥이란 게 있다. 종류만도 가지가지다. 그 날 우리는 여덟 가 지 지옥을 합친 것보다 약간 강도가 덜한 지옥을 맛봤다. 대성고등학교 2학년 전체 학생들 은 감쪽 같이 속은 채로 케르베로스와 인사하고 지옥의 입구로 들어섰던 것이다T_T. ***** "......이번 제 18차 수련회의 목적은 너희들의 나태한 정신에 일침을 놓아 각성시키는 데 있 다......너희들은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어느 나라의 고3? 바로 전세계에서도 가장 경쟁 이 치열한 대한민국 수험전장의 고3이 되는 것이다...너희들이 이렇게 진을 빼고 있는 도 중 에도 전국 라이벌들의 책장은 소리도 없이 넘어간다...그러나 금싸라기 같은 시간을 쪼내 굳 이 이런 교육을 실시하는 데 있어 본인은 커다란 의의를 두는 바이다...어떤 의의?! 바로 강 철 같은 의지와 집념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의지와 집념과 근성을 지닌 최강학생육성! 피땀 흘린 강한 훈련 필승합격 이룩한다!" .....머엉...... 건전한 수련회를 빙자한 정.신.완.전.개.조.훈.련 6일차. 대강당 한 귀퉁이 의자에 앉아 천장의 기하학적 무늬에 넋을 잃은 채...지난 6일간을 돌이 켜 본다. 1일차... 자유시간은 사회에서의 분방함을 마지막으로 즐길 수 있게 한, 일종의 여흥이었다. 수련원 에 서 배려해준 달콤한 사탕이었던 거다. 그래서...그 달콤함이 너무도 강렬했기에...이후에 파 도 처럼 몰아닥친 정신개조훈련은 더더욱 괴롭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으흑. 얼차려란 얼차려는 모조리 다 섭렵한 첫 날. 자정이 다 되도록 고통스럽게 운동장을 굴렀다. 오로지 떠오르는 건 숙소로 돌아가 발 뻗고 편하게 눕고 싶은 생각 뿐. 그 생각을 버팀목 삼아 참 고 참고 또 참고...간신히 참아서 나는 무사히 그 날의 훈련을 마쳤다. 중간에 낙오한 녀석 들 은 자정이 넘어서까지 운동장을 돌고 머리를 박고 흙바닥을 굴러야 했다. 반병신 되어 드 러 누워있으려니 너무나도 말짱한 얼굴의 최고가 이죽거리며 '별 거 아니네' 했을 때 난 난생 처음으로 살의란 걸 느꼈다. 근데, 몸이 죽도록 피곤하고 아프면 오히려 잠이 안오는 거 아 나. 난 이번 교육...아니 훈련에서 그걸 느꼈다. 같은 조의 광기는 밤새도록 구토를 했다. 누 군가는 밤새도록 끙끙 앓으며 근육통에 시달렸다. 어떤 녀석은 집에 갈거라면서 울부짖었 다. 또 다른 놈은 이사장과 교장과 수련원원장을 경찰에 신고해버릴 거라고 했다. 구토를 한 데 다 근육통에 시달려 낑낑거리면서 울부짖던 나도 그 말에 맞장구 쳤다. 그러나 시끄럽다며 일갈한 최고의 외침에 모두 깨갱해버렸다. 그리고 잠이 들만 할 때 곧 날이 밝았다. 2일차... 달렸다. 계속 달렸다. '7.2킬로를 30분 안에 선착순 10명'이라는 미션 임파서블을 제안한 조 교들 덕에 정말 미친 듯이 달렸다. 우리는 그런 불가능한 임무에 납득하지 못하면서도 계 속 달렸다. 괜히 개기다가 중배 꼴 나기 싫었기 때문이다. 달리기 싫다고 배째라던 중배는 그 날 오전 수련원 원장 앞에서 다섯 시간 동안 UDT 체조를 배워야 했다. 달팽이 체조, 새 날 리기, 배들어 올리기, 새우 튀기 등 이름도 생소한 동작의 연속으로 인해 중배의 신체에서 이상현상이 일어났다. 근육이 자율신경계의 의지를 초월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결국 중배는 게거품을 물면서 쓰러졌다. 30분 달리기 싫다고 개기다가 다섯 시간 동안 고 문 관(원장성명)에게 고문 당한 중배...우리는 애도의 뜻을 표하며......달렸다. 1등은 언제나 최고 였다. 대체 어렸을 때 지네 부모님이 산삼 먹인 사슴 녹용이라도 달여줬는지...어떻게 저런 말도 안되는 에너자이져 수준의 체력을 자랑할 수 있는 걸까. 단거리엔 자신 있었지만 장 거 리는 젬병인 난 결국 선착순 10명 안에 못들었고 그 날 오후 내내 나머지 낙오자들과 함 께 도라무깡굴리기(데굴데굴 굴러서 운동장 돌기)했다. 언더테이커란 조교는 도라무깡굴리기에 도 선착순을 내걸었는데 난 번번히 순위내에 못들어서 구르고 구르고 또 구르고...앞엣 놈 굴러가다 오바이트 해 논 위로 또 구르고...데굴 데굴 데구르르......나중엔 내가 도는 게 아 니 라 지구가 도는 것 처럼 느껴졌다......진정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낄 수 수 있는 경험이었다...... 3일차...... 무리한 훈련으로 인해 여기 저기 쓰러지는 환자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 중에 태반이 엄 살 을 떨고 있음이 밝혀져 진짜 환자들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셋째 날은 유 명학원강사들의 입시전략특강이 이어졌다. 피폐해진 몸을 이끌고 대강당에 도착한 우리들 은 의자에 앉자 마자 곧바로 잠이 들었다. 특강 중이었기 때문에 크게 주의를 주는 교관은 없 었다. 대부분이 안심하고 수면의 나락으로 잠겨들었다. 그러나 특강이 끝나고 난 후 교관들 은 집중적으로 졸았던 인간들을 지적해 얼차렷 시켰다. 그 중엔 나도 껴있었다. 그리고 최 고 도 껴있었다. 원산 폭격, 소이동(좌로 굴러 우로 굴러), 도라무깡굴리기의 반복과 연속...이런 거엔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순간적으로 장에서부터 뭔가가 요동치는 가 싶더 니...마지막엔 옆엣 놈에다 대고 우웨에에에에엑∼그 그런데 하필이면 옆에 있던 놈이 최고 가 될 게 뭐람......난 부들부들 떨며 어쩔 줄 몰라했는데......의 의외로 최고는 인상 하나 안 찡 그리고 도리어 내가 게워내는 걸 도와줬다. 아주 멋진 우정이구나^^하며 다가온 조교 개또 라이(별명)가 따로 우리 둘을 불러내 또 다른 벌을 내렸다. 선착순......내가 끔찍이도 싫어하 는 선착순...그것도 에너자이져 최고랑 단 둘이서 하는 선착순......난 반 쯤 자포자기 하고 운 동장을 돌고 있었는데 저만치 앞서가던 최고가 갑자기 딱 멈춰서더니 내 쪽으로 달려왔다. 그러더니 날더러 자기 등에 업히라는 거다.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으니 막 성 질 을 부리길래 무서워서 얼결에 그만 업혔다. 잘 몰랐는데 최고 등 의외로 넓더라. 뛸 때 마 다 말 타는 것 처럼 몸이 위 아래로 흔들리는데 나중에는 재밌게까지 느껴졌다. 나를 업고 운 동장을 10바퀴나 도는 동안에도, 최고는 전혀 힘든 내색을 안했다. 나를 업고 도착한 최고 를 본 조교 개또라이는 기도 안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똑같이 들어왔으니까 된 거 아 닙 니까 좀 봐주십쇼 조.교.님'하고 최고가 낮게 으르렁거리자 곧 얼굴이 창백해져서 고개를 수 그리더라. 난 그대로 업혀서 숙소까지 돌아갔다. 4일차. 차츰 수련원에서의 일정에 적응해 갔다. 이런 식으로 한 며칠만 더하면 훈련소 갈 것 없이 바로 군대에 배치되어도 상관 없을 듯 싶었다. 사람이란 어떤 환경에서든 적응한다고 했던 가. 이런 지옥 같은 생활 와중에도 나름대로 요령을 피우는 노하우가 축적되었다. 처음엔 겁 에 질려서 젖먹던 힘까지 다해 훈련에 임했는데 지금은 대충 조교들 눈치 때리며 설렁설렁 한다. 3초식사도 피티체조도 원산폭격도 한강철교도 빵빠레도 소이동도 도라무깡굴리기도 선착순도...이젠 뭐든 자신 있었다. 웬만한 충격엔 눈썹 하나 까딱 않을 정도로 단련되었다 고 자부했다...적어도 밤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이 날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자정이 넘어서 취침에 들어갔다. 집으로 돌아가 내 방에서 발 뻗고 드러누워 있는 단꿈을 꾸는 도중......어 딘가서 들려오는 아련한 외침소리...'불이야!'...그리고 자욱하게 피어나는 연기...부 불?! 여기 저기서 괴성과 아우성이 들려왔다. 후다닥 후닥!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들 불이 란 말에 혼비백산해서 앞다투어 숙소를 빠져나갔다. 불이야, 불이야! 조교들이 켈록거리며 나타나 아이들의 대피를 신속하게 도왔다. 이 때 나 뭐하고 있었냐 하면, 비몽사몽 간에 이 불 개키고 있었다(-_-;). '불'이란 말이 전혀 실감이 나질 않아서 평상시 하던 대로 일어나자 마자 각 잡히도록 이불을 정리하고 앉았던 거다. 역시 몸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이 성실 함 때문에(우윽-ㅅ-;)......뒤늦게사 잠이 깨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주변엔 아무도 없다는 것 을 알게 되었다. 헉...뭐 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난 어기적거리며 복도로 나섰는데, 순간! "야 이 멍청한 새끼야! 너 뭐하고 있었어! 죽으려고 환장했냐! 불 났다잖아!!!" 피어나 는 연기 속에 숨을 헐떡이며 땀을 비오듯 흘리고 서있는 최고. 아...아니 에너자이져가 저렇 게 지친 모습 할 때도 있었나. 난 멍하니 내 이불만 가리키며 '저거 개키고 있었어'라고 했 다. 울화통 터진다는 표정의 최고가 자기 가슴을 쾅쾅 두드리더니, 갑자기, 나를, 두 팔로 번 쩍 들어올리고는(으윽 쪽 시려)미친 듯이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본래 위기가 닥치면 인 간은 본능적으로 잠재능력을 끌어낸다고 했던가. 내 생각엔, 이 때 최고가 그랬던 것 같다. 내가 그닥 무거운 편은 아니다만, 그래도 체중이 50키로는 나가는데 그런 나를 들어안고 어 찌 그리도 바람 처럼 이동할 수 있단 말인가. 휙-휙- 지나치면서 바람이 내 얼굴에 와닿았 다. 얼마나 세차게 부딪치는지 얼굴 가죽이 무감각하게 느껴질 정도로...이거 절대 과장 아 니 다. 그렇게...수련원 본관 앞 잔디밭까지 도착한 우리 둘...헌데 이상한 광경이 눈 앞을 가득 메웠다. 잔디밭을 가득 메운 대성고등학교 친구들이 한결 같이 원산폭격을 실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저게 대체 무슨 일이야...싶어 얼빠진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연단 위 에서부터 들려오는 음산한 목소리... "보라! 저기 뒤늦게야 이 곳에 도착한 너희들의 친구들을! 그들은 이미 다 불에 타서 시커 멓게 그을린 모습으로 나타났다! 너희들만 살겠다고 친구들을 버렸던 결과 그들은 이미 시 체가 되어버린 거다...너희들이 그러고도 인간이야?! 이 쌔끼들 니들은 동기애도 모르는 거 야?! 엉?! 그리고 뒤늦게 온 놈들? 니들은 뭐야?! 불 났다는 소리 들었으면 제깍제깍 튀어나 와야지! 뭐 한다고 어기적거린거야?! 니들은 이미 죽어있어(헉...북두신권)! 죽은 놈들이 왜 살아서 돌아다녀! 늦게 온 놈들 선착순 실시한다! 실시!!!!!" 으음 뒤를 돌아보니 늦게 튀어나온 놈들은 비단 우리 둘만이 아니었다. 아직까지 무슨 일 이 있었는 지 모르는 녀석들이 눈을 비비며 멍청하게 나오다가 조교들의 곤봉세례에 기겁하며 얼결에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잔디밭엔 혼자 살겠다고 친구들을 버려둔 비겁자들(고문관이 그랬음)이 신음을 내지르며 대지와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그리 고 운동장엔 위급한 사태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한 멍청이들(고문관이 그랬음)이 뺑이를 돌고 있다. 그렇다...그런 것이었다......우리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우리들의 정신상태를 시험당한 것이다. 불이 났다고?! 그거 순 구라다. 우리 물 먹이려고 원장 고문관과 조교들 이 수 쓴 거다. 이른 바 '불쇼'라고......들어는 봤는지? 5일차. 별 거 없었다. 오전엔 주로 물에서 놀았는데, 결박 당해서 수영하고 8미터 높이에서 차례 차 례 다이빙하고...물에서 하는 거라 그래도 나름대로 즐겼었다. 오후엔 오랜 만의 자유 시간. 허나 대부분이 피곤에 쩔어서인지 잠만 잤다. 그러나 난 재수 없게도 에너자이져에게 찍혀 노래방에서 반주만 맞춰주고 있어야 했다. 우욱......그렇게 한 3시간을 노래방에서 보내고 숙 소로 돌아오니 곧바로 저녁식사. 평소보다 무척이나 이른 시간에 식사가 시작되어 무진장 의심스러웠다. 그리고...아니나 다를까...그 날 밤 조교들은 동기애를 기른다며 밤을 새워 우 리들을 닦달했다. 5분취침 5분기상(5분 재웠다가 깨우고 다시 5분 재웠다가 깨우고) 물구 나 무 허수아비 오토바이 한얼수련원체조(진짜 요상하다 브릿지 자세도 있었다)......악으로 깡으 로! 악! 악! 악! 내내 하면서도 악을 질러야 했는데 조금이라도 소리가 죽는다 싶으면 가차 없이 조교들의 곤봉이 날아왔다. 공부하자! 공부하자! 필승합격! 수석합격! 동기사랑! 학교사 랑! 뭐 구호는 대충 이 정도였는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기합이 빠져놔서...끌. 야간 훈련을 마친 뒤 가진 엄마쇼에서 우리들은 엄마가 그리워...하면서 질질 눈물 흘렸다. 예전 에 '우정의 무대'란 프로에서 어머니∼하고 군장병들이 소리치면 아주 애절한 빵빠레 주제가가 울려퍼지지 않았나. 그 주제가를 틀어주며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사랑 집에 대 한 소중함을 마구마구 북돋아주는 조교들......초반에는 그럴 듯한 분위기여서 눈물 깨나 쏟 는 녀석들이 많았다. 여기 저기서 훌쩍 훌쩍 엄마∼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리고 나 또한 눈 시 울이 벌개져서 집과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는데...... 헌데 뜬금 없이 나서면서 오바하는 고문관 왈, "여기 XXX조교는 어저께 모친상을 당했다 그러나 너희들의 훈련을 위해, 그는 이를 악물 고 이 곳에 남았다! 또한 저기 있는 XXX조교는 어제가 부친의 제사였다. 그러나 그 역시 너 희 들으 훈련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이 곳에 남았다! 덧붙여 끄트머리에 있는 XXX조교는...동 생이 며칠 전...으흑..." ...... ...... ...... ...... ...... ...... ...... ...... ...... 역.효.과. 참, 우리들이 바본 줄 아나? 흐르던 눈물이 갑자기 딱 멈출 정도로 어이 없는 쇼였다. 이른바 엄마쇼란 건데...그 취지는 가상하고 뜻 깊다만 어쩜 저렇게 어설플 정도로 과장스러운 연기를 남발하는지...체 저런데 속아 넘어가는 인간도 있나? ......그...... 이...있구나......최고...... 다들 쇼인줄 알고 흐르던 눈물을 닦고 냉소적인 시선을 연단 쪽으로 던지는데, 단 한 녀 석... 만이 질질 짜면서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감동이라도 먹었는지 연신 흘러넘치는 눈 물을 거두지 못하며 오열하는데...... ".....우윽...어 엄마......우흐흑......아버지.....큰 형 작은 형 큰 누나 작은 누나......흑흑!" ......마 막내 같으니라구. 6일차. 아침식사후 곧바로 세 시간 취침, 그리고 현재 강당에서 본 훈련의 목적과 의의를 설파하 는 고문관의 얼굴을 구경 중. 다들 엎어져서 자고 있음.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특별히 주의를 주는 이도 없음. 너무 기쁨. 드디어 내일이면 집에 감. 일정란이 텅 빈 관계로 이 다음에 어 떤 일이 있을지 모르겠음. 내 생각인데 어쩌면 엄청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을 것도 같음. 지금 내 곁엔 최고가 눈을 감고 숙면을 취하는 중. 입을 꾹 다물고 뭐라뭐라 중얼거리면서 자는데 엄청 무방비한 얼굴. 괜히 괴롭히고 싶은 마음 생김. 그래서 슬쩍 코를 잡아당겼더 니 불에 덴 것 처럼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깸. 순간적으로 온 강당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쏠 림. 고문관에게 불려나감. 강당 앞에서 최고와 나란히 대가리 박어! 실시중......그 최고한테 너 너무 미안함....떨리는 목소리로 사과했더니 무뚝뚝하게 대꾸하는 최고. "됐어 이 ten새꺄...너...대신......다음에......" 그뒤론 뭐라고 그랬는 지 알 수가 없었음. 고문관이 기합 받으면서도 떠든다고 우리 둘을 발로 찼기 때문. 데굴데굴 굴러 한데 뒤엉킨 최고와 나...으윽 정말 수난시대야......고문관... 당 신...정.말.징.하.도.록.오.래.오.래.살.거.야.......벽에 X칠 할 때 까지!